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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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대부분의 거짓말은 누군가를 해하거나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 혹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큰 부담 없이 한다.

여기서 치명적인 거짓말은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말하는 데 이 책 일곱 번의 거짓말에서 하는 거짓말은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할까?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사실 어떤 거짓말을 말하는 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작은 거짓말로 시작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대상이 연인이 아니라는 건 의외였다.

대부분 이런 거짓말 즉 거짓말로 인해 점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은 연인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거짓말에 관해 고백하면서 시작하고 내내 한 사람 즉 거짓말을 한 사람이 화자가 되어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의 전모를 들려주고 있다.

화자의 이름은 제인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입학한 학교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준 햇살 같은 존재 마니라는 절친이 있었다.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이 된 후로 같이 방을 얻어 생활할 정도로 서로에게 절친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에도 보통의 미혼 친구들처럼 서서히 멀어지는 이유가 발생한다.

마니가 사귀고 있는 남자 찰스를... 그의 허세와 잘난척하는 오만함을 싫어하면서도 그와 잘 어울리냐는 마니의 질문에 진짜 마음을 숨기고 그렇다고 대답한 것... 그게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고 어쩌면 그 첫 번째 대수롭지 않은 거짓말로 인해 끝내 두 사람 사이가 비극으로 치달았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다 제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날들을 보냈더라면 모든 관심과 초점을 친구인 마니에게 돌리지 않았을 것이고 이후의 사건들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제인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와의 결혼은 짧은 행복으로 끝났다는 게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을 눈앞에서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늘 함께 있을 거라 믿었던 마니 역시 찰스로 인해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고 마니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온 신경을 쏟지만 오히려 그런 제인의 태도는 이제 자신의 둥지를 짓고 잘 살고 싶어 하는 마니 와 찰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했을 뿐...

하지만 자신이 점점 마니의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깨달은 제인의 찰스에 대한 미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쯤 또 한 번 제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한 선택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게 한 원인이지만 그럼에도 처음에는 제인의 두려움과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완전범죄처럼 보였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확신을 가질 즈음 당연하게도 그녀의 범행은 누군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제인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거짓말을 고백을 하는 듯한 이 전개에 과연 그 고백의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맨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마니였다.

자신의 가장 절친이자 제인이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니에게 자신이 한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모든 걸 고백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작가가 하나하나 쌓아놓은 플루트와 어딘지 안 맞는다고 느끼면서 그럼 과연 그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졌을 때...

역시!!! 하는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소녀에서 여자로 점점 더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관계 역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불안하고 애정이 결핍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제인에게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남게 된다는 공포로 작용한 듯하다.

작가는 그런 제인의 심리와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해 왜 그녀가 그토록 마니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집착이 점점 더 도를 넘어 광기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섬세하게 불안과 미묘한 질투 그리고 겉으로 봐선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숨은 광기가 점점 더 겉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 걸 보면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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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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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그들의 사연이 어떻든 간에 피해자와 범인이 확실하게 드러난 이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었고 시놉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진범이 따로 있을 수 있지?

목격자들이 전부 이해관계가 얽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같은 설정일까? 아니면 목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짓 진술을 한 걸까?

읽기 전에 여러 가지 설정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폈는데 책을 읽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서 살짝 당황했다.

잘나가던 칼럼니스트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인 여자 젠 헌터와 그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곁에서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절친 벡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 당시와 이후의 전개를 펼쳐간다는 것부터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설정이었다.

대부분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목격자 신분이면 경찰이 등장해 사건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범죄가 재구성되거나 목격자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사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곳곳에 단서를 던져놓는다.

그리고 나중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그 단서와의 연결성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반전에 속은 걸 아쉬워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통인데 이 책에선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누가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가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사건성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의외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연인 간의 다툼이 이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한 젠 헌터

그날 이후 악몽에 시달리지만 그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sns로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

커리어를 망친 젠으로서는 이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면 나름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걸 직감하고 사건 취재에 나서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의 뒤를 쫓고 마침내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머리에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 사건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젠에게 가면을 쓰고 폭행을 가한 사람이 오랜 연인이었던 로렌스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젠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데 여기에 사건 당일 그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으며 그 사실을 왜 숨겼을까?

