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이가 들면 꿈을 안 꾼다고 하는데 요즘도 지치지 않고 꿈을 꾼다. 게다가 얼씨구 꿈의 반 할은 하늘을 나는 꿈이다. 어린 시절처럼 죽 날지는 못하고 여기에서 저어어기까지 날아가는 꿈을 꾸는데 정확히 긴 점프를 하는 꿈이다. 크게 점프를 했는데 도약이 잘 못되면(꿈이라 아 이건 잘못 도약했구나 한다) 점프 도중 중간에서 떨어질 것을 안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착지가 불안해서 아악 하게 된다. 반은 신나는 꿈이고 반은 악몽이다.


꿈을 꾸다 일어나면 왕왕 폰의 메모장에 꿈의 내용을 적어 놓는데 꿈은 황당하고 엉망진창 대환장파티다. 어떤 날의 꿈은, 피범벅이 된 여자를 잡고 말해보세요,라고 하니, 제가 어제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분이 나에게 차를 사줬어요. 그런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울면서 차를 버리고 앰뷸런스를 타고 집으로 왔지 뭐예요, 제 기분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적어놨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또 한 번은 이런 글이 메모되어 있었다. 네, 그 섬에 신혼여행 간 일본인 부부가 좀비에게 당했던 거예요. 그런데 신부가 너무 예뻐서 제가 그 좀비에게 당한 신부를 데리고 와서 얼굴을 닦아주고 창백해진 몸을 문질러주는데 글쎄 그녀가 제 팔을 물어뜯어버린 겁니다. 전 너무 놀라서 팔을 빨리 그녀의 입에서 뺐는데요, 금세 시커멓게 변하더니 팔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팔을 잘라버렸죠. 그랬더니 팔에서 희한한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절 닮은 좀비가 탄생되는 겁니다. 좀 징그러웠지만 전 그 녀석과 함께 사진을 찍었죠 하하.


일본인 부부 하니까 얼마 전에 일본 도쿄의 지하도 근처에서 생긴 일이 생각이 납니다. 일본에 볼일이 있어서 바다 위를 달려서 뛰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지하도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겁니다. 나는 무엇인가 궁금해서 가보았더니 글쎄 헤그리드가 그곳에 와 있는 겁니다. 전 헤그리드의 수염이 진짜인지 궁금해서 다가가서 하나를 뽑아왔습니다. 자 여기 이것 보세요 굉장하죠.


완전 맙소사다.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꿈에 관한 글이 꽤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꾸다가 나이가 들면서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떠 있는 것 같은, 그저 공중 부유하는 꿈을 꾸다가 더 나이가 들면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사실 나는 꿈을 안 꿨으면 한다. 꿈을 꾸는 것도 힘들고 습관 때문인지 꿈을 꾸면 으 하는 얼굴로 일어나 메모를 해 놓는 것도 힘들다.


힘든 것이 하나둘씩 늘어가는데 꿈까지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어제도 꿈을 꾸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요거트를 하나 먹고 잤다. 어린 시절에 꿈을 꾸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꿈을 여러 번 꾸는데 어쩐지 나는 알몸이라 호랑이의 털이 몸에 닿는 그 기분이 좋다고 느끼면 어김없이 오줌을 쌌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꿈을 꿔도 오줌을 안 싸니 다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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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일단 발음부터 통닭이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흥, 하겠지만 치킨보다는 통닭. 귀에 쏙 들어와 박힌다. 냄새도 치킨보다 통닭이다. 치킨배달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다음 뒤를 난타하는 경우보다 통닭을 들고 탄 아버지들이 내린 다음 후려갈기는 냄새가 더 좋다. 정말 그 냄새는 마력적이다. 특히 배고플 때 맞이하는 짜파게티 냄새만큼 유혹적이다. 냄새로 이토록 사람을 아름답게 미치게 하는 건 음식 냄새가 유일할 것이다.

통닭이 치킨보다 나은 건 학습 때문인지 튀긴 닭의 모습이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치킨은, 특히 순살 치킨은 닭고기와 고등어를 같이 갈아서 만들어도 모를 것이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도 통닭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통닭은 치킨과 후라이드와 각종 맛있는 닭요리 덕분에 자취를 감춰야 함이 마땅한데 곳곳에서 통닭은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게다가 기이하게도 치킨과 후라이드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도 이제 통닭을 팔기도 한다.


