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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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그들의 사연이 어떻든 간에 피해자와 범인이 확실하게 드러난 이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었고 시놉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진범이 따로 있을 수 있지?

목격자들이 전부 이해관계가 얽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같은 설정일까? 아니면 목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짓 진술을 한 걸까?

읽기 전에 여러 가지 설정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폈는데 책을 읽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서 살짝 당황했다.

잘나가던 칼럼니스트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인 여자 젠 헌터와 그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곁에서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절친 벡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 당시와 이후의 전개를 펼쳐간다는 것부터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설정이었다.

대부분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목격자 신분이면 경찰이 등장해 사건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범죄가 재구성되거나 목격자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사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곳곳에 단서를 던져놓는다.

그리고 나중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그 단서와의 연결성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반전에 속은 걸 아쉬워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통인데 이 책에선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누가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가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사건성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의외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연인 간의 다툼이 이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한 젠 헌터

그날 이후 악몽에 시달리지만 그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sns로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

커리어를 망친 젠으로서는 이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면 나름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걸 직감하고 사건 취재에 나서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의 뒤를 쫓고 마침내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머리에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 사건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젠에게 가면을 쓰고 폭행을 가한 사람이 오랜 연인이었던 로렌스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젠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데 여기에 사건 당일 그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으며 그 사실을 왜 숨겼을까?

젠과 벡스의 시점을 오가며 그날 사건의 이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점점 더 그 사건이 단순한 치정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 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보는 대낮에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과감한 방식을 취하고 당연히 등장할 거라 예상하는 경찰을 빼고 그 자리에 정신상태가 다소 불안정하고 약물에 의존성이 있는 주인공 젠을 투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젠의 정신상태에 따라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도록 장치했다.

연인 간의 치정에 얽힌 사건이라는 팩트 이면에는 질투와 암시 그리고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었음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5인의 목격자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달랐고 그 다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독성도 좋았고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무엇보다 장점이었던 책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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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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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들로 인해 이웃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는 걸 모티브로 한 스릴러 작품이 많다면 시골은 반대로 사람들 사이에 이동이 적어 서로 간에 비밀이 없다는 데서 오는 폐쇄성과 모두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만 외떨어진 고립감을 토대로 한 작품이 많다.

어느 쪽이 더 공포스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도시나 시골생활의 장점을 배제하고 불편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잘 끄집어내어 극대화해서 사람들로부터 긴장감과 섬뜩함 혹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문득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면 스릴러 작품으로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작품을 쓴 리사 주얼은 낯선 곳으로 이사한 사람이 느끼는 이질감과 아웃사이더가 느끼는 그 동네의 폐쇄성을 제대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여기에 그 동네가 품고 있는 섬뜩한 비밀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잘 섞어 놓아 흥미로운 스릴러 작품을 만들어냈다.

런던에서 남자친구를 따라 시골로 온 소피

이사 온 날 집주변에서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이곳을 파보시오`

누가 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표지판에 쓰인 대로 소피는 그곳을 팠고 그곳에서 반지 케이스에 든 반지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반지는 지난 1년간 실종 상태인 어린 연인의 것이었다.

1년 전 어린 아들을 둔 미혼모 탈룰라는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잭과 함께 둘만의 데이트를 나갔다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인 곳은 이곳에서도 낯선 일명 다크 플레이스라 불리는 저택이었다.

얼핏 봐선 다소 평범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이후 두 사람의 흔적이 깜쪽같이 사라져 더 이상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 봐도 그 집 다크 플레이스에서 뭔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어떤 증거나 증인조차 나오지 않아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로 어느새 1년의 세월이 흐른 상태였다.

이야기의 진행은 현재 소피가 낯선 시골에 와서 팻말을 발견한 후부터 나름대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1년 전 탈룰라와 잭이 사라지던 날의 기록을 탈룰라의 엄마의 시선으로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탈룰라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데 이 모든 걸 통해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흔한 실종사건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를 둔 10대의 어린 연인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대체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사람들의 예상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도 나름의 반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먼저 소피라는 밖에서 온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건을 외부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새로 조사하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여느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범죄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특화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실종된 연인의 반지의 발견은 그녀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고 이 모든 건 사건의 진실을 아는 누군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정한 연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가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면서 사건 전체의 판도를 뒤집는다.

