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벽사와 길상을 담은 입춘축立春祝을 써 대문에 붙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의 시작을 준비한다.'大吉日利'크게 길하고 날마다 좋은 일만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이유도 다 '대길일리大吉日利'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서설瑞雪이다.입춘에 살포시 내리는 눈이 봄꽃 보듯 반갑다.
#시읽는수요일우리가 물이 되어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다. 시간은 언제나 불과 물이 공존한다. 처지에 따라 불의 시간을 건너 물의 시간을 살아가는 때가 되었다. 물이 품어야 할 불의 몫을 살핀다.#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7)'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시읽는수요일산문에 기대어누이야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지금도 살아서 보는가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살아오던 것을그리고 산다화(山茶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건네이던 것을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그렇게 만나는 것을누이야 아는가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눈썹 두어 낱이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 옴을*송수권 시인의 "산문에 기대어"다.#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6)'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시읽는수요일전라도 가시내알룩조개에 입마추며 자랐나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가시내야나는 발을 얼구며무쇠다리를 건너 온 함경도 사내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젠 무섭지 않다만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눈포래를 뚫고 왔다가시내야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궈다오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달전이면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그래도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불술기 구름속을 달리는양 유리창이 흐리더냐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 듯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색이는 보조개가시내야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께손때 수줍은 분홍 댕기 휘 휘 날리며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거거라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이용악 시인의 "전라도 가시내"이다. 전라도든 함경도든 어디서 왔는가가 대수랴. 빼앗겨버린 후의 동병상련 보다는 지켜야 할 무엇에 주목해야 한다. 지나간 시절이 아닌 지금도 다르지 않을 현실을 직시하자. 투표를 잘해야 한다.#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5)'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시읽는수요일구부러진 길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캐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다. 삶의 이력인 주름살을 펴 스스로 지나온 시간을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날이다.#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4)'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