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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님 책.
빠짐없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권 보았지만 볼때마다 좋다.
오랫만에 책장에서 지난 책들도 꺼내봐야겠다.
이 책은 그동안 발표한 글들 중 추려서 출판한 책이다.
빠짐없이 읽은 독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나처럼 간간이 읽은 독자에게는 의미가 있다.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 있었다면 바로..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라는 글이었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욕심이 나지 않을수가 없는데 박완서 작가님은 마음을 참 잘 다스렸구나 싶었다.
본문을 조금 옮겨보자면....
아닌게 아니라 내 애들 중 예능 방면의 천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부모를 알량하게 만나 묻혀있는게 아닌가 싶은 두려움이 간혹 들긴 하지만 이 다음에 '큰소리' 치기 위해 지나친 극성을 떨 생각은 아예 없다. 아이들의 책가방은 무겁다. 그러나 단순히 책가방의 무게만으로 한창 나이의 아이들의 어깨가 그렇게 축 처진 것일까? 부모들의 지나친 사랑, 지나친 극성이 책가방의 몇배의 무게로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거나 아닐지.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뿐이다.
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 모녀끼리의 눈치로, 어느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가는 들국화 비슷한 홀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파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의 닮음, 소망의 냄새를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주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