통. 닭.이라는 요리가 마요와 땡초로 버무려진 양념치킨과 후라이드가 점령한 요즘에도 계속 나오는 이유는 통닭에 사람들은 각각 하나씩의 추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외식업이 발전하면서 그간 닭요리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통닭의 모양과 맛을 비교적 유지하면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통닭을 파는 전문점들이 늘어나서 프랜차이즈가 되었고 비슷한 통닭이지만 맛도 조금씩 다르다. 약간 매콤한 맛이 통닭에서 나는 경우도 있다.


통닭이나 치킨이나 역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으니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맛이 어떻네 저러네 따질 수는 없지만 통닭이나 치킨이나 다 맛있다. 양념치킨의 맛은 양념이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통닭의 맛도 튀길 때 입히는 튀김가루에 밑간을 하는 것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런데 닭 뭐 먹을래? 하면 나는 통닭이 입에서 나온다. 치킨도 후라이드도 좋지만 통닭이 먼저다.


통닭을 주로 사 먹는 사람들은 통닭에 대한 기억이 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아버지가 사들고 온 통닭을 밥상 위에 펼쳐 놓고 가족이 둘러앉아 다 같이 먹었던 기억이 통닭의 튀김옷에 고스란히 스며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가족은 행복하다. 그저 튀긴 닭에 사이다 한 잔일뿐인데 뭐가 좋은지 온통 행복만이 기억을 점령하고 있다.


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에 초등학생 아들 둘과 산자락에서 생활하시는 분의 피드는 늘 활기차고 행복하다. 거기의 행복은 가공되지 않았다. 팔로워도 만 명이 넘는다.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그 음식을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같이 두런두런 앉아서 먹을 때 종알종알 행복이 쏟아진다. 내 기억 속 통닭이 그렇다.


통닭은 분명 한 마리로 가족 네 명이서 먹었다. 요즘에는 두 마리나 세 마리를 포장해서 먹었을 텐데 내 기억 속의 통닭은 딱 한 마리였다. 한 마리를 펼쳐 놓고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먹었는데 누가 닭다리를 먹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아무리 기억을 재생산해봐도 닭다리를 누가 먹었을까 같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저 즐거워하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게다가 사진까지 있어서 행복이 꿀 떨어지듯 떨어지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집 근처에는 맛있는 통닭집이 없어서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는 날이면 아버지는 회사 근처의 인기 많고 맛있는 통닭집에서 닭을 한 마리 튀겨왔다. 얼마나 냄새가 심하게 났을까. 모두가 허기질 시간 저녁 7시에 아버지는 당당하게 통닭 봉지를 들고 버스에 올라 여봐란듯이 들고 왔다. 아마 요즘 같았으면 누군가 한 소리를 하고도 남았겠지만 그때에는 아마도 사람들이 버스에 마술처럼 퍼지는 그 통닭 냄새를 맡으며 맛있는 저녁을 먹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때 통닭에 밥을 먹는 것을 좋아했다. 갓 지은 밥 위에 엄마가 뜯어 주는 닭을 올려서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냠냠 먹고 있으면 고소하면서 뜨거운 밥과 함께 후후 입을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통닭을 포장해서 집에서 먹을 경우에는 밥과 함께 먹는다. 기름에 들어갔다가 나온 통닭을 밥과 함께 오물오물 먹고 있으면 옛날의 어렸던 내가 소환되기도 한다.


언제 처음 통닭을 먹었을까. 기름에 제대로 빠진 닭의 맛을 알게 된 건 몇 살이었을까.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가면 통닭골목이 있어서 거기서 기다려서 한 마리를 포장해오곤 했던 기억도 있다. 요즘은 튀긴 닭에 똥집은 떼어 버리는데 그때는 똥집도 같이 튀겼다. 그게 살이 가장 많이 찐다는데 나는 또 똥집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닭을 튀겨왔던 통닭 골목은 아직도 시장에 남아 있어서 닭을 튀겨서 판다. 하지만 통닭은 없고 대부분 치킨과 후라이드를 판다.