결국 뻔한 소재로 뻔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뒤로 갈수록 오히려 전혀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은 작가의 전작인 엿보는 마을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가독성도 좋았고 몰입도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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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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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지만 주인공의 횡보가 파국을 예상할 수 있어 선뜻 읽기가 두려웠던 책 `칼` 을 주말 동안 다른 일을 물려두고 오롯이 몰입해서 읽었다.

예상했던 대로 재밌었고 몰입감 당연히 쩔고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어 긴박감 넘치는... 그야말로 내가 스릴러를 읽는 재미의 총집합 같은 책이었지만 역시나 해리의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는 건 힘들었다.

아마도 내가 주인공 해리를 특별히 생각하기에 객관화가 될 수 없었던 때문이겠지만... 그리고 전편 목마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고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수사에 있어서는 최고의 형사지만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알코올중독에 자기 파괴적인 성격은 언제나 그를 상처 입힐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까지 같이 끌어들여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해리는 또다시 자괴감과 자책감에 괴로워하다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시리즈 전편 목마름을 읽으면서 이런 반복된 상태가 끝이 날려면 그가 가장 사랑하고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을 잃어야 하는 아픔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시리즈 다음 편에서 그의 영혼의 짝인 라켈의 신변에 생사를 건 문제가 생기거나 심하면 죽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대로인 걸 보면 내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많이 읽긴 했나 보다.

오늘도 술에 취해 일어난 해리의 옷과 손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피가 묻어 있었다.

라켈에게 쫓겨난 이후로 그의 일과는 매일 술에 취한 채 하루를 보내는 것이고 복귀한 강력반에서의 그의 위치 역시 더 이상 유명한 형사로서의 해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파국이 왔다.

그의 유일한 사랑이자 영혼의 반쪽인 라켈이 집에서 누군가의 칼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경찰들은 우선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해리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그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다른 용의자를 찾지만 해리는 누구의 짓인지 알았다.

얼마 전 출소한 강간범이자 일명 약혼자로 불리는 스베인 펜네.... 그는 해리에게 복수를 다짐했었고 그가 평소 칼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결정적인 단서다.

이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스베인 펜네를 잡을 결심을 한 해리는 강간 피해자를 설득해 덫을 놓아 그를 검거하면서 라켈의 진범을 찾은 듯했지만 그가 라켈의 집에 숨겨둔 감시 카메라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날 밤 라켈의 집에는 시간의 텀을 두고 두 사람의 방문자가 있었다는 것

모두가 너무나 뻔하게 스베인 펜네의 뒤를 쫓고 그를 검거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해리 홀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쉽게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범인은 진정한 범인이 아니라는걸...

작가 요 네스뵈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뻔하고 진부한 설정의 너무 평면적인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의 허를 찌르고 여기서 어떻게 그럴 수가 하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반전으로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 너무나 노련하다.

게다가 이런 전개와 반전을 위한 단서는 이미 처음부터 곳곳에 뿌려놓아 독자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후에야 비로서 그때의 그 작은 단서가 뭘 의미했는 건지 알 수 있다.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좀 더 길게 가려면 그에게 또다시 결핍이 주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시리즈가 더 흥미로워지기 위해선 그가 심리적으로 안정적이 되면 안 되고 언제나 누구든 벨 수 있도록 칼처럼 날카롭게 벼뤄 져야 한다고 볼 때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라켈의 존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이유로 그녀의 죽음은 어차피 예정된 결과라 생각한다.

이제 또다시 모든 걸 잃고 혼자가 된 해리가 다음 편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가슴 아프지만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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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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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다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자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내부의 비리와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진실이 영영 덮이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졌을 내용들을 용기와 사명감만으로 그야말로 자신을 희생해서 진실을 밝히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자신의 조직에서도 밀려나기 일쑤거나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동종업계에 영원히 발 디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사람이 많다.

