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굽은 화초

베란다 화초들이
일제히 창을 향해 잎 뻗치고 있다
그늘에 갇혀서도
악착같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는 것 오직 한 가지인 생활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눈이 없어도 분별해내는 밝음과 어두움
단단한 줄기 상처로 굽힐 줄 아는 마음
등 굽은 화초, 휘어진 마디마디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집 배어 있다

*박규리의 시 '굽은 화초'다. 볕에 대한 갈망이 봄만큼 강렬할 때가 있을까.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작고 낮게 피는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이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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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마음의 깃을 열어 봄볕을 품는다.

*글씨는 야암 안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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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청매화

다른 길은 없었는가
청매화 꽃잎 속살을 찢고
봄날도 하얗게 일어섰다
그 꽃잎보다 푸르고 눈부신
스물세살 청춘
오늘 짧게 올려 깎은 머리에서
아직 빛나는데
네가 좋아하는 씨드니의 푸른 바다도
인사동 네거리의 생맥주집도 그대로다
그 사람 떠나고 다시 꽃 핀 자리마저 용서했다더니
청매화 꽃잎 꿈결처럼 날리는, 오늘
채 여물지도 않은 솜털들을
야무지게 털어내다니
정말 다른 길 없었느냐
새벽이면 동학사로 떠날
이른 봄 푸른 이끼 같은 아이야
여벌로 더 장만한 안경과
흰 고무신 한 켤레 머리맡에 챙겨놓고 잠든
너의 죄 없는 꿈을 마지막으로 쳐다보다
눈부시도록 추울 앞날을 위해
이 봄날, 떨리는 손으로 투툼한 겨울 내복 두 벌
가방 깊숙이 몰래 넣었다

*박규리의 시 '청매화'다. 비로소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다소 더디더라도 잊지 말아야할 의식이다. 봄의 문턱을 넘는 마음자리에 무엇을 놓아야 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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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없다면
이 못된 세상을 후려치고 가는
회초리가 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먼 훗날
다 함께 바다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안도현의 시 '강'이다.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것이 강이다. 나와 그대를 잇는 강 역시 마친가지라서 함께 바다에 닿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품고서?.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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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어쩜 이리 절묘할까. 하마터면 속을뻔 했다. 마치 봄날 한가운데 있는듯 포근한 날이다. 그제 온 눈이 한껏 볕을 품고 있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 민망하리지만 볕이 좋다. 대한이 제 이름값도 못하는 겨울이다.

더 남쪽엔 노루귀도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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