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심코 TV를 켰더니 케이블에서 <내게 너무 아찔한 그녀>를 한다.
한참을 보다가 깨달았다.
전에 봤던 거라는 걸.
그럼에도 내가 끝까지 계속 봤던 건, 그 다음이 궁금해서였다.
어떻게 된 게 전혀 기억이 안나는 건지.

돌이켜보면 본 영화를 또본 적이 여러번이었다.
20대 땐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나느라 반복관람을 했고-<영웅본색 2>를 세번 봤다는...
30대 땐 영화볼 때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그랬다.
그리고 지금 40대 땐 이미 본 영화인 걸 알아도 그 다음 내용이 전혀 생각안나서 끝까지 본다는....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대사를 다 외울 정도이면서도 감동 때문에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영화들이 몇 있는데
딱 세편을 고르라면 <공공의 적 1편>, <매트릭스 1편>, 그리고 <쇼생크 탈출>이다.  


공공의 적에서 기억나는 장면
1) 설경구가 "내가 오늘 기분이 좋거든? 그러니까 지금 빌면 봐줄 수도 있어."라고 할 때. 한동안 그 대사를 흉내내며 다녔다.
2) 의자에 묶인 이문식에게 설경구가 직업을 묻자 "유통업이요!"라고 답해 몇번 맞다가 결국은 "양아치요"라고 답하는 장면.
3) 유해진이 칼쓰는 법을 시범보이는 장면은 몇번을 봐도 웃겨 죽겠다.
 


<매트릭스 1편>에선
1) 네오가 몸을 기울여 총알을 피하는 장면. 볼때마다 멋지다.
2) 네오가 자신의 힘을 깨닫고 요원들을 향해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할 때
음, 이거밖에 생각이 안난다. 



<쇼생크 탈출>
1) 역시 앤디가 문을 잠군 채 <피가로의 결혼>을 틀어주는 장면. 그 음악이 어찌나 장엄하던지...
2) 앤디가 회계 일을 도와줘 동료들에게 맥주를 마시게 하는 장면. 정말 시원하게 마시는지라 볼 때마다 맥주가 당긴다.
3) 앤디가 탈출하는 장면은 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소장의 구두를 신은 것부터 시작해서 천둥소리에 맞춰 파이프를 돌로 내리치는 장면 등등... 

4) 가석방된 모건 프리만이 앤디가 말한 곳에서 앤디의 물건을 파내는 장면. 모건 프리만이 어찌낭 연기를 잘하는지.

반면 최근에 나온 <아바타>는, 물론 3D로 아이맥스에서 한번 더 보고 싶긴 하지만, 여러번 보고픈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네번째 '내인생의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0-02-1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트릭스나 쇼생크는 정말 다시 봐도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정말 X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4편까지 나왔다는군요.
이 영화는 3D도 모자라 4D로 봐줘야 한다나요.
4D가 뭐냐고 했더니 좌석이 흔들리는 영화라는군요.
그냥 앉아서 흔들어주면되지 굳이 4D까지야하며 껄껄 웃었다능.ㅋ

L.SHIN 2010-02-1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쇼생크 탈출> 무척 좋아하는데! 앤디가 음악을 틀어주고, 느긋하게 소장 책상에
다리 올리고 듣는 장면은 불안불안하면서도 막 그게 좋았다는.^^
<매트릭스> 영화는...보고나서 휴우증이 상당히 있었던 영화랍니다.-_-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대작을 만나면 몇 년동안 앓게 되죠.(웃음)

그나저나, 저도 있어요, 그런 적. 본 영화인데 기억이 안 나는거..(긁적)

BRINY 2010-02-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D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안경만 쓸 게 아니라, 극장 자체를 개조해야한다는 글을 영화잡지에서 읽었네요. 그런 걸 봐서는 글쎄요...

비연 2010-02-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쇼생크 탈출>을 한 10번은 본 것 같은데 (케이블에서 가끔 해줄 때마다)
볼 때마다 전율입니다..장면장면이 참 넘 섬세하고 좋아서요..^^

순오기 2010-02-1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경구는 바로 저 영화가 최고였던 듯해요.
매트릭스는 유선에서 할 때마다 보게 되고,
쇼생크 탈출은 왜 자주 해주지 않는지 원망스러워요. 정말 기막히게 좋은 영화였어요.^^
예전에 본 영화는 오히려 잘 기억하는데 최근엔 본 영화는 좋았다라고 기억될 뿐...

