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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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그 땐 몰랐었지! "숲사람"으로서 살 수 있도록 인생의 물줄기를 틀어 놓을 생각조차 못했던 FM범생이라니! 아쉽다 못해서 질투한다. "숲사람"들을. 『나무의 시간』(김민식, 2019)과 『나무의 모험』(맥스 애덤스, 2019) 덕분에 든 감정이다. 



 『나무의 시간』과 『나무의 모험』. 각각 한국의 "나무 보헤미안"이라는 내촌목공소 대표 김민식과 영국의 고고학자 맥스 아담스(Max Adams)가 썼다. 직업, 국적 그리고 재주가 판이한 두 사람인데, 어찌 그 성품의 대범함과 가공하지 않은 겸손함이 공명하는지 "숲사람"의 공통점인가 싶었다. 혹시라도 두 작가가 한 자리에 만난다면, 그 대화 자체가 바로 책이 되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9년 여름, 『나무의 시간』과 『나무의 모험』에 얼마나 큰 영감과 위안을 받았는지, 마치 48시간 내내 에어컨 냉기에 곱아있던 피부 감각이 비온 직후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에 되살아난 듯 하다. 이 두 작가는 나무와 숲을 대상으로서 낭만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숲 사이의 공존과 순환의 원리를 겸허히 인정하고 생명의 원천으로서 숲의 가치를 세상에 전해왔다. 山이 좋다며 목숨 걸고 산에 오르거나 아예 숲으로 은둔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민식과 맥스 아담스는 소위 세속적인 명예와 부도 확보하면서도 숲의 전령으로서 양 세계 넘나들기에도 성공한 듯 보인다.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으리!




"나무"를 분모 삼는 책 제목만큼이나, 두 작가의 성품이나 지향에도 공통점이 보인다. 다른 점을 굳이 집어내 본다면 김민식은 나무를 "경재제"로, 즉 자원으로 활용할 고마운 수단으로서 보는 시각이 강하고도 행간에 "(내촌목공소) 나무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장인 정신을 보인다. 반면, 맥스 아담스는 학자적 성향이 강하고 "숲"을 키워드로 세상 근간에 변혁을 일으키켜는 사회운동가 같다고나 할까? 맥스 아담스는 16만 제곱미터 면적의 삼림지를 가꾸며, 나무를 직접 깎고 다듬어 가구와 도구를 만들고 숯으로 만들어 판매도 한다. 실은 『나무의 모험』이 고고학자인 작가의 전문가적 식견이 반영된 학술서 일 거라 생각했다가, 맥스 애덤스가 울타리를 새로 고치거나 갈이 틀로 탁자를 만드는 소소해 보이는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와서 의아했다. 의아함은 책의 마지막 장인 "Lesson 12 나무의 내일"에서 해소되는데, 그의 주장은 잘 보여주는 문단을 옮겨본다. 

나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중략)... 숲이 돈이 되면 숲의 생존이 보장된다. 나무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보지 못하고 나무의 경제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감상적으로만 나무를 대하고 숲을 갈아엎어 특용 작물을 기르거나 초원으로 바꾸려고 하는 순간, 숲의 운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며 펄프가 된 나무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말자.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것이다. [나무의 모험] 345쪽


나무를 더 많이 심고, 활용하는 것은 인간의 경제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무, 즉 숲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깊은 속뜻이 느껴진다. 아담 애덤스는 말뿐이 숲사랑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서의 실천도 병행하는데, 자국인 영국뿐 아니라 세계에 숲과 정원 조성하는 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숲속에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현명한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개개인의 자연친화성을 일깨우는 이상으로 국가가 현실적인 유인책과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즉 "숲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자연으로의 자폐적 은둔이나 낭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운동과 동의어가 되려면 개개인의 각성 이전에 위정자의 시야가 근본적으로 트여야 한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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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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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M. 토마스를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로 처음 만났고, 한국에서는 생뚱맞게 『슬픈 칼라하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 The Old Way 』 덕분에 더 가까워졌다. 내게 그녀는, 칼라하리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1950년대에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지낸 행운의 인류학자이다. 그런데 위키피디아 및 출판계에서 그녀를 "동물" 전문 작가로 강조하기에 의아했다.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원제: Tamed & Untamed)』을 읽고 나서야 수긍한다. 이처럼 동물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분이시라면!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자신만큼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 몽고메리와 만나서 단박에 친구가 된 이후, 함께 책까지 내었다. 바로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인데, 읽다 보면 엘리자베스 토마스가 나와는 꿈에서라도 친해지기 어렵겠구나를 절망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나는 햇볕 쨍한 날 보도블록까지 진출한 지렁이를 화단 흙으로 옮겨주기는 하지만, 보도블록 위 비둘기를 보면 두려워서(솔직히 혐오스러워서) 걸음을 멈춘다. 동물원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파충류관'에는 여간해서 발길 향하지 않는다. 평소 우호적으로 대해온 이웃사촌이 기르던 동물을 더 이상 기르기 싫다고 집 밖으로 방출했음을 알고 난 후, 엘리자베스 M. 토마스가 그녀를 차갑게 대했다는 일화를 읽고 든 생각이다.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나처럼 동물에 편견 심한 부류를 '인간중심주의'에 찌들었다 볼 수 있듯, 내게는 사이 몽고메리나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동물 사랑을 시늉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두 작가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게는 수행불가의 영역이므로.


