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 몸무게보다 오늘 하루의 운동이 중요한 여성의 자기만족 운동 에세이
신한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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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산책 나갔다가, 충동적으로 책 10권을 아령처럼 "들고" 돌아왔다. 10권 중에 가장 먼저 손이 간 책이 바로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요샌 어찌 이렇게 책 제목을 잘들 뽑으시는지, "손이 가요, 손이 가." 제목 한 문장이 책의 주제도 제대로 반영한다. 이 한 권을 요약하면 제목과 같아진다. "나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거든요? 건강해지려고 하는 거니까, 더 빼라 말라 참견하지 마세요. 그거 여성혐오예요."


[마녀체력] 등 요새, 전문직 여성들이 "전문직" 수행하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생존을 위한 운동 성공담이 워낙 인기를 끌고 있는지라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도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만 맞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시사IN"의 (전직)기자로서 기자 경력과 반비례하는 체력, 급가속되는 생체시계 때문에 생존을 위해 PT를 시작했다.저자 신한슬은 스스로를 "PT poor"라 부른다. 수습기자 시절 월급의 20%를 오롯이 PT 레슨비에 투자했으니 말이다.

신한슬은 PT를 통해, 한 때 녹았던 근육은 물론 자존감까지 찾았다. 그런데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는 단지 그 이야기만 하려는 게 아니었다. 한국 사회 젠더 문제를 사이드 이슈로 끌어왔다. 현재 저자는 '겨털'을 안 밀고 수영 강습받는다 한다. 남성 수영지도자는 한 결같이 '겨털'을 밀지 않았는데 왜 여자만 신체 일부를 깎고 나가야 하냐는 논리이다. 동감한다.

또 하나, 2017년 결혼한 신한슬은 웨딩드레스 입는 사람은 신부인데 왜 주변에서 더 '신부 몸을 보다 작은 웨딩 드레스에 욱여 넣거나 말려 넣으려 아둥바둥인지' 그 조바심을 해체한다. 이에도 동감한다.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꽤나 옛 자료이긴 하지만 영상물 [Killing me Softly]이나 수잔 보르도의 [Unbearable Weight]까지 인용해가며 적극 여성 몸에 가해지는 시선의 부당함을 폭로한다. 여기에도 동감한다.


이런저런거 다 제껴놓고,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의 문장 자체가 내게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집콕 6개월만에 생수통 2개만큼 몸무게가 늘었다. 근육이 아닌 지방으로만. 집중력도 떨어지고 활기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 같이 빠져나갔다.

아침과 저녁마다 피톤치드 많은 곳에서 걷고 있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생활 리듬을 계속 유지해야 겠다. [살 빼려고] 플러스 [건강 해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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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 UNTRUE
웬즈데이 마틴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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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질투하는 건가? 웬즈데이 마틴의 새 책, [Untrue]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자인데, 대중을 겨냥한 가벼운 책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그녀에게 인터뷰 요청이 많았던 데에는 잘 관리된 외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Joel Moser / CC BY 3.0



 게다가 전작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에서 그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많이 흘렸다시피 그녀의 시댁은 물론 그녀 본인의 가정도 꽤 잘 산다. "아무나 주소지 삼을 수 없는"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시누이, 시부모 그리고 그녀 자신도 살았었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는 "아무나 들여다 볼 수 없는" 뉴욕 최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를 "내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외부자"로 썼기 때문에 히트칠 수 밖에 없었다. 글솜씨가 아무리 좋은 작가인들, 최상류층 여성들을 이웃사촌으로  접근하여 관찰하기는 어려울테니, 웬즈데이 마틴의 소재선택은 우선 그 희소성 자체에서 탁월한 한 수! 


이번에는 불륜, 폴리아모리, 제도와 관습에서 자유로운 성을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썼다. 이 선택 역시 탁월한 한 수! 게다가 이처럼 인상적인 Ph. D 학력과 우아한 상류층 외모의 작가가, 자신도 남편과 시들하다거나 여성들의 난교파티에 초대받아 초밀착 블랙 원피스를 입고 다녀왔다는 에피소드를 흘리니, 일반 대중들이 어찌 혹하지 않을까! 웬즈데이 마틴은 셈에 능하고 베팅을 잘하는 작가로군.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를 읽으면서도, 양수가 터져 긴박한 와중에도 페디큐어 샵에 가서 발톱을 다듬는(왜냐하면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의 발톱을 보고 자신을 판단할 것이므로) 저자의 허영기어린 선택에 눈치는 챘다. [Untrue]를 읽으며 한 번 더 확신했다. 그녀가 셈법에 빠르고, 자기 연출에 능한 캐릭터라는 것을. 이건 질투인가?