산사춘 2010-02-18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성치영화랑 첩혈쌍웅...첨 봤을 때 감수성이 (덜하지만) 다시 살아나요.
그리고 쇼생크... 몇달전 케이블에서 줄창 해줬는데 계속 보게 되어요.

pjy 2010-02-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40대가 되겠지만, 이미 영화 분명히 본건데 절대 뒤가 기억나지 않는--; 그래서 스포일러가 매우 도움되는 ㅋㅋ 그런상태입니당

sweetmagic 2010-03-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생크 탈출 !! 다시 보고 싶네요

마태우스 2010-04-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앗 전 매직님이 보고파요!
pyj3926님/호호 님도 그러시군요 전 그렇게 된 지 오래입니다^^
산사춘님/아앗 님 얼굴도 까먹었어요!!!
순오기님/글고보니 최근에는 또보고픈 영화가 드무네요. 왜 그런 걸까요?
비연님/볼수록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뒷얘기도 다 아는데 님 말씀대로 장면장면이 섬세한 덕이군요.
브리니님/오 그렇군요. 모르고 있던 사실입니다...
엘신님/앗 님도 벌써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혹시 40대가 얼마 안남으셨나요???^^
스텔라님/어 아바타가 4편까지 나왔다구요?? 모르던 사실이네요. 4D 얘기는 저도 그냥 웃었어요. 그게 무슨 4D라고....^^
 


친구들을 만났던 지난 토요일,

늦게 왔다고 아내가 화를 냈다.

난 일주에 1-2번 술을 마시는지라

결혼 전의 주 6회에 비하면 나름 노력을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집에서 날 기다리는 아내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았다.

“더 줄여야지, 더!!”


그날밤에 싸운 뒤 일요일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고

월요일에도 아내에게 전화 한번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요일에 큰 술자리가 있는지라 화해를 해봤자 얼마 못갈 거란 생각을 해서였다.

그날 오후 5시경,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전우치 보러 갈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아내가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리라.

하지만 꼬일대로 꼬인 내 마음은 ‘흥, 누구 맘대로?’라는 유치한 반응을 야기했고,

답장을 여러번 고친 끝에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완성됐다.

“웬 전우치? 나 오늘 할아버지 제사라 안돼.”


그런 문자를 보내고 나면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짜릿한 마음도 든다.

웬 전우치라니, 정말 촌철살인이라고 스스로 감탄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건 그날뿐이었고,

그 다음날 극적으로 화해를 한 뒤 난 그 문자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아주 냉정하더라. 웬 전우치라니, 나 그 문자 영구보관함에 저장해놨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날 ‘웬 전우치님’이라고 부른다.


참, 화해를 한 그날 우리는 전우치를 결국 봤고,

예상외로 재밌다며 좋아했다.

전우치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목요일날 큰 술자리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게 다 전우치 덕분이다.


*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분도 여럿 봤습니다.

사람이 다른만큼 영화취향도 다 제각각일 겁니다.

제 글을 읽고 전우치를 보시려는 분들을 위해 제가 다른 영화에 어떤 평점을 매겼는지 말씀드리지요.

청담보살: 8.0

전우치: 8.4

걸프렌즈: 5.0

지아이조: 8.2

여배우들: 9.3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0-01-1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여배우들 9.3...아쉽게도 상영하는 곳이 없습니다.
님의 평점에 비해 인기는 없었나봐요~~
웬 전우치님. 쿄쿄쿄

Mephistopheles 2010-01-1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아.직.덜.길.들.여.지.셨.군.요. (마당쇠 올림)

비로그인 2010-01-16 21:38   좋아요 0 | URL
마당쇠님.. 30년 넘게 살아보시길..하하


전호인 2010-01-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 말 들어서 손해볼 것 하나도 없지요.
그렇게 길들여지는 겁니다. ㅋㅋ

순오기 2010-01-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사랑은 서로 유치해야 먹힙니다. 특히 부부사이에는...
영구보관함, 그거 겁나 무서운 겁니다~ 아내들은 평생을 우려먹거든요.ㅋㅋ
전우치 저도 재밌게 봤어요. 무론 여배우들이 더 좋았지만...^^

울보 2010-01-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배우들이 아직도 상영중인가요 우리동네에도 없던데,,,,

L.SHIN 2010-01-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구보관함에 저장했어"....ㅋㅋㅋ

