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석, 고 3 수험생 딸아이 때문에 , 또 와병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어서

고바야시 다키지의 소설 게공선<蟹工船게잡이 배>을 읽었다 . 

이 책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한다. 전에 서경식 선생이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어서  읽고 싶던 차에 재출간이 되었기에

다행이다 .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는  그 자신의 출신 성분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

1903년 아키타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홋카이도의 오타루 고등상업학교를

나왔다 . 은행원 생활도 했지만  문학활동과 사회주의운동에 투신했다.

세계 대공황이 일어난 해인 1929년에 쓴 대표작이  바로 이 <게공선>이다.

소련령 캄차카 영해를 침범해 게를 잡고 배 위에서 가공해 통조림으로 만드는

게송선을 무대로 지옥 같은 혹사와 학대를 당하며 일하는

노동자 모습을 그렸다.




거기서 자행되는 폭력은 회사의 이윤과 대일본제국 국책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어업노동자들은  결국

태업(사보타주)을 거쳐  스트라이크에 돌입하지만 상황이 쉽게 풀리진 않는다 .

그들은 순진하게도 일본 해군 국민인 자신들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지만

천황과 자본가는 따뜻하게 결탁한 동지들이었다 .

그래서 스트라이크 주동자들은 입건되었고  풀려난  그들은 

“경찰서 문을 나서자 , 다양한 노동 계층 속으로

각각 파고들게 되었다는 것 ” 으로 마무리를 한다 .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흠칫, 했던 것은 이 소설이 1929 년 작이라는

사실이다 . 이미 80 년 전에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과

복종을 강요했으며 노동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 똥통”으로 지칭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 똥” 으로 취급받으며

오로지 노동, 노동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야 한다 .




문득 , 한 이십 년 전에 내가 노동하던 **케이블공장이 떠오른다 .

아침에 한 일고 여덟시쯤 출근하면 면장갑 한 켤레를 지급받고

현장에서 일을 한다 . 속이 빈 케이블 피복에 전선을 끼워 넣어야 하는데

이게 빡빡하니까 잘 안 들어간다 . 그러니까 손에다 화학약품 오일을

바르고 선 채로 4 시간 동안 노동을 해야 한다 .

그 약품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데 환기도 신통찮고 마스크 같은 것도 없다 .

그리고 케이블 피복 덩어리는 한 사오십 킬로 정도 하는데

그걸 들어 작업대 위에 올리면 허리를 펼 때마다 허리가 끊어진다 .

화장실은 갈 수 없다 . 12 시 점심때만 가능하다 .

일이 잘 진척되지 않으면 작업반장 새끼가 와서 뭐라고 독촉하며

반말 짓거리로  욕을 한다 .

점심은...따뜻하긴 하지만 10 분정도에 먹어야 한다 .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 노동자들 때문이다 . 무국에 굴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맹탕이다 .설익은 김치에서는

늘 모래 비슷한 게 지금거렸다 .

그리고 쉴 장소는 전혀 없었다 .야근은 지시하는 대로 해야 했다 .

한 달에 열두 번 이상 하고 생리휴가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

그러다 나는 일어날 수 없을만치 목과 허리가 아파서

몇 달 만에 그만 두고 정양해서 걷게 되기까지 괘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게공선에서도 마찬가지다 .

작업시간은 ‘감독’ 이 정했다 .

-노동자들은 몇 천 해리나 떨어진 북쪽

어두운 바다에서 ,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운 파도와 바람에 맞서

죽음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

 

그리고 감독은 ,

-자기가 직접 손을 써서 죽인, 노동자 사오백 명의 목숨에 대해

저렇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하다니, 바다 속에 처박아도  성이

안 차는  놈이다 .




게공선 자본가는 어업노동자 한두 명 죽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

2008년 대한민국 기륭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해도 “누가 굶으라고 했냐 ” 고 반응한다 . 기륭 업주는 오늘도

한우쇠고깃국에 햅쌀밥, 대구전유어에 햇김치 그리고 와인을

마셨을 거다 . 그리고 속으로 , 저 지독한 노동자 ‘가이나’들 빨리

지쳐 떨어지길 바라진 않았을까 ?




게공선 자본가는 한 번 출어하면 보통 오륙십만 엔(1029 년에)을

번다고 했다 . 어업노동자들은 목욕을 못해서 훈도시 끈 매는 부분을

늘 시퍼런 이 () 가 깨물곤 한다 . 그리고 조금만 일이 진척되지 않으면

감독에게 가혹한 고문을 장하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

돈은 ? 물론 못 번다 .