한국 출판사에서도 [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테블로이드 가쉽란에 나올만한 에피소드들과 사라 블래퍼 하디 같이 저명한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섞어 짜 넣어서 전무후무 독특한 높낮이의 책을 썼다. 그녀의 주장은 이미 몇십년전 사라 블래퍼 하디가 [여성은 진화하지 않앗다]에서 펼쳤고, 이후에도 많은 학자들이 목소리를 더한 것인지라 새롭지는 않다. 다만, 그녀가 이런저런 연망을 동원하여 여성 잡지 가쉽성 에피소드들을 좀 더 가미해 더 대중에게 친숙해보이도록 가공한 면은 있다. 


궁금한 점 하나. 그녀는 잘 나가다가 갑자기 별도로 흑인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장을 마련했다. 

뭐, 읽기 전부터 짐작했으나 여성에 대한 차별에 더해 "흑인"이라는 인종적 차별까지 더해져 이중 삼중의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구색 맞추기 용 챕터처럼 느껴졌다. 마치 흑인/백인의 구별이 선명하게 있는양, '흑인'으로 간주되는 이들은 모두 차별의 대상인양 제시한 모든 에피소드가 천편일률의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되레 저자가 '흑인됨, 흑인성'이라는 걸 실체처럼 상정하고 있다는 오해가 들만큼.....


뒤틀린 심정에서 뒤틀린 후기를 쓴 건지 모르겠다. 몇 주 휴지기를 두었다가 다시 읽어보면 다른 후기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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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 라임 어린이 문학 34
오언 콜퍼 지음, P. J. 린치 그림, 이보미 옮김 / 라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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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기 싫을 땐, 기분이 어떤 거지?"

예상했던 대로, 주인공들은 슬펐다. 적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슬픔에 푹 젖었던 경험이 있다. 동화의 중반까지는 사람에게 학대 당해 슬픈 강아지를 주인공 소년이 '사랑의 힘'으로 다시 '컹컹- 컹' 짖게 해주는 내용인 줄 알았다. 만약 사랑이 일방향으로 흐르는 이야기였다면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의 이처럼 감동적이진 않았을 것 같다.

강아지 오즈는 한 때 슬픔과 두려움 때문에 '컹컹' 짖지를 못했다. '짖고 싶은' 본능을 누를만큼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컸다. 하지만 자신을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와 온 마음으로 보살펴준 패트릭 덕분에 케이지 밖으로 나왔고, 세상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즈는 자신을 애써 외면하고 갑자기 차갑게 대하는 패트릭에게서 한 때 자신이 풍기던 냄새를 맡았다. 바로 '슬픔'의 냄새였다. 영리한 강아지 오즈는, 음악가 출신 집안의 패트릭이 자신에게 했던 음악의 마법을 패트릭에게도 시도해본다. 현을 켤 수도, 건반을 두드릴 수도 없는 오즈가 택한 영리한 방법은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리뷰를 쓰다보니, 스포일러 같아서 예비독자에게 죄송한 마음에 급 수습 중)


강아지의 '컹컹'처럼, 사람 아이 패트릭 역시 슬픔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고, 사람 어른인 패트릭의 엄마 역시 엉엉 울며 감정을 뿜어낸다. 울고 '컹컹'하며 감정이 격하게 소용돌이 칠때, 패트릭의 외할아버지께서 남하신 말씀이 명언이었다. "여기서 다들 뭐 해? 왜들 그렇게 울어? 세상이 끝나기라도 했대? 아무리 세상이 끝났어도 일은 해야지." 생활 속 평범한 대화일텐데,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의 저자 오언 콜퍼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So Cool!


나는 동물과 교감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차가운 독자였지만, 인간이나 강아지나  마찬가지로 음악의 마력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교감함으로써 서로 일으켜 세워준다는 설정에 설레임마저 느낀다. 사랑은 도는 거구나. 구비구비 S자 강물처럼 감싸안듯 돌며 흐르는 구나. 꼭 인간끼리만 아니라, 인간 종 밖의 존재들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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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 -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니시다 마사키 지음, 김지윤 옮김 / 행성B(행성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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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채 몇달 안 지난 유혹적인 새책들을 쌓아만 놓고 지붕 위 닭보듯 했다. 근 3개월간, 종이책을 넘겨가며 수액 맞는 힐링의 시간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이책과도 거리를 두었었다. 생각의 진폭이 좁아지니 덜 산만해지는 감은 있어도 확실히 둔해졌다. 그래서 간만에 집어든 가벼운 책이 [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였다. 오롯이 임상에 몸담은 경력만도 20년, 의사가 된지 24년차의 의학박사 니시다 마사키의 에세이집이다. 부제는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나 치료 모험담이 주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분석을 하고 있는 정신과의사 자신 역시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지 모른다는 솔직한 자기 성찰이다.

