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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 중 토끼화상 그리는 대목

그때여 별주부가 세상을 나가는디 토끼 얼굴을 모르는 것이었다. 화공을 불러 들여 토끼화상을 한 번 그려 보는디

화공을 불러라 화사자 불러 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동정 유리 청홍련 금수추파 거북 연적 오징어 불러 먹 갈아 양두화필을 덜퍽 풀어 단청채색을 두루 묻혀서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강산 경계보던 눈 그리고
봉래방장 운무중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난초 지초 왠갖 댕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지지 울제 소리 듣던 귀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대한 엄동 설한풍에 방패하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눈은 오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이는 모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순데 녹수청산 해 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유송 들락날락 오락가락 앙거주춤 기난 토끼 화중퇴 얼풋 그려 아미산월 반륜퇴
이어서 더할 소냐

아나 옛다 별주부야 니가 가지고 나이거라

*먼 곳을 도는 꽃놀이의 맛에 빠져 앞산을 외면 했다. 겨우 꽃 지고 열매마져 땅으로 돌아가는 때에서야 발걸음을 한다.

오며가며 눈맞춤 하던 것이 이번엔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기어이 내려가 깊은 인사를 건네고서야 보내주는 심사를 짐작할만 하다.

수궁을 떠나 토끼 찾아 헤맨지 얼마일까. 늦기 전에 수궁으로 돌아가길 빈다.

https://youtu.be/0oSK76RLPKc
인간문화재 남해성의 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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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둔 틀이 없기에 세상 무엇이든 다 품을 수 있다. 형편에 따라 모습을 바꾸지만 본성은 잃지 않는다.

계절의 다른 속내를 본다. 맑아서 더 시린 하늘 아래 그 빛을 품은 결정체와 마주한다. 끝에서 시작했기에 새로운 출발이지만 향하는 곳도 마지막에 당도할 끝이다. 시작과 끝이 한몸이라는 것을 몸으로 증명하는 샘이다.

스스로의 몸을 녹여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고드름이나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야 근본으로 갈 수 있는 나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할 이유다.

오늘은 너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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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아리랑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 간다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 마라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 간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 간다
산중에 귀물은 머루나 다래
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라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 간다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 간다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찬바람을 안으며 깊은 산골로 들어갔다. 허술한 채비라 옆사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고, 꽁꽁 언 계곡은 마음을 더 춥게 만들었다. 자작나무가 뭐라고 그 먼길을 나서게 만든다.

"산중에 귀물은 머루나 다래
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라"

3시간이 넘는 동안 머리속에 머무는 가락은 이 강원도아리랑이었다. 귓볼을 스치는 바람결에 실려온 가락으로 추워에 긴장한 마음을 다소 진정시키며 햐얀 나무숲의 넉넉한 시간을 함께 했다.

호랑이해의 시작은 깊은 골 하얀 자작나무 기운으로 함께한다. 올해는 자작자작 탄다는 나무의 속내가 함께할 것이다.

https://youtu.be/W14KcMVuFAI
송소희의 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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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생각하다 웃습니다

섣달 처음 눈이 내리니
사랑스러워 손에 쥐고 싶습니다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책을 보십니까
딸아이 노는 양을 보십니까
창가 소나무 가지에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였는데
그대를 생각하다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마음에 맺힌 사람아
어느 때나 다시 볼까
무엇을 이루자고 우리 이다지 분주하여
그리운 정일랑 가슴에 묻어만 두고
무심한 세월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흘러 흘러만 가는가

산창에 눈 쌓이니
사람을 그리는 맘도 깊어만 지는데
책을 덮고 말없이 앉아
솔바람에 귀 기울이다
그대를 생각하고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김홍도의 글에 한승석이 노랫말을 더하여 한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노래에 실린 그 마음을 불러와 누린다.

"섣달 처음 눈이 내리니 사랑스러워 손에 쥐고 싶습니다.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책을 보십니까? 딸 아이 노는 양을 보십니까?
창가의 소나무에 채 녹지 않은 눈이 가지에 쌓였는데,
그대를 생각하다가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풍속화가로 알려진 그 김홍도가 어느 겨울 아는 이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눈과 어울린 이보다 더한 마음을 아직 접하지 못했다. 이제서야 겨울이 겨울다운 모양새를 갖춘다. 겨울이 좋은 이유에 김홍도의 마음 하나를 더한다.

눈세상이다. 사뿐사뿐 내리는 눈이 곱기만 하다. 시린 손 마다않고 빚은 모양이 마땅찮아도 그만하면 되었다며 위로 삼는다. 눈처럼 환하게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https://youtu.be/V1rkP2bP9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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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송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인 주자朱子의 글이다.

제 눈에 안경이고 내 안에 담긴 색으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별한 조건이 아닌 이상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자.

가시를 품고 살지만 꽃을 피워내고 향기까지 잊지 않았다. 바위를 기대어 사는 버거운 일상이 좋은 향기를 만드는 근거가 되었으리라. 아직 떨구지 못한 잎에 한줌 볕이 머문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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