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각 개인이 역사 전체를 다시 창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남자든 여자든지간에 어느 개인이나 그녀 혹은 그의 개인적 · 집단적 역사를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신체와 인식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녀 각자가그들의 책임을 의식하고, 자신들의 결정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P28

남성은 마치 자기 자식과 아내 그리고 자신의 소유물에 자기 고유의이름을 붙여 주고 싶듯이, 우주에 자기의 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부여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 점은 남녀 양성"이 세계 · 사물 · 대상과 갖는관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모두 남성에게 속해 있고, 남성형으로 표시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자기에게 속한 소유물은 별도로 하더라도 남성은 신과 태양에 그들의성을 부여하며, 또한 중성의 가면하에서 우주의 법칙과 사회적 · 개인적질서에도 남성형을 부여한다. 그리고 왜 이렇게 할당되었는지 그 기원에대해서는 의문조차 갖지 않는다. - P33

프랑스어 (다른 로마 언어들과 더불어)에서 여성형은 통사론적으로 부차적인 위치에 머무르고 하나의 규범이 되지 못하며, 여성형인 명사들은 대단한 가치들을 지시한다고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프랑스어에서 달은 여성형이고 별도 그러하지만, 둘다 일반적으로 생명의 원천으로 간주되지는않는다. 한편, 땅은 남성들에게 할당되는 덩어리로 조각조각 나뉘어져 문법상 여성의 통일성을 앗아가거나 위장시킨다. - P34

언어가 성별화되어 있는데 어떻게 담화가 그렇지 않을 수 있는가? 언어는 가장 근본적인 규칙들 속에 성적인 특성과 함축된 의미들과 무관하지 않은 단어의 성구분 속에 이미 성별화되어 있으며, 어휘들 속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의 담화에 나타난 차이들은 따라서 언어와 사회, 사회와 언어의 영향이다.  - P34

나의 책인 《스페쿨룸(檢鏡)》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의견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어느 정도 저지당했다. 그리고 대학의 시간강사 자리를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국립중앙과학연구소(CNRS)의연구원 자리는 박탈당하지 않았다. 또한 다행히 글을 썼고, 내 글을미뉘 출판사(Éditions de Minuit)가 계속해서 출간해 주었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말할 권리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 P54

나의 몸은 모두 성별화되어있습니다. 나의 성욕은 나의 성이나 성적인 행동(제한된 의미에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억압의 영향, 특히 성적인 문화의 결핍 세속적 • 종교적 - 이 낳는 결과가 여전히 너무나 강하므로 「나는 여성이다」, 「나는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이상한 발언들이 유지된다고생각합니다. 이러한 항의에는 남성들만의 문화에 대한 은밀한 예속이 또한 내포되어 있습니다. 과연 알파벳 문자는 가부장제 권력의 세속적 · 종교적 법전화에 역사적으로 결속되어 있습니다. 말과 문자를 성별화하는데에 공헌하지 않는 것, 이것은 남성 족보와 그들의 논리적 기호체계에특권을 부여하는 법과 전통의 그릇된 중성화를 영속화시키는 일입니다. - P55

역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기여는 문명의 발달과정에서남녀가 공헌한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 P56

이리가라이 현대에는 학문이나 글의 유형간의 유동성이 별로 크지 않ㅡ습니다. 지식과 기술의 다양한 분야는 지식의 형태간의 경계를 과거보다도 더 빈틈없이 만듭니다. 이전에는 철학자와 과학자 사이에 대화가 가능.
했었습니다. 오늘날, 그들은 쓰는 용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완전히 낯선 이방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 P57

가족 · 국가 · 종교 어느 것에 의해서도 현금으로 환산될 수 없고,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 정체성의 한 구성요소로 처녀성(혹은 육체적·도덕적 순결)을 법에 기재할 것. 여성 정체성의 이요소는 소녀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주고, 자신이 원하는 한 처녀성(신과의 관계를 포함해서)을 지킬 권리를 줄 뿐 아니라, 집 안팎에서 이 권리를 해치려는 사람에 대해 법의 도움으로 불평을표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소녀가 남성들간에 교환되는 경우가 적은 것이 사실일지라도 처녀성이 상품화되는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며, 남성들간에 돈으로 환산될수 있는 육체로서 소녀의 정체성이 갖는 지위는 재고려되지도재형성되지도 않았습니다. 소녀들은 개인적·사회적 시민으로 의거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 P90

