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그렇고 소개 글에 쓰인 스코틀랜드 호러 스릴러의 정점이라는 말에서

엄청 무섭고 섬뜩할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책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울하고 뭔가 곧 사건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시켜 끝내는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심리 스릴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듯하다.

일단 살인사건은 벌어진다.

그것도 처참할 정도로 잔혹하게...

배를 칼로 갈라놓은 시신의 상태가 마치 웃는 듯하다고 표현하는 글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스코틀랜드의 루이스 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난자된 듯한 시신이 발견되고 얼마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에 그때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핀이 루이스 섬으로 급파된다.

사실 핀에게 이곳은 낯설지 않은 곳이다.

그가 18년 전에 떠나온 곳이자 다시는 발을 디디고 싶지 않은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그의 상태는 최악이다.

얼마 전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그에게 고향으로의 귀환은 오랜 악몽과도 같았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현지 경찰들 역시 그를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연쇄살인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없었고 부검을 지켜보면서 그는 누군가의 모방 살인임을 깨닫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분명 잔혹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걸로 했지만 들여다보면 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핀이 왜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지 이곳에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조상부터 대대로 나고 자라 이곳을 떠나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데 핀은 왜 고향을 떠난 걸로 부족해 십수 년이 지나는 동안 발길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맞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힌트도 주지 않는다.

단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부모 모두를 잃고 누구의 보호도 없이 자란 핀에게 이곳의 환경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뚜렷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여자친구를 사귀는가 하면 친구의 아버지가 그의 대학 입시를 도와주는 등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좁은 지역에서 별다른 놀 거리가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답게 일찍부터 성이 깨어있고 음주 문제와 폭력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부모가 없는 핀은 좋은 먹잇감 중 하나였고 어쩌면 그런 환경이 그가 섬에서의 탈출을 꿈꾸도록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은 피해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살의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악의와 원한을 품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왜 모방 살인을 저지른 걸까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읽어내려가다 보면 사건 수사보다 핀의 과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마을에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새끼 새를 때려잡는 야만적인 사냥의 시기에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살인 사건 이후로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지만 섬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고립감 그리고 거친 자연에서 오는 황량함 그 속에서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없이 술과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무력감과 더불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않을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서서히 좁혀오는 듯한 숨 막힘과 숨겨왔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 긴장감도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진실이 드러난 순간 읽는 내내 미묘했던 그 분위기가 그제서야 이해되고 사이사이의 빈틈이 마침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만으로 읽는 내내 긴장하게 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우정으로 2 스토리콜렉터 10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편을 보면서 대박 느낌이 나서 바로 연달아 읽으려고 2편을 주문했고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며 인물들 각각이 가진 개성 그리고 그들이 숨긴 비밀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영원한 우정으로는 예전에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읽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범인의 정체를 짐작하기도 범인의 의도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하나의 단서가 드러나면서 숨은 그림 찾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1편에서 유명 편집자가 죽고 그 수사를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피아가 죽은 편집자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서 드러난 하이케와 그녀의 오래된 친구들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좀처럼 꼬리를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치 사고처럼 교묘하게 위장된 사건은 범인이 그들 주위에 있음을... 그리고 잔꾀를 부릴 만큼 영리하면서도 범죄의 증거를 보란 듯이 피해자의 방에다 둘 정도의 대담함을 갖추고 있는 용의주도한 사람임을 짐작게 해준다.

그리고 1편에선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을 서로 결속하게 하는 비밀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의 일부분만 실렸다면 2편에선 마침내 그들을 서로 옭아매고 있는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스릴 있게 그려지고 있다.

겉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며 서로 친한 듯 보였던 친구 사이였지만 들여다보면 서로를 질투하고 시기하며 심지어 증오하는 하이케와 그 친구들

그런 그들도 한 부분에 있어선 서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공동으로 뭔가 나쁜 짓을 한 사람들처럼...

과연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비밀은 뭘까

1편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온 수십 년 전의 한 사건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비밀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사건 이면에는 역시나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있었다.