Sy Montgomery (좌) & Elizabeth M. Thomas (우) // 사진 Steve Curwood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자신의 반려묘가 기절시킨 쥐를 냉장고 밑에서 발견하자 그 쥐를 길들이기로 마음 먹고 쥐에게 쉴 곳과 먹이, 나아가 친구 되자는 "호의"까지 제공한다. 자신의 애창곡 "The Lion Sleeps Tonight"에 맞춰 춤도 유황앵무 'Snowball'과 추고 반려견과 "짖음 이중창"을 부르기도 한다. 18,000여 마리 뱀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옷소매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뱀에게 "환영해 주니 영광"이라며 고마워한다.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지행일치격 동물사랑은 경탄스럽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녀가 4차원 별세계 사람이라는 확신을 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자신의 집 근처에 온 곰에게 "돌아가라고 부탁하자 (곰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220쪽)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곰이 부탁을 들어주었다니!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는 여러 대목에서 유발 하라리의 『 Sapiens 』를 떠올리게 했다. 두 책 모두 인간은 그 종, Homo Sapiens만 대단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오만을 범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동물 역시 감정, 지능, 고통에 대한 감각을 지닌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인간이) 무관심하다고 개탄한다. 동물에게는 'she'나 'he'가 아닌, 'It'만 주어로 쓴다는 영문법 책을 생각해보라! 또한 인간에게는 '(학습, 언어, 공감 등등) 능력'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인간 아닌 동물에게는 '본능'이라는 표현으로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해 버리지 않는가!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에 많은 경이로운 예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벌새의 심장 박동이 1분 최대 1,500회에 이르며 하루 평균 1,500 송이 꽃에 들린다는 예가 가장 인상 깊다. 2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양 위를 나는 벌새의 최고 속도는 작은 몸집 대비 환산해보면 우주왕복선보다 빠르다고 한다. 이처럼 경이롭고 아름다운 동물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하거나, 그저 길들이려고만 들거나, 최악의 경우 학대한다. 나는 엘리자베스 M. 토마스나 사이 몽고메리가 최근 나온" 태국관광 코끼리 학대" 관련 기사를 읽고 얼마나 괴로워하고 분노했을지 가히 상상되었다. 

사이 몽고메리와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Avengers"영화에 등장하는 헤로인들, 즉 파괴된 것들을 복구, 회복시키려는 소수의 전사같다.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야생동물을 돕는 이유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기 때문이다."(241)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을 읽고 나면, 예전과 동물을 보는 눈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독수리가 "머리 위를 나는 호랑이"(171쪽)로, 벌새는 "깃털에 싸인 거품"(175쪽)로, 대왕문어는 "다정하고 친근한 그녀"(324쪽)으로 다가올지도......덕분에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동물로서의 인간이 다른 동물을 어떻게 더 이해하고 서로 길들이거나 길들이지 않으며 공존'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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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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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들어오자마자, 동네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걸어 놓았는데 히야! 3달을 기다려서야 내 손에 들어오다니! 불과 석 달 만에 책표지가 누덕해졌다. 얼굴 뾰루지 솟는 데는 무심해도 책 너덜거리는 데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로서는 일단 촉이 솟지만, 꾹꾹 누른다. 그만큼 김훈 작가님을 알아 모시는 애독자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으로.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다. 