다락방 2010-01-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극적으로 화해' 하셨군요!! 아, 어쩐지 부러운데요! ㅎㅎ

비연 2010-01-1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우치, 급보고 싶어지네요~

무스탕 2010-01-1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어쩌자구 '웬전우치'님이 되셔가지구서리.. ^^;;
아내분 전우치 영화보다 강동원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요.
메렁~ ^ㅠ^

hnine 2010-01-1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분이 전우치전 영화 보러 가자고 하셨을 때, "그래! 전우치!" 그러시지... 웬전우치님 ^^
아내 분이 얼마나 생각 끝에 보낸 문자였을텐데.
저는 아직도 먼저 그렇게 화해의 문자나 말을 못 건네는데 아내분은 현명하시네요.

깐따삐야 2010-01-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 전우치? 마태우스님, 넘 귀여우시다.ㅋㅋ 저도 전우치 재밌게 봤어요.^^

마태우스 2010-01-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님도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반갑습니다
hnine님/그러게 말입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먼저 화해하잔 말 꺼내는 게 쉽진 않죠.
무스탕님/그, 그러게요 제가 맘이 좁아터져가지고... 전우치 임수정 땜시 본 사람도 있던데, 전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비연님/너무 제말만 믿지 마세요 저희 부부는 디워도 재밌게 봤거든요.
다락방님/화해하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고, 싸우면 저 지하 밑바닥의 불지옥같은 게 부부관계인듯 싶어요
LShin님/그걸 또 저장하다니, 넘하죠?^^
울보님/그거 아마 끝났을거예요. 생각보단 사람이 많았지만, 상영관 잡기가 쉽지가 않아보였다는..
순오기님/오오 님도 여배우들이 더 좋았군요. 그거 정말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죽이더라구요. 앞으로 계속 유치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전호인님/안녕하셨어요. 그럼요 아내말 들어서 해로울 거 하나 없지요. 근데 가끔씩 제 맘 속의 야생마가 튀어나와서 말입니다
한사님/우와 30년이라니.... 까마득해 보이면서 존경스러워집니다
메피님/야생마 시절을 너무 오래 살아서 말입니다
세실님/제가 잘해야 하는데 차암. 미녀에 약하면서도 아내한테만 이렇게 성질을 부린다는..

메르헨 2010-01-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공감됩니다. 하하하하....
근데 이거 중독인걸요. "웬 전우치님" 하핫...^^

가을산 2010-01-2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인간적으로 1주 2회는 사수하셔야 하는데..... ^^;;

sweetmagic 2010-03-2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신 마태님 ㅎㅎㅎㅎ
 

 

기생충학 수업이 있는 날.

첫시간에는 인사만 하고, 그 다음 시간에는 실습을 한다고 일찍 끝내고,

그 다음 주는 추석 연휴 전날이라고 휴강을 했더니만

강의할 게 무지무지 많아졌다.

무려 250장의 슬라이드를 돌려야 하니 마음이 급했다.

‘달리는 치타’ 사진을 보여주며 “치타처럼 달려 봅시다”라고 말한 뒤

정말 빠르게 진도를 나갔다.

너무 열강을 했던 탓이다.

말을 하다가 내 입에서 큼지막한 파편이 컴퓨터 모니터에 튀어버린 것.

누가 본 사람이 있나 좌우를 살펴봤다.

대부분 스크린에 비친 기생충 사진을 보고 있는데,

저 앞줄에 여학생 하나는 날 똑바로 보고 있다.

하필이면 여학생이라니, 무척 무안했다.

모니터에 묻은 파편을 닦아 봤지만, 그런다고 만회되는 건 아니다.

수업 후 그 여학생은 필시 이럴 것이다.

“야야야, 서모 선생 말야, 수업 하는데 글쎄 사람 주먹만한 파편이 나가는 거 있지?”

그걸 듣는 애들은 이럴 것이다.

“어머어머, 어쩜 그럴 수가. 난 그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개미같이 일을 하다가 병원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져간 책을 읽으며 밥숟갈을 입에 떠 넣고 있는데,

내과 선생님 한분이 내 앞자리에 식판을 올려 놓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다.

할 일도 많은지라 일어나고 싶었지만 예의상 앉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내 입에서 밥풀 하나가 튀어 내 식판으로 날아간다.

그 선생이 이 장면을 보는 걸 나도 보았다(그래도 내 식판인 게 다행이다).

