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라졌다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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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스피드, go, 레벌루션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가 신작을 출간했다.

이제까지의 작품이 주로 고교 생활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드디어 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꼴통이라 불렸지만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서 기성세대에 빅 엿을 먹이는 재미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좀비스의 미나가타는 이제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하루하루 뭔가를 기다리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사라진 친구를 찾아 달라며 동기생이 도움을 청한다.

억압된 미성년에서 갑자기 온갖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대학에서 일탈은 흔한 일이었기에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던 미나가타...

하지만 사라진 친구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평범한 가출 같은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그 친구는 대학에 들어와 온갖 일탈을 저지르는 걸로 부족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그야말로 문제아였을 뿐 아니라 그는 캠퍼스 내의 불온한 동아리에도 가입된 상태였다.

대학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낭만 가득하고 반짝이는 대학 캠퍼스가 아닌 마치 어둠의 조직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이단의 종교와 그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처럼 카리스마 있는 한 사람을 따르고 위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학생들의 일탈을 조장해 이득을 취하고자 마약을 사고파는 조직이 있다.

심지어는 그런 자신들의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

누가 봐도 이런 모습들은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생의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위험한 일에 사라진 그 친구 역시 깊숙이 가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내 드러나고 누가 봐도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미나가타는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원인에 직접 담판을 지으러 간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을 문제.... 이를테면 대학가 깊숙이 파고든 고리대금 같은 사채업이나 도박문제 거기다 약물에 심각하게 중독된 학생들이 일으키는 온갖 문제를 이 책에선 정면으로 파헤치고 있다.

어쩌면 모두가 외면하고 있거나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작가가 미나가타라는 아웃사이더를 내세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얼핏 보면 미나가타라는 사람은 대학에서의 수업은 뒷전이고 언젠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을 좀비스 멤버의 응답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부적응자로 비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인물이어서 부조리한 사회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도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미나가타 같은 인물이야말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작가 자신이 일본의 주류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자란 재일교포여서 그런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그렇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의 그런 정체성이 작품에 녹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스피디한 전개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는 문체,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모두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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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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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작품인 단지의 두 사람은 일본 NHK의 프리미엄 인기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일단 전체적인 내용면에서도 일상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여성이 주인공인데 둘 다 50대이자 어릴 적인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라는 설정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같은 아파트에서 자란 두 사람이 나이가 들어 다시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돌아와 평안하면서도 느긋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단지의 두 사람은 오늘날의 일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해서 아마도 더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에서는 50대가 예전처럼 노년 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옛날 같으면 이런 50대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좀처럼 볼 수 없었지만 책 속의 주인공인 낫짱과 노에치는 나이만 50대일 뿐 살아가는 모습이나 둘이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 등은 여느 20~30대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단지 조금 더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알고 느긋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약간의 차이점만 있을 뿐...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두 사람의 일상은 그래서 보는 사람들마저 여유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들이 이렇게 삶을 만끽하고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낫짱은 어느새 요즘 트렌드에 밀려나 일거리가 별로 없지만 그 대신 자신이 가진 것이나 주변 사람들이 맡긴 중고품을 경매로 올리거나 사고팔아서 올린 수입으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또한 노에치 역시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 신동으로 불렸었지만 지금 현재는 원하던 대학교수가 아닌 시간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미혼에 커리어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두 사람 모두 요즘의 시선으로 보면 성공했다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실패한 낙오자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고된 부분을 거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두 사람의 모습은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등바등 성공에 목말라하는 모습이 아닌 현재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큰돈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아도 삶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맛있는 팬케이크 한 장과 곁들여 마시는 차 한 잔... 그리고 예전에 즐겨들었던 음악을 같이 들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부러움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건 이런 모든 걸 함께 할 수 있는 오랜 벗이 곁에 있다는 것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 아닐까?

일상의 행복을 잔잔하게 표현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받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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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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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박과 술에 빠져 사는 아빠에게 분노를 폭발시켜 죽을 수도 있는 날씨에 버려두고 도망치던 소설의 초입 부만 봤을 땐 고등학생인 코이치로의 처지가 딱하긴 했지만 여느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아껴서 밥을 먹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다 결국은 노숙자들의 모습과 닮아가는 걸 보면서 그럴 거라 예상했기에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코이치로가 여느 가출 청소년과 다른 점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대들거나 맞받아 치기보다 수긍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며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자칫하면 자존감이 낮거나 수동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코이치로의 행보는 이런 우려를 묵살시키기 충분했다.

미성년자... 그것도 어쩌면 아버지를 폭행하고 죽도록 내버려둔 살인자일 수도 있는 처지에서 제대로 된 일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우는 소릴 하지 않고 누구에게 동정이나 자비를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 하나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코이치로를 보면서 누구라도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코이치로가 조금만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역시 들었다.

어쩌면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의 행동을 보면서 처음과 달리 그의 일을 도와주고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게 그의 이런 올곧은 심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고이치로 역시 그들과 만난 건 행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코이치로가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낙오자 혹은 실패자로 부르는 유형들이만 그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코이치로를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 준 덕분에 사회의 일원으로 땀의 대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스스로 뒤를 돌아 본 마음의 여유를 알게 되었다.