어렸을 때 기억은 현실과 좀 다른 구석이 많다. 다녔던 학교를 가면 초등학교가 이렇게나 작았다니 하는 것처럼 그때 먹었던 기억만으로 요즘 통닭을 먹게 되면 양이 적어서 뭐지? 이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한 마리이긴 한데 한 마리가 아닌 것 같다. 한 마리를 먹고 나면 닭이 남아야 하는데 요즘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치킨의 맛을 알고 난 후 통닭은 나의 문화권에서 멀어졌다. 대학교 때 닭을 엄청 먹었는데 다 후라이드나 치킨이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 단골 닭집이 있어서 늘 모임을 거기서 했다. 먹은 닭만 해도 뼈 무덤이 일반적인 담벼락만큼이지 않을까.


몇 해 전에 집 근처에 통닭집에 생겼기에 한 마리 튀겨 가려고 들어갔다. 그 아련한 통닭 튀기는 냄새가 확 풍겼다. 주인장은 젊은 사람으로 수건을 동여매고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니 전자시계의 시간을 맞추었다. 기다리면서 안을 둘러보니 근처 제조회사 작업복을 입은 한 아버님이 앉아서 홀로 통닭을 뜯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국밥집에서 아버지들이 등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후루룩 국밥을 먹는 모습과 닮았다. 통닭을 혼자서 뜯는 아버님은 통닭이 정말 좋아서 혼자 왔거나 아니면 그 아버님도 어떤 추억에 끌려 통닭을 뜯으러 왔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떤 집에서는 통닭을 듣으며 온 가족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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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파이더맨이 나온다. 노 웨이 홈에서 1대, 2대, 3대가 다 같이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삼대 스파이디들이 한꺼번에 나온다고 떠벌리고 다녔던 게 몇 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을 많이도 들었다. 하지만 뉴 유니버스가 나왔을 때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파이더맨의 팬들은 알지 않았을까.


나는 마블의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그들 중에서 스파이더맨을 가장 좋아한다. 거슬러 거슬러 어린 시절로 가서도 스파이더맨을 좋아해서 손에 스파이더맨 장난감을 쥐고 있었다. 그랬는데 커서도 이렇게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고 있다니. 인간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 날씨와 사랑은 늘 변하는데 인간은 왜 안 변하는 거야.


스파이더맨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르다. 토르나 아이언맨처럼 어디로 멀리 날아가지도 못한다. 바다 위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도심지에서나 거미줄을 뿜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어찌 보면 도심에서 장거리를 가야 할 경우 전철을 타는 것보다 훨씬 늦을지도 모른다. 양팔을 이렇게 번갈아가며 거미줄을 쏘아서 장거리를 가려면 아무래도 전철보다 늦다. 또 날지 못하는 건 비슷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만큼 통솔력도 없고 둘이 붙으면 힘으로도 딸릴 것이다. 그런데 왜 스파이더맨이 가장 좋으냐. 거미인간이니까.


거미인간으로 바뀐 피터는 그저 동네의 친절한 이웃이다. 자전거 도둑을 잡고, 강도들을 매달고, 편의점 같은 것들을 터는 애들을 혼내주고,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건져주는, 고작 그 정도의 일을 한다. 그래서 아주 좋다. 다른 슈퍼 히어로처럼 지구를 구하고, 미사일을 막고, 외계인과 맞짱 뜨고 하지 않는다. 잘 보면 스파이더맨은 우리 주위 어딘가에 있다가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나타나서 위기에서 구해주는 사람처럼 보인다.


슈퍼맨이 실제로 있다면 사실 두려움이다. 슈퍼맨이 화가 나거나 나에게 악한 감정을 먹으면 나는 그대로 골로 가지만 스파이더맨은 꼭 그렇지 않을 것만 같다. 비록 다른 어른 슈퍼히어로에 비해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느리지만 사람을 죽인다거나 외계인을 죽이지도 않는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또 슈트가 몸에 착 달라붙어 스파이더맨의 근육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그 움직임이 좋다. 멋지다.