그가 갑자기 이런다.

“선생님, 다 드셨으면 먼저 일어나셔도 되요. 바쁘신 것 같은데...”

밥풀을 보기 전엔 그런 말을 안하더니만!

그런다고 진짜 일어나서 가버리면 밥풀 때문에 삐친 줄 알까봐

그냥 앉아서 계속 그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파편이 튀다니,

집에 가선 조심해야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9-1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8-09-1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거에요? 야구 안 보시구요~~ ㅎㅎ

순오기 2008-09-1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저 '머피의 법칙'이 통한 날이려니 하셔용!
그도 아니면 알라디너를 위한 소재 발굴 차원으로~ ㅋㅋㅋ^^

락스 2008-09-1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식사하시며 어떤 책을 읽으셨을까? ㅋㅋ 치타처럼 달려봅시다에서 퐝 터졌어요^^

2008-09-20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8-09-20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첫번째 파편 얼마나 컸을까 궁금^*^ 유부남이라 다행입니다. 총각이었어봐...(아니 뭔 상관?) ㅎ
혹시 세번째 파편까지 발사하신건 아닐런지~~

최상의발명품 2008-09-2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럴 때가 제일 민망해요. ㅎㅎ 파편을 안 튀게 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입을 합죽이로 하고 말을 하는 거예요. ㅎㅎ
(평생 '-거에요'가 맞는 줄 알고 살았는데 '-거예요'가 맞다네요.
평소 맞춤법에 일가견이 있다고 믿었던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ㅠㅠ)

광사장 2008-09-2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위즈를 계속접속하다가 접속이 안되서 이쪽으로왔어요.. 여긴 어말 오랜만에 와 보는데..ㅎㅎ

2008-09-25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10-08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호호 낙천성을 갖게 되셨다니 삶에 도가 튼 모양이어요. 전 또 님이 제게 삐진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어서 정말정말 다행!
광사장님/글게 말이어요 ... 저도 얼마나 황당했는지...ㅠㅠ 나중에 새로 지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발명품님/호호 파편은 누구나의 문제죠! 글구 저도 육개장이 육계장인 줄 알았다가 쇼크받은 적 있어요
세실님/어모나 반갑습니다 세실니임. 미녀도 파편 만드는지 궁금^^
속삭님/네.......... 제마음 아시죠??
락스님/음, 그 책은 <차라리 밥공장을 지어라>입니다^^
순오기님/그러고나면 무지 민망합니다. 파편없는 세상에서 살고파요
하이드님/너무 간만에 댓글을 달아서 무슨 야구인지 까먹었다는... 롯데 힘내야 할텐데 지금 지고 있군요
속삭님/네...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맘 아시죠?
 

 

영화 <싸움의 기술>은 학교에서 늘 맞고 다니는 주인공이 싸움의 귀재 백윤식을 만나 무술을 배우는 내용이다. 어렵게 청을 수락한 백윤식은 고수가 다 그러는 것처럼 싸우는 기술보단 별 관계 없어 보이는 것만 시킨다. 배달된 우유를 훔친다든지, 빨래를 짠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것인데, 그런 일들은 물론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짱과 겨룰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난 주인공이 별다른 기술도 배운 바 없이 학교 짱과 맞섰을 때 좀 걱정이 됐는데, 주인공은 어렵사리 그를 물리치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교실을 걸어나간다. 그에게 도움이 된 건 “네 안의 두려움을 깨라”는 백윤식의 말, 이종격투기같은 프로들의 싸움이 아닌 이상, 싸움에서 중요한 건 배짱이지 기술은 아니었던 거다.




중1 때, 난 그리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정신을 차린 연후에 모임에서 탈퇴하려 하자 그들은 끊임없이 날 괴롭혔는데, 한번은 우리집 앞을 지키고 있는 그네들이 무서워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그때까지l 난 싸움이란 걸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그래서 싸우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괴롭힘의 도가 지나쳐 난 그네들의 요구대로 그 중 한명과 으슥한 골목길에서 싸움이란 걸 하게 되었다. 난 그리 결사적이지 못했다. 친구를 때린다는 게 영 불편해 주먹이 잘 나가지 않았던 것. 때린 것도 없었지만 맞은 것도 드물어, 그냥 무승부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그 다음날, 난 두 번째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들 중 가장 싸움을 잘하는 친구와 교실에서 붙어버렸다. 난 정신없이 주먹을 뻗었고, 주먹들 사이로 상대의 당황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서민이 더 많이 때렸어!” “민이 싸움 잘 하잖아!”