나는 여성 건강은 무엇보다도 우선 자기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스스로에 의해 혹은 스스로를 위해 주체와 객체로서의 자기 정의가 금지되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신체의 생명력을 통합하기 위한 주체적 질서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신체는 그것을 조직하고 활기를 부여하는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계획 혹은 목적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차원이 없다면,
신체는 필연적으로 병들고, 많은 병을 얻어 어떠한 유효한 의학적 해결법도 없이 생체조직이 파괴당한다. 단지 신체 치료법에만 의지하는 것은 조금의 참된 회복 기회마저 잃게 될 위험조차 있다.
건강하게 있기 위해서는 여성은 여성으로서 성별이 있는 정체성의 특징을 스스로 발견할 필요가 있다.  - P107

여성으로서 우리들은 어린아이를 낳는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살아 있는 인간의 탄생만큼 멋진 것이 있을까. 우리들에게 정해진 이 창조가 너무나도 경이롭기 때문에 어린아이 교육을 포함하여 다른 어떠한 작품도 이차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성의 이 경이로운 작품은 어린아이, 그것도 먼저 남자아이를 낳는의무로 바뀌고 말았다. 따라서 우주의 가장 위대한 창조자인 여성은 남자의 사회 질서 재생에 봉사하는 하녀가 되었다. 자신들의 걸작에 주어지는 명예 가운데 여성에게는 대개 출산이라는 <일>의고통과 어머니 노릇을 하는 피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거기다 부권제 문화의 질서는 모든 창조를 여성에게 금지하고,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여성을 출산이라고 부르는 것에만 가두어 놓았다.  - P111

무의식적인 여성 차별적 이데올로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있다. 이 이데올로기는 언어에 의해 전파된다. 그것은 현재 상황을 존속시키기 위해 문화의 어리석음을 믿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단지 자연에 의해 주어진 사실이 아닌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순수한 경제주의 아래 행해지는 분업의 사회적 도식에 다름 아니다. - P121

여성 차별은 가장 무의식적인 인종주의이다 - P122

여성에게 열려진 지위, 여성이라는 사실이 직업 자격을 얻을 때 제동을 건다. 압도적인 대다수 여성은 대부분 자격이 필요 없는 분야의 일에 취업한다. 가장 고도의 자격에 도달하는 여성은 드물며, 어떤 자는 그것을 위해 매우 높은 대가를 지불한다. 즉, 높은 지위를얻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매춘에 응한다든가 혹은 이런저런일들을 하는데, 어울리기 위해 여성으로서의 특성을 포기하는 것이다(이런 경우 그녀들은 이미 여성으로서 그 일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123

컴퓨터(l‘ordinateur)는 물론 남성 명사이고, 타자기(lamachine à écrire)는 여성 명사이다. 가치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히 남성형이다. 다시 한번 예를 들면, (남성형인) 비행기 (un avion)는 여성형인 자동차(une voiture) 보다 우월하며, (남성형의) 콩코드(le Concorde)는 말할 것도 없고, (남성형의)보잉기(le Boeing)는 (여성형의) 카라벨(la Caravelle)보다 우수하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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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거나 장애를 가진 동물들은 안락사가 필요할거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나도 그런 동물들이 무리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어떤 식으로든 도태될꺼라고 믿었다. 심지어 동물행동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사례들이 최근에 무수히 발견되고 있다니 인간중심적,비장애중심적 사고방식의 단순함과 위험성을 깨닫게한다.





예를 들어 실버백 고릴라는 나이가 많거나 병들었거나 장애를 가진 동료가 따라올 수 있도록 무리의 전진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나 이리 같은 종들 역시유사했다. 

북부 케냐에 위치한 삼부루 야생동물보호지구 SamburuReserve에 사는 코끼리 바빌Babyl 같은 동물은 어떻게 봐야 할까?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Marc Bekoff에 따르면, 바빌은 "불구였고"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지만, 바빌 무리는 바빌을 뒤로한 채 가는 대신 기다려주었다. 

