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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하고 서툰 사랑 고백 ㅣ 우리시대의 논리 1
손석춘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4월
평점 :
.... 나랑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친구가 있다 .
그 친구와 내가 처녀적부터 하는 농담이 있는데
" 아무개 마누라는 언제 죽냐 ? 재취로 가게......" 하는 것이다 .
그 " 아무개" 는 정영일이었던 적도 있고 (정영일이 먼저 죽었다 )
윤이상이었던 적도 있는데다 (윤이상도 먼저 죽었다 )
신영복이었던 적도 있고 제임스 스페이더였던 적도 있으며
장국영이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장국영은 알고보니 사랑하는 여자조차 없었다 -.-;;
마누라가 먼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 명단에 지금도 끼어있는 사람은
서준식,서경식, 서승, 삼 형제에 ^^ 하종강 ,홍세화, 최장집,그리고 손석춘이다 .
이들은 어쩌면 우리 두 사람이 접하고 있는 세계의 대표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들이 사실은 알고보니 바람둥이었을 수도 있고
돈벌레였거나 여성비하를 일삼는 존재들일 수도 있다 .
그런 건 사생활이기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
어쨌든 간에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우리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흠모해왔다.
끝없이 낮은 데로 흘러가는 깊은 사람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흠모의 실천은 오직 그들의 책을 사서
읽고 독후감 쓰고 퍼트리는 길 뿐이다 .
아참! 또 한 가지! 모든 생일, 이사, 승진, 결혼, 득남, 득녀 선물은
그들의 책으로 단일화해버리니 심플하고 그레이스하고 쿨해서 좋다 ^^
손석춘의 책은 아마도 거의 다 사서 읽고 퍼트렸을 것이다 .
그러므로 이번에 읽게 된 <과격하고 서툰 사랑 고백>도 이미
어디선가 읽어서 낯익은 글들이다 . 한겨레이거나 오마이뉴스거나
아니면 이미 기호가 되어 내 머릿 속에 각인된 친밀하고도 익숙한 고백들이다 .
나는 독자로서 혹은 청자로서 손석춘을 대면한 일이 두 번 있다 .
그리고 언젠가 <진품명품> 에 내보내기 위해 저자 사인도 충실히 받아 두고 있다 .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예단하고 있다 .
나에게 있어 <손석춘>이란 고유명사는 이미 보통명사가 되었다 .
이번 책도 읽어보면 그가 왜 이렇게 진지하고 절실하게 돈도 안되는 일에
매진하는 건지 또 궁금해진다 . 손석춘 정도면 매명을 일삼아 더욱 럭셔리하고
스페셜하게 ^^ 살 수 있을 텐데 끝없이 말과 문화와 의식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게 보인다 .
그의 진정성,그의 사랑, 그의 애끓는 한 점 붉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약하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다 .
그는 '유영철 ' 을 볼 때도 사이코 살인마로 보기보다는 '사랑에 목말랐던 ' 가여운 자로(213면)
정운영의 그릇된 명망성도 '잘못을 지적해주는' 진실함으로 대하며(216면)
노무현, 이건희, 이남원을 대할 때도
'왜 스웨덴에서 삼성과 현대가 팔리면서도 아기를 수출하는 자본' 이
되는 건지를 정직하게 묻고 있다 (224 면 )
사람들이 다같이 조선일보라는 창을 통해서 세상을 읽을 때
그는 홀로 광야에 서서 "아니다' 라고 외치는 사람처럼 보인다 .
실제로 너무나 많은 학자, 언론인, 지식인들이
대중과 정권과 자본에 빌붙어 방울을 딸랑거릴 때도
그는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지치지도 않고 내뱉고 있다 .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민망해서 악수도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될
그런 쓴소리 , 올곧은 소리를 굽히지 않고 하는 것이다 .
도저히 사람좋단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어느 시점에선 굽히지 못했으므로 꺾어질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
그런 글들이 가득찬 보석 자루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여일하게 "그건 올바르지 않다!"고
보살의 얼굴을 한 투사가 되어 외칠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아는 한 그의 시선은 이성적이며 그의 글은 진실하고 그의 인식은 바람직하다.
이렇게 온통 자본과 세계화, 신자유주의 해일에 휩쓸릴 때
그는 끝까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우리에게 알려주며 실천할 것을 믿는다 .
그는 그럴 것 같다 . 반/드/시.
그렇지 못한다면 일개 독자인 내가 " 당신은 타락했으니 절필하는게 좋겠소!" 라고
잘못을 지적해줄 것이다 . 후배는 아니지만 (218면)
덧붙여,
377면 까지 밑줄 그으며 읽고나서 , 이제 익숙해졌으면서도 낯선 단어 몇 개를
찾아보려고 하는 순간,378 면에 '책의 이해를 돕는 작은 사전'이 준비되어 있다!
ㅠㅠ 내가 찾아보려고 적어둔 단어는 이것이었다 .
1. 지며리/차분하고 꾸준한 모양(92 면)
2 . 말살에 쇠살 /전혀 조리가 맞지 않음 (177면 )
3. 보비리 /아주 아니꼽게 느껴질 정도로 인색한 사람 (212 면)
그리고 그리운 낱말 "듣그럽다/소리가 귀에 거슬리다 "-->>
이 낱말은 고향이 개성인 우리 아버지가 쓰던 말이다 . 우리들이 시끄럽게 웩웩대면
"아! 듣그러워!" 하시던 게 떠오른다 . 아버지는 4 년전 고향에 못 가보고 돌아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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