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3
쎄르쥬 뻬레즈 지음, 박은영 옮김, 문병성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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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몽은 집에서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에선 선생님의 야단. 집에서는 동생을 괴롭혔다고 혼나고, 학교에선 공부를 못한다고 야단이다. 어느 날, 레이몽의 선생님은 레이몽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편지를 전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은 편지를 뜯어보기도 전에 레이몽에게 왜 이 편지가 날라 왔냐며 마구 야단을 쳤다. 욕을 퍼부었다. 내가 레이몽의 부모님이었더라면, 레이몽을 그렇게 심하게 욕을 퍼붓거나, 마구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레이몽도 자식인데, 어떻게 다르게 키울 수가 있을까. 그리고 내가 선생님이라면, 레이몽에게는 야단치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못 하는 게 죄라면, 이 세상 모든 꼴찌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단지 공부를 못 하는 게 죄라니. 레이몽은 아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에게도 사랑을 못 받다니. 레이몽은 복이 없는 사람들 중 제일 복이 없는 사람 일 것이다.  레이몽의 선생님, 레이몽의 부모님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다 .  먼저 레이몽의 선생님은 레이몽이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레이몽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가르치면 된다. 그런 교사들이 프랑스건 한국이건 다 있나보다 .  공부를 못한다고 야단. 선생님의 입장에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보다 좋기야 하겠지. 말도 잘 통하고, 공부에 대해서 아는 게 많으니까 답답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레이몽은 선생님께 반항도 하지 않는 착한 아이다. 성격은 일등이다. 하지만, 레이몽은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  레이몽은 성격이 좋다. 공부는 못하지만, 그래도 착하다. 부모님께 반항한 적 없다. 부모님이 욕해도, 선생님이 야단치셔도 반항하지도 않고, 똑같이 욕하지도 않았다. 레이몽은 날마다 공부를 못한다며 선생님께 귀를 잡혔다. 그리고 더 이상한건 그의 부모님이다. 그의 부모님은 그를 낳아준 아버지, 어머니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공부를 못한다고 혼낸 것,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부를 못하니까 더 가르치지도 않았고, 그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를 잘하면 다냐고, 공부를 못하면 그게 죄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레이몽만 혼냈다. 그런 레이몽은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언제나 혼나거나, 야단맞거나, 맞아야 했다 .보통 아이들은  그런 경우면 학교에 가고 싶지도 않고, 당장 가출부터 할  것이다.
신고를 했을까? “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해요.” 이런 말 한마디 털어 놓을 친구조차, 가족조차 없는 레이몽. 그는 상처에 상처. 모든 게 상처투성이다. 그의 친구들도 레이몽을 때리고, 욕하고. 그런 친구들 속에서 생활하고. 친한 단짝조차 없었다. 레이몽은, 정말 사랑 받은 적이 없다. 어른들은 그런 레이몽에게 칭찬 한마디, 조언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계속되는 모난 말투, 뾰족한 말들, 그런 것들이 레이몽에겐 더 상처였을지 모른다. 가족에게 조차 마음 터놓고 말하지도 못하고. 어른들은 그렇게 모난 말들만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떨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 아이들의 입장을 모를 때도 있다. 레이몽의 선생님, 부모님처럼 레이몽의 입장도 모른 채 자꾸 해대는 그런 모난 말들.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꼭 좋은 말은 아니어도, 나쁜 말은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어른들 사이에서 레이몽, 불쌍한 레이몽은 그렇게 나쁜 말들, 야단, 비난 속에서 살아가야 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지금의 레이몽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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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수학소설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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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의 추측’은 수학세계에서의 난제중의 난제로써 아직까지도 증명되지 않은 문제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이란, ①‘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②‘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가 있다. ②번 명제는 증명이 되었지만. ①번 명제는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한 수학 천재가 ①번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이야기를 그의 조카가 풀이하는 것이다.

 ‘나’는 수학에 관심이 많다. 아버지가 실패한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삼촌이 한 대학의 수학교수였다는 것을 알고 삼촌에게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삼촌은 자신이 수학자로서 겪은 수많은 고통을 알기 때문에 조카가 수학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기를 한다. 삼촌이 낸 문제는 ‘골드바흐의 추측’으로써 그 문제를 푼다면 수학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고 풀지 못하면 수학자의 길을 걷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린 조카는 그 문제가 ‘3대 난제’중 하나라는 것을 모르고 방학 내내 끙끙거리다가 그 문제의 정체를 알고서는 삼촌과의 접촉을 끊는다
 ‘나’는 반항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려 하다가 마음을 바꾸고 경제학을 배운다. 너무나도 화가 난 ‘나’는 삼촌을 찾아가고 길고 긴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삼촌, 페트로스 파파크리토스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우리가 소설에서 보는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렇듯이 페트로스도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오직 수학문제를 푸는 데만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렇게 수학만 파고들던 페트로스도 인간이었기 때문에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페트로스는 자신의 첫 사랑인 이졸데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수학의 3대 난제 중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에 발을 내딛는다.

