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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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들리는 알라디너 이웃님 서재에서 "말하는 사람은 계속 말하고, 듣는 사람은 계속 듣기만 한다"는 지적을 읽었다. 뜨끔했다. 당신은 어느 쪽?  "책을 쓰는 사람은 계속 쓰고, 읽는 사람은 읽기만 한다"라고 말해도 될까? 매일 잠들기 전 읽던 책 덮기로써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가끔 "써볼까?"의 치기도 솟는다. 하지만 이내, 뼛속까지 작가인 사람들의 문장을 읽다보면 "나도??"의 경솔은 겸손히 가라앉는다. [살갗 아래]를 읽으면서 딱 그랬다. 


 

 [살갗 아래]의 원제는 Beneath the Skin, 제는 "Great Writers on the Body"이다. Skin을 '피부'가 아닌 '살갗'이라 했는데도 활자 느낌 알싸하게 톡 쏙다. 한국판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이다. "Great Writers"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증손녀, 가업을 이어 장의사 일을 하는 시인, 화가이자 시인도 있다. 이렇게 소개하니 "Great"인줄 잘 모르겠다. '맨부커상' 후보작이니 '서머싯모음 수상작' 등을 낸 작가들이라고 정보를 더하면, 그들의 클래스가 부각되겠다. 


15명의 작가가 몸의 부분, 15부분을 각각 맡아 썼다. 뇌, 피부, 폐, 대장, 피, 갑상선, 맹장 등이다. 출간 전, 작가마다 쓰고 싶은 몸의 부위에 대한 의견조율을 했을 것이다. 작가들 저마다 그 신체 부위에 얽힌 밀접한 사연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아닌가? 작가니까, 일단 소재가 주어지면 '나 아니면 못 나왔을 글' 수준으로 다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잠비아 출신의 시인인 카요 칭고니이는 "내 몸에 흐르던 것은 붉디붉은 수치심이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HIV로 부모를 잃고 일찍 고아가 된 자신이 대학시절 HIV 검사 받으며 경험했던 내적 변화를 묘사한다. 콩팥, "내밀한 윤리와 감정적 충동이 자리하는 양심의 상징"을 쓴 애니 프로이트(앞서 말한 그 그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증손녀)는 남편이 몇 년 전 악성종양으로 콩팥 수술 받았던 경험 때문에 글 소재로 콩팥을 택했다고 밝힌다. 대장, "가장 깊은 속내를 누구에게도 감출 수 없게 되었을 때"를 쓴 윌리엄 파인스 역시 힘든 자신의 투병 경험을 제목에 압축해냈다. 


그렇다고 이 에세이들이, 개인 차원의 경험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내는 수준에서 몸을 탐색하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생명, 존재의 신비 혹은 허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살갗 아래]의 서문에서 토마스 린치는 


우리는 전체이자 부분으로서, 한 종류의 일원이자 하나의 종류다. 부분은 전체의 본질에 관해 어느 정도 드러내 보여준다. 그렇기에 의사와 해부학자만큼이나 작가와 독자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고뇌를 치밀하게 보여주는 부분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을 수 있다. (22쪽)... 각각의 신체부위를 고찰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지적인 동물을 이해하고, 인간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서 잡다하지만 조금은 중요한 글들을 모아보았다. (23쪽)


이라고 이 책의 취지를 밝힌다.


 15편의 에세이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비슷하다. 각 작가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엮어 유려한 문체로 각 신체 부위를 묘사하지만, 15편의 글을 다 꿰어보면 "놀라우나 미지의 존재, 인간"이 떠오른다. 퀼트처럼. 인간이라는 종으로서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이 느껴진다. 아날로그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를 참 잘 뽑아낸 듯 하다. 동의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마스 린치, 살갗 아래, 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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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니컬 아트 그 꽃 - 계절을 걷다
김은정 외 지음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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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섬세하게 그리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세밀화"라고 알아온 장르, "보타니컬 아트"라 칭했다. 게다가 "Botanical Artists"에 "Korean Botanical Artists Association"도 있다. [보타니컬 아트 그 꽃]이라는 책 덕분에 처음 배운 몇 가지 사실이다. 이 협회 소속 대표 작가인 김은정, 김지영, 이영숙, 최지연이 의기투합하여 낸 이 책은 꽃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꽃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 이들이 환영할 책이다. 일종의 텍스트북으로서의 기초적 지식전달에 더해, 실전할 수 있는 활동지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프롤로그" 파트에서는 식물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 식물그림에 필요한 도구 및 재료와 그 관리법, 마지막으로 보타닉 아트의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이어 실전 연습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변화에 따라 이어진다. 예를 들어 봄꽃에는 진달래, 목련, 개나리, 애기똥풀 등 봄을 대표하는 꽃의 리스트가 올라있다. 각 꽃마다 학명, 그 꽃의 매력 및 특징,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 꽃을 그리는 데 필요한 색 차트 분석이 이뤄진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당 꽃을 그려내고 주의사항이 무엇인지도 깔끔하되 자세하게 정리해준다. 