그런 과정을 거쳐 이 소설은 ,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파업하고

세상 속으로 흩어져 연대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 명쾌한 대단원을 보여준다 .




우리 사회가 국제중고, 종부세 폐지, 종교 편향, 경부운하,

영어몰입교육, 외제차, 이런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져있는 동안

진짜 많은 노동자들이 목을 옥죄는 현실 속에서 악몽을 꾸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




나는 사는 게 너무 불안해서 때로 , 일부러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한다 . 자발적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인데다

재산도 별  거 없고 나이는 먹는데다 아이가 자라 취업을 해서

나를 봉양할 거라는 희망도 별 반 없다 .

제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그런데다 사회보장제도는 너무도 미미하다 . 국민들더러 다 알아서

살라고 한다 . 억울하면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자본을 축적하라고 한다 .

못 하면 바보라고 한다 . 나는 바보다 .




그런데 그 바보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건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하나 ?

종잣돈이 없는 인민들은 제 집 한 채 갖기도 힘들다 . 그런 판에

아이는 그냥 놔두면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고 사교육을 시키려면

부모들은 노후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

우리 부모는 내게 땅 한 평 유산도 못 남겨주셨다 .

그런 처지에 내가 무슨 수로 부동산 투자건 투기건 하며

무슨 수로 노후에 10억인지 20 억인지를  여퉈둔 단 말인가 ?




그보다 더욱 암담한 건 딸아이가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는

5 년이나 6 년쯤 후에 거의 모든  청년들이 “비정규직” 이 되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암울한 성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

저 기륭전자에서 , KTX노동자들이, 이랜드, 성신여대 ...

모든 사업장에서 죽음의 비정규직 투쟁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

모든 상황이 <게공선> 노동자들과 이란성 쌍생아처럼 똑/같/다 !




연대! 이 소설에서는  노동자들이 각성해서 연대를 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이 비정규직, 워킹 푸어 문제를 외면하고 싶었던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연대를 하는 것만이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 일 것이다 . (내 기분 같아서는 세상을 확, 뒤집어 엎고

싶지만 너무 힘이 없다!ㅠ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네 마리 입양 시키기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1
마릴린 색스 지음, 로잰 리트징어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릴리는 열 살짜리 소녀다 .

이웃에 살던 프리먼아저씨가 돌아가시자

아저씨가 키우던 고양이 네 마리가 남았다 .

보통은 그냥 내버려두면 고양이들이

길고양이가 되어 도시에서 저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

근데 이 정이 많은 소녀는   아저씨가 기르던 고양이를

아가라고 생각해서 적절하게 입양시키려고 애쓴다 .

그리고 다 알맞은 곳에 입양시키고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

 

얼마전 뉴스를 들으니 강원도 바닷가에 물놀이 왔던 사람들이

피서지 숲에다 애완동물을 버리고 간다고 한다 .

심지어는 잘키워달라고 쪽지를 써놓는다고 한다 .

쪽지를 써놓는 것이 더 인간적인지 ?

키우고 싶기는 했지만 상황이 안되어 버릴 수도 있는게 인간사다 .

가난하거나 제혼시 문제가 되어

자기 자녀를 보육원에 맡기기도 하는데

(자녀를 보육원에 맡기는 건 많은 경우 이해할 수 있다 .

극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자녀 목숨을 끊고 자기도

죽는 사람들도 있으니.... )

애완동물 버리는 걸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

어쨌든 우리 아파트 지하에도 길고양이들이 그 나른하고 유연한

몸매를 드러내고 걸어다니는 걸 많이 보았다 .

나는 일단 털달린 포유류와

지렁이같이  길고 끈끈한 환형동물과

곤충, 거미, 갑각류같은 절지동물

촌충같은 편형동물들을 다 싫어한다 .

존재하는 건 인정하지만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다 . -.-;;

그러니까 고양이가  차 밑으로 지나가면 좀 무서워한다.

전에 터키여행중 카파도키아 호텔에서  두 눈 색깔이 다른 반고양이를

보았는데  오싹했다 . 마치 두 가지 마음을 가진 인간을

본 것처럼...그러나 생각해보면 인간은 두 가지 마음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는 일만 팔천가지 마음을 가졌을 거 같다 .

그 고양이가 한동안 꿈에 나타났다 . ......

 

점점 아파트를 거점으로 살아가는 고양이가  많아지는 것 같다 .