코끼리 전문가 이안 더글러스-해밀턴Iain Douglas-Hamilton은 베코프에게 이코끼리들이 수년간 이런 행동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항상 바빌을 기다려주고 한동안 걸어가다가 바빌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빌의상태에 따라 코끼리 무리는 앞으로 나아가거나 기다리거나 했다".때때로 무리의 암컷 우두머리matriarch는 바빌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했다. 베코프는 바빌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이 왜 이런식으로 행동하는지 물었다. 그렇게 해야 할 실용적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바빌이 그들을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있는데도 말이다." 

베코프와 동료들이 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결론은 다른 코끼리들이 바빌을 배려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동물들이 직계 가족이 아닌 동료를 그런 식으로 배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그리고 급진적인) 만큼, 비판적 장애학의관점에서 바빌이 무리에서 어떤 유용한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장애를 단순한결함이나 제약으로 이해할 때 인식하기 어려운 점이다. - P75

동물 세계에서 장애를 가진 동물의 생존과 적응, 그리고그런 동물들에 대한 배려의 예는 코끼리나 영장류, 포유류에만한정되지 않는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큰 복서견박스Baks 를 떠올려보자. 네 살 먹은 거위 보텀스Bottoms는 인간이 유도하지도않았는데 주변에서 이 개를 인도했다. 자기 목을 이용해 개에게달라붙거나 울음소리를 내면서 보텀스는 안내 거위 guide-goose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이런 예들은 확실히 인터넷에서 인기를끌 만한 감동적인 반려자 이야기지만, 동시에 공감 능력, 취약성, 상호의존, 적응 그리고 동물들의 경험에 관해 중대한 물음들을 제기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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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28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물의 안락사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
고통의 경감 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잘읽었습니다.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2-05-28 19:14   좋아요 4 | URL
저도요! 장애인등 약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인식이 깔려있는것 같아요. 편견이 깨지는 경험은 늘 놀랍지만 신선하네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Meta4 2022-05-28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짐승만도 못하다라는 말이 그냥 툭 튀어나오는 욕인 줄 알았더니 입증된 셈이네요.

미미 2022-05-28 21:41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갖가지 프레임을 씌워 혐오조장하는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좋겠어요.

기억의집 2022-05-29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구독하는 우동고라는 분이 길고양이 돌봄 하시는 분인데 이 분이 밥 주는 곳에 뒷다리가 잘린 검정 고양이가 있는데 그 고양이 옆에 언제나 얼룩 고양이 한마리가 지켜주더라구요. 이름이 봄,나물이라 지으셨는데… 동물의 세계도 우리가 알기 시작한 게 백년 좀 넘으니깐 .. 다 알지 못하는 세계인 것 같아요. 저는 고양이가 서로 의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봄나물 같은 경우가 있다는 것 보고 놀랬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데려오려 했는데… 얼마전에 우동고님이 봄나물이 작년 가을부터 안 보여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고 영상 올렸더군요….

Meta4 2022-05-29 06:37   좋아요 2 | URL
고양이 울음은 아이 거의 울음소리라, 힘들어요. (그만 쓸까, 하다가) 앵무새처럼, 너무 가까이서 이탈한 영혼 같아요, 그래서 무서워요. 그 녀석들이 견지하는 거리 많이 배웠지만, 그래서 무서워요.

미미 2022-05-29 09:58   좋아요 3 | URL
기억의집님은 직접 이런 사례를 보셨군요! 저도 특히 길고양이들은 영역다툼이 심하다고만, 그러니 약한 개체는 더 취약할꺼라고 생각했어요. 길냥이들은 평균수명이 2년 즈음이라고 들었던거같아요ㅠㅠ
우동고님 영상 찾아볼께요!!

