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엄마 찾아 줄게
김마리아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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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향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은 이내 화사해집니다. 활기가 없던 곳이 충만한 생명이 약동하는 곳으로 변합니다. 우울과 슬픔이 지배하는 시간은 언제부터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따스한 마음은 나눌수록 더욱 풍성해집니다.



한낱 스러져버리는 기쁨이 아닙니다. 그 안에 단단한 가치와 정신이 숨어 있습니다. 풍성한 사랑의 근원에 흘러넘치는 은혜가 가득합니다. 그러하기에 그 사람의 주변은 사람 향기나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서로를 향한 섬김과 배려는 서로를 더욱 아름답게 빚어줍니다.



『엄마가 엄마 찾아 줄게』의 저자 김마리아 작가의 존재와 삶이 그러합니다. 끊임없이 베푸는 충만한 삶은 드넓은 정원과 같습니다. 온갖 꽃과 나무가 아름답고도 평온하게 향내를 내는 그곳. 넉넉하고 온화한 저자의 마음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지쳐 있는 우리에게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줍니다.



전작 『너의 심장 소리』는 그레이스를 입양하는 은총의 과정이 중심이었습니다. 저자의 가족들이 오랫동안 소망하고 계획하던 일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틀어졌습니다. 이후에 제주도로 귀국한 뒤 기도 가운데 이전의 서원을 떠올려주시고는, 가장 약한 한 사람을 그들에게 붙여주십니다.



그레이스는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을 아끼고 눈여겨볼 수 있는 아이로 자랍니다. 자신의 것을 희생하더라도 타인을 돌보는 배려와 공감의 아이입니다. 아마도 가족들의 헌신적이고 풍요로운 사랑으로 인해 그레이스 또한 자연스럽게 그러한 아이가 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엄마 찾아 줄게』는 이제 입양 사실을 그레이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참으로 두렵고 떨리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은 이들에게 있어 또 다른 은혜의 장소와 시간이 됩니다. 진심과 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레이스는 그 이야기 또한 자신의 것으로 품습니다.



입양의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의 삶은 이전의 삶과는 다릅니다. 육체적인 힘겨움에 더하여 정서적인 어려움도 함께 떠안아야 합니다. 주변에서의 시선은 어린아이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압박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을 따스함 안에서 해석하는 그레이스의 의젓한 모습에서 놀라움과 함께 무엇인가 울컥함도 올라옵니다.



가슴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울고 함께 아파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과 섬김의 이야기입니다. '살며, 사랑하고, 나누며, 섬기리'라는 목차만 보더라도 이들에게는 자신만이 아닌 주변의 모든 것이 사랑의 대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돌봄과 나눔, 사랑과 섬김의 이야기가 그레이스의 성장과정과 긴밀하게 얽히고설켜 또 다른 향기를 품어내는 풍성한 이야기가 됩니다. 꽃 사진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작가의 풍성한 사랑에 잠기어 우리 또한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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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 소리 - 정원사 엄마와 입양아 그레이스 이야기
김마리아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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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하지 않은 삶입니다. 그 가운데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형통하게 보일 때면 가슴이 더 쓰라립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하기에 주변을 의식할 필요가 없지만, 고통과 기쁨의 경중을 계속 비교하는 우리를 보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일상을 묵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소소하지만 그 가운데 잔잔한 은혜를 발견합니다. 큰 폭풍우 같은 상황에서도 한 분 하나님만을 의지한 채 신실하게 말씀을 붙들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고통 속에서도 은혜를 발견합니다. 광야와 황무지에서도 만개한 꽃을 소망한다면 주님이 주시는 참 희망을 간직한 사람일 것입니다. 어렵고 힘겨운 일상에서도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말씀하십니다.



어떤 자리에 있든지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기에 힘썼던 이 책 『너의 심장 소리』의 저자 김마리아. 그녀는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선교사인 남편을 도와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과 치료로 섬겼습니다. 이후에 제주에 와서 원예학을 전공했으며,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생후 40일의 그레이스를 입양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인생을 살아갈 때 있어 가장 우선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세상의 관점이나 가치관이 아닙니다. 이들 부부는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기도함으로 질문합니다. 우리의 선택에 최대한 하나님의 마음과 뜻이 부어지도록 간절하게 소망하는 몸짓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뜻을 구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응답하십니다. 이들 부부에게 하나님께서는 여러 통로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그리하여 그들 또한 하나님 말씀의 통로가 됩니다. 무너진 자, 소외된 자, 하나님의 말씀이 절실한 자에게 저자는 위로가 되어주며, 말씀을 전달하는 도구가 됩니다.



