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마케도니아에 가다 - 1세기 사회·문화 연구로 구현해 낸 가장 사적인 바울의 기록
정은찬 지음 / IVP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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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이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못하여, 오해를 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들의 진심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하고, 내가 원하는 바대로 상대를 재단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 현재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도 완벽한 의사소통은 힘듭니다.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열고, 에너지를 쏟아야만 소통이 시작됩니다. 2000여 년 전, 우리와 다른 문화와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당대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청자의 상황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바울의 편지를 냉철하고 정리된 교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화와 세계관, 관점에 맞추어 바울의 메시지를 해석하곤 했습니다. 분명히 편지를 보낸 의도와 목적이 있을 텐데,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문장 자체에 집중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바울의 본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고단한 작업입니다. 그와 소통하고자 하면 넘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언어와 문화 등의 전반적인 배경을 명확하게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신 이면에 있는 화자의 마음을 읽기란 더욱 요원합니다.


1세기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해 온 정은찬 교수는 바울의 편지에 흐르고 있는 진짜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바울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간 바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말입니다.


당대의 배경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매우 쉽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수고입니다. 바울이 자신의 진심을 꾹꾹 담아 편지를 썼듯, 저자는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바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책을 저술한 듯합니다.


이 책은 바울과 그의 동료들,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성경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심경의 변화를 저자는 풀어냅니다. 당시의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의 독자들은 파악하기 힘든 여러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는 바울은 입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드디어 우리는 대화합니다. 바울이 간절히 원했던 바를 이제야 조금씩 느낍니다. 그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는 초대 교회 성도들과 만납니다. 바울과 성도들의 열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이제 우리 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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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지음 / 지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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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청년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중간에도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어느 정도 갈등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친구가 자신에게 먼저 친구 관계를 정리하자고 말했던 것이니까요.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알고 보니 매사 적극적이고 리더십이 있던 이 청년이 관계의 주도권을 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갈등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가령 "왜 너는 너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니?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라는 식이었습니다. 수동적이었던 이 청년의 친구는 오랫동안 참기만 하다 폭발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우리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친구의 마음을 한번 읽어봐주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힘겨웠던 그의 마음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이 익숙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 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조언했습니다.   



이렇듯 갈등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였지만,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큰 문제가 됩니다. 더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더 큰 생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입니다. 공감과 배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시작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갈등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문제의 핵심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회다움'은 갈등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서로를 품어낼 때 서서히 교회는 하늘 가족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참 신기한 책이 나왔습니다. 교회의 갈등에 관한 책입니다. 다양한 교회의 구성원들이 등장합니다. 가상의 인물인 그들은 실제 우리가 만나는 형제요 자매들입니다. 김호준 형제, 박세직 집사, 현지우 권사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고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이자, 선배이며, 후배입니다. 이들은 신앙의 여정 가운데 내적으로 때로는 외적으로 갈등을 경험한 이들입니다.



저자인 홍동우 목사는 그동안의 목회 경험과 신학적인 성찰을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자처하는 그의 진면모가 이 책을 통해 드러납니다. 부드럽게 각자의 서사를 들려주다가, 날카롭게 성경의 이야기에서 핵심을 꿰뚫으려 합니다. 등장인물의 서사가 성경 인물의 이야기와 공명하며,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이야기의 끝에 들려주는 저자의 고백입니다. 담담하게 내뱉는 독백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이제 우리 또한 이 책의 이야기에 사로잡혀 우리의 삶에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독자들조차 무장해제하게 만들어, 교회답지 않았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랫동안 교회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많은 문제들 앞에 좌절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어떤 관계여야만 하는지 실제적인 정리가 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다시금 교회를 꿈꾸게 됩니다. 연약하지만 함께 세워나갈 수 있는 하늘나라 공동체를 말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신학적 성찰과 그 과정 가운데 나온 결과물입니다. 성서학 입문서로도 좋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적는 것은 놀라운 능력입니다. 어려운 것을 깊게 이해해야 함과 동시에, 자신의 언어로 그것을 소화하여 쉽게 풀어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놀라운 이야기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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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국 신학자들과의 대담 M어게인
이승구 지음 / 알맹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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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신학 사조도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오랜 시간을 톺아보며 변화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도 유익하지만,

한 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촘촘하게 파악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31세의 젊은 신학도였던 저자는

영국 전역에서 신학자들과 대담하고, 그것을 편집하여 책으로 출간하였다.