미미 2022-05-29 10:01   좋아요 3 | URL
Meta4/ 아이 울음 소리랑 비슷하게 들리기도하죠. 제 친구는 강아지,고양이 다 무서워하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5-29 1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어말고도 온갖 것들로 소통하는 인간들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데 하물며 동물에 대해 단정한다는 것은 더 아닌것 같아요
인용해주신 문장들이 새로워요~~

미미 2022-05-29 12:31   좋아요 3 | URL
네 페넬로페님~♡ 저자는 이런 사실들을 통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꿀 가능성을 본듯해요^^

새파랑 2022-05-29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물보다 못한 사람이란게 정말 그냥 나온 말이 아니네요 ㅜㅜ 역시 코끼리가 👍 네요 ㅋ 제가 🐘 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

미미 2022-05-29 12:34   좋아요 3 | URL
ㅋㅋㅋ동물들은 이런부분에서 더 냉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찾으려하지 않아서 그런거였나봐요^^

scott 2022-05-30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물의 안락사 ㅜ.ㅜ

실제로 가장 많은 병을 앓고 있는 동물들은
사육사들이 돌보는
동물원이라고 합니다 ㅠ,ㅠ

미미 2022-05-30 11:40   좋아요 2 | URL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동물원도 종종 안좋은일로 뉴스에 나오고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동물들을 평생 한곳에 가둬두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것 이상이겠죠?ㅠ.ㅠ

건수하 2022-05-30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물의 공감능력과 상호의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깊은 인상을 받는 것 같아요.
저도 동물과 함께 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그 개체 한정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른 동물들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가까이서 관찰하지 않으면 잘 알기 어렵지만요..

동물도 사람도, 마음을 열고 보려고 해야 더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미 2022-05-30 12:26   좋아요 2 | URL
개체를 뛰어넘는다는건 개체를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같고 그것이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겠죠? 우리는 나와 다른것에 너무 예민하고 때로 폭력적인것 같아요.

수하님 마지막 말씀에 공감,감동입니다~♡

mini74 2022-05-31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시선에서 그런 동물들이 육식동물에 먼저 희생되면서 다른 무리들을 도외준다는 식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와 대비돼서 아주 기분나빴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식의 도움이 되려 태어나는 생명이 어디있을까요 ㅠㅠ 사례들이 너무 뭉클합니다 ㅠㅠ

미미 2022-05-31 12:16   좋아요 1 | URL
아!!! <동물의 왕국>같은 프로도 그런 식의 해석을 할때가 있어서 못보겠더라구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사례들을 읽으며 인간중심사고방식의 한계를 새삼 느꼈어요ㅠㅠ
 

바다가 그리워서 책을 잔뜩 산거라고 해두자.
바다가 그리워 구입해 벽에 건 패브릭 포스터.
나머지 바다 포스터는 눈여겨 보는 중.
바다가 그리운 마당에 귀에 밟히는 노래 두곡.
사진에는 안 넣었는데 선물 받은 책들도 있어요~♡감사해요♡

















마치 나를 위해 만든 듯한 아이마스크 ~♡ 나랑 찰떡 궁합 알라딘 고마워요!!















내가 원하는 서재 분위기! 물건이 없어 오히려 가득찬 느낌~♡





















  


  


  


  


  


  


 




4월에 받은 당첨금 쓰고 중고로 구할 수 있는건 모두 찾아 구입했어요. 이제 사야 할 책들을 다 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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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5-25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바다 패브릭 멋지네요. 저도 하나 데려와야겠어요. 바다보다 더 좋은 미미님 책탑!

미미 2022-05-25 19:38   좋아요 3 | URL
근사하죠 프레이야님*^^* 방에 들어서면 휴양지에 들어선듯한 착각이 듭니다ㅎㅎ책탑 배불러요ㅎㅎ

mini74 2022-05-25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바다가 밀려오는 거 같아요 *^^*
미미님 책탑!! ㅎㅎㅎ이유도 낭만적이네요.
바다가 그리워서 ~~~

미미 2022-05-25 20:02   좋아요 3 | URL
뭔가 적당한 이유가 필요한 높이인거 같아서요^^;; 날잡아
바다보러 가고싶어요 미니님~♡

건수하 2022-05-25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야 할 책들을 다 산 느낌!!
그럴리가요…. :)

책 쇼핑은 계속된다~~

미미 2022-05-25 20:30   좋아요 3 | URL
일단 지금 이순간만요ㅋㅋㅋㅋ수하님 저 <노란들판의 꿈>중고로 구했어요! ^^*

건수하 2022-05-25 20:31   좋아요 2 | URL
꺄~ 잘 하셨어요 ^^!!