항상 샇랑이 사람을 외롭게 한다 . 어쨌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자, 페트로스는 남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챌까봐 비밀리에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한 연구를 한다. 하지만 괴델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한 개념을 알자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한 무의미한 연구라고 생각하고는 자신의 연구를 그만둔다. ‘나’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삼촌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나’의 말은 삼촌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결국 삼촌은 늙은 나이에 또다시 ‘골드바흐의 추측’을 연구한다. 삼촌은  리마콩으로 무리하게 연구하다가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증명해냈다고 하며 자신의 집으로 빨리 오라고 한다. 하지만 ‘나’가 갔을 때 삼촌은 이미 죽어있었다.

 힐베르트라는 수학자의 말에 ‘증명이 불가능한 명제는 이 세상에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괴델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몇몇 명제들은 증명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만약 ‘골드바흐의 추측’이 증명이 가능하고, 페트로스삼촌이 그 문제를 증명했다면, 그는 그의 생활을 180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명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는 사실에  아무리 소설이지만  마음이 아팠다 .  내가 아는 수학적 문제들은 단 몇 분 혹은 몇 시간이면  증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생을 증명하는데 시간을 투자해도 증명이 되지 않는 명제는 처음 들어본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좀 수학한다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생각들을 버리고 조금만이라도 수학세계에서의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런데 아직도 수학은 너무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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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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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마드리드에 가봤다 .이 소설에는 그 당시 마드리드를 짐작하게 하는 여러가지 풍경이 나온다 .

바르톨로메는 기형아 이다. 아버지는 바르톨로메를 부끄러워하고 다른 이들도 바르톨로메를 비웃었다. 어느 날  아버지 후안은 공주가 타는 마차의 마부가 되어 마드리드로 떠난다. 가난한 시골 농사꾼인 그는 혹시라도 다른 이가 바르톨로메를 볼까봐 항상 방에만 가둬두었다. 그러나 어머니인 이사벨 형, 누나 (호이킨-후안나) 만은 바르톨로메를 사랑해서 글공부도 하게 해 준다. 그러나 글공부를 하여 돌아오던 중 공주의 눈에 띄어 인간개가 된다.인간개라니! 지금이나 그대나 권력자는 그런 터무니없는 횡포를 당연한 듯 부린다 .

 시종들은 바르톨로메를 개로 분장시켜 훈련도 시킨다. 분장시킬 때 마다 만나는 화가와 친해져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바르톨로메에게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모두 깨닫는다.  아버지 후안도 시종들이 바르톨로메를 엄청 학대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한 일을 깨닫고 바르톨로메를 구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간단한 마술을 부려서 공주가 바르톨로메가 진짜 개로 변한 것처럼 만들었다.

후안은 아버지답지 않은 아버지 이다. 아들이 불구이든 장애인이든 똑같은 자식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왕과 왕비도 잘못했다. 공주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시대가 그렇더라도 인간에게 해야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잇다 . 하기야 지금도 이랜드그룸에서는 인간을 처부느이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 왕과 왕비는 공주라서 너무 오냐오냐 키웠고 덕분에 공주는 오만방자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바르톨로메는 너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가지고 있다. 불구이면 세상 살기가 힘들다. 특히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그래도 바르톨로메가 공주에게 자신은 인간개가 아닌 인권을 지니고 인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길 인지도 모른다. 공주도 무조건 자신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 해야 힌디. 그래도 바르톨로메의 재능을 알아준 화가들은 정말 훌륭하고 바르톨로메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인 것 이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몸은 기형이라도 순수한 아이이다. 지금도 그렇다 . 인간을 개로 혹은 소모품으로 여기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있다 . 인간은 다 소중한 존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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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 - 만화로 보는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외 지음, 천초영 옮김, 매튜 운터베르거 그림, 최성각 해설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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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다크 사람들은 모두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가보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리진은 친구의 도움으로 뉴욕에 일자리를 얻어 뉴욕에 가게 되었다.