[연필로 쓰기] 첫 페이지



故 올리버 색스, 故 이윤기, 故 장영희, 내촌목공소 김민식, 그리고 김훈, 내가 책 읽다가 흠뻑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들은 우연일까? 세상 살아오신 날들이 많거나 이미 세상을 뜨신 분들이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이들이 연륜에서 나온 사색의 힘을 보여주는 나이여서가 아니라 참으로 겸손하여 이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릇"이라는 작은 단어에 담을 수 없도록 정신은 높게 활공하는 데도 참으로 스스로 낮추시니 그 겸손함을 흠모하는 것 같다.


정작, 김 훈 선생님 소설을 안 읽었다. 『공터에서』가 유일하고 산문집도 『라면을 끓이며』만 읽었다, 어쩌다 온라인 신문 기사에 기고하신 글들은 찬찬히 읽었다. 그런데도 이 분을 감히 알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나는 김훈 작가가 무척 좋아진다. 좋아지는 이 마음을 어쩌기 어렵다. 1948년에 태어나 역사의 질곡을 보고 겪고 살아오신 어르신으로서도 좋고,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서도 존경스럽다. 감기 걸려 소아과 병원을 찾는 어린애를 살뜰히 살피는 젊은 엄마를 어여삐 보는 그 마음, '날 잡아봐라' 하듯 21세기형 춘향몽룡 놀이하는 젊은이들의 연애놀음에 흐뭇해하시는 그 마음도 고맙다.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 울컥, 눈물이 솟구쳤는데

이건 김 훈 작가님만이 부릴 수 있는 요술이다. 작가가 걸었던 남한산성, 일산 호수공원, 멀찌감치서 바라본 건져올려진 세월호,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수집했던 할매들, 상갓집의 친구들, 함께 만나고 본 것 같은 시간감이 느껴진다.


지난주 최대 수확이었던 올리버 색스 교수의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에서도 느꼈지만, 겸손하고 큰 분들이 어느 선에 오르면 다음 세대의 정신적 안녕을 걱정하시나 보다. 임종으로 향해 가던 병상에서도 올리버 색스 교수는 스마트폰 좀비가 되는 요즘 사람들을 가여워하고 안타까워했다. 김훈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페이지 곳곳에서 동물성을 잃어가는 전자회로 부품이 되어가는 젊은 사람들, 어린이들을 안타까워한다.


일흔이 넘으셨으니 이제 '할아버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분은 대신 살아 있는 순간순간 감각을 최대한 누리고 감사해한다. 오이지의 씹히는 맛, 자전거 라이드 길가에서 들이키는 냉면육수의 숭고함, 우륵과 황병기 선생님이 올려다보았을 별 밭 아래서의 겸허함, 감각으로 넘친다.

삶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덕분에 보는 것 같다.

고마운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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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업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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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unny Side Up』 이라. 노란 스마일리(Smiley) 아이콘 닮은 달걀요리가 떠오른다. 왠지 쾌할한 캐릭터가 '밝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겠거니 싶었다. 추측이 반쯤만 맞았다. 주인공 'Sunny'는 어리버리 미완의 어설픔이 되레 사랑스러워 보이는 소녀이지만 마음에 어두운 고민을 감추고 있으니까. 


https://www.bookbugkalamazoo.com/event/meet-jennifer-matthew-holm-kpl


뉴 베리 상(Newbery Honor Winning)을 세 번이나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그래픽 노블 첫 페이지를, 그녀의 친남동생 매튜 홀름은 하강하는 비행기 그림으로 꽉 채웠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 비치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소녀가 내린다. 마중나온 할아버지는 가슴팍 높이까지 자란 손녀, "Sunny"를 "큰 아기"라고 부르신다.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거야." 하며 환대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밝은데, 정작 'Sunny'의 표정은 뚱하기만 하다. 하긴, '55세 이상을 위한 은퇴자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10代'이니 친구들과 파자마파티 할 때의 표정이 나올리가 있나.