나는 실은 [보타니컬 아트 그 꽃], 꽃 소개마다 등장하는 색 차트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물을 인지할 때 그 대상의 주조색이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관심 두어본 적도 없었던지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미술 비전공자로서 '척보면 착'하고 알 수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겠지만, 사물 구성의 색차트 뽑기 작업 굉장히 유용해 보인다. 






작가분들이 보타닉 아트하기 좋은 재료들을 각각 소개해주었는데, 내겐 오직 색연필뿐이다. 소심해서 따라 칠하기만 해도 손이 부들부들. 마음으로 그려야하는데 마음에 조바심이 가득하다. 수련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여백을 채우다 보면 봄날의 진달래가 내 손 끝에서 화사하게 펴겠지. 일기 대신 일주일에 꽃 한 개씩 완성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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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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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번 후회해 봤다. 일기장 구석구석을 오려낸 듯한 내밀한 문장들을 묶어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공개한 작가들을 은근히 비아냥거리고는 후회했다. '작가를 질투했니? 정작 책 한 권 쓸 깜냥 없으면서?' 비아냥을 자책하다 보면, 그 작가에게서 내 성향을 본다. '자기성찰성'으로 포장한 예민함, 사소한 순간에서 의미를 증폭시켜내고 주위 사람들도 같이 같은 방향 봐주기 종용하는 중심성. 그래서인지, 비슷한 성향 작가의 책을 읽으면 푹 빠지는 만큼 읽고 나서 그 책 표지를 유난히 매몰차게 덮는다. 


       


<Man Alive> 역시 비슷하다. 일단 시작했으니 100m 결승점을 찍겠다는 듯 내달려 읽었다. 독자 역시 엄청난 정신력 소모를 하게 하는 지독한 자기탐색의 책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Thomas Page McBee가 썼다. 이름이 긴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Page"라는 여자로 살아왔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Thomas라는 이름을 쓴다. "Twin"을 의미하기에 일부러 고른 이름이란다. 몸과 정체성이 쪼개지는 듯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과거의 자신, 자신을 쪼갠 아버지와의 관계, 예전의 자신과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 수술 이후의 자신을 연속선에서 같이 품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 같기도 하다. 


https://youtu.be/-i_30LFk5bc



<Man Alive>의 한국어판 부제는 "남자를 살아내다"인데, 원서 부제는 "A True Story of Violence, Forgiveness and Becoming a Man"이다. 그 삶을 살아보지 못한 독자로서 책을 다 읽고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 역시 "용서"였다. 맥피는 자신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버린 어떤 이를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한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 다른 면이 있지?'를 확인하고 싶어 친척집을 찾아 가문의 역사를 뒤질 정도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DNA검사를 통해 친부(biological paternity) 아님이 밝혀졌을 때도 여전히 연결성을 찾는다. 용서를 비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 않는 대신 속으로 말을 삼켰다. "나는 나보다 작은 것에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다." 이제는 늙고 초라해진 가해자(?), 아버지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맥피가 다른 경지의 화해, 용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트라우마가 그의 삶을 참 많이도 바꿔놨구나를 다시 상기시키기에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이다. 




"나는 나보다 작은 것에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다."만큼이나 울림 준 문장이 있었는데 맥피의 파트너가 한 말이다. 법적 이름뿐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급변하는 파트너, 다리털이 무성해지고 체취도 달라지고 이두박근 삼두박근 근육이 솟아나는 파트너에게 딱 지킬 수 있는만큼 약속한다. 