라다크 사람들은 모두 리진을 부러워했다. 리진 역시 뿌듯하여 가면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며 큰 기대를 품고, 뉴욕으로 향했다. 첫 날엔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는 것도 즐거웠고, 새로운 교통수단도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날 때마다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는 것뿐인데,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셨다. 기다리던 월급 날 리진은 월급을 소매치기

 당하고 만다. 리진은 정말 실망하여 집에 왔지만 그의 친구는 별로 큰일은

아니라며 원래 그런 일이 많다고 아무 일도 아닌 듯 넘어갔다. 그렇지만

그의 친구도 뉴욕이 싫어 자기의 고향으로 떠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리진도

뉴욕 일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마 서울이나 수원 같은 도시에 와보지 못한 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은

도시에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리진도 큰 기대를 품고 뉴욕으로 떠났지만 실망뿐이었다. 리진은

소매치기를 당했고, 농사가 아닌 사무실에 앉아서 계속 뽑고, 또 뽑는

일만 하였다. 아마 시골에 살고, 리진과 같이 도시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

고 있는 시골의 아이들도 리진처럼 실망할 것이다. 항상 마시던 공기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였는데, 도시에 오니까 답답하고 퀘퀘한 공기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차들도 ‘쌩쌩’달리니 말이다. 실망을 참 많이 할 것 같다. 도시는 시골처럼

인심(人心)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길을 물어봐도 투덜투덜 대충 설명만 해주니 말이다.

시골 아이들은 참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밖에서

술래잡기를 해야지’라던가 ‘저녁은 내가 해드려야지’라는 순수한 생각 말이다. 그렇지만

도시 아이들은 ‘컴퓨터를 좀 오래했으면 좋겠다.’라던가 ‘반찬이 왜 없는 거야.’라는

투정뿐 일 것이다. 리진은 아마 라다크의 사람들처럼 뉴욕의 사람들도 친절하고,

자기 마을 사람같은 마음일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

이  자본세상에서 라다크는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알고싶다 .

세상은 너무도 숨막히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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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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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패소를 해도 패소를 해도 또다시 패소를 거듭해도, 나의 입각점은 한없이 강하다. 나는 나의 이 비할 데 없이 강한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당신들에게 <필부의 뜻>이야 말로 빼앗기가 어려운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끝없이 강한 이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확신한다. 패소해도 패소해도 또 패소해도, 역사는 결코 서준식에게 패배를 선고하지 않을 것임을!


1989년. 그 해에 나는 한 사람의 책으로 인하여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서준식. 그의 이름을 부를 때는,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숙연함을 느낀다. 그의 삶은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민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인간의 내심을 법적 규제의 대상'으로 삼은 한 줌도 안 되는 사법부 혹은 정부의 시녀들에 의해 청춘의 16년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이 시대 '찬란한 부조리'의 희생자이다.


인간의 내심은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내가 여기에 개진하려 하는 나의 내심을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근거로 삼아 나의 신체를 구금해 놓을 판정을 내릴 권한은 당신들에게는 없다. 나의 내심을 심판할 권한이 없는 당신들에게 내가 나의 내심을 고백해야 함은 분명히 모순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감히 이런 모순된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내가 한낱 '처분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임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냉전상황과 분단상황에서 빚어진 좌익사상에 대한 히스테릭한 적개심과 증오밖에 모르고 성장한 당신들과 나는, 이렇듯 상이한 성장경험을 당신들이 옳게 실감 못할진대 당신들에게는 나의 사상을 옳게 이해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당신들은 나의 내심을 심판할 자격을 갖지 못한다.


그는 1948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일본 경도(京都)시 화원 양북동에서 시작된다. 그는 한국 사람이라곤 그의 가족 밖에 없는 동네에서 독학으로 피나는 수련을 쌓아 한국말을 익힌 맏형 서선웅 씨와 작은 형 서승 씨에게 진지하고도 강인한 민족의식을 배웠다.


나는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일본 공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내가 자신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조선놈>임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무렵부터 모친의 가르침이 없었더라면 참으로 시사한 <반(半)쪽발이>가 되었을 것이다. 모친의 가르침대로 어린 나는 그 누가 물어도 서슴없이 조선사람임을 밝힐 수가 있었다. 나는 때로 일본 아이들과 주먹으로 싸우곤 했는데 그 싸움은 따지고 보면 거의 모두가 직접·간접적으로 민족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놀이터 한 귀퉁이에서 서너 명의 일본 아이들로부터 몰매 맞은 일이며, 줄넘기 놀이하는 계집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어 갔더니 그 아이들이 '마늘 냄새가 난다고' 코를 쥐는 시늉을 하면서 달아나 버린 일이며, 학력 테스트의 국어(일본어)에 98점을 받아 1등을 했을 때 담임 여선생이 그 답안지를 재검사하고 사소한 트집을 잡아 94점으로 감점, 3등으로 밀려난 일……. 이런 사건들이 어린 나의 가슴에 깊은 슬픔이 되어 맺혔고,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막연하게나마 알지 못하는 나의 조국에 대한 동경을 키워나갔다. 물론 이러한 서러움만으로 일관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국민학교 시절은 나에게 일본인들 속에 섞여서 살아가는 일의 괴로움을 뼛속 깊이 가르쳐준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

