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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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이 책을 기꺼이 고전에 올려놓아야 한다. 경고는 유효했고, 인간은 자신을 파괴하고 있음을 자각했다. 아직 멈추지 않은 자기 파멸의 행위를 언제쯤 그만둘 수 있을까? 지구를 위해 조금씩 양보할 때가 되었다. 미래 세대라는 거창한 표현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누군가의 미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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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Illustrated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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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댄 브라운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인페르노』였다. 그 소설에 제시된 수수께끼와 치밀한 전개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 빈치 코드- Illustrated Edition』을 읽고 작가의 재능이 예전부터 단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와 런던의 명소를 오가며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퀴즈를 푸는 로버트 랭던의 여정은 매력적이었다. 이 소설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빈치 코드』에서 나타난 기호학과 예술의 향연은 작가의 철저한 조사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비판적 관점을 배제하고 그의 소설을 접한다면 허구적인 요소마저 충분히 납득이 될 정도였다.


 다만, 거대한 축 속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스승'과 '제자'의 당위성이었다. 물론 모든 인물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 관계가 지나치게 긴밀한 탓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스승과 제자 외에도 로버트 랭던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정체도 예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브쥐 파슈에 대한 서사는 불필요할 정도였다. 초반부에는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등장하고, 나중에 가서야 그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인물을 소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소설을 높이 사는 것은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신념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빈치 코드』에 언급된 성배의 정체와 시온 수도회의 역사에 관해 논쟁하지만, 나에게 그것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실을 알기 위한 욕망은 인물의 행동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개인의 신념과 그 결과는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자크 소니에르는 단순한 피해자인가, 아니면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사람인가? 로버트 랭던을 계속 옹호할 수 있을까? 그 역시 자신의 편리를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계속 택하지 않았는가? 실라는 분명 범죄자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갔을 뿐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이는 티빙 경과 레미, 그리고 아링가로사 주교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물이 신념과 진실 앞에 자신의 목숨도 불사한다. 그 정면충돌 속에서 끝에 도달한 사람만이 외경심에 북받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정을 함께 한 독자 역시 함께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선을 그었다. 아무리 진실이 중요한다 한들, 사람의 목숨보다 중할 수는 없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타인의 믿음을 억누르면 안 된다. 존중이 없는 믿음은 고집과 독단으로 이어진다. 실라와 스승의 살인과 협박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다. 아마 이 소설에서 가장 복합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인물은 은행장 베르네가 아닐까 싶다.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다가 주저하고, 실수하고, 실패하지만, 다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다분히 희망적이다. 댄 브라운은 인류의 역사를 갈라버리는 사건을 묘사하면서도 그 사건이 한 평범한 인물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진실은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가는 작은 잔에 담겨 있다고 암시한다. 그 여백, 그 투명함 속에 우리는 세월의 지혜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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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다른 두 작품처럼 보이지만, 두 소설은 접점이 존재한다. 바로 죽음이다. 일부러 의도해서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은 죽음 이후에 돌아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죽음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어떤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첫 번째 책은 '어떤 사람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를 따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단연 첫 번째 사람을 꼽을 것이다. 모든 인물들이 그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 자체가 누군가에게 죽음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삶이 될 수 있다는 진리가 동시에 접하는 순간이다. 천국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삶이 지니고 있는 필연적인 모순을 짚어낸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책의 줄거리는 익숙하다.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유지해 온 연인 중 한 명이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여러 작품들에서 제시된 바 있다. 그리고 남겨진 자의 쓸쓸함과 작은 희망은 우리의 마음을 괜시리 아프게 한다. 죽음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낯선 일이다.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조차 삶의 특권이다. 두 책을 읽은 지 꽤 되었는데 지금에야 말하는 것은 이소라의 'Track 8'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자주 접하는 것은 분명 유익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삶의 고귀함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남은 자는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지향할 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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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 -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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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2014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돋보이는 '상상력'의 확장에 칭찬을 표하고 싶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몇 편 읽어왔는데, 전체적으로 '난해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물론 이번 수상작들이 읽기 쉽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이전의 일부 수상작들에서 발견된 지나친 단조로움은 상당히 제거되었다. 나는 『몬순』을 통해 한국 단편문학의 지평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현대 단편소설을 읽을 때 조금 더 많은 기대를 품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작품이 가장 우수했느냐는 심사위원의 견해일 뿐이다. 대상 수상작은 물론이요 유력한 후보작이었던「빛의 호위」나 「쿤의 여행」도 뛰어난 상징과 창의력이 돋보였으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프레디의 사생아」와 「기억을 잃은 자들의 도시」도 뛰어났다. 전체적으로 소재에 대한 작가들의 이해도가 높음도 알 수 있었다. 기린불, 헬게 한센, 파충류의 유전자 등에 대한 내용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만큼 섬세했다. 작가들은 가상의 존재를 창조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처럼 잘 구현해 내었으며 소설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시켰다.


 아홉 작품 속에서 나를 가장 매혹시킨 단편은 김숨의 「법 앞에서」였다. 이 작품은 위에서 설명한 수상작들의 장점이 한데 모여 있다. 아돌프 아이히만과 열 손가락,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기로에 선 '나'는 '357'의 홀수와 '10'의 짝수 사이에 놓인 처지였다. 거의 대부분이 '나'의 의식의 빗발치는 흐름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내가 한국의 현대문학에서 느꼈던 인상을 새롭게 보여준다. 문장을 끝맺지 않으려는 의지와 기묘한 반복, 그리고 언어의 사소한 유희가 선을 넘지 않게 조절되어 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내는 작가의 집요한 상상력 덕분에 작품을 읽는 내내 나도 주인공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법'과 '사회'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법 앞에서 '나'의 부부에겐 '1'이었던 아이(유일한 자식)가 '5'의 아이(다섯 번째 가해자)로 변한다. 4701개의 레고는 16개가 결여되어 있다. 1인시위자가 대규모 군중으로 변한다. 홀수는 위치를 바꾸고, 시계의 숫자는 시시각각 변해간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드러난다. 


 세는 것과 헤아리는 것이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깊이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그에게는 없다. 아들이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그러한 것까지. 그렇지만 어항 속 금붕어의 개수를 세는 것과 헤아리는 것은, 한 주먹 움켜쥔 동전의 개수를 세는 것과 헤아리는 것은, 죽어가는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 개수를 세는 것과 헤아리는 것은, 같으면서 얼마나 다른가. (p.115)


 「몬순」과 「법 앞에서」는 주제에 있어서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좌절이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구현된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킨다. 인간이 만물을 설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특정한 숫자로 설명하려 하기보다, 말로 누군가를 이해시키려 하는 일보다 침묵을 지키는 일도 필요하다. 법 앞에서 가해자는 몇 년이라는 숫자를 구형받게 될까? 아니, 그보다 그 자는 제자리에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제자리를 통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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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One More Day (Paperback)
미치 앨봄 지음 / Hyperion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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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고 가는 매력을 지녔다. 그 이야기의 속성이 무엇이든 독자는 찰스 칙 베네토의 증언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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