"난, 네가 너로 살아가는 데 결코 방해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른 건 전혀 약속할 수 없어."


So Cool! 그대들, 멋져 버렸어! 


그 어떤 보증수표 남발하는 약속보다 "약속 할 수 없어"라는 이 말이 든든하게 들린다. 

이 책은 진정 부제, "A True Story of Violence, Forgiveness and Becoming a Man," 용서와 변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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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 - 기숙사에 사는 비혼 교수의 자기 탐색 에세이
윤지영 지음 / 끌레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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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기숙사 사는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는 제안 받기 어렵다.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말을 빌자면, "Going Solo"가 '사회적 실험(social experiment)'이자 대세인 요즘은 더욱 더. 그런데 윤지영은 그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썼다. 책 제목에 왜 작가가 그런 제안을 받았는지, 단서가 무더기로 담겨 있다. 


[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 간다: 기숙사에 사는 비혼 교수의 자기 탐색 에세이]


"비혼, 사십 대 중반, 여성."


여기까지는 도시 1인 가족에서 쉽게 찾아 볼 공통분모이다. 이제 독특한 요소가 가미된다.


"부산 동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단 시인, 무주택자, 대학기숙사 거주자


솔직히 나부터도 그 독특한 조합에 끌려서 이 책을 찾았다. 영구 주소지를 대학 기숙사로 삼으며 몇 년씩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마흔"이 뭐길래 콕 집어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고 제목지었을까? (본문의 단서로 추정하면 저자는 2020년에 최소 43세이다.)


궁금해서 읽었는데, 책 읽으며 궁금함이 거의 해소되었다. 우선 그녀는 국문학 교수였던 아버지, 등단 문인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등단시인이자 고전산문 박사인 여동생을 두었다. 심지어 여동생의 남편도 문학박사인 문학가족 출신이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장기 플랜을 세웠던 아버지의 진두지휘에 따라 서강대 국문학과에 들어갔다. 아버지의 관리 하에 강의시간표를 짜고 교수들에게 과제를 제출하기 전에 아버지에게 점검받았다. 아버지의 그랜드 플랜대로 마흔 전에 국문학과 교수가 되었다. 30대 후반에 인생의 사랑을 만났다. 하지만, 죽음으로 연인을 떠나 보냈다. 비혼을,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지 않기를 마음 먹었다. 33평 아파트에 살았지만, 공간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안식년마다 외국에서 방랑생활을 하기 위해 과감히 아파트를 처분했다. 대학교 게스트하우스에서 산다. 빨래는 이용자 적은 시간에 공용세탁실에서 돌리고, 통금 시간이 지나 기숙사로 못 돌아가면 연구실에서 침낭 깔고 잔다. 이 정도만 늘어놓아도, 저자 윤지영이 어떤 이유에서 현재의 선택들을 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이다. 


우선 저자는 외롭기 때문에 가급적 기숙사에 머무르지 않는 대신 연구소에 상주한다. 부산 동의대학교 교정의 나무와 풀들을 자택 앞뜰의 수목처럼 상상한다. 교정을 산책하다가 까마귀를 만나면, "까악 까악"하고 놀래켜주기도 한다. 학자니까 '논문 써야지'하면서도 Netflix에 필 꽂히면 정주행 시청한다. 저자가 시간을 환산해보니 12달 중 1달을 꼬박 본 셈이라 한다. 그래도 강의평가 좋은 교수인지라, 까마귀랑 서로 "까악까악" 교감한 이야기를 강의 소재로 끌어낼 만큼 일상을 학문하는 삶과 연결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세번 째 질문들은 책을 읽고도 풀리지 않는다. 

1) 윤지영 교수는 꽤 자학적 조크를 한다. 왜 했을까? 무척 궁금하다. 실은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4차원 안드로메이다" "괴짜스러움과 소탈한 매력" 이런 생각을 했는데 본인도 알고 있나보다. 이렇게 자평한다. 


얼마 전 SNS에서 나 같은 부류의 사람에 관해 쓴 글을 보았다. 우주가 자기를 중심을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글은 이들이 얼마나 피곤한 족속인지 조목조목 분석하고 나서 그런 사람에 대처하는 법을 제시했다...(중략)...맞는 말이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그런데 잘 고쳐지지 않는다. 고쳐지기는커녕 나이가 들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223쪽)


질문 하나, 윤지영 교수는 자신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가? 게다가 이렇게까지 독자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을까?