그렇다고 다 입양시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릴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고양이들을 입양시킨 것처럼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사물을 대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번째 풍경

...몇 년전 스페인 여행을 했다 .마드리드에서 발렌시아로

발렌시아에서 무르하를 거쳐 그라나다까지

에이비스에서 빌린 차를 타고 한가하게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으면서  쉬엄쉬엄 갔다 .

가는 길에 무르하라는 도시(인가? 바닷가 마을이었는데)에 닿아

해변의 오스딸에서 며칠 머물렀다 .

그때가 3 월~4월이었는데, 바닷가에는 선탠을 하는 노부부가 있고

그림그리러 소풍나온 중학생(혹은 고등학생)들이 눈에 뜨였다 .

한 스무나문 명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거기서 파해서

헤어졌다 . 바다를 그렸는데 혹은 돌아다니는 개를 그렸는지 아니면

자기들을 구경하는 낯선 동양여자를 그렸는지

그건 모르겠다 .

암튼 스페인 청소년들은 그렇게 공부해서 대학가겠나 싶을 정도로

학교에 느즈막히 등교하고 ( 한 열 시쯤...)

일찌감치 파하고 나왔다 . (한 서너시 쯤)

그때 내 딸이 초등 4 학년이었는데

딸도 9 시 전에 등교하고 4 시쯤 돌아왔다 .

근데 이 '촌놈들의 제국주의 ' 에 의하면

우파 성인들이 즤들이 부려먹기 편한 '청소년 군인" 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없고

로봇과 암기기계를 만드는 교육파시즘!

두 번째 풍경

나는 '두레생협' 이란 생협을 통해 생활재를 구매한다 .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대형할인마트에 가지 않는다 .

하지만 전등이라든가 철수세미 ,스타킹같은 물건이 필요하거나

갑자기 조카 생일 선물을 사야할 때는 할수없이 주차가 편한

홈플러스를 이용한다 .

그때(이번 여름도), 섭씨 몇 도나 될까 ?하여간  그

하염없이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를 피할 길 없이

주차 안내를 하는 20대 (10대 일지도 )청년 혹은 청녀(-.-;)를 본다 .

그들에게는 방독면이나 최소한 산소마스크라도 지급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런 건 수첩에 적어두지 않는가보다 .

그들은 아마도 한 달에 88 만원이상을 받기 어려운 비정규직일 것이다 .

아니, 어쩌면 일급이나 주급을 받을지도 ...

나는 그들은  보는 게 안쓰러워 요즘은 그나마도 동생 갈 때 부탁하지만

그거나저거나......

그처럼 우리 사회가 이십대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른 접근방식으로'

해결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진화할 의향이 별로 없단

얘기일 거다 . (라고 우석훈은 말한다 )

세 번째 풍경

두레생협에서 생활재를 구매할 때, 나는 월요일마다 저녁 6 시에

마감하는 조건에 맞춰  인터넷 주문한다 . 그러면 목요일마다

생활재를 공급받는다 . 그러면 시간이 나는대로 무통장 입금을 시켜주면

되는데 뭐 어찌어찌 하다보면 3 주치를 한꺼번에 보낼 때도 있다 .

그런데 주문을 해도 어떨 때는 오지않는다 . 생육부진이거나

다른 사정이 있다고 한다 .

우리 가족은 쇠고기를 일 년에 딱 두 번 사먹지만

쇠고기 경우는 미리 5만원을 낸다면 2년후에 55,00원어치 쇠고기로

공급해준다 . 비용을 모아 송아지를 입식해서 축산농가에서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처럼 생협에서는 농업을 생태적

사이클에 맞춰 전환하려고 애쓰고 있다 . 그런데 성질이 급하거나

저렴한 걸 추구한다면 이 생협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

하지만 생각해보면 농업이 주먹구구로 이루어질 때

화학비료와 제초제, 성장촉진제를 피할 도리가 없다 .

땅과 생물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 땅도 생물도 그저

한낱 농산물 공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래서......

'촌놈들의 제국주의 ' 저자 우석훈은 주장한다 .

