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 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박재삼 시인의 시 '나는 아직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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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우물

김명인

한 두레박씩 퍼내어도

우물을 들여다보면

덜어낸 흔적이 없다

목숨은 우주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두레박의 물

한 모금씩 아껴가며 갈증을 견디지만

저 우물 속으로

두 번 다시 두레박을 내릴 수는 없다

넋을 비운 몸통만

밧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일 뿐

깊이 모를 우물 속으로

어제 그가 빈 두레박을 타고

내려갔다

*김명인 시인의 시 '우물'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아는지 모르는지도 알 수 없는 우물 하나씩 곁에 두고 산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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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濯足'

壁絶巖危飛瀑落 벽절암위비폭락

灑珠噴雪 襟 쇄주분설천금거

緣何濯足窮深處 연하탁족궁심처

不濯他人己濯餘 불탁타인기탁여

깎아지른 벽 험한 바위에 폭포수 떨어지자

구슬 뿌리듯 눈을 뿜듯 옷자락을 적시네

무슨 까닭으로 깊은 곳에서 발을 씻는가

다른 사람 씻길 생각 말고 나부터 씻어야지

*지운영의 그림 "탁족"에 쓰인 시 한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좀처럼 자신의 몸을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웠던 선비들이 버선을 벗었다. 이미 기분만으로도 자유를 누린듯 했을터이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그 시원함을 느꼈을 갓을 벗은 선비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초나라 시인 굴원의 ‘어부사’에 예화가 나온다. 나라 걱정하는 굴원에게 어부가 귀띔한다. “창랑의 물이 맑은가. 갓끈을 씻기에 좋겠구나. 창랑의 물이 흐린가. 발을 씻기에 좋겠구나.” 지운영은 거기에 한 수 더 얹는다. 남의 발까지 간섭하는 오지랖은 마땅치 않단다. 흐린 물을 만나면 내 발의 때부터 보자. 탁족은 ‘족욕(足浴)’이 아니다."

손철주의 해설이 그럴듯 하다.

고사의 의미는 세속을 떠난 은일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옭아메고 있었던 도덕과 규율에 닫힌듯 살았던 선비들이 더위를 쫒는다는 핑개삼아 그 엄격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중복中伏이다.

본격적인 더위 앞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때이다.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이 멀다면 거실에 찬물 떠놓고 발 담궈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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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 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살붙이에 묶였거나 병 들었거나

지금은 엿듣는 무덤도 없어 세상 더욱 고요하리니

축축한 풀뿌리에 기대면

홀로 고단한 생각 가까이에 흐려 먼 불빛

살갗에 귀에 찔러 오는 얼얼한 물소리 속

내 껴안아 따뜻한 정든 추억 하나 없어도

어느 처마 밑

떨지 않게 세워 둘 시린 것 지천에 널려

남은 길을 다 헤매더라도 살아가면서

맺히는 것들은 가슴에 남고

캄캄한 밤일수록 더욱 막막하여

길목 몇 마장마다 묻힌 그리움에도 채여 절뚝이며

지는 별에 부딪히며 다시 오래 걸어야 한다

*김명인 시인의 시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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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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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각별한 사람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 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김명인 시인의 시 '각별한 사람'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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