질문 둘, 동의대학교에서 우수강의상도 받았을만큼 인정받는 교수인데 왜 단 한 수강생의 비판에 그토록 집착할까? 오죽했으면 책을 내며, 자신을 비판한 학생의 문장을 토씨하나 안 빼고 그대로 옮겨 소개하기까지 하다니! 왜 그랬을까? 등단시인이라면, 강단에 서 온 교수라면 어느 정도의 비판에는 무뎌지는 자기 훈련을 거치지 않았을까?


다음에 인용한 문단은 윤지영 교수의 강의에 대한 익명의 학생 평가



현실적이지 않고 뜬구름만 잡는 수업이었으며,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철학적 이야기, 작가나 영화감독이 주고 싶은 메시지를 자신의 생각으로 덮어씌워 더렵히는 수업이었고 영화의 정확한 내용이나 상황등은 무시하고 보이는 것과 교수의 생각으로만 설명하는 괴상한 강의이다. (31쪽)


나는 왜 윤지영 교수가 처음엔 이 익명의 학생을 괘씸해하며 색출하고 싶어하다가, 마지막에는 "찾아내서 꼭 A+를 주고 싶었다"고 굳이 공개적으로 밝히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학생인)너는 나를 욕했지만 (교수인)나는 너에게 "A+"을 주고 싶어.' 이 말을 왜 한 걸까? 결국 최종적으로 널(학생을) 평가할 사람은 나라는 권력관계의 우위성이 안 감춰지는대도?


다음엔 책 말고, 연극무대에서 그녀를 직접 보고 싶다. 섬세하기에 상대를 피곤하게 할 수 있으나 사람을 끄는 매력이 크기 때문에. 활자 밖의 그녀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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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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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에는 딱히 끌리지 않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 막 들어온 새 책이라 집어 들었다. [가족의 두 얼굴]. 제목만 봐도, 뉘앙스 짐작되는데, 친절한 부제에는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 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저자 최광현 박사는 한세대학교 교수이자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 소장이며 그의 아내 역시 놀이치료전문가이자 교수라고 한다. 여느 가벼운 에세이모음집처럼 통독할 책이 아니었다. 저자의 인품, 성격, 가족사까지 상상하게 하는 친근한 책이자, 현명한 조언을 담고 있기에 두 번 읽거나 곁에 두고픈 책이다. 그제서야 꼼꼼히 출판 정보를 살펴본다. 2019년 9월 25일자 발행이지만 이미 25쇄 발행이고, 이 책은 2012년 첫 출간되었다.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보는 구나. 최광현 박사의 외아들이 초 3이라하던데, 이제는 최소한 대학생 성인이겠고 최광현 박사도 막 독일에서 귀국하여 대학에 자리잡아가며 신참 교수가 아닌 중견 학자이겠구나....



좋은 이야기가 참 많은 이책에서 어쩌자고 나는 "똥떡"에 가장 감명 받았다. 

재래식 변기에 빠진, 즉 똥통에 빠졌던 어린아이가 수치스러움 혐오감, 불안감,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현명한 문화적 장치로서의 똥떡. 


"현명한 부모들은 이런 아이의 마음을 헤아여 재빨리 집에 잇는 재료로 똥떢을 만들었습니다...(중략)...아이는 이웃들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으면서 자연히 똥통에 빠지 황당한 경험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극복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직면'입니다.(72쪽)"


중독에 대한 흥미로운 정의도 인상 깊다.


"Christine Caldwell은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트라우마를 해결하려고 '지금 여기'의 몸을 떠나는 현상을 중독이라고 합니다. 중독이란 트라우마 때문에 상처 입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고정된 신체반응입니다. (186쪽)" 

"Christine Caldwell은 우리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중략)...알콜, 니코틴, 도박, 게임, 섹스 등에 의존하여 평상시 자신의 몸 상태에서 잠시 벗어남으로써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39쪽)"


25쇄에서 최소한 10쇄는 더 찍힐 책이라, 혹은 그랬으면 싶다. 겸손하고 낮게 오는 전문가의 목소리, 흔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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