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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다.
밤사이 시끄러운 세상사에도 해는 따스한 온기로 어둠을 밝혔다. 긴 그림자가 짧아지는 잠시 동안 시끄러울 뿐이다.

볕의 온기에서 봄의 발랄함이 깨어나는 시간에 앞서는 깊은 고요가 전하는 희망을 본다. 조심스럽지만 외부에 굴하지 않는 의연함이 봄의 근본 힘이라는 것을 익히 아는 까닭이다.

봄으로 내달리는 숲에서 깨어난 꽃에 빛이 들었다. 조심스런 발걸음 보다 섬세한 눈길이 그 순간에 머문다. 홀로 빛나는 때를 함께 누리는 환희가 여기에 있다.

얼굴을 어루만지는 볕의 온기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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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아름답고 저녁도 아름답고, 날씨가 맑은 것도 아름답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답고 물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돌도 아름다웠다. 멀리서 조망해도 아름답고 가까이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불상도 아름답고 승려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안주가 없어도 탁주가 또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이 없어도 초가樵歌가 또한 아름다웠다.

요컨대, 그윽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맑아서 아름다운 곳도 있었다. 탁 트여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높아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담담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번다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고요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적막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와 함께 하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름다운 것이 이와 같이 많을 수 있단 말인가!

이자는 말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옥(李鈺, 1760~1815)의 중흥사 유기重興寺 遊記 총론總論의 일부다. 장황스럽게 펼쳐놓았으나 결국 아름다움에는 따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닐까.

섬진강 탐매探梅를 시작으로 혹 때를 놓칠세라 빼놓지 않고 다니는 꽃놀이의 모두가 이 아름다울 가佳로 모아진다. 대상이 되는 꽃만이 아니라 가고 오는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물이 그러하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이들이 아름답다. 대상이 아름다운 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이를 공유하는 모두가 그렇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꽃놀이 가는 이유다. 이미 시작된 봄 우물쭈물 머뭇거리지 말자. 후회는 언제나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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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빛과 온기로 온다. 언땅이 몸을 녹여 틈을 내주면 어둠 속에서 세상을 꿈꾼 새싹들이 꿈들대며 고개를 내민다.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햇살의 부드러운 온기다.

상사화相思花. 지난 가을날의 지독했던 그리움이 새로운 몸짓으로 내일을 연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이 안부를 묻는 햇살의 마음에 온기가 가득하다. 다시 찬란하게 피어날 그날을 향해 멈추지 못하는 길을 나선다.

꽃 몇개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지만 그 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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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도 될까?
꽃으로 봄맞이 하는 이들이 남쪽의 매향梅香을 품고서 다음에 만날 꽃을 기다리는 마음의 선두에 선다. 복수초 이후 첫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화려한 자태를 뽑내지만 아직은 그 품을 열지 않았다. 볕이 좋은날 적정한 온도에 이르면 품을 열어 천년을 품어온 속내를 열어 세상에 고할 것이다.

온 산이 꿈틀거린다.
아자아장 봄나들이 나서는 설레임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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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내리는 눈 사이로 환한 햇살이 스며든다. 애써 내린 눈은 그새 사라지고 다시 내리길 반복한다. 땅에 앉지도 못하는 눈은 먼산 위에서 내달리며 당당한척 애쓴다. 먼산을 배경으로 멀리보는 눈길 만이 눈세상을 꿈꾼다.

산과 나 사이에 내리는 눈이 봄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햇살과도 같다. 봄맞이는 몸보다 마음이 급하다지만 마음을 끌고가는 것은 무거운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봄은 색으로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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