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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했다. 더디게더디게 시간을 쌓아 온 결과가 천년이니 비워내는 시간 또한 그만큼 더디기만 할 것이다.

구멍 뚫리고 상처난 몸으로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증거하는 일이 더이상의 상처가 아니길 바란다. 이는 생명을 가진 모든 이의 소망이리라.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이토록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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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바라지 말라'
기찻길로는 더없이 좋은것이지만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않되는 관계설정이다. 공감을 통한 소통이 배재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는 평행선이 될 수 없다. 누군가는 상대를 향해 마음의 무게를 더하기도 하고 덜기도 한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것, 관계 설정의 모범일 것이다.

관계를 이룬 모든 사이는 이 무게중심의 균형을 잡기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기운듯 보이는 무게중심으로 서운해할 수 도 있고, 이 상황이 왜곡, 확대되어 관계의 단절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쪽으로 고정된 무게중심을 바라는 관계가 불러온 폐단이다.

무게중심이 상대방에게로 이동되어 있을때 우리는 그것을 관심, 배려, 보살핌, 연민, 사랑ᆢ 등으로 부른다. 서로 상대에게 무게중심을 두되 이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않고 균형을 찾아가는 것, 그대와 나의 일이다.

대밭을 걷다가 근부러진 길을 만나 걸음을 멈추었다. 불쑥 들이미는 생각에 붙잡혔다. 여러날 까닭없이 거리를 둔 것은 무게 중심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저 모퉁이 돌면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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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보다 꽃이 담고있는 사연에 주목한다. 그늘진 곳에 피나 그 화사함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무더운 여름 한철 그렇게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속으로 더 붉어지는 꽃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하여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상사화相思花라 부른다.

꽃 진자리에 잎 나고, 그 잎의 힘으로 알뿌리를 키워 꽃이 피어날 근거를 마련한다. 숙명으로 받아 안고 희망으로 사는 일이다. 어찌 그리움에 안타까움만 있겠는가. 만나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 사랑이 이러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어렵다는 사랑으로 살아 더 빛나는 일생이다. 한껏 꽃대 올렸으니 이제 곧 피어나리라. 잎이 준 사랑의 힘으로ᆢ.

때를 거스르진 못한다.
바야흐로 상사화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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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땡볕이라 미안해서일까?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태풍의 영향이라지만 쉬지도 않고 차분하게 내리는 비는 한여름 더위까지 가라앉힌다. 코끝을 자극하는 비내음은 은근히 번지는 차향에 스며들어 무게를 더하고 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주머니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 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의 마지막날, 섬진강은 물씬 젖었다. 어제 보고 온 지네발란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에 이 비로 다행이다 싶다. 지네발란의 목마름은 이 비로 해결이 된다지만 내일을 알 수 없게 하는 세상의 갈증은 무엇으로 해결 한단 말인가.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너머로 닥칠 갈증은 코앞으로 달려든다.

비는 섬진강 위로 흔들리지도 않고 촘촘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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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곧 오리라는 것을 안다.

뒷담을 넘어온 저녁 공기가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알려온다. 풀벌레 소리 또한 박자를 맞추어 그게 맞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가득 쌓아두는 일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기다림은 언제나 먼 훗날의 이야기며 늘 내 몫이라지만 지나고 보면 또 지극히 짧은 시간 아니던가.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슴에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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