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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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시절에는 그저 범인을 잡는데만 급급해서 그 과정에 힘없고 빽이 없거나 아니면 돌봐줄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게 있었다면 요즘은 조금씩 달라져 범인에게도 인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악질범이자 인간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 죄를 지은 죄인에게도 일반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게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살 정도로 변화되고 있다.

그런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온 조직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이고 이 책 달리는 조사관의 직업이 인권위원회를 모티브로 살짝 바꾼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이다.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립된 조사관들이지만 수사를 할 수도 조사대상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수도 없는 그저 수사 과정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있는지의 유무만을 판단할 자격이 있다.

그렇지만 인권침해를 받았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선 당연하게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수사 과정을 조사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결과나 증거와 맞닥트리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사관 역시 사람인지라 사법기관이 하는 일과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그런 극명한 경우의 에피소드를 그린 게 승냥이의 딜레마

늦은 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구치소에 있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글을 남기고 자살한 남자

그 남자가 죽고 난 뒤에야 뒤늦게 그 남자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이 나타나고 사건은 인권증진위원회의 손에 들어왔다.

용의자 두 명의 자백이 있었던 사건인 만큼 수사 과정에서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유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죽은 용의자가 명백한 누명을 쓴 피해자라는 것이지만 그를 수사했던 경찰들은 그가 자백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어떤 수단도 동원하지 않았고 오로지 스스로 범죄사실을 자백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무죄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이라 경찰이 폭력이나 어떤 강제수단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분위기로 그리고 적당히 구슬림으로 그 스스로 자백을 한 것처럼 만들 수 있었고 보호자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동석 없는 자백은 명백히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지만 조사관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그들이 여전히 유죄라고 믿는 경찰관에 대응해 그와 그의 동료가 무죄라는 걸 증명하고자 하면서 조사관들과 경찰들이 대립한다.

이에 처음부터 죽은 피해자의 죄의 유무를 따지는 건 법에서 따지고 자신들은 수사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유무만 밝히면 된다는 원칙주의자 윤서와 다른 조사관들 사이에서 분열이 생기게 되고 사건이 마무리된 후 인권증진위원회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이외에도 각 에피소드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직장 내 성희롱부터 살인사건까지 폭넓은 소재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문제를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조사관 캐릭터를 내세워 그 개성에 맞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그리고 가볍지 않게 그려져있어 인상적이었다.

TV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데 소재나 캐릭터들의 강한 개성이 드라마적으로도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 괜찮은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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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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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들 일행은 해미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웬만해선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래서 그들에게 보기만 해도 왠지 우울해지고 어두운 드림 마을을 소개해준 거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곳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들쑤셔놓기 충분했다.

매일매일 같은 날 매일 보는 사람에 지치지만 이곳을 오는 낯선 사람이라곤 그저 가끔 오는 시끄러운 관광객을 제외하고 없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TV 제작자와 배우들의 출현은 그들을 들뜨게 했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해미시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팀의 공공의 적은 자신이 잘난 각본가인척하는 남자 제이미 갤러거였다.

그는 원작 소설 속의 귀족 숙녀를 헐벗은 채 남자들과 방탕한 모습을 하는 히피로 바꿔 원작자 퍼트리샤 마틴브로이드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어 놓는 걸로 모자라 제작자인 피오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자 스태프인 실라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면서 틈만 나면 그녀의 속살을 노리고 매일 밤 술에 취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골칫거리였고 모두에게서 미움받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촬영팀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아내가 매번 옷을 거의 벗고 출연해 다른 남자들에게 속살을 노출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던 여배우의 남편이 양손에 피를 묻히고 죽은 채로 발견, 모든 혐의는 그에게로 돌아간 덕분에 모두가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처리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해미시지만 그는 그의 소원대로 일개 한 동네의 순경일 뿐이라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모두에게 군림해 잔소리를 하던 연출가가 죽고 새로운 연출가로 새롭게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내부의 적이 출현해 모두의 분노와 원망을 사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여배우 퍼넬러피

그녀의 신경질과 짜증, 잘난 체는 도를 넘었고 자신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거리낌 없이 해고하겠다는 말을 하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진 그녀, 당연히 사고사라 생각했던 그 일이 살인사건임을 해미시에 의해 밝혀지면서 그녀를 미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전 각본가의 죽음도 새롭게 의심스러워진 상황

이제 조용하던 마을은 온갖 소문과 시기로 들끓고 사건 내부에 있지만 용의선상에는 오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기 바쁜데 하필이면 이번 사건에 새로 온 경감이 해미시를 제외한다.

그도 첫눈에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해미시가 은근히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거나 비위를 틀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듯...

이제 용의자와 접촉을 금지당한 해미시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 처지가 되고 구두쇠에 요령이 좀 부족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 그녀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짧은 연애도 하는 알고 보면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그가 이번 편에선 매력 발휘에 실패해 매번 여기저기서 바람을 맞고 사건 추리도 평소의 실력에 못 미치는 수난을 보인다.