무엇보다 그레이스를 입양하며 주신 하나님의 마음은 일시적인 마음의 동요가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그레이스를 마음 다해 책임지겠다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선택인 것으로 보이지만, 주님의 선택입니다. 우리가 결단한 것처럼 비치지만 그저 우리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한 것뿐입니다.



정원사 엄마와 입양아 그레이스의 이야기는 슬픔이 지배하지 않습니다. 아픔이 가득한 이야기이지만, 아름다운 모든 것이 배경이 됩니다. 그리하여 너무도 향기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꽃은 이들의 이야기를 돕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보여주는 은유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 가득한 엄마는 속 깊고 순수한 그레이스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기도 합니다. 꽃을 통해 아버지의 음성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이들의 일상은 모든 것이 은혜의 방편이요 도구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주변의 모든 것을 통해 들려지고 느껴집니다.



사계절의 다채로운 정원은 저마다의 색과 향기로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은 어느새 우리의 것이 되고, 하나님의 것이 됩니다. 긍휼과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이야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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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역사 - 하룻밤에 정리하는
로저 E. 올슨.애덤 C. 잉글리쉬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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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문이든 그 학문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논리적인 체계로 보일 때가 있지만, 그러한 결과물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서사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 학문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학문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신학은 매우 독특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정의하고, 하나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이미 드러난 흔적을 더듬어 보아 흐릿한 형상이라도 미루어 짐작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신학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신학은 그 개념에 대한 체계적 정리도 필요하지만, 이 학문이 걸어온 발자취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떠한 배경 가운데서 그러한 개념이 형성되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개념에 대한 공격과 그에 따른 방어의 역사를 이해해야 신학의 큰 그림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분들이 로저 E. 올슨(Roger E. Olson)과 애덤 C. 잉글리쉬(Adam C. English)입니다. 역사학자로서 저자들은 그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신학의 역사를 풍성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 『신학의 역사』를 통해 간명하게 신학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들은 신학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신학은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구원을 숙고한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구원에 대해 1세기 사도들이 선포하고 설명한 복음을 숙고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7)."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체계적인 교리를 형성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바를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논쟁과 투쟁 가운데서 더욱 명확하게 교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가령, 내부로는 영지주의의 도전이 있었고, 외부로는 켈수스와 같은 이교도 저술가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믿음에 대한 도전을 가했습니다. 모순되어 보이는 신학의 근본에 대해 계속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초기 교부들과 변증가들은 신앙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전 가운데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옹호하고 변증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신학적 개념이 명확해지고, 새롭게 정의되는 교리의 형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아직은 거칠고 불분명하여 여전한 긴장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이 책은 그리스도교의 신학과 그 역사를 교리가 아닌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장구한 그리스도교 역사를 풍부하게 이야기합니다. 핵심적인 사상과 흐름을 훑어 나가다 보니 다른 목적지에서 헤맬 염려가 없습니다.



더하여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우리에게 적실한 신학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해진 도전은 무엇입니까? 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이러한 계속된 고민과 대답이 믿음의 선배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우리에게 남겨준 신학적 유산에 대한 적절한 반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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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최후 기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문재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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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그분의 선물은 단지 그분의 사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모든 걸음들과 죽음의 순간까지도 포함됩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그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극심한 고통의 한 가운데를 지나시면서도 끝까지 우리들을 위하십니다. 영원 전부터 지속된 성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끊어질 것을 아셨음에도 불구하고 성자는 성부의 말씀에 끝까지 순종하십니다. 그저 성부 하나님의 말씀과 그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니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그런 점에서 십자가의 정수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기도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일상과 깊이 연결되며, 우리의 인생 전체를 하나의 큰 이야기로 묶어 줍니다. 예수님 안에서 용서받음으로 새롭게 태어나며, 그분과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살게 됩니다.