젠과 벡스의 시점을 오가며 그날 사건의 이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점점 더 그 사건이 단순한 치정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 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보는 대낮에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과감한 방식을 취하고 당연히 등장할 거라 예상하는 경찰을 빼고 그 자리에 정신상태가 다소 불안정하고 약물에 의존성이 있는 주인공 젠을 투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젠의 정신상태에 따라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도록 장치했다.

연인 간의 치정에 얽힌 사건이라는 팩트 이면에는 질투와 암시 그리고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었음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5인의 목격자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달랐고 그 다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독성도 좋았고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무엇보다 장점이었던 책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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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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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들로 인해 이웃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는 걸 모티브로 한 스릴러 작품이 많다면 시골은 반대로 사람들 사이에 이동이 적어 서로 간에 비밀이 없다는 데서 오는 폐쇄성과 모두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만 외떨어진 고립감을 토대로 한 작품이 많다.

어느 쪽이 더 공포스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도시나 시골생활의 장점을 배제하고 불편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잘 끄집어내어 극대화해서 사람들로부터 긴장감과 섬뜩함 혹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문득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면 스릴러 작품으로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작품을 쓴 리사 주얼은 낯선 곳으로 이사한 사람이 느끼는 이질감과 아웃사이더가 느끼는 그 동네의 폐쇄성을 제대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여기에 그 동네가 품고 있는 섬뜩한 비밀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잘 섞어 놓아 흥미로운 스릴러 작품을 만들어냈다.

런던에서 남자친구를 따라 시골로 온 소피

이사 온 날 집주변에서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이곳을 파보시오`

누가 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표지판에 쓰인 대로 소피는 그곳을 팠고 그곳에서 반지 케이스에 든 반지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반지는 지난 1년간 실종 상태인 어린 연인의 것이었다.

1년 전 어린 아들을 둔 미혼모 탈룰라는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잭과 함께 둘만의 데이트를 나갔다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인 곳은 이곳에서도 낯선 일명 다크 플레이스라 불리는 저택이었다.

얼핏 봐선 다소 평범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이후 두 사람의 흔적이 깜쪽같이 사라져 더 이상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 봐도 그 집 다크 플레이스에서 뭔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어떤 증거나 증인조차 나오지 않아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로 어느새 1년의 세월이 흐른 상태였다.

이야기의 진행은 현재 소피가 낯선 시골에 와서 팻말을 발견한 후부터 나름대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1년 전 탈룰라와 잭이 사라지던 날의 기록을 탈룰라의 엄마의 시선으로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탈룰라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데 이 모든 걸 통해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흔한 실종사건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를 둔 10대의 어린 연인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대체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사람들의 예상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도 나름의 반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먼저 소피라는 밖에서 온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건을 외부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새로 조사하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여느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범죄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특화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실종된 연인의 반지의 발견은 그녀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고 이 모든 건 사건의 진실을 아는 누군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정한 연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가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면서 사건 전체의 판도를 뒤집는다.

결국 뻔한 소재로 뻔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뒤로 갈수록 오히려 전혀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은 작가의 전작인 엿보는 마을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가독성도 좋았고 몰입도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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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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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지만 주인공의 횡보가 파국을 예상할 수 있어 선뜻 읽기가 두려웠던 책 `칼` 을 주말 동안 다른 일을 물려두고 오롯이 몰입해서 읽었다.

예상했던 대로 재밌었고 몰입감 당연히 쩔고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어 긴박감 넘치는... 그야말로 내가 스릴러를 읽는 재미의 총집합 같은 책이었지만 역시나 해리의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는 건 힘들었다.

아마도 내가 주인공 해리를 특별히 생각하기에 객관화가 될 수 없었던 때문이겠지만... 그리고 전편 목마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고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수사에 있어서는 최고의 형사지만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알코올중독에 자기 파괴적인 성격은 언제나 그를 상처 입힐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까지 같이 끌어들여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해리는 또다시 자괴감과 자책감에 괴로워하다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시리즈 전편 목마름을 읽으면서 이런 반복된 상태가 끝이 날려면 그가 가장 사랑하고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을 잃어야 하는 아픔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시리즈 다음 편에서 그의 영혼의 짝인 라켈의 신변에 생사를 건 문제가 생기거나 심하면 죽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대로인 걸 보면 내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많이 읽긴 했나 보다.

오늘도 술에 취해 일어난 해리의 옷과 손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피가 묻어 있었다.