아마도 내가 당하는 슬픔과 서러움 속에서 나는 어린 마음에도 동네 환경이나 가정 환경이 좋지 못하여 불행한 아이들, 더러운 아이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동정할 수 있었고 이 무렵부터 나는 모친에게 늘 <인정이 많은 아이>라는 평을 들으며 자랐다(모친은 나의 작은 형 서승을 늘 <활달한 아이>, <소탈한 아이>라고 평하셨다). 조국을 동경하던 <인정 많은 아이>가 후일 조국에 와서 동포들의 몸서리쳐지게 비참한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아, 인간해방과 민족해방을 소망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마르크스 사상에 공감을 느끼게 되었던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유년시절, 어린 마음에도 멀리 있는 조국을 그 얼마나 동경했던가! 애써<조선놈>임을 숨기려고 하던 학우들을 보면서 , 더러운 빈민가에서 제멋대로 성장하여 불량소년화 되어 가던 동포 학우들을 보면서 나는 그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그리고 까닭 없는 불공정한 처사나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는 모든 못난 아이들을 나는 그 얼마나 깊이 동정하고 불쌍해했던가!


그리하여 그는 1967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조국에서 법관이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서울대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는 19세부터 20세까지의 시간을 조국의 가난하고 불쌍하며 비참한 사람들(창녀, 거지, 식모, 지게꾼, '공돌이', '공순이')의 모습에 충격과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채 보낸다.

차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1970년(서울법대 3년 재학 중) 여름방학 때, 작은 형 서승의 권유로 8일간 북한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대략 하루 당 2년씩을 고스란히 쇠창살 속에서 보내게 된다.

그는 7년형을 받았으나 형기를 채우고도 9년 동안 보안감호소 1.7평 감방에 갇히게 된다. 이른바 <보안처분>이었다. 단지 '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처분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이다.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사랑도 미움도 욕심도 호기심도 있는 연약한 한 사람의 인간이다. 죠르쥬 루오의 그림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사랑하고 J. S. 바하나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싶어, 이 삭막한 감방살이를 증오하고 서러워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목청껏 한국 가곡을 불러제끼고 싶고 판소리·창극을 간절하게 감상해 보고 싶은, 이문구씨의 소설에 울고 웃는 인간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날 때면 가슴을 죄어오는 상념에 때로 잠 못 이루는 인간이다. 16년 동안 이 쇠창살 속에서 옛친구들과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고, 때로 어둡고 뜨거운 짐승적인 욕망에 몸을 지지며 번뇌하면서 그래도 한 여인을 소년과도 같은 두근거림으로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타고난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늘 국민학교 교원을 부러워하며 살아왔고 또 죽을 때까지도 부러워하면서 살아갈 한 사람의 인간이다.


처음 그의 책을 펼칠 때는 그가 그 긴 세월 그깟 '전향서'를 안 쓰고 버틴 까닭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의 실리를 취하는 '지혜'에 대하여 많이 배웠던 나는, 그의 책을 다 읽고서야 비로소 인간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경지를 깨달았다. (그의 책은 '나의 주장' 말고도 옥중서간집 세 권이 있다. 1권: 모래바람 맞은 영혼, 2권: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않고, 3권: 고뇌 속에 떠오르는 희망. - 2002년 현재 서준식의 옥중서간집은 출판사 야간비행에서 재출간되었다. 편집자)

그리고 많은 밤을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이 이데올로기에 침몰하여 저주받은 사회, 마비된 사람들의 분단비극에 대한 감각, 정의를 외면하는 소시민의 소심함에 대해 분노했다. 그러나 나 또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이 비극이다. 그리고 비극에 대해 심한 부끄러움을 느낄 따름이다.


기결수가 된 후 만기 시까지의 나의 감옥 생활은 사상전향을 강요하는 압력, 폭력, 고문에 대해 나의 양심,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을 그 내용으로 한다. 필사적으로 폭력에 항거하는 인간에게는 자신의 사상을 차분히 재검토해 볼 정신적 여유가 없는 법이다. 1973년에 좌익수 전향전담 <교화사> 대폭 증원과 더불어 전국 교도소에서 비전향 좌익 사상범들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국가정책>(당시 광주교도소 교무과장의 말)으로서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압력, 폭력, 고문이었다. 말단정보기관원이 하루아침에 <교화사>로 버젓이 둔갑하고, 정보기관에서 배우고 익혔던 온갖 못된 솜씨를 유감 없이 발휘하면서 좌익사상범 <정리>사업에 빛나는 업적을 쌓는 한편, 대낮부터 술로 발그레해진 얼굴로 잡범들에게 대량의 담배를 갖다 주고 대신 그 잡범들로부터 용돈을 뜯어 썼다.