그런 해미시의 부진을 이번 편에선 등장하는 여자들이 메워주는데 늘 남편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면서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목사의 아내, 그리고 앞으로 연출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아 몇 년째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은근한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던 실라와 같은 여자들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또 원작자인 퍼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하는 피오나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는 고지식하고 강압적인 남자들 밑에서 나름대로의 기지를 발휘해 활약하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다소 부진한 해미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과연 모두가 싫어할 만한 퍼넬러피를 죽일 정도로 미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살짝 비트는 유머와 냉소 그리고 고지 마을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심술궂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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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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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남자들을 매혹시키고서는 원하는 바 즉 돈을 손에 넣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 이야기는 사실 요즘은 워낙 흔한 소재지만 그래도 이런 유의 소재는 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인데 공포의 천사 역시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 진 브리거랜드는 사촌쯤 되는 순진한 남자 제임스 메레디스를 유혹해 그가 상속받을 거금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을 즈음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브리거랜드 부녀의 계획대로 메레디스는 억울한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이제 곧 거액의 유산이 그들 손에 떨어질려는 즈음 메레디스와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잭 글로버가 선수를 쳐 새로운 상속인을 등장시킨다.

새로운 상속인의 정체는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빚으로 고통받던 리디아였고 그녀는 그들의 계획에 망설임 없이 동참.. 정략결혼에 성공함과 동시에 잭과 메리디스가 브리거랜드 부녀에게 뒤통수를 날린 쾌감도 잠시, 그들이 브리거랜드 부녀의 눈을 피해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메레디스는 누군가가 자살처럼 위장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떠나고 이제 거액의 유산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갓 결혼한 리디아에게로 가게 된다.

이런 과정이 소설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도입 부분에서 전개될 정도로 굉장히 빠른 전개는 이 책의 장점이고 더불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든듯 드라마틱 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고 있다.

한편, 부유한 미망인이 된 리디아는 일가친척이 없는 처지라 그녀가 죽으면 그들이 그토록 원하지 않는 브리거랜드에게 거액의 유산이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 이제 리디아의 목숨이 위험해졌지만 그녀에게 진과 그 아비의 위험성에 대해 아무리 말을 해도 세상 물정 모르는 리디아는 잭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니 귀담아듣지 않는 정도를 넘어 아름다운 외모의 가녀린 진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친구로 곁에 둔다.

그 부녀를 곁에 두면서 리디아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사고를 빙자해 누군가가 리디아의 목숨을 노리지만 이 태평스럽고 긍정적인 여자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 큰 신경을 안 쓰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진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는 잭을 꺼리기까지 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아름답지만 속은 냉정하고 잔인한 계략가가 숨어있는 진은 리디아가 잭의 간섭을 싫어하면서도 그에게 은근히 끌리고 있음을 본인보다 먼저 간파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잭을 직접적으로 욕하거나 험담하지 않으면서도 돌려까는 신공을 발휘해 어느새 리디아로 하여금 잭에게 거부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데 성공할 정도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눈치도 빠른 전형적인 악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가 리디아에게 잭이 자신을 이토록 싫어하는 이유라고 내세운 핑계를 보면 교묘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데 그런 진에 비해 감정적일 뿐 아니라 우직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잭이 이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두 여자의 캐릭터는 상당히 대조적인데 어느 날 별다른 노력 없이 한 번의 결정만으로 거액의 돈을 손에 쥐고 그저 돈 쓰는 재미에 홀랑 빠져버린 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딘 리디아보다 악녀지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원하는 바를 취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진이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결말을 보면 작가 역시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살인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음모를 참으로 맛깔나게 섞어서 마치 한편의 아침 드라마를 보는듯한 재미를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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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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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이런 식으로 사건 외 관계자가 우연히 사건 이야기를 듣고 그 사건을 풀어가는 책이 제법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점으로 보면 방향은 비슷하지만 여기에서 사건을 듣고 해결하는 사람은 오로지 그 사건의 알리바이를 깨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당연하게도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에서 용의자가 내세운 알리바이의 허점을 찾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얼핏 봐서 좀체 빠져나가기 힘든 촘촘한 시간의 틈새 모순점을 찾아 단박에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타고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직업은 시계수리업자이자 순진한 토끼 같은 외모의 20대의 아가씨

그녀가 어리다고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그녀가 시계 수리공이셨던 할아버지 밑에서 시계를 수리하는 법과 더불어 알리바이를 깨는 법을 배운지도 십수 년인 자타 공인 베테랑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사건을 물어다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이 된지 오래되지 않은 신입 형사라는 설정도 재밌는 부분이다.