분명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거나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급기야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면 용감하게 나서서 내가 있는 곳의 부정을 고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이 책 죽어 마땅한 자의 주인공인 리아가 그런 케이스이다.

휴대폰 신호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메인 주의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리아에게 어느 날 여자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리아는 남은 두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오지만 그런 그녀를 기다린 건 냉혹하기 그지없는 두 킬러의 탈옥 소식이었다.

사실 리아는 오래전 자신이 일하던 라워리 그룹이 저지른 온갖 범죄와 살인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했지만 라워리의 유일한 아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었고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척 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참아가며 살았던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된 라워리는 두 킬러를 보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기로 한 것

문제는 그때도 그랬지만 리아는 평범한 여자였기에 전문적인 킬러와의 대결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놨는지가 이 책의 가장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그녀가 죽음을 위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모로 다가가는 주인공의 심정과 유일한 부모였던 아빠를 잃고 하루아침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는 현실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어 갈등하는 아이들과의 갈등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들의 뒤를 쫓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걸 모르는 리아와 첫째 헤일리와의 갈등이 중간까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서서히 높이다 드디어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킬러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휘몰아치듯이 전개되어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처럼 자신이 숨거나 도망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리아가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분위기는 급변한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전사로 거듭나 목숨을 건 대결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산속 깊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최후의 항전을 위해 준비하는 리아

작가의 전작인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도 비슷한 추적 씬이 등장한다.

그때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번엔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라는 차이가 있을 뿐... 냉혹한 전문적인 킬러가 둘의 목숨을 노리고 뒤를 쫓는다는 설정은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단서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문 킬러들의 섬뜩하리만큼 냉혹한 모습과 이에 맞서는 보통의 사람들의 대결은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산불이나 거친 산, 태풍 혹은 휘몰아치는 강물 같은 자연적인 힘이 더해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그려내었고 그 결과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 있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가독성 있게 읽었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더해가며 흥미롭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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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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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훔쳐보면 엿보는 마을이라고 했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엿보는 대상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 대상이 젊은 미모의 여성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작가는 여기서 반전을 준다.

사람들이 몰래 보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그것도 젊은 남자가 아니라 50대의 아들을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

여기서 사람들은 왜 그를 몰래 훔쳐볼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이 책은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20대의 유부녀 조이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뭔가 사건이 생긴 건 분명한 데 어떤 사건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그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조이는 갓 결혼한 남편과 함께 나이차가 나는 오빠네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번개에 맞은듯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이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이자 학교 교장인 50대의 톰 피츠윌리엄이라는 유부남이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녀는 톰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의 집과 가족을 비롯해 그의 주변을 관찰하고 내내 훔쳐보며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조이와 경찰의 심문이 없었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지만

알고 보면 톰을 감시하는 여자 외에도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는 누구를 의심해서 훔쳐보고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몰래 엿보고 있는 등... 겉으로 봐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살아 삶의 여유가 있고 그런 짓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서로를 몰래 엿보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드러난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인 톰은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도 뚜렷하게 의심할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여학생을 따로 불러 대화를 하거나 조이와 약간의 신체적 접촉을 했지만 이내 떨어지는 등 의심하고 본다면 뭔가가 있는 듯 하지만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틈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스토킹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게다가 그녀의 그런 의심은 딸에게도 이어져 그녀 역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자인 톰에게서 어딘가 꺼림직한 느낌을 갖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가 자신과 동갑이자 절친이며 톰에게 숭배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여지를 주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런 사람들의 성적 긴장감과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뭔가 곧 터질 것 같이 팽팽했던 긴장감이 터진 건 톰의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그가 한때 선생으로 있었던 곳에서 한 소녀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에 톰이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학생들에게 대했던 모든 친절과 미소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정말로 아직 모든 것에 서툴고 불안정한 어린 소녀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루밍하며 즐기는 포식자였을까?

어리든 나이를 먹었던 막론하고 여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남자 톰

그리고 그런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이 모든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어딘가 모호한 톰의 태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엿보는 마을은 강하고 섹시하며 자신도 모르게 의지가 되는 능력 있는 수컷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휘몰아치는 듯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잔잔한 표면 밑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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