가필드 2022-05-25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미님 책방 넘 이뻐요 카페같아요
책 19권인가요 밥은 먹어 배가 부르지만 안먹어도 배부르죠 책순이들에게는 ^^🤗

미미 2022-05-25 21:10   좋아요 3 | URL
가필드님~♡ 책방이 너무 정리가 안돼서 침실에서 찍었어요😅 맞아요!! 보기만해도 기분좋고 든든해져서 자꾸만 사게되나봐요ㅎㅎ🤗

persona 2022-05-25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이 너무나 아름다운데요!

미미 2022-05-25 21:31   좋아요 3 | URL
그쵸! 저 집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가 있을것 같아요*^^*

persona 2022-05-25 22:31   좋아요 3 | URL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이 부럽지 않으실 것 같아요!^^

미미 2022-05-25 22:49   좋아요 1 | URL
오 페르소나님~♡ 검색해보니 어제 본 그림 중에 있었어요!!
그래도 페르소나님의 그림은 항상 부럽습니다😄

수이 2022-05-25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은 언제나 아름답죠 :)

미미 2022-05-25 21:32   좋아요 2 | URL
네~♡ 책탑은 언제나 옳고요!!ㅎㅎ

페넬로페 2022-05-25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그리워 책을 산 미미님!
그래서 멋져요~~

미미 2022-05-25 21:34   좋아요 3 | URL
바다 보고싶은 마음도 위로해주는 책들 입니다 페넬로페님♡^^♡

Yeagene 2022-05-25 2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패브릭 포스터 멋져요!
책도 그렇고 멋진 것만 사는 미미님♡

미미 2022-05-25 22:18   좋아요 3 | URL
한참 고르고 고른건데 감사해요 예진님♡^^♡ 책 빼고는 뭘 사려면 검색할때 어깨가 쑤시더라구요ㅎㅎ

책읽는나무 2022-05-25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벽지색과 넘 잘 어울리는 바다 그림 패브릭!!!
옴마...넘 멋지잖아요??^^
책탑도 써핑 한 판 타도 될 듯한 높은 파도 같군요~^^
안그래도 뒷베란다에 블라인드가 없어서 햇볕이 넘 뜨거워 커텐을 달아야할 것 같은데 와...저 패브릭 하나면 너무나 낭만적인 햇빛 가리개가 될 것 같군요. 당장 알아보러 가야겠어요!!!!^^

미미 2022-05-25 22:24   좋아요 3 | URL
나무님 책탑에 어쩜 그런 표현을~♡♡ 감사해요ㅎㅎ
거의다 예쁜 디자인들이라 고르기 힘들었어요ㅠㅇㅠ 쿠*에서 구입했는데 햇빛가리기에도 안성마춤일듯해요! 쨍쨍한 날일수록 파도가 넘실대겠죠?*^^*

라파엘 2022-05-25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다 포스터 잘 구매하셨네요!! 정말 멋져요 😃

미미 2022-05-25 22:25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 칭찬해주시니 으쓱으쓱입니다🤭 보기만해도 기분이 시원해져요!!ㅎㅎ

새파랑 2022-05-25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바다가 정답입니다~!! 책탑이 어마어마하네요~!! 집이 타히티의 바닷가 호텔 느낌이 납니다 ^^

미미 2022-05-25 22:51   좋아요 3 | URL
그쵸!!ㅎㅎ문을 열면 바다냄새가 훅 들어오고 갈매기가 몇마리 울며 날아가고요*^^*

공쟝쟝 2022-05-25 2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저 천 패브릭 너무… 알흠답다아아아아😮

미미 2022-05-25 23:10   좋아요 3 | URL
귀여우신 쟝쟝님~^^♡ 전부터 하나 벽에 걸고 싶었는데 요즘 아무래도 코로나 거치며 많이들 찾는지 종류도 사이즈도 훨 다양해졌어요ㅎㅎ😉

거리의화가 2022-05-26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패브릭 포스터 예뻐요~ 여름 분위기 물씬납니다. 화사함을 더해주는듯~
책탑! 다양하게 잘 구비하신 것 같아요^^ㅎㅎㅎ

미미 2022-05-26 09:21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올여름은 이렇게 해변에서ㅋㅋㅋㅋ 이번달은 책을 좀 많이 사두었어요 *^^*