 

『Sunny Side Up』은 은퇴촌 방문객인 10대 소녀 'Sunny'의 느리게 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슨 연유인지 가족과 따로 혼자 플로리다를 방문해서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풀이 죽어 있고 언뜻 언뜻 우울해지는 'Sunny'. 은퇴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고양이를 찾아 드리고 받은 용돈으로 만화책 사서 읽을 때만 반짝 신나는 표정을 짓지만 Sunny의 얼굴은 순간 순간 어두워진다. '작은 소녀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느덧 소녀를 좋아하게 된 독자는 'Sunny'를 걱정하고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Sunny Side Up』에도 스포일러가 있다. 초등학교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Sunny'의 뒤편으로 긴 그림자가 보인다는 정도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Sunny Side Up』을 읽으며 어린 시절, 특히 감수성 예민했던 중학생 때 자주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시련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온다. 감당할 길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말했던 시련이란, 결국 성장기에 급증하는 몸무게나 선행학습해야했던 미적분의 난해함에 지나지 않았다니 이제와 생각하면 작은 시련일 수 밖에. 하늘이 꺼질 듯이 무거운 숨을 내쉬는 'Sunny'의 고민도 결국 3년, 5년, 50년 후에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로 남을 터이니.......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그래픽 노블, 특별히 자극적인 에피소드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도 없는데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이야기, 누군가가 겪었던 고민의 지나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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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경영 - 상 - 상위 1%를 위한 글로벌 교섭문화 백서
신성대 지음 / 동문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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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쪽인, 들고 읽다가는 손목을 시큰거리게 하는 두툼한 책을 킬킬, 큭큭거리며 다 읽었는데 왠걸, 마지막 문줄에 "하권에서 계속"!

와우! 알고보니 『품격경영』은 "상," "하" 두 권으로 같은 날 출간된 책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쓴 신성대라는 도대체 어떤 분? 고양이의 호기심이 발동해서 검색해보니, "동문선" 출판사 대표이자 "전통무예연구가"에,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컨설턴트"이기까지 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품격 매너 강연도 했다.

최근 몇년간 의전 싸구려 네임펜, 구겨진 태극기, 무개념 사적 취향의 브로치 등이 신문 기사 소재로 등장하던데 이 분 덕분이구나! 신성대 대표는 청와대측, 언론에 꾸준히 자신의 주장을 어필해왔다한다. "대한민국 국격을 나타내는 대통령님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핸드백 들고 정상회담 소파에 앉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잠옷 연상시키는 분홍색 캐주얼을 정장이라며 입고 순방외교 가시면 아니됩니다"라고.


읽다보면, 계속 빵빵 터지는 사례들이 줄지어 소개되어 킬킬거리다가도 뜨끄해진다. 나 역시 비웃음 당할만한 (글로벌) 매너 흑역사 꽤 길게 늘어지는 거 아닌가싶어서. 저자 신성대는 누구 눈치 보지 않는지 박근혜 전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까지 격하고도 신랄하게 지적한다. 사심에서가 아니라, 국격 높여주시라는 충언으로. 특히나 이렇게 콕 집어 지적당하지 않는 이상,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글로벌 에티켓들 정리해보자.

일반인보다도 특히 상위 1%에게 격하게 요구되는 (글로벌) 매너는



1. eye contact!

2. 협상, 대화시 몸짓 언어!

3. 테이블 매너! 특히 건배할 때 굴욕 굽신 자세는 NO!

4. 격식에 맞는 옷차림!

5. 놀 줄 알고, 문화 코드를 적절히 활용한 사교법!

6. 표정관리! 특히 "입 앙당물기" 사절!





Question] 서울지하철 광고판에 실린 "서울여자대학교 정시모집" 광고 이미지에서 '글로벌 매너' 정석에 어긋나는 부분을 찾아보면?



Question] 백안관 오찬 회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오바마 대통령 측 신체 언어의 큰 차이는?


신성대 저자는 566쪽 곳곳에서 "~~하면 아웃(out)," "어글리 코리안"이란 표현을 쓰는데, 그가 하는 지적에 뜨끔하지 않을 매너짱 "한국인" 많지는 않을 것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건배 제의하면 자연스레 허리가 굽신거려지고, 직위고하 떠나서 놀 자리에서는 우아하게 소셜댄스로 사교하는 여유를 아는 인사도 많지 않으니까. 예상했듯 신성대 저자에게 "왜 우리가 서구의 매너를 따라야만 하는가?"의 질문이 떨어지더라. 저자는 "글로벌 매너니까, 서양에서 온 거니까."라는 식으로 답하는데, 몰라서 "out"되는 것보다 잘 체화해서 "꿩 먹고 알 먹고"의 전략 삼는 게 좋겠다. 적어도 부제를 통해서도 강조하는 상위 1%(누굴까?)의 글로벌 무대 누빌 분들은......99%는 당장 (글로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존 매너부터 익히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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