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악기보다 더, 그 어느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면 바로 인간의 노래 소리는 아닐런지... 피아노의 소리를 지극히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내는 그 소리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인간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독일의 라인강을 배경으로 한 처녀요정 로렐라이는 인간의 노래 소리가 그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가를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루어 질 수 없는 전설일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역시 그 편견에 근거하여 스스로에게 증명하곤 하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캉틀루브의 노래를 부른 다브라스의 목소리이다.
오베르뉴의 노래
오베르뉴는 어디일까...프랑스 관광청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프랑스 중남부에 위치하고 있고 3,000만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곳으로 푸르른 산이나 협곡이 아름답다'고 써있다. 특이 이곳 오베르뉴지방은 오래도록 고립된 곳인지라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노래가 만들어졌던 당시의 오베르뉴는 워낙 시골인데다가 캉틀루브가 1924년 오베르뉴 지방의 민요를 편곡하여 발표했다고 한다. 노래를 통해서 오배르뉴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저 짐작만 해볼 뿐이다. 이 노래는 목동들을 위한 노래이고 가사는 그곳의 방언이라고 한다.
음반의 내지를 살펴보면 오베르뉴의 노래는 ‘개울을 건너는 목동들, 개울 건너의 아가씨에게 전하는 말, 숲속의 연인들, 포도주 예찬, 별들도 숨겨주지 못하는 실연의 아픔’을 묘사했음을 알 수가 있고 우리는 노래들 듣는 모두는 그 순간 목동이 된다. 또한 ‘개울 건너 서로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목동과 아가씨들의 정경은 정말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음반의 내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오베르뉴의 목동들 사이에 흐르는 것은 단순한 개울이 아니다. 노래에 등장하는 개울은 사실은 강이다. 화산의 폭발로 협곡이 깊은 산악지대로 그들 앞에 놓은 것은 사실은 건널 수 없는 강인 것이다. 이쪽 편의 목동들은 저쪽 편의 목동들과 서로 마주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해가 지면 헤어지곤 했다. 그렇게 공감대를 형성한 목동들은 서로 사랑에 빠지곤 했다. (당시 목동은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여자 목동들도 있었던 것이다)
서로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건널 수 없는 강이 그들 사이를 가로 막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러한 남녀 목동들의 아련하고 안타까우며 애달픈 마음을 이 노래에 담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
다브라스
다브라스의 소리를 들을 때면 언제나 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분명 사람의 목소리이다..." 악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 행위를 연주라 한다...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노래 행위를 또한 연주라 한다... 동감이다...
이 모든 내용들은 사실 다브라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왜냐면 다브라스는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다브라스은 그 푸르름을 고스란히 자신의 육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청아하다는 말로는 너무나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 다브라스의 청명한 높고 푸르른 아름다움을 말로는 형용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목동이 된다. 푸르른 꿈을 꾸는 목동.... 어쩌면 고려의 비취색이라면 다브라스의 음색을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을까....
청아하다는 말도, 푸르르다는 말도, 청명하다는 말도, 정갈하다는 말도...그 어느 말도 그녀의 노래를 설명해줄 수는 없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면.......
"잘 있거라 목동아... 조심히 가셔요, 아가씨...." --- 소나기에 강물이 불어 흠뻑 젖은 아가씨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둘이 아무런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저게 무얼까...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지요..저렇게 많은 별들은 처음봐...참으로 아름답구나, 넌 저 별들의 이름을 잘 알테지... 아무렴요, 아가씨...온갖 별 들중에서요 아가씨..제일 아름다운 별은 목동의 별입니다. 7년 만에 한 번 씩 만나 결혼을 하는 예쁜 마글론일입니다.. 어머, 별들도 결혼을 하니..그럼요 아가씨,
저 숱한 별들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 앉아 고이 잠들었노라고...
아니, 오르페우스의 노래라면 어쩌면....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부르자 탄탈로스는 물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고, 익시온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으며, 뱃사공 카론은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케르베로스는 꼬리를 다리사이로 말아 넣었으며, 시지프스의 바윗 덩어리는 가던 길을 멈추어 시지프스로 하여금 걸터앉아 쉬게 하였다...
이와같은 표현은 바로 다브라스의 노래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다브라스의 노래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일지도 모른다. 나를 천국으로 안내하는 영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그 아름다움을 형용할 수 없는 노래...
아....물론 이 민요가 노래만 좋은 것이 아니다. 노래가 한없이 이쁘다보니 악기는 미처 떠오르지 않았다. 관악과 현악은 노래의 뒤편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분명 노래가 앞서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마치 목동을 가까이 조명하고 거리를 두고 있는 배경을 보여주는 구도처럼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현악의 연주는 더욱 또렷하다. 아니 완벽한 배경을 만들어 그 목동들과 정경을 한없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마치 하늘의 별들처럼...오보와 클라리넷은 냇가의 물이 흐르고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정경을 고스란히 담고있고 목동들이 강건너 아가씨들에게, 아가씨들이 개울 건너 목등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멀리서 들려오는 양떼들의 음성이 또한 악기를 통해 전해온다.
분명 구도는 목동들이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의 배경과 효과는 절묘한 분위로 시골의 모습을 한폭의 그림을 보여주듯 나를 감동시킨다... 바로 앞에서 손에 잡힐 듯한 정경....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