다락방 2022-05-2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야할 책들을 다 사도 또 사야할 책들이 생깁니다, 미미님. 물론 이미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요 ㅋㅋ
저도 방금 책 질렀어요. 지르면서 ‘아아 그만해 미친거야 나는!!‘ 했는데, 여기에 오니 이만큼 지른 미미님이 계셔서 마음에 안정잉 찾아옵니다.
그나저나, 데리다.. 가 눈에 띄네요? 껄껄.
저도 산 모든 책들이 도착하면 인증하겠습니다. 아마도 주말은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에휴.. 책탑.. 어쩌죠. 보관할 장소도 없는데.. 하하하하하

미미 2022-05-26 09:54   좋아요 1 | URL
아아 다락방님~♡
이거면 이제 충분할것 같은데, 더이상 필요한 책이 없는 기분인데 늘 반복이예요ㅋㅋㅋㅋ
데리다 한 권 더 있는데 그것포함 두 권정도 사진에서 누락됐어요ㅠㅠ
다락방님 인증샷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도 책장하나 더 사야 하는데 둘곳이 없네요😭

coolcat329 2022-05-26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화끈하게 구매하셨네요. 책들이 하나같이 다 진지하고 공부하는 사람의 책들이네요.
근데 미미님 방인가요? 시원해 보여서 바닷가 앞 펜션같아요.

미미 2022-05-26 18:20   좋아요 2 | URL
4,5번 사진 말씀이시죠? 아 쿨캣님 제 방이 아니예요😭
언젠가 제 방이 되도록 계속 저 사진을 봐야겠어요ㅎㅎ
‘공부하는 사람의 책‘표현이 맘에 쏙듭니다~^^♡

건수하 2022-05-27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패브릭 포스터 폰으로 볼 땐 몰랐는데 컴퓨터로 보니 (크게 보니) 넘 예쁩니다 ^^
벽 색깔과 잘 어울려요.

5번 방처럼 휑한 공간이 있으면 좋으련만... 책을 많이 갖고 있어도 저런 공간이 가능한걸까요? ^^;

미미 2022-05-27 11:02   좋아요 3 | URL
네 수하님~♡ 예쁜 풍경이 많아서 고르기 쉽지 않았어요^^*

저도 그래서 몇년간은 열심히 읽고 이후부터 100권 이내로 줄여보려고요. 그땐 재독하고 싶은 책들만 남겨서 저런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ㅎㅎ

건수하 2022-05-27 11:29   좋아요 2 | URL
그럴 수 있음 좋겠어요 ^^ 저는 열심히
읽고 있지 못하니 미미님 성공을 빌며 본받도록 하겠습니다~!!

scott 2022-06-01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서재방
문을 열면 바다의 향기가 솔솔 들어 오는 곳이라면
진정한 천국!

미미님 유월은 산이 그리워!서
🖐권만 구입 하실 것 같습니다

2022년 상반기 책탑!
현재 진행중 ~
■■■■■□98%

미미 2022-06-01 17:24   좋아요 2 | URL
이런 천국같은 풍경이라면 너무 예뻐서
정작 책은 안읽을것 같아요
달려 나가야 할 듯한?ㅎㅎ

6월은 산!!😆👍🏕
그런데 책 놓을 자리가 이제
없습니다 📚 😭

그레이스 2022-06-04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이제야 봤네요^^
너무 예뻐요
하나 걸고 싶지만 걸데가 없다는...
저렇게 빈벽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

미미 2022-06-04 11:5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ㅋㅋㅋㅋ
그레이스님의 여유있는 벽은 책이 차지했을것 같아요~♡ 그럼 효과는 동일하지 않을까요*^^*
 

1636년 이래 일본 정부는 시마바라 내란에 포르투갈인이 관계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통상을 완전히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마카오에서 일본 근해에 이르는 해상에서는 신교도 국가인 영국과 네덜란드의 군함이 출몰하여 우리 상선에 포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 P22

이노우에라는 이름을 저희가 들은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발리나노 신부님은 이에 덧붙여서, 그 사람에 비하면 전에 나가사키 부교로서 많은 가톨릭 신도들을 학살한 다케나카 같은 사람은 단순히 흉포하고 무지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에 상륙한 뒤 혹시 만날지도 모를 이 일본인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저희는 익숙지 않은 발음으로 그의 이름을 입속에서 되풀이했습니다. - P24