의사이자 영성 작가였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Adrienne von Speyr)는 이 책 『예수의 최후 기도』에서 가상 칠언을 칠성사와 연결시킵니다. 그녀의 스승이었던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Hans Urs von Balthasar) 조차 이러한 연결에 회의적이었던 것을 보면, 참으로 독특한 접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어려운 일을 탁월하게 해냅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성부 하나님뿐만 아니라 교회와 모든 인류에게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가상 칠언과 일곱 성사의 관계를 묵상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말씀은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유효한 말씀입니다. 여전히 십자가의 말씀은 교회를 형성하며, 우리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앙의 여정 가운데 은혜의 방편인 성사와의 연결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사역은 십자가로 귀결되며,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을 필연적으로 가리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빛을 통해 복음을 새롭게 해석하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다시금 우리를 하나님께 대면하게 만듭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 상에서 성부 하나님과 만나셨습니다. 강도와의 만남, 요한과 마리아와의 만남, 병사들과의 만남, 군중과의 만남은 반복될 수 없는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터져 나온 예수님의 말씀은 단 한 번으로 유효한 말씀으로 끝나지 않고 충만함 가운데 지속되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충만함이 교회의 충만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서 다시금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십자가에서의 그리스도의 은혜는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말씀과 성사를 통해 교회에 충만하게 넘쳐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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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 죽음 이후를 말하다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 IVP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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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면밀하게 살피고, 논리적이면서도 경험적으로도 증명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게 되며, 서로의 주장을 인정합니다. 사실 여러 각론 중 그러한 주제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격차를 줄이기 힘든 주제 중 하나는 종말론일 것입니다. 실제로 죽음을 경험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을 일에 대해 단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주장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경험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기에 죽음 이후에 관한 신학적 지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성경의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점이 사실적인 기록이며, 어떤 점은 은유적인지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영국 성공회 주교이자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 그는 이 얇은 책 『톰 라이트 죽음 이후를 말하다』를 통해, 이미 널리 퍼진 잘못된 신학 지식을 바로잡아주기를 원합니다.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틀린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톰 라이트는 잘못된 교회력으로 인하여 생기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저자는 교회력이 하나님의 구원 서사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매개가 됨을 인정하며, 그렇기에 아주 세심하고도 신학적으로 합당한 근거 가운데서 교회력이 행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미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예수님의 재림'이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도래이며, 종말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하늘과 땅의 하나 됨이며, 영혼과 몸의 하나 됨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같이 종말의 때에 우리는 전인격의 온전한 부활을 경험할 것입니다.



문제는 개개인의 죽음이 종말의 시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오해가 참으로 많습니다. 흔히 '중간기'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간에 대한 이해는 교파마다 매우 다릅니다. 심지어 동일한 교파에 있더라도 개개인마다 느끼는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은 천양지차입니다.



중간기 이후(개인의 죽음 이후의 이후)가 세상의 끝이며, 그때에 우리가 온전한 부활을 경험한다면, '중간기의 성도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하는 것이 신학의 오랜 과제입니다. 이는 성도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자 물음일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오용하는 '천국'은 이런 점에서 그동안 합의되어왔던 신학과 괴리가 있습니다. 마치 개인의 죽음 이후에 곧바로 천국과 지옥이 있는 것처럼 가정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에서의 '천국'은 '하나님 나라'이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천국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성경에서의 하나님 나라는 장소의 개념보다 어떠한 사실을 나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이 땅에 온 것으로 인해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왕적 통치(다스림)를 의미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주인이심을 선언하고 선포하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하나님의 전적인 다스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죽음 이후에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고 누리라 강조합니다. 특히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해야 하며, 그러한 표지는 화목과 평화, 용서와 사랑, 정의 등입니다.



연옥 교리나 잘못된 천국에 대한 이미지 등은 이미 십자가에서 죄를 완전하게 이기시고 해결하신 예수님의 사역을 헛된 수고로 만드는 일입니다. 다른 교리에 대한 비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성경적이며 신학적인 기초 위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죽음은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고, 명확하게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승리하신 우리 주님은 사망이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누군가가 어디에 가리라는 심판자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날이 있음을 기억하며 겸손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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