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Insight,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여기 한 화가의 눈이 있다.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김홍도 Alive 전 안내 pamplet 中)
"김홍도 Alive" 전시를 짧게나마(30분 전시관 체류) 감상한 이후, 뇌리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전시 기획자에 대한 호기심이다. 전시회 안내 팜플릿, 첫문장은 "Sight, Insight,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여기 한 화가의 눈이 있다."로 시작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관람자는 김홍도의 눈이라기보다는 전시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시선의 흐름을 유도받았을 테니까. 전시장 안팎의 여러 단서들을 조합했을 때, 기획자는 사회적 연망이 탄탄한 30대 중후반 ~ 40대 중반의 어린 아이 아빠이자 예술애호가? 나는 그렇게 상상했지만, 내 서툰 상상이 보기 좋게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김홍도Alive" 전시 기획자의 예술적 취향과 감성이 남다르게 섬세하다는 추정은 맞을 것만 같다. 입장권 종이의 질감과 글자체, 팜플랫의 구성과 문장 하나하나, 공간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와 여백의 미, 여유롭고도 자신만만한 예술애호가가 그려낸 전시공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루 3번 진행된다는 도슨트도 놓쳤고, 이후의 빠듯한 일정 때문에 오디오가이드도 패스했다. 마음 가는대로, 내 식대로 "김홍도 Alive"를 해석하고 즐기는 수밖에.
전시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화원의 초상'을 우측에서, 시 한수를 좌측에서 보게 된다. 스쳐지나갈 뻔했던 시구가, 공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양각된 느낌. 다시 보게 된다.
기획자는 "풍속도로 우리에게 친숙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우리는 김홍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의 물음을 던진다. 기획자가 의도적으로 전시관 초입에 소개했을 자화상과 '월화취생도' 및 전시관 마무리 공간에 걸어둔 '포의풍류도'야말로 기획자가 보는, 혹은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김홍도' 상이 아닐까?
천천히 미디어아트까지 음미하며 관람하며, 김홍도를 상상 속에서 불러내어 Alive 존재로 대화하며 관람한다면 1시간 족히 걸릴터이나 스마트폰 5분 뉴스 수준의 마음리듬으로 접한다면 아래 전시공간은 30분 안에 관람 가능하다. 기획자는 김홍도의 시선 변화를 따라가면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김홍도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낄 수 있도록 테마와 공간을 구성하였다.
Section1: 박달나무 언덕, 올려다보다.
Section2: 궁궐 - 정조의 남자, 김홍도 정치와 왕실의 권위를 세우다.
지금은 불과 30여년전과도 사뭇 다르게 관광지화 된 화성행궁의 모습을 김홍도가 담다.
Section3 금강산
앉아서 차분히, 입체로 펼쳐지는 금강산 파노라마를 감상하기를 강추!
풍경이 압도적으로 웅장할지라도, 김홍도가 그려넣은 사람은 점이 아닌 생명체로서, 귀여운 생동감을 내뿜는다. 고 참, 신기하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
Section4: 저잣거리
소개된 작품은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데? 어찌하여?
행려풍속도 8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8세기 한양의 풍경,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다. 외국인 관람객 2분이 이 공간에 유난히 오래 머문 이유도 내가 느끼는 이 생경한 시간 여행의 매력 때문이리라.
Section5: 단원의 방
기획자의 나이 성별 정체성을 30대 중후반~40대 중반 아이 아빠로 유추한 이유는, 이 방의 인테리어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왔다면 사진찍지 않고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귀염귀욤한 공간.
하지만 아기자기한 이 공간에서 기획자가 나르고자 한 메시지는 자못 심오한데, 이 방의 부제는 "응시하다: 예술적 경지에 이르러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다" 단원 김홍도가 추구한 가치가 무엇일까 상상하게 하는 멋진 문구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겟 겟 하라 유혹하는 아이템들이 얼굴을 내민다. 도슈사이 샤라쿠와 김홍도 동일인물설에 대한 이야기는 맛배기로 마지막 공간에서! 관람 가기 전에 다른 분들의 리뷰를 여러 편 읽고 갔는데, 나 역시 그분들과 동감. 전시동선이 짧아서 아쉬울 수 있으나 마음의 여백을 극대화해서 시선의 흐름을 늦춘다면 두고두고 여운이 남을 멋진 전시였다! 전시기획자님, 그런데 누구실까요? 다음 기획하는 전시는 뭘까요? 이 블로그를 혹시 보신다면 비밀 댓글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