영화 적으로는 20년 전에 나온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가장 좋다. 그때 1편이 나왔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첫 상영을 봤다. 그러니까 자정을 좀 지난 시간에 예약을 해서 여자 친구와 함께 달려가서 봤는데 사람들이 첫 상영에 다 들어찼다. 스파이더맨이 움직일 때마다 촌스럽지만 우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소리도 터져 나오는 게 마치 어린 시절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그때 스파이더맨 첫 상영에 진심이었다. 빈자리가 없었다. 다 보고 나왔을 때 새벽 3시 가까이 되었는데 극장 앞이 마치 저녁 8시 같았다. 바글바글했던 극장 앞의 사람들. 그 사람들 손에 첫 상영 티켓이 들려있고 모두가 스파이더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쏟아져 나왔다. 그런 기분은 영화를 본 후 극장에서 나왔을 때만 가능하다.


피규어도 1대, 2대, 3대가 다 다르다. 3대로 넘어오면서 피터가 16세에 맞춰져 있어서 근육의 표현이 과하지 않다. 1대 스파이디는 근육이 굉장하다. 영화로 토비 맥과이어가 했는데 이번 노 웨이 홈에 나올 가망성을 예고편에서 넌지시 흘렸다.


나는 피규어를 ‘아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 없어하지도 않는, 그냥저냥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무슨 말이냐? 고가의 피규어를 사 모으는 수준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피규어는 갖고 싶어서 가지고 있는 정도다. 나는 피규어도 스테츄를 좋아한다. 스테츄가 뭐냐 하면 움직이지 않는, 구체관절이 아닌 딱 멈춰 있는 포징으로 나온 피규어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구체관절이면 입으로 슝, 푸악, 크아아, 하며 가지고 놀았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 포즈를 그대로 놓고 디피를 하는 게 좋다.

그래도 구체관절이 좋을 때가 있다. 피터 파커가 자신의 무게에 눌려 고뇌하는 이런 장면을 연출을 할 수 있다. 스테츄는 그 한 장면의 모습만 그대로 볼 수밖에 없지만 구체관절은 눈도 작아지고 생각하는 모습이나 전화를 받는 깜찍한 표정이나 포즈도 연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뉴욕의 배경을 하나 합성하면 그럴싸한 장면이 연출이 된다.

어벤져스에서의 스파이더맨에서는 나노 슈트를 입는다. 역시 근육이 슈트에 다 가려졌다. 이렇게 피규어를 촬영해서 타이탄 행성에서의 스파이더맨으로 연출을 해본다.

사진을 좀 크게 해서 보면 (영화 상으로 타노스와 싸우면서) 스파이더맨의 슈트가 더러워진 것을 작업을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보니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피규어의 또 다른 재미는 이런 것이다. 피규어를 가지고 영화 속 그 장면을 연출해보고, 그 당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가장 좋다. 정말 신나게 빌딩 숲을 날아다니는 거미처럼 보이는 좋은 예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다. 샘 레이미의 영화들 중에서도 좋다.

이건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의 빌런이다. 리저드도 일렉트라도 빌런이 아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빌런이 되었다.

다시 샘 레이미의 스파이디다. 작은 스파이디의 스테츄. 스파이더맨의 중점적인 포즈를 아주 잘 잡아냈다.

요건 또 다른 포즈의 샘 레이미의 스파이디. 위의 포징이 서서 거미줄을 쏘는 버전이라면 이 포징은 어딘가에서 떨어지면서 거미줄을 쏘는 포징이다.

스파이디들의 총출동. 베놈도 보이고.

베놈 2가 이번에 나온다. 거기에는 카니지도 나오는데 베놈보다 더 못 생기고 더 악랄하고 더 강한 놈이다. 내가 알기론 원래 카니지는 베놈의 새끼로 더 거대한 악이 되는데, 베놈은 자웅동체로 알고 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노 웨이 홈에 등장하는 옥타비우스다. 예고편에 모습을 나타냈다. 예고편에 닥터 옥타비우스가 등장했을 때 정말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까지는 아니지만 대단했다. 옥타비우스의 알프리드 몰리나는 모습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알프리드는 예전 영화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에도 나온다. 더 이전에 스피시즈에도 나오는데 그때나 저때나 지금이나 모습이 비슷하다.

