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무사 GREAT TAEKWONDO
"국기원國技院," 왠지 무술인이
아니고서는 드나들기 어려운 권위있는 공간으로 느껴져서 일부러 찾은 적이 없습니다. 태권도의 성소라 할 이 공간에 드디어 초대받았습니다. 바로
"달의 무사"라는 태권도의 기품 넘치는 아름다움을 본격 느낄 수 있는 대중 공연 덕분입니다. 지난 6월 15일 첫 공연 이후, 8월부터는
목금토일 공연합니다. 좌석이 지정제가 아니라 선착순이라는 사전 정보를 접했기에, 30분 여유를 두고 일찍 출발했습니다.
강남역 부근에 이렇게 가파른
언덕길이 있었던가요? 가파를뿐더러 나무도 제법 빼곡하게 솟아 있습니다. 1972년 설립되었다는 이 곳은 벌써 4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요.
1970년대 초반 이부근의 강남땅은 허허벌판이었나봅니다. '국기원 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970년대 초반 사진이던데 2017년의
국기원 부근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국기원까지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단원들의 사진과 이름을 익힐 수 있습니다. 한분한분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바람에 배너가 나부껴서 사진을 다 찍지 못했네요.
1974년 창단된, 국기원 시범단이 궁금한 분은 http://demo.kukkiwon.or.kr/kor/introduce/profile.do 단원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티켓 박스입니다. 태권도
관련 용품 등으로, 좁은 공간이나마 태권도 홍보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그렇죠! "멋지다
Great!"란 말이 어찌 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오른쪽의 아리따운
아가씨, 눈에 익는 얼굴이다 싶었는데 허걱! 바로 배우 김혜수 씨입니다.
두구두구, 공연이 시작될
공간입니다. 꽤 넓습니다.
이렇게 "달의
문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켜주네요.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새겨주게 해줍니다.
"달의 무사"는 60분
진행되는 공연입니다. 인터미션이 없습니다. 에너지가 강렬한 무대입니다. 보면서 절로 탄성이 나오고 시범단의 젊음과 기품이 느껴져서 절로 박수가
터지는 공연입니다. 공연 보러 가지 전에 검색해본 리뷰에서, 누군가가 "왜 60분 공연인 줄 알겠다. 워낙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써서 더 하래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적었던데, 정말 그렇습니다. 초중고생 개학한 주의 평일 저녁이라 관객이 많지 않았는데도 어찌나 열정적으로 태권도를
보여주는지 손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박수 치고 또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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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공연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는 달과 태양, 어둠과 광명, 악과 선, 흑과 백, 포효와 고요 등 대비되는 이미지가 가득 합니다. 아래 무대 인사 사진
속 세 명의 주인공 의상을 보면 짐작하실 수 있지요? "검은" 도복을 입은 이가 악을 상징한다면 "흰" 도복을 입은 젊은이가 태권도 정신을
상징하는 수련자입니다. 실제 '검은' 도복의 시범단 단원분은 키가 단원 중 가장 크던데, 목소리 또한 남다르게 컸습니다.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가 엄청나서 '악의 무리(?)' 수장 역이 잘 어울렸습니다. "달의 무사" 공연에 참가한 시범단원을 통털어 가장 엔터테이닝하고 무대를
즐기는 대범함이 눈에 확 들어오는 단원입니다. * 붉은 의상의 공주님은 태권도만으로도 저런 몸짓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몸을 아름답게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혹은 "달의 무사" 안무가가 멋진 안무를 짜주었는지도! 멋있었습니다.
*
주인공 역을 맡은 단원 분은
카리스마가 대단했어요. 태권도 문외한이 보더라도, '이야! 기품이 넘친다'란 생각이 들도록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인가요? 외국인
관객들 앞에서 더욱 열심히 열심히 박수 쳤습니다. 최고! great! 그레이트 태권도! 게다가 "달의 무사" 공연은 외국인 관광객뿐더러 태권도의
매력을 아직 모르는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잘 만든 공연이었든요. 선과 악의 대립, 영웅의 시련과 수련, 영웅과 악의 대결, 그리고 영웅의 승리
등의 구조는 다소 진부했지만 워낙 볼거리가 많아서 줄거리의 단조로움과 진부함은 문제될 바 없었습니다.
태권도로 수련된 시범단원들은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결합한 듯한 안무를 잘 소화해낼 수 있어서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최고, 또 최고입니다!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격파
시범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회를 보시는 분은 영어가 유창하여서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왼쪽부터 태권도 수련 5년차의
논산에서 올라온 초등학생, 태권도 수련 15년차의 독일에서 오신 분, 그리고 태권도 격파가 처음인 러시아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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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포토타임을
가졌어요. 아무쪼록 이렇게 열정적이고 잘 만든 공연,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합니다. 객석의 박수가 더 크게 터져나올 때, 우리의 태권도 위상도
더 올라가고 시범단 단원분들의 사기도 높아질 테니까요. 동네 꼬마들 모아서 "달의 무사" 관람 나들이를 꾸려볼 생각입니다. "국기원에서 태권도
공연 볼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엄마아빠 허락받고 모여라!"하면 많이들 모일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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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니,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있네요. 권정생 작가님을 연구한 학술발표가 다음주 목요일에 있다해서 챙겨기억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