구경하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표했고, 그 싸움서 이긴 난 다소 으쓱한 기분에 취하기도 했다. 그 싸움에서 중요했던 건, 초등학교 때 2년간 배운 태권도 기술보다 죽기살기로 붙어보자는 각오였다.




싸움에서 이긴다는 건 또 다른 싸움을 불러오는 걸 의미했다. <싸움의 기술>의 주인공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 짱을 이기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학교 짱은 선배 깡패들을 데려와 그를 구타한다. 내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 그 뒤로 몇 번이나 더 싸움을 해야 했다. 그 패거리 중 더 이상 날 이길 자가 없자 그네들은 깡패로 활약하던 애를 데려와 싸움을 붙인다 (그 친구의 이름이 성시경이었다. 그래서 난 초창기에 가수 성시경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래들끼리의 싸움에선 깡다구가 중요했지만, 전문깡패에게 깡다구는 별 효과가 없는 법, <싸움의 기술>의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맞은 것처럼, 난 거의 한 대도 때리지 못한 채 흠씬 두들겨맞고 만다. 중간에 코피가 나서 싸움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반쯤 죽었을 거다. 그 장면에 만족해서인지 그네들의 괴롭힘은 덜해졌고, 중2가 되어 반이 갈라지면서 난 그네들의 마수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전혀 싸움을 안한 건 아니다. 하지만 고1 때를 마지막으로 내 싸움은 막을 내렸다. 그 시절엔 이미 기골이 장대해져, 싸웠다 하면 누군가가 병원에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까. 깡패 비스무리한 애를 쥐어팼다가 나중에 견갑골이 부러지도록 보복을 당한 우리반 애처럼 말이다. 그때보다 더 커버린 지금은 좀 비굴하게 굴지언정 싸움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긴 하지만, 일단 싸우고 나면 이기건 지건 잃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나 난 고2 때 합기도 초단을 땄는데, 그러고 나니까 싸우는 게 더 두려워졌다. 비록 내가 몸이 불어 ‘공중으로 날아 이단옆차기’ 같은 건 할 수 없다지만, 상대를 보면 급소만 곳곳에 급소만 보이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단 말인가.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8-07-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미녀들의 급소는 가슴이었소?

Mephistopheles 2008-07-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아닌 마음이 급소가 아니였을까요?
(이래서 싸움은 선빵이 중요해요.이 뭔소리??)

2008-07-26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07-27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아 참 오늘 연락드린다고 해놓고선 까먹었쪄요. 죄송. 글구 미안해하실 필요 없쪄요! 제가 죄송하죠!
야클/음....미녀들의 급소는 숨은 댓글로 가르쳐 주겠소. 'ㄱ'으로 시작하오.
메피님/호호 싸움에 선빵이 중요하단 말은 미녀에겐 통하지 않지요. 숨은댓글로 가르쳐 주리다. 'ㅇ'으로 시작하오.

최상의발명품 2008-07-27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유단자시군요. 제가 좋아하는 분도 합기도 유단자신데 합기도는 어떤 운동인지 예전부터 궁금했었습니다.
아래에서 봤는데 혹시 잃어버렸던 앵무새 죽이기 다시 찾으시고, 아 줄 사람 너무 없다 어쩌지 정말 미치겠네. 이런 생각이 드신다면 저 주세요 ㅎㅎ
마태우스님의 앵무새 죽이기 리뷰를 볼 생각에 설레는 새벽입니다.

최상의발명품 2008-07-27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아깝습니다. 페이지는 계속 열어놓고 있었는데
11분 차이로 늦다니!

마태우스 2008-07-27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명품님/안녕하셨어요 앵무새 죽이기에 관한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답니다. 알라딘서 배송 왔는데 결국 다시 샀어요. 제가 바보여서 벌어진 일인데요, 하여간 지금 읽고 있답니다. 글구 잃어버린 앵무새는 다시 나오질 않네요. 찾으면 무조건 님 드리겠습니다 꾸벅. 합기도는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운동이지요

최상의발명품 2008-07-27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꼭 찾으시기를!
합기도는 그런운동이었군요. 호기심 해결입니다^^

마태우스 2008-07-2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명품님/언제 저랑 일합을 겨룰 기회가 있기를...^^
 

식스센스류의 반전이 아닌,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미의 반전영화라면 으레 잔인한 장면이 나와야 하는 줄 알았다. 피가 튀고, 믿었던 전우가 전사하고, 아들의 시체를 안고 어머니가 울고, 뭐 대충 이런 장면들 말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평화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메리 크리스마스>는 반전영화 중 최고의 반열에 오를만하다.




