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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ㅣ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평점 :
일상 미스터리 소설로 이름 높은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자키 삼부작은 사실 이미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작가정신에서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작가의 책은 대체로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전개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대부분 소재로 하고 있어 개연성 면에서도 스토리의 전개가 엉뚱하지 않아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지 그런 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작가의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스스로 지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 우울한 여자 마코토는 답답한 마음에 한적한 해안가를 찾는다.
단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이 모든 불행에 큰 소리로 나쁜 놈아!! 하고 외치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그녀의 불운은 여기서도 빛을 발해 해안가로 떠밀려온 듯한 시신을 발견하고 만다.
그 남자의 죽음은 익사로 판명 나지만 몸속에 수면제가 나왔을 뿐 아니라 그가 빠져 죽은 곳은 물에 빠져 죽기엔 수심이 너무 얕다.
자살로 단정 지을 수도 사고사로 볼 수도 있고 어쩌면 타인에 의한 살인사건으로도 볼 수 있는 다소 애매한 상태의 남자 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후의 사태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알고 보니 죽은 남자가 오래전 사라진 마을의 재력가의 아들이자 부자 상속인이었고 그가 죽으면서 그의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즉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이 마을 전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죽은 남자를 십수 년 전 사라진 자신의 조카라고 단정 지으면서 어서 시신의 장례를 치르려고만 할 뿐 아니라 경찰의 발표와 상관없이 죽음의 원인을 자살로 단정 짓는 태도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대로 일을 추진하려 하고 경찰조차 그녀를 막을 수 없다.
이 작은 동네에서 그녀의 집안인 마에다 家 가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크고 강력했지만 그런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 역시 같은 집안의 어른인 마에다 베니코뿐
조카인 마치코의 독단을 막아서기 위해 베니코가 사람들에게 내린 지시는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고 그 사건들 속에는 불운을 몰고 오는 마코토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이쯤 되면 그녀가 사건을 몰고 온다 고도 볼 수 있지만 스스로 운이 없다는 그녀의 넋두리와 달리 그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그 모든 것을 비껴가는... 어쩌면 탁월한 행운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게다가 내내 조용하던 마을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 속 어디에든 끼여있는 마코토를 눈여겨보면서 내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경찰과는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썸을 타는데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다.
명문가 집안의 오랜 원한과 돈으로 얽힌 내분 그리고 익사한 시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벌어지는 온갖 소동들... 여기에 복선이라 생각지 못했던 사소한 흔적들을 잘 엮어 하나의 촘촘한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진달래 고서점이 로맨스 소설만 팔고 있다는 설정처럼 일상의 미스터리와 달달한 로맨스의 만남이라는 것도 좋지만 로맨스 소설 마니아인 마에다 베니코가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로맨스 소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이야기 전개 자체도 사소한 사건들이 연방 벌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지만 등장인물들 각자의 개성도 잘 살려서 훨씬 더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산뜻한 표지에 근사한 세로 띠지로 새 옷을 갈아입은 이 하자키 시리즈는 책이 재밌는 만큼 이쁘기도 해서 소장 욕구를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