그리고 그는 그 길고도 터무니없는 감옥생활을 마치고 1988년 5월 세상에 나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운동사랑방' 대표로 활동했다. 그와 함께 구속되었다가 19년형을 살고 일본으로 돌아간 그의 작은형 서승은 원자탄이 훑고 지나간 대지 같은 얼굴로(그는 취조실에서 살인적인 고문에 못 이겨 시뻘건 난로를 껴안고 자살을 기도했다. 편집자)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그들의 막내동생 서경식은 지금 한국성공회대에 교환교수로 왔다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서양미술 순례 그 서경식!


진정 사람의 마음을 쇠사슬로 묶을 수는 없으련만 국가보안법, 사상전향제도, 준법 서약제도는 인간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한 줌의 '자유'는 어떻게 얻은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보기도 쉽지 않았고, 또 보려는 의지도 박약했다)의 피와 눈물로 그나마 얻을 수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데 아직도 국가보안법은 현존하며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 통일을 당위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인권을 함부로 무시하며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분단 조국의 자식으로 태어나 비극을 겪은 서준식의 삶은 이제 무엇으론가 보상받아야 할 것이다.

당신이 꽃다운 청춘에 감옥에 들어가 중년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면, 그 조국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단지 반 쪽 짜리 조국을 8일간 다녀왔다는 죄목으로.

당신이 헤어진 형제의 집에 8일간 다녀왔다는 죄목으로 17년의 그 비인간적인 세월을 살았다면, 그것을 결정한 인간들을(그들도 인간이다)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서준식은 1983년 '진술서', 1983년 '상고이유보충서', 1985년 '상고이유서'를 써가며 '보안감호처분 무효확인소송'을 하였다. 그리하여 '재판'도 아닌 '보호감호처분'으로 9년을 더 '처분'당하며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당신들에게 아무런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환상을 품지 말 것을 1차, 2차 소송을 통하여 나에게 똑똑히 가르쳐준 것은 바로 당신들이었다. 법이란 궁극에 있어서 <폭력> 에 지나지 않음을, 기본적 인권 조항이란 결국은 정치 권력에 의하여 제멋대로 해석되고 농락 당하는 <갈보>임을 나에게 똑똑히 가르쳐 준 것은 바로 당신들이었다. 이제 만 9년의 보안구금을 당하고 있는 나는 이번 3번째 소송에 대하여 그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패소를 해도 패소를 해도 또다시 패소를 거듭해도, 나의 입각점은 한없이 강하다. 나는 나의 이 비할 데 없이 강한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당신들에게 <필부의 뜻>이야 말로 빼앗기가 어려운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끝없이 강한 이 입각점에 굳건히 서서 확신한다. 패소해도 패소해도 또 패소해도, 역사는 결코 서준식에게 패배를 선고하지 않을 것임을!


21세기를 살아가는 당신은 어쩌면 자본과 섹스, 외국어 그리고 인터넷에만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신이 누리는 그 모든 아름답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혜택 뒤엔 이 사람(그리고 이 사람들)의 빼앗긴 세월이 있다.

그래서 나는 권한다. 서준식의 '나의 주장' 전문을 읽어보라고. 그래야만 우리가 살아온 저 처참한 세월의 진실을 알게 될 거라고. 진실을 알아야만 다시는 그런 미망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설혹 그런 불순한 시도를 하는 자들이 있다하더라도 우리의 인권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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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7-07-2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찌감치 책꽂이에 꽂아두고서 여유가 허락지 않아 못 보고 있는 책인데...
서경식 선생님은 독일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속사정은 전혀 모르지만 몹시 상심한 채로 가셨다고만 풍문으로 들었는데 말이예요. 잘 읽었습니다.

소금연못 2007-07-2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식선생님은 지금 성공회대에 와계시고요^^
서준식선생님이 독일로 ...아마 마음이야 상하셨겠지만....잘 지내시길
바라고 있답니다 ^^

waits 2007-07-2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형제분 성함을 바꿔버렸네요..;;
작년에 성공회대에서 서경식 선생님 특강도 들었었는데, 이런~^^;;

소금연못 2007-07-2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그러신 줄은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