출발은 드디어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자의 마음 외에는 일본에 가지고 갈 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저희는 마음 정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의 일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습니다. 가련하고 불쌍한 그였지만, 저희의 동료를 위해 하나님은 결국 병의 회복‘ 이라는 기쁨은 내려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루시는 일은 모두 선한 일. 그가 머지않아 이루어야 할 그 사명을, 하나님은 은밀히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 P36

모키치나 이치소우도 그렇고 저 노인도 그렇고, 거의 인형처럼 표정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쓴 대로입니다만, 그 이유를 이제야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기쁨은 물론 슬픔조차도 얼굴에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랜 비밀 생활이 이 신도들의 얼굴을가면처럼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와 같은 고난을 신도들에게 주시는지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 P53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는 일은쉽지만, 비참한 것이나 부패한 것들을 위해 죽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저는 그날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 P60

일본인 농민들은 무엇에 굶주려 있었던가? 소나 말처럼 일에 혹사당하고 소나 말처럼죽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사람들은 그 족쇄를 버릴 수 있는 새로운 한 길을 저희의 가르침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불교의 중들은 그들을 소처럼 취급하는 자들의 편이었습니다. 그래서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삶이 다만 체념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P68

‘그런데 나는 왜 이처럼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일까.‘ 아마 그분의 얼굴 모습이 성경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성경에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그분의 얼굴을 제 상상력에 맡겨어린 시절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 얼굴을 마치 연인의 얼굴 모습을 미화하듯이 가슴속에 간직했던 것입니다. 신학생 시절수도원에 있을 때, 저는 잠들 수 없는 밤이면 언제나 그 아름다운얼굴을 마음속에 떠올렸습니다.  - P69

우선 당신은 이곳 농민들이 포르투갈의 변두리 지방에서 볼 수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비참하다는 사실을아셔야 합니다. 부유한 농민이라 할지라도 일본 상류 계급이 먹는쌀을 1년에 두 번 입에 넣을 수 있을 뿐입니다. 대개 토란과 무 같은야채 따위를 주로 먹으며 음료는 물을 따뜻하게 끓여서 마십니다.
때로는 풀과 나무의 뿌리를 캐 먹는 일도 있습니다.  - P75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그러고 나서 그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제게 보내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듣고 흘려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겁쟁이의 이 한탄이 어째서 예리한 바늘이 되어 제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것인지요? 하나님은 무엇때문에 이들 비참한 농민들에게, 이 일본인들에게 박해와 고문이라는 시련을 주시는지요? - P86

십자가 모양으로 만든 두 개의 나무가 파도가 밀리는 물가에 세워졌습니다. 거기에 이치소우와 모키치가 묶이는 것입니다. 밤이되어 조수가 밀려오면 두 사람의 몸은 목까지 바다에 잠기게 되겠지요.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바로 죽지 않고 이틀이나 사흘이 지나, 육체도 마음도 극도로 지쳐 버렸을 때 결국 숨이 끊기게 되겠지요. 그러한 오랜 시간의 고통을 도모기 부락민이나 다른 농민들에게 실컷 보임으로써 그들이 두 번 다시 가톨릭교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리들이 노리는 바입니다. 모키치와 이치소우가 나 - P90

신음소리는 때때로 도중에 끊겼습니다. 모키치는 어제와는 달리,
이제는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노래를 부를 기력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 소리는 도중에 끊겼고, 한 시간쯤 지나면 다시 바람에 흘러이쪽 부락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짐승이 우는 듯한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농민들은 온몸을 떨면서 울었습니다. 오후가 되어 또다시 조수가 조금씩 밀려들자 바다는 그 검고 차디찬 빛을 더해 가고나무기둥은 그 속에 차츰 가라앉아 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얗게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때때로 나무기둥을 넘어 해변까지 부딪쳐밀려오고, 한 마리 새가 바다에 거의 닿을 듯이 살짝 스치며 멀리날아갔습니다. 이것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 P92

저는 오랫동안성인전(聖人傳)에 쓰인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 P93

발리냐노 신부가 악마로 부르고 선교사들을 계속해서 배교하도록 한 이노우에를 그는 오늘까지 창백하고 음험한 얼굴을 지닌 남자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눈앞에는 사물에 대한 이해심이 넓을 것 같은 온화한 인물이앉아 있다. - P173