때는 1914년, 1차세계대전이 열리던 중 전선에서 조우한 스코틀랜드, 프랑스, 독일 병사들은 잠시 휴전을 한 채 꿈결과도 같은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낸다. 막상 그런 일이 있고나자 "파티는 끝났다. 다시 총을 들어라"는 사령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가 없다. 사실을 알고 달려온 고위층에게 프랑스 중위는 항변한다.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전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슨 말일까? 중위의 다음 말에 답이 나온다.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후방에서 칠면조나 뜯으면서 명령만 내리는 당신들보다는 저기 있는 독일인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그 병사들은 평화로울 때 만났다면 즐겁게 술을 마시며 친구가 되었을 사람들, 그네들로서는 도대체 왜 자기네들이 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 제일의 미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여인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헬렌이다. <트로이>에서 헬렌 역을 맡았던 독일의 미녀 다이앤 크루거가 클래식 가수로 나오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결코 그녀가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각자의 참호에서 나와 먹을 것과 이야기를 교환하는 병사들의 얼굴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었을까. 그저그런 로맨틱 코메디만 개봉하는 연말에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고, 그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더 큰 행운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12-2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야기 실화라고 하던데..?? 맞나요 아닌가요??

마노아 2007-12-24 10:16   좋아요 0 | URL
지식 e에 나오잖아요. 실화 맞대요. 저도 책 보고 나서 이 영화 봤답니다. 감동이었어요.(>_<)
마태우스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antitheme 2007-12-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실화로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새소년이었나 어깨동무였나 둘중 한 잡지에서 이이야기가 만화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저도 이영화 꼭 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BRINY 2007-12-2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실화라고.

다락방 2007-12-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토요일에 씨네큐브에 이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다가 가지 못했었는데요,
혹시 제가 갔었다면 마태우스님을 뵐 수 있었을까요?

아, 그리고 저도 실화로 알고있습니다. 일요일의 티비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 방송했던 기억이 나요.

2007-12-23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12-2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일 것 같은데 그래도 삐딱해지는 마음이라니..
저게 만약 같은 유럽 백인이 아니라 백인과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사람들과의 전쟁을 배경으로도 저런 영화를 만들수 있을까 싶은.... 하여튼 삐딱하죠?
그래도 인사는 마태우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2007-12-2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2007-12-2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12-2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보신 미녀분께서도 님의 높은 안목과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을거예요 ^^

마태우스 2008-01-01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아무래도 그렇죠? 호호호. 그래도 님한테 많이 배워야 할 거예요 미녀로 사는 법 같은 거요^^
속삭님/학위를 마치신 건 축하드리지만, 님이 다시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요 흑
승연님/님두요. 연말엔 축하할 일이 많지요?^^
속삭님/그럼요! 답이 너무 늦었나요? 하지만...님 서재에 먼저 답을 올렸는데 봐주심 안될까요..
바람돌이님/님도 좀 지났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아시아나 아프리카라면 좀 힘들겠지요 그래도 전 영화볼 땐 그냥 봐요 너무 생각이 많으면 재미없을까봐요...
속삭님/어머나 미녀님이닷!
다락방님/글 초반에 실화라고 썼는데 많은 분들이 지나치신 듯... 그나저나 아쉽습니다 님과 조우할 좋은 기회였는데^^
브리니님/실화를 영화화한 게 아니라면 감동이 덜했겠지요 아마..
안티테마님/크리스마스에 기획된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재미는 러브 액츄얼리가 더 있었지만요.
마노아님/대신 대답해주셔서 감사^^ 메리크리스마스
메피님/글 초반부에 실화를 영화화했다고 썼는데 너무 티 안나게 썼나봐요 앞으론 핵심 글자엔 색깔을 넣을래요

다락방 2008-01-0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님의 '실화'라고 쓴건 읽었어요.
메피스토님께서 의문을 가지셔서서 다시 말씀드린거예요.
다른분들도 아마 그러신듯 한데요. 훗 :)

마태우스 2008-01-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아아 친절하신 다락방님!!!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