한중일  세 나라가 평화벨트를 만들어 동북아경제통합을

이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

만일 한국 경제가 평화경제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한중일 세 나라는 30 년내로 전쟁을 피할 길이 없으며

그것은 모두가 파멸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

 

한국에서 가장 약한 청소년(중고생), 20대 비정규직, 농업노동자,

이들을 위한 정책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에라스므스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이

한중일 세 나라에도 강력히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독도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본놈들 망해라~ 저주를 퍼붓고

월드컵 경기 때마다 온몸에 태극기를 휘감고 울면서 애국가부르는 모습은

민망하다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시스템이 필요하다 .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평화라는 데에 시선을 맞추어 이 책을 읽으면 일종의 평화경제학에 대한 입문서가 될 것이고, 한.중.일의 경제통합에 시선을 맞추면 역내 경제통합에 대한 1차적 정책제안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문제에 시선을 맞추면 한국 경제의 산업적 구조조정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고, 북한 문제에 눈을 맞춰보면 남북경협과 통일 과정에 대한 또 다른 철학적 해석에 관한 책이 될 것이다. 어느 편으로 읽든지,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주제들에 대한 사색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펠 - 상상의 힘으로 근대 유럽을 건설한 19세기의 공학 천재
데이비드 하비 지음, 이현주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몇 년전 유럽으로 휴가를 갔다. 그때 처음으로 파리에 가보았다. 트로카데로 광장에 위치한 에펠탑이 처음 먹어본 달팽이요리 만큼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광장엔 사람들이 분수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겨울에는 줄어들고 여름에는 늘어나 그 길이를 평균적으로만 알 수 있는  에펠탑이 보였다 .

주로 석탑을  보았기에  그 철골 구조물은 몹시도 낯설었다 . 하지만 나중에 텔레비전이나 여느 자료에서 에펠탑을 보면 아! 나, 저거 프랑스에서 보았는데, 하는 반가움이 일어났다 .

이렇게 에펠탑에 대한 미미한 지식만 가진 채 이 책을 읽었지만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다. 그때 탑 위에 올라갔을 때가 기억난다 .난생 처음 보는 유럽, 그냥   멋있다고 밖에 표현 못했던 파리의 광경, 세느강이 보였다 . 약 119년 전에 그토록이나 웅장하고 높은 탑을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




에펠탑을 만든 에펠은 사실 프랑스계의 사람이 아니고 독일계 사람이다. 18세기 초 그의 고조할아버지 장 르네 베리카우젠이 독일 마르만 지방에서 출생했고 그는 파리에 정착한 이후 자신의 고향 이름인 에펠을 본 따 자신의 성을 에펠로 쓰기 시작했다.

1832년 12월15일 구스타프 에펠이 태어났다. 그가 자라서 학교에 다닐 무렵 어린 에펠은 상상하기는 좋아했지만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그 대신 수학의 실용적 가치에 눈을 뜨고 과학과 문학에서 대학입학 자격을 얻었다. 에펠은 콜라주셍테 파르주에서 2년 동안 공부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중앙 공예 학교에 진학했다. 거기서 그는 야금술 기계학 토목공학을 배우며 화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나중에 나트륨화합물, 아연, 린넨처리과정등 다양한 과목을 추가로 배우고 주철사업 기술을 배웠다. 1855년 대학을 졸업하고 만국박람회를 본 다음 철에 대해 눈을 떴다.

철은 지구상에서 4번째로 흔한 원소다. 철은 기원전 6세기 무렵 중국에서 처음 생산되었으며 1500년경 유럽에 전해졌다. 주철은 목탄으로 땐 제련 고로에서 광석과 석회암을 감소시킴으로서 만들어진다. 에펠은 철을 이용해서 예술과 산업이 결합된 건조물을 설계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에펠을 위대한 에펠탑의 건설자로 기억하지만 그가 처음 만든 것은 철교교량으로 ‘철의 마법사’ 로 첫발을 내딛었다.

구스타브 에펠은 철을 이용해 '에펠탑'을 지어 이제는 특이한  파리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 그는 유럽 각지의 수많은 철교를 건설하는 걸로 예술과 기술을 결합시킨 건축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  그는 철교를 건설한 경험을 토대로 '자유의 여신상' 내부설계와 파나마 운하 건설에도 참여했다.

천재 공학자 에펠은 험난한 인생역정을 걸었다 . 아내는 다섯 아이를 남기고 병으로 일찍 죽었고 그는 끝까지 재혼하지 않았다 .웬일일까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는데 따르는 여자가 없었던 걸까 ?어쟀든 그랬기에  아이들은 여동생이 키워주다시피 했다 . 그는 가족애가 강한 인물이었다 .




그는 늘  인간관계에서  고뇌를 느꼈고  작업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다 .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갖가지 투쟁도 벌였다 .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하비는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근대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천재공학자의 일대기를 철저하고도 많은 자료를 통해 기술했다 .