모두가 그토록 숨기고자 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입다물어 수십 년간을 지킬 수 있었던 비밀의 약속은 누군가에 의해 깨지고 이제 그 비밀은 서로를 향한 무기가 되어 서로를 겨누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켜왔던 비밀의 약속을 이제서야 깨는 걸까

범인의 의도는 뭘까

읽는 내내 궁금해서 이런저런 등장인물을 범인에 대입시켜봐도 역시나 작가는 한수 위라는 걸 증명하듯 이 모든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준다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서 진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역시나 흥미진진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피아와 보덴슈타인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강력 11반의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가장 의외인 사람은 피아의 전 남편이자 바람둥이면서도 염세적인 검시관 헤닝이 전격 작가로 데뷔했다는 사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 속에서 소개하는 인물로 다른 사람도 아닌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속세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인 헤닝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녀의 유머스러운 면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릇 시리즈는 모아야 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타우누스 시리즈 그 10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피아는 동물원장 남편이랑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할 일 즉 강력반의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데 열 일 하고 있지만 착실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남편인 반장 보덴슈타인은 피아와 달리 이번 결혼도 시원치 않다.

어쩌면 피아의 말처럼 그는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 어찌 보면 결혼이 파탄에 이르는 건 시간문제일 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도 편안하지 않은 호프 하임 경찰서 강력 11반

이번에는 피아의 전 남편이자 법의학자인 헤닝이 사건을 몰고 온다.

어떤 일에도 냉정을 잃지 않은 차가운 남자지만 그의 외모 탓인지 여자와의 염문은 끊이지 않았던 그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이제까지 자신이 겪은 사건을 토대로 범죄 스릴러 소설을 썼는데 이게 뜻밖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에이전트가 연락을 해 와 자신의 친구이자 유명 편집자인 하이케가 연락이 안 된다며 한번 찾아가 봐 줄 것을 부탁했고 그 부탁을 헤닝은 피아에게 전달... 피아는 듣기 싫은 세미나를 피할 목적으로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착한 편집자의 집에는 사람은 없지만 혈흔이 발견되어 피아는 사건일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하이케와 연관된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를 찾아 주변을 탐문해서 그녀가 사라진 날로 추정되는 시간에 두 사람의 남자가 그녀의 집을 방문했었다는 진술을 얻는다.

하이케는 자신의 뜻과 반하여 종적을 감춘 것이라는 게 분명해진 후 팀을 모아 본격적으로 하이케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드러난 사실은 그녀가 사람들의 면전에서 심한 말을 예사로 하고 남의 상처를 후벼파는 데 일가견이 있을 뿐 아니라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싸움닭이었다는 것... 그런 이유로 그녀를 죽이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그녀는 이제까지 30년을 넘게 편집자로 활동해 온 출판사에서 해고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고 해고된 이유 역시 얼마 전 바뀐 경영자와의 마찰이 잦아 결국 자신이 담당하는 작가와 동료를 그 회사에서 빼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려던 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출판사 내의 상사와 동료를 비롯해 그녀의 실종과 연관된 사람이 늘어만 가는 중 결국 생각했던 대로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과연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를 밝혀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역시 타우누스 시리즈의 재미중 하나인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인물관계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이케에게는 그녀와 같은 출판업계에 종사하거나 혹은 출판업은 아니더라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본인들의 입으로 말하는 그들 사이의 친밀도와 달리 의외로 서로에게 뭔가 비밀이 있거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봐도 그렇고 그들은 서로를 보살펴주고 보듬어 주는 관계라고 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1권에서 드러나는 건 모두가 용의자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 오래된 친구들이라고 칭하는 사람들 사이엔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짐작한 대로 또 한 사람의 오래된 친구가 마치 사고사인 것처럼 교묘하게 꾸며진 범죄에 희생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빈터샤이트 출판사의 발행인인 카를 빈터샤이트에게 연속해서 편지를 보내 뭔가를 암시해 주고 있다.

과연 그들의 말과는 달리 서로 친하지 않은 듯한 친구들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결속하게 하는 비밀은 뭘까

궁금해서 빨리 2권을 읽어야 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젊은층들이 밤새워 열광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클럽이든지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자신의 젊음을 발산할 장소는 있지만 예전의 나이트클럽이라 불리던 시기와는 그 결이 조금 다른 것이 그 시절은 베이비 붐 시절에 태어난 사람들의 수가 어마무시할 때라 그런 곳은 어디든 발디딜 틈이 없었다.

또 연령층에 따라 노는 곳도 달랐는 데 밤새워 춤을 추며 놀던 그 곳에 화재가 나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의 흡입으로 인한 사상자도 많았지만 좁은 출입구에 한꺼번에 빠져나갈려는 인파가 몰려 더 큰 참사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

이외에 공연장이라든지 경기장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 사고의 이유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하는 행동에 의한 피해가 몇 배나 크다.