'1990년대', '영국'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은 있지만,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신학자들을 간접적으로 두루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대담자를 통해 복음주의자와 바르트주의 신학자,

과격한 중도파 신학자, 과정 신학자와 여성신학자, 급진 신학자를 대한다.


다소 생소한 학자들도 있지만 우리에게 낯익은 분들도 꽤 많다. 맥그래스(Alister McGrat)나,

보컴(Richard Bauckham), 티슬턴(Anthony C. Thiselton), 코클리(Sarah Coakley)와 같이.


이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바르트(Karl Barth)와 몰트만(Jürgen Moltmann),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와 틸리히(Paul Johannes Tillich) 등을 만난다.


1990년 당시 영국 신학자들의 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그들이 보는 현대 신학은 어떠한가?


이왕 알아가는 상황에서 조금 더 객관적이고 포용적으로 질문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30여 년 전에 큰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대담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더불어 한국교회와 신학도들에게 던지는 신학자들의 날카로운 조언은

지금의 교회와 신학도들도 되새겨야 할 적실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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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0-23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신학도가 있었나요?? 흠...

모찌모찌 2023-10-23 14:21   좋아요 0 | URL
매장마다 마지막 질문이 한국교회와 신학도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더라고요 ㅎ 신학하는 모든 사람이 다 신학도 아니겠습니까?
 
리딩 더 타임스 - 뉴스를 읽는 그리스도인의 지성, 시간, 상상력, 공동체
제프리 빌브로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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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갈피를 못 잡는다.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사건에 해석이 가해지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저마다의 관점과 사상이 더해져 순수한 정보는 순식간에 혼탁해진다.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미디어 환경 가운데서,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뉴스를 대할 것인가?


덕, 환경, 미디어, 공동체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저술활동을 해 온

제프리 빌브로(Jeffrey Bilbro).


저자는 쏟아지는 뉴스에 파묻히는 환경 가운데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현재와는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오랜 기독교 전통과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우리는 단테(Dante Alighieri), 파스칼(Blaise Pascal)과

소로(Henry David Thoreau)와 시몬 베유(Simone Weil),


머튼(Thomas Merton), 도로시 데이(Dorothy Day) 등을 통해

세상 속에 있지만 구별되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한다.


먼저 저자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 가운데서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는 하찮은 정보에 주목하기보다는

영원한 것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

크로노스의 시간 가운데 어떻게 카이로스적인 삶을 살 것인가?


그리스도인들은 예표적 상상력을 갖고 시대를 읽어내야 한다.

하나님의 카이로스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공동체를 강조한다.

공론장을 통해 뉴스는 더욱 다양하게 변용 가능하다.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와 함께 할 때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건에 참여할 수 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가운데 우리는 살아간다.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풍부한 과거의 유산과도 충분히 소통하면서,

실제적인 적용점을 제시해 주기에,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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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인간의 탄생, 성숙, 노화
김영웅 지음 / 선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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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회복이 더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은 성숙을 거쳐 노화에 이른다.


신앙의 여정도 이와 같다.

발생으로부터 성숙을 거쳐 노화에 이른다.


20년째 생물학 연구실에서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고 있는 김영웅 저자.


저자는 과학의 언어로 신앙을 모색한다.

과학과 신앙은 절묘하게 조화된다.


『과학자의 신앙고백』을 통해

이미 과학과 신앙의 대화를 꾀했던 저자.


이제 오랫동안 그와 함께 했던 생물학 지식을 통해

신앙의 여정 또한 되짚어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객관적으로 우리의 삶과 신앙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몸의 변화와 성숙.

그 가운데 발생되는 차이들.


우리 영혼 또한 성숙의 과정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본다.

너무 급격하게 노쇠로 가고 있지 않는지 물어본다.


소소한 저자의 고백이 생물학 지식과 더해져

나의 삶과 영혼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살펴보게 만드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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