근대 유럽의 정치와 문화적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까지도 나온다 .  근대 건축을 바라보는 문화계 여러 명사들의 여러 가지 반응과 사람됨도  잘 표현했다 . 프랑스의 미술, 문학,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로 구성된 3백인 위원회는 '예술 대 산업'논쟁에 거센 불을 붙였다. '건축가 대 공학자' 또는 '돌 대 철'이라는 이 논쟁은 곧 네오파로크풍의 파리 오페라극장의 설계자 샤를 가르니에와 구스타브 에펠 간의 공격으로 축소되었다.




-샤를 가르니에는 니스 천문대 공사에서 에펠과 사이좋게 작업했던 건축가였지만 에펠탑 반대 운동의 주동자가 된 것이다. 가르니에의 관점에서 철은 쓸모가 있긴 하지만 결코 그 어떤 '예술적'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철은 건방지고 무미건조하고 저속하여 수단은 될지언정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석조 외관이 갖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는 본질적으로 조화된 수 없는 공격적인 재료였던 것이다. - 본문 139쪽에서




이렇게 에펠은 건축과 예술을 결합시켜 근대에 보기 드문 역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 우리나라 탑을 생각하면  에펠탑은 에펠뿐만 아니라 프랑스사람들의 창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 만일 우리나라에 ‘아무개탑’ 이라는 걸 만들어서 세운다면 사람들이  좀 말이 많을 것인가 ? 말하자면 발상의 전환이다 . 우리나라는 전통은 소중하게 여기지만 근대 건축물은 아파트 말고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인다 . 지금 세워지는 건물 가운데 100년 지나서  재건축을 안 하고 문화유산으로 남길만한 건물은 무엇이 있을까 ? 그런 걸 생각해보면 석조탑도 아닌  철골탑을 허용하고 그걸 수도에 설치한 사람들이 대단한 것 같다 .




나는  건축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른다 .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교량건축이건 철골탑 건축이건 가장 중요한 건 창의성이라고 본다 .  창의성이 선행한다면 우리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 우리가 선입견과 편견에 가득 차서 생활하는 한 새로운 것은  탄생할 수가 없다 .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건 창의성이 빛난 에펠과 그걸 인정해준 프랑스인들의 지혜로운 안목이다 . 세월이 흐르고 난 다음에 에펠탑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에펠의 창의성만은 영원히 가치 있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




서머셋 모옴은 에텔탑이 보기가 싫어 그 안에서 식사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 파리 시내  어딜 가도 보일만큼 높이 세워져 있는 에펠탑.

구스타프 에펠은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프랑스 사람들의 상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크레딧 엔딩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탄식을 하며

 중얼거렸다 .

-이게 뭐야?

 

나 역시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그 남자 네빌이 왜 전설이 되었단 건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네빌이

왜 전설이 되었단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이 소설이 끝나는 시점이 1979년이다 .

리처드 메드슨이 이 책을 쓰던 1954 년에 아마도 1079 년쯤 되면 변종들이 다수가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자본주의 혈액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신자유주의라는 변종을 낳고 그 신자유주의 혈액이 세상을 지배하는 새로운 좀비들의 세상이 아닌가, 그런 추론을 해본다 .

네빌은  시종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사랑하는 아내...그러나 그 아내 역시 좀비가 되어 다시 살아나 남편을 부른다 . 네빌은 그 사랑하는 아내에게 말뚝을 박아 영원히 잠들도록 해야만 했다 .

도시 전체에 죽어도 죽지못한 사람들이 살아남아 신선한 피를 요구한다 . 그 신선한 피는 다름아닌 자본이다 . 네빌은 그들에게 신선한 피를 제공하고 같이 좀비가 되어버릴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알콜을 탐닉하기도 한다 . 그런데 그럴 수는 없다 . 좀비는 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 끝없이 신선한 피- 화폐만을 요구하는 무서운 존재들이다 . 끔찍해서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이 악취를 풍기는 존재들이다 .

 

그러다 박테리아가 돌연변이를 낳아 변종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목도한다 .그들은 다수다 . 그들은 다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들과 다르면 다 죽여버린다 . 죽여버리는 광경은 끔찍하다 .

 

우리 사는 세상은 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 자본을 향한 욕망과 성공을 향한 맹목이 피와 죽음을 요구하는 좀비, 변종들과 다를 바가 없다 . 네빌이 전설이 되어버린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불행하다 . 아무리 자가용을 타고 아파트에 살며 해외여행을 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살아도

우/리/는/불/행/하/다 .

 

영화는 헐리우드  방식이라 그냥 보면 되고

치분히 생각하려면 이 책을 일어야 좋다 .

창밖을 지나가는 저 무수한 변종들이 전설이 된 네빌로 살아오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책장을 덮는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