그렇다면 누군가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악용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면...그 사람의 의도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제프리 디버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고독한 강에서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클럽 솔리튜드크리크에 밴드 공연이 있던 날 화재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비상구로 피하지만 그 비상구가 누군가의 불법주차로 막히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동작학전문가인 캐트린 댄스는 다른 사건에서 용의자를 심문하고서도 놓치고 총기도 빼앗기는 실수로 징게를 받아 민사부로 발령나 이 클럽을 찾게 된다.

불행한 사건이지만 화재로 인한 단순한 사건으로 생각했던 댄스는 클럽 내부에서 불이 나지않았던 점 그리고 누군가가 고의로 트럭을 가져와 비상구를 막았다는 걸 파악하고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닌 계획적인 살인사건일 뿐 만 아니라 또다른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 댄스의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고 범인 역시 자신이 만든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그녀의 존재를 알게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서로의 솜씨를 제대로 확인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고 댄스는 그가 매우 영리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전문가의 솜씨를 지녔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직접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키지않고도 잔혹한 범죄현장을 만들어버리는 범인의 행적과 이후 발생하는 사건의 참사를 마치 현장에 있는듯 생생한 묘사로 그려내 손에 잡힐듯한 긴장감을 그려내고 있는 고독한 강은 확실히 이런 생생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다운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범인의 시점에서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댄스의 시점에서 그녀가 어떻게 범인을 특정지으며 어떤 단서로 점점 더 범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는 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을 넘어서는 뛰어난 가독성과 잘짜여진 스토리는 몰입감을 주고 곳곳에 별다른 의미없이 던져둔 단서가 반전의 근거로 작용한다.

매력적인 스토리, 강약을 잘 조절한 전개 그리고 반전까지...

책을 들면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고 역시 관록의 작가다운 마무리였다.

두꺼운 페이지지만 지루할 틈도 여유를 가질 틈도 주지않는...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거 아닌 것 같은 하나의 사건이 점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 걸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이나 드라마의 전개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데 모든 사건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독자의 시점 즉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면 주인공들의 행동은 코미디거나 신파나 다름없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면서 혼자 남겨진 사람으로 볼 때의 감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파국으로 가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굳이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걸 볼 때마다 사람들은 탄식을 하고 안타까워하기 마련인데 두 여자들의 파국적 행로를 그린 델마와 루이스가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들리와 그레이스 두 사람은 어느 쪽을 봐도 그 두 사람 즉 델마와 루이스랑 닮아있다.

두 사람이 같은 동년배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성격이 서로 정반대여서 한 사람은 감정적인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나머지 사람을 이끈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그 들을 뒤쫓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그들의 목숨을 노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동정적인 사람이 있다는 점도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두 사람은 그 둘뿐이 아니라 다른 가족을 이끌고 도피 행각을 한다는 점...

그래서 이 두 사람과 그들이 이끄는 조금 특별한 가족이 델마와 루이스처럼 막다른 곳으로 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모든 걸 통제당하며 살던 하들리는 동생의 아들을 집으로 데려준다는 구실로 마침내 남편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해 남편으로부터 약간의 돈을 가져갈 마음으로 그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역시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다시 남편이 도박에 손을 대 집세를 몽땅 날렸을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실적을 올렸음에도 해고될 위기에 처한 순간 그레이스는 이 모든 걸 버리고 새 출발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 역시 돈이 필요해 사장의 사무실을 털러 왔다 사장의 아내 즉 하들리와 마주쳤고 서로 합의하에 금고인의 돈을 나눠가지기로 했지만 뜻밖에도 금고 안에 이는 생각지도 못한 거금이 들어있었다.

몰랐던 상황이지만 이 돈은 당연히 불법적으로 모은 돈이었고 FBI에서 오랫동안 그 사무실을 지켜보던 중에 두 사람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FBI의 추격을 받게 된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살림만 살았던 하들리와 달리 그레이스는 어릴 적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거리에서 자란 사람답게 상황 판단이 빠르고 대처능력이 탁월해 번번이 두 사람을 쫓는 FBI를 따돌렸지만 일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갓난 아기와 조금 특별한 아이 그리고 말 안 듣는 사춘기 소녀까지 함께 하는 상황이라 어디를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서로 정반대의 성격답게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필요에 의해 함께 다니며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애정이 생겨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합이 맞아 그 순간을 모면하는 모습은 유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 다닐 수는 없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그 선택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까 하는 마음에 단숨에 읽어내려간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델마와 루이스의 소설판 같은 느낌이었지만 좀 더 밝고 가족적인 느낌이라 따뜻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더 좋았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