우연히 시계의 약을 갈러 들른 이곳 <미타니 시계점>에서 시계의 약을 가는 동안 그의 눈에 들어왔던 문구가 바로 알리바이를 깨 드립니다라는 문구였고 마치 뭐에 홀린 듯 지금 수사 중인 사건에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 줄 수 있는지 호기심 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의뢰했다 단숨에 사건을 해결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건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그녀를 찾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가 그녀에게 사건을 의뢰할 때마다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데 단순한 사실만을 근거로 지금 현재 경찰들이 용의자의 어떤 알리바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짧게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 사건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나오는 사람도 간단하지만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한 후 빠르게 용의자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또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용의자의 심경이라든가 피해자의 사연 등등 사건 자체에 깊숙이 들어가 범죄사실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기엔 쉬워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퍼즐을 풀듯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내세운 철벽같은 알리바이에서 작은 허점이나 단서를 이용해 그 자체를 깨부수는 데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의외로 알리바이를 깨는 데는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순간적으로 나온 말 중에서 단서를 찾기가 쉽고 스쳐지나치기 쉬운 데서 그 사건 해결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선 그런 부분에서 특히 날카로운 감각을 발휘하는 것 같다.

짧은 분량의 단편이라 읽기에도 부담 없고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가 없으며 작은 단서로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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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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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결 사건을 두고 유명 프로파일러와 아마추어 추리 클럽 회원 간에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그 상황을 모두 카메라로 담아 방송을 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 같고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에 환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방송국 제작팀은 급하게 대결할 팀을 꾸린다.

한때는 사람들로부터 찬탄과 더불어 인기도 치솟았던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이제 하는 방송마다 폭망하고 프로파일러로서의 능력도 의심받는 처지기에 방송국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

그에겐 아마추어와의 추리 대결이 굴욕적이지만 방송 시청률만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나 `왓슨 추리 연맹`이라는 아마추어 클럽의 멤버 중 한 사람이 그의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가 한 프로 파일링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망신을 준 적이 있는... 그야말로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그의 기분을 더욱 저조하게 만들고 그 회원들에게 약간의 힌트도 주고 싶지 않다.

반드시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해서 아마와 프로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리라 마음먹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곳 고한으로 향한다.

추리 연맹 회원들은 그야말로 스스로가 좋아서 사건을 조사하고 그 사건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 동호회이기에 멤버 각자가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어릴 적 우연히 목격한 삼촌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 법의관이 되고 싶어 하는 해부학과 대학원생, 아픈 사람의 손과 발이 되고 싶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대학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탐정이 되고 싶어 하는 농수산물 시장 상인 등 각자가 하는 일은 달라도 이들은 미스터리한 문제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그 수수께끼를 푸는 일을 몹시 좋아한다는 공통 취미를 가지고 뭉친 친구들이다.

그들에게도 역시 이번 방송 제의는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즉 민간인이 사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쉽던 부분을 해소하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제의를 받아들인다.

당연히 사건을 해결하면 더욱 좋은 일이고... 이렇게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대결에 임한다.

그들에게 내려진 과제는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한 20대 여자를 찾는 일이다.

그녀의 이름은 김미준

그녀가 사라질 당시 그녀의 방에서 다량의 출혈이 있어 사건성이 의심되지만 경찰은 그녀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이유로 단순 가출로 처리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다 뒤늦게 사건성을 인식하고 조사하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증거들이 사라지고 난 후였기에 남은 증거도 없었고 당연히 그녀의 행방도 묘연한 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프로파일러를 위시해 추리 연맹팀과 방송국 제작팀이 모여 사라진 김미준의 행적을 따라가지만 그녀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다 자신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감건호는 추리 연맹을 방해하기 바쁘고 그들이 약간의 허점이 보이기라도 하면 훈계를 하기 바쁘다.

이런 모든 점은 그 역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시대에 뒤떨어지고 그가 하는 방송은 모두 폭망해서 이번 방송마저 제대로 터져주지 않으면 더 이상은 방송일을 할 수 없을 거란 불안감은 그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고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 부리기 예사인 요즘 세대들이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처음부터 부담 없이 가볍게 흥미를 가지고 사건에 임했던 추리 연맹팀은 사라진 미준의 행적을 뒤쫓으며 피해자가 느꼈던 외로움과 절망 그리고 사라진 딸의 행방을 몰라 괴로워하고 무너져가는 미준의 엄마를 보면서 점점 더 진지해지고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사라진 미준을 찾는 방식도 두 팀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데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그녀의 행적을 따라가는 정통적인 수사기법을 보여주는 감던 호와 달리 추리 연맹팀은 요즘 사람들답게 sns 같은 걸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sns 나 블로그 같은 걸 이용해서 그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있는데 그런 쪽으로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몇 사람만 거치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 언제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역시 사건은 어느 한쪽의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고 결국 두 팀이 단결해서 서로 수사한 걸 공유하는 순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불안과 문제점을 직시하게 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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