매력이 있는 것,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구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색 바랜 누더기처럼 되어 버린 인간과 인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신부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기치지로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그리스도의 얼굴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그분이 그맑고 다정한 눈으로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았을 때, 신부는 오늘의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 P181

연민은 결코 행위가 아니었다. 사랑도 아니었다. 연민은 정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신학교의 딱딱한 의자에서 이미 훨씬 전부터 배웠지만, 그것은 책 속의 지식으로만 머물러 있을뿐이었다. - P212

달이 차츰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갔다. 옥사 뒤에 있는 잡목림에서 산비둘기와 올빼미가 서로 어울려 매일 밤 같은 소리로 울었다.
그 잡목림 위에 걸린 보름달이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색을 띠고 검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숨바꼭질을 했다.  - P213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겠다고 신부는 단단히 결심했다. 나귀에태워져 자기는 지금 나가사키의 거리를 걷는다. 나귀에 태워져 그분도 예루살렘 거리에 들어섰다. 치욕과 모멸을 견디는 얼굴이 인간의 표정 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준 사람은바로 그분이다. 자신도 최후까지 이 표정을 지니고 싶다. 오로지 이얼굴이 이방인 가운데서의 그리스도교인의 얼굴일 것이라고 신부는 생각했다. - P244

인간이 성경 속에 쓰인 신비를 모두 이해할 수는없다. 다만 신부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모두 다 완전히 알고싶었을 뿐이다. "오늘 밤 너는 반드시 배교할 것이다"라고 통역은자신 있게 말했다. 마치 베드로를 향해 그분이 말한 것처럼, "오늘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새벽은 아직 멀고닭이 울 시각은 아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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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5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네요. 역시원조 독서 기계~!!

미미 2022-05-25 11:36   좋아요 2 | URL
ㅋㅋㅋ지금 리뷰 쓰고 있어요^^*

mini74 2022-05-25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종교관련해서 깊은 성찰과 물음을 주는 글 참 잘 쓰시는거같아요. 깊은 강도 그렇고 침묵도 그렇고. 실제론 짓궂은 장난 잘치는 유쾌한 분이시라던데 ㅎㅎ

미미 2022-05-25 11:39   좋아요 1 | URL
어머 그래요? 의외네요!
왜이제야 읽었나 싶어요. 깊은강도 봐야겠네요!! 선물도 하려고요^^*
 

오늘은 5.18이다.

박완서의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화자는 아들을 잃었다. 친구들은 주인공 처지를 생각해 동창아들 출세한 얘기 따위에는 입조심을 했다. 결혼식 같은경사에서 주인공의 눈치를 봤다. 주인공은 그들이 부럽지 않다고, 자기 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죽었다고, 고귀한 죽음이었다고 믿으며 세월을 견딘다. 그랬던 주인공이 한 동창네 집에 간 날 무너졌다. 동창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뇌와 척추를 다쳤다. 치매까지 겹쳤다. 꼼짝없이 누워 지냈다. 주인공을 이 동창네로 데려간 친구는‘죽는 게 차라리 나은 상태인 동창의 아들을 보며 주인공이 위로 받길 기대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아들의 몸을 돌돌 굴려줘야 그나마 욕창을 막을 수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 말고 다른 손길은 거부한다. 주인공은 동창이부러워서 통곡한다
"인물이나 출세나 건강이나 그런 것 말고 다만 볼 수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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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9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컥하게 되네요.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부모 마음 ㅠㅠ

미미 2022-05-19 17:14   좋아요 2 | URL
저도 예상밖이어서 읽다가 눈물이ㅠㅠ 박완서 작가님이 정곡을 찔러주었네요. 마침5.18 이어서 나누고싶었어요~♡

페크pek0501 2022-05-24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읽었던 기억이 나요. 반전이었죠. 사람 구실을 못하는 아들을 둔 친구가 가여운 게 아니라 무지 부러웠다는...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엄마의 손길만 찾는 그 아들이 있어 친구가 행복해 보였고요. 슬픈 이야기예요.

미미 2022-05-24 18:06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이 소설 읽어보셨군요! 이 대목 읽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지와 섣부름도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저도 꼭 읽어보고싶은 작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