한 편의 잘 쓴 성장 소설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 역시 그런데 특히 누가 봐도 삐뚤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던 코이치로가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해서 쫓기듯 집을 떠나는 장면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누구라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마음이 절도 생기게 했다.

코이치로가 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애정을 보인다면 또 다른 코이치로 같은... 한 번의 실수로 멀리 돌아가는 고생을 하거나 심지어 인생 전체를 바꿔버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결말 역시 뻔하지 않아서...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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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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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생활은 내가 20대 때보다 휠씬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날마다 기존의 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그야말로 매일매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조금만 멈칫거리면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아예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 숨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 도쿄 하이드 어웨이에는 그런 일생의 스트레스와 극도의 긴장감을 지닌 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찾은 한그루의 오아시스 혹은 숨터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오로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섯 명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과 별다를 바가 없기에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가슴에 와닿는다.

여섯 편의 연작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배경은 한층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로 사람들의 쇼핑이나 생활이 급격히 이커머스로 옮겨가는 시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커머스 업체 중 하나인 파라웨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에 피곤함을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 숨 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이 책 도쿄 하이드어웨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자신의 주장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자인 동기생에 비해 요령 없는 성실함으로 동기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남자는 사소한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런 그의 눈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한결같은 동료가 눈에 들어오고 어느 날 어딘가로 가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쫓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네온사인과 빌딩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도쿄의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여주는 곳이었고 그렇게 그에게도 그곳은 늘 빽빽한 직장 생활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장소가 된다.더불어 늘 평온해 보이던 동료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중간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워킹맘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이지 않는 한계에 지치고 가정에서 그녀에게 요구하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피로하지만 어디에도 자신의 고민을 맘 편히 터놓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모든 걸 내려놓고 회사를 땡땡이치고 일탈을 한 날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마침내 은식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여섯 편의 연작에선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렸던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처에서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하거나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님에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인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으로 느껴진 건 남들보다 조금 왜소하거나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이유 없는 폭력과 폭행에 시달리는 왕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몸, 기술, 마음이었다.

자신이 괴롬힘을 당하고 있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춘기 소년이 우연히 자신이 동경하던 게임 속 캐릭터 발키리를 닮은 한 여자를 따라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복싱을 배우게 된다.

매일매일 신체를 단련하는 그 훈련을 통해 위험이나 고난이 닥쳐도 더 이상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마주 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 교훈은 소년뿐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특히 와닿았다.

책 속에는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직장 내 서열 다툼이나 왕따 문제 혹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와 불면증 또는 우울증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세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도쿄 하이드어웨이

읽으면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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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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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의 배가 파선되어야만 살 수 있는 마을

얼핏 들으면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불행이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마을의 상황이 그렇다.

불과 열일곱 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어촌마을... 당연히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땅을 일궈서 먹을거리를 해결하기엔 너무나 척박한 곳이라 그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게 고작이다.

그런 이유로 고향마을을 떠나 고용 하인을 살러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

주인공 소년 이사쿠의 아버지도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고작 열한살의 이사쿠에게 가장의 책임을 지우고 고용 하인을 살러 이웃 마을로 떠난 상태다.

해가 뜨면 바다에 나가 끊임없이 일을 하지만 겨우 굶주림만 면할 뿐이었다.

어린 이사쿠는 이런 배고픔을 단박에 해결하려면 배님이 오셔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배님이 오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이 마을 사람들이 쉬쉬하며 은밀하게 마을의 비밀로 지켜오는 것은 배님이 오게 하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고 기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바람이 부는 날 소금을 구워 그 불을 보고 오는 배가 파선되도록 한다는 걸...

그 배에 싣고 있었던 화물을 빼앗고 훔친 화물로 이제까지 마을 사람들의 배고픔을 면하고 쓰러져가던 마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진실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날 어린 이사쿠는 비로소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어른이 되었다.

기괴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악행이지만 마냥 마을 사람들을 욕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마을의 비밀이 드러나기 전까지 이 마을 사람들의 고되고 가난하기 그지없는 삶을 소설 전반에 그것도 가난을 가장 가까이에서 몸으로 느낀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서술해놨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가난하면 그런 식으로 배가 파선하도록 유인하기까지 했을까 하며 마을 사람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그들이 그런 악행을 은밀하게 풍습이 되어 내려오게 된 사연에 대해 약간의 공감을 하게 된다.

약탈하지 않으면 내가... 내 가족이 굶어 죽는다.

냉혹하게 이런 이분법으로 생각해 보면 그들의 행동이 정당하지는 않아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굶주림 앞에는 선도 악도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도 처음부터 이런 식의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리라.

우연히 난파되어 온 배가 싣고 있던 화물이 이 마을에 풍요를 주었고 굶주림을 면하게 해 준 기억이 어느새 적극적으로 배를 유인해 배에 실린 화물을 빼앗는 식으로 발전된 것이 아닐까

마을이 처한 상황을 어린 소년 이사쿠를 통해 그리고 있어서일까 감정의 기복이 적어 담담하기까지 했던 문장이 더욱 처절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소설은 특히 이사쿠가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 어린 동생의 죽음 앞에서 무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을 때 느끼던 좌절감 그리고 마침내 배님이 오셨을 때 한 사람의 몫을 해냄으로써 마을사람들로부터 당당히 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면서 느꼈던 자부심과 같은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재도 독특하고 배고픔과 가난이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줘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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