라켈에게 쫓겨난 이후로 그의 일과는 매일 술에 취한 채 하루를 보내는 것이고 복귀한 강력반에서의 그의 위치 역시 더 이상 유명한 형사로서의 해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파국이 왔다.

그의 유일한 사랑이자 영혼의 반쪽인 라켈이 집에서 누군가의 칼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경찰들은 우선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해리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그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다른 용의자를 찾지만 해리는 누구의 짓인지 알았다.

얼마 전 출소한 강간범이자 일명 약혼자로 불리는 스베인 펜네.... 그는 해리에게 복수를 다짐했었고 그가 평소 칼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결정적인 단서다.

이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스베인 펜네를 잡을 결심을 한 해리는 강간 피해자를 설득해 덫을 놓아 그를 검거하면서 라켈의 진범을 찾은 듯했지만 그가 라켈의 집에 숨겨둔 감시 카메라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날 밤 라켈의 집에는 시간의 텀을 두고 두 사람의 방문자가 있었다는 것

모두가 너무나 뻔하게 스베인 펜네의 뒤를 쫓고 그를 검거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해리 홀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쉽게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범인은 진정한 범인이 아니라는걸...

작가 요 네스뵈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뻔하고 진부한 설정의 너무 평면적인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의 허를 찌르고 여기서 어떻게 그럴 수가 하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반전으로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 너무나 노련하다.

게다가 이런 전개와 반전을 위한 단서는 이미 처음부터 곳곳에 뿌려놓아 독자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후에야 비로서 그때의 그 작은 단서가 뭘 의미했는 건지 알 수 있다.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좀 더 길게 가려면 그에게 또다시 결핍이 주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시리즈가 더 흥미로워지기 위해선 그가 심리적으로 안정적이 되면 안 되고 언제나 누구든 벨 수 있도록 칼처럼 날카롭게 벼뤄 져야 한다고 볼 때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라켈의 존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이유로 그녀의 죽음은 어차피 예정된 결과라 생각한다.

이제 또다시 모든 걸 잃고 혼자가 된 해리가 다음 편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가슴 아프지만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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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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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다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자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내부의 비리와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진실이 영영 덮이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졌을 내용들을 용기와 사명감만으로 그야말로 자신을 희생해서 진실을 밝히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자신의 조직에서도 밀려나기 일쑤거나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동종업계에 영원히 발 디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사람이 많다.

분명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거나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급기야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면 용감하게 나서서 내가 있는 곳의 부정을 고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이 책 죽어 마땅한 자의 주인공인 리아가 그런 케이스이다.

휴대폰 신호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메인 주의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리아에게 어느 날 여자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리아는 남은 두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오지만 그런 그녀를 기다린 건 냉혹하기 그지없는 두 킬러의 탈옥 소식이었다.

사실 리아는 오래전 자신이 일하던 라워리 그룹이 저지른 온갖 범죄와 살인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했지만 라워리의 유일한 아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었고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척 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참아가며 살았던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된 라워리는 두 킬러를 보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기로 한 것

문제는 그때도 그랬지만 리아는 평범한 여자였기에 전문적인 킬러와의 대결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놨는지가 이 책의 가장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그녀가 죽음을 위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모로 다가가는 주인공의 심정과 유일한 부모였던 아빠를 잃고 하루아침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는 현실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어 갈등하는 아이들과의 갈등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들의 뒤를 쫓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걸 모르는 리아와 첫째 헤일리와의 갈등이 중간까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서서히 높이다 드디어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킬러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휘몰아치듯이 전개되어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처럼 자신이 숨거나 도망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리아가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분위기는 급변한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전사로 거듭나 목숨을 건 대결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산속 깊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최후의 항전을 위해 준비하는 리아

작가의 전작인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도 비슷한 추적 씬이 등장한다.

그때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번엔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라는 차이가 있을 뿐... 냉혹한 전문적인 킬러가 둘의 목숨을 노리고 뒤를 쫓는다는 설정은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단서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문 킬러들의 섬뜩하리만큼 냉혹한 모습과 이에 맞서는 보통의 사람들의 대결은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산불이나 거친 산, 태풍 혹은 휘몰아치는 강물 같은 자연적인 힘이 더해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그려내었고 그 결과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 있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가독성 있게 읽었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더해가며 흥미롭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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