더하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준다고 (21세기 일본 사회에서) 여겨지는 정신과 의사가 실은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취약한 사람들임을 드러낸다. 의도적이라고 저자가 후기에서 적고 있다.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요즘 세대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하는, 의사라는 직업의 혹독한 일면"(245)을 의학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꼭 읽어주기를 당부까지 했다.


나는 이 책에 환자와 의료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공이건 실존이건 모두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에서도 최근 '시사 in'이 수행한 설문조사를 보니, 응답자(한국인)의 높은 비중이 마스크 쓰는 이유가 자기보호보다는 '타인을 감염시킬까하는 우려' 때문이라 했다. 이 책에 등장 일본인들은 굉장한 수위로 타인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하는 체화된 예의바름을 바닥 정서로 탑재하고 있었다.


심리에 미치는 문화의 영향을 연구한다는 "문화심리학자"라는 김정운 교수라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리뷰를 쓸지 궁금하다. 일본의 문화적 특색이 어떻게 독특한 집단적 정신상태에 기여한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간만에 책 잡으니 집중력 하나는 reset 수준이어서 책 다 읽는데 1시간이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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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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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까지 '산타 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코의 실존을 믿었다. 친구들이 다 아니라 하는데도, 클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보았던 책 포장지에 동네 서점 이름이 찍혀 있어서 의아해하긴 했어도, 굳게 믿었다. 소원 적은 편지를 냉동실에 숨겨 두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염력(?)+ 투시력(?)으로 다 찾아낼 거니까

20살 생일날, 딱 그 시점으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이런 순진무구한 생각의 오류 중 압권은, 스무 살 넘어가면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도 다 옳은 줄 알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혼내기만 하지, 혼나지는 않으니까. 이런 어린이가 어찌 공주왕자 등장하는 동화에서 결말 이후를 궁금해했겠는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라고 하면 그냥 믿었지. 게다가 "오래오래 행복하게"의 바로 앞문장에 늘 "결혼"이 등장하는 것을 눈치챌 만큼 똘똘하지도 않았으니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의도적으로 전복적 캐릭터를 설정하고 비주류성을 표방하는 줄거리를 내세운 그래픽 노블입니다. 제목에 드러나죠? “왕자와 공주 아니라, “공주와 공주 만났습니다. 마녀가 성에 가둬 공주를 구하러 이가 왕자가 아니라 공주라는 설정을 했지요. 물론 갇힌 공주를 자유로운 공주가 구해줍니다.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최종적으로 결혼하며 동화를 끝맺습니다.

 




소위 낭만적 사랑의 주체들이 여성-여성 패라서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책은 미국도서관협회 레인보우 북리스트 TOP10 추천된  있습니다). 이들의 짝패는 여전히 기존 동화의 문법처럼, ‘자기 해방의 욕구가 강렬하고 모험을 즐기는  자존감 낮아서 현실에 안주하는  일깨워 감옥에서 벗어나게 합니다게다가 구출 당하는 공주 세이디는  뚱뚱해뚱뚱하고  생겼어.”라는 말에 주눅이 들어서 자기 비하가 심합니다비난이 온통 외모에 집중됩니다심지어 세이디 공주에게 저주를 거는 마녀가 바로 공주의 친언니입니다귀여운 동생이 백성들의 사랑을 받자 질투가 나서 뚱뚱하고 멍청하다며 동생을 세뇌시킵니다여자들간 질투와 모함이라는 사극의 단골 양념이죠여기서도 여성을 옭죄는 언어가 온통 외모에 집중되는  역시 단골 양념이고요. “뚱뚱해멍청해.”

 






아무튼 마무리는  다시 결혼입니다그토록 용감했던 흑발 공주는 금발의 미녀 공주와 결혼하면서 떨어요.  ‘ 혹시 떨고 있니?’ 그토록 용맹한 캐릭터가 금발의 파트너 앞에서 떠느라고 식은땀을 흘립니다만 결혼식은 성대히 진행됩니다이야기 전복 시도는 좋았지만전형성 투성이인데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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