앞으로 스파이더맨의 영화가 지치지 않고 계속 나온다면 이 버전의 영화도 나올 것 같다. 실사든 애니메이션이든.

역시 샘 레이미의 작은 버전의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의 특유의 포즈다. 만약 실제로 스파이더맨이 있다면, 특수 거미에게 물려 거미인간이 된다면, 팔이 몸에 비해 길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거미처럼 움직이는데 인간의 몸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눈으로 보기에는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일 때만 팔이 길어지는.....

역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멋있다. 피규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근육의 움직임이 돋보여서 좋다. 만약 이런 근육이라면 어쩌면 빠르게 움직이기는 건 힘들지도 모르지만 영화니까. 흥.

이 포징은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거미줄을 쏘는 버전이다. 아무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재방송을 하면 그냥 닥치고 본 거 또 보게 된다.

이런 스테츄도 좋다. 그렇게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잘 없는 버전의 스테츄 피규어.

이런 피규어는 헤드 어택 버전이다. 너무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졌는데 재미있는 모습이다. 아주 진지한데 재미있다. 정말 심각하게 잘 만들었지만 재미있는 버전이다.

멀티버스로 만난 현실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 그웬. 영화 뉴 유니버스에서 그웬의 목소리는 영화 범블비의 그녀가 했다. 영화에서는 수수하게 보이는데 sns에서의 사진을 보면 예전 린제이 로한의 분위기다. 참 쓸데없는 이야기들의 향연. 숏버스의 저 대사가 좋아서 한 번 써 봤음.

사랑스러운 샘 레이미의 스파이디들. 떼샷이다.

이건 톰 홀랜더의 3대 스파이더맨이다. 피터 찌리릿 포징이다. 나노 슈트 전에 입은 슈트의 모습이다. 이 버전의 슈트까지는 좋은데 나노 버전은 또 별로다.

이건 스파이더맨 카드다. 아직 뜯지 않았는데 뜯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로 했다.

스파이더맨 미니카다. 뒤로 죽 당겼다가 놓으면 알지?

이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버전인데, 맨 위에 나온 2대 스파이더맨이다.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구체관절 피규어다. 이건 선물을 받은 것이다. 미국에서 날아온 것인데 거기에는 우리나라처럼 마트에 가면 장난감 코너에 이런 게 널려 있다. 피규어는 전문 피규어 샵에서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암튼 물 건너오느라 고생했다. 이놈아.

스파이더맨 이외의 피규어들.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코난과 라나, 포비, 빨강머리 앤이나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 크리스마스 악몽(제목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인데 감독이 팀 버튼이 아니다), 아톰 같은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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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먹어치우는 것 중에 오이가 있다. 보통 오이를 한 네 박스에서 여섯 박스 정도를 여름 내내 먹는다. 여기서 말하는 박스는 라면 박스가 아니라 책 주문하면 오는 박스 정도의 크기를 말한다. 오이를 그 정도의 박스로 네 박스에서 여섯 박스 정도를 먹는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행히도 오이를 좋아한다.


와그작 씹어 먹고 있으면 내 머리도 아작 깨물어 먹는 것 같아서 상쾌하다. 오이를 그냥 먹는 건 아니고 이렇게, 오이냉국이라고 불러야 할까, 오이물김치?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시원하게 해서 보통 한 번에 두 그릇 정도를 먹는다. 한 그릇은 그냥 먹고 한 그릇은 밥을 말아서 오물오물 먹는다.


단맛도 나면서 시큼한 맛도 나고, 시원한 토마토와 맵삭 한 고추가 코 등에 땀을 맺히게 한다. 그리고 역시 와그작 씹는 오이의 맛이 좋다. 오이냉국은 정말 건강식처럼 보여서 살이 안 찔 것 같지만 뭐든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게다가 나는 꼭 밥을 말아먹는다. 이게 정말 별미다.


당연하지만 밥은 식은 밥이어야 한다. 탱글탱글하게 밥알을 유지하며 맛있게 먹으려면 식은 밥이어야 한다. 작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밀면이나 냉면을 먹기 위해 식당에는 가지 않았는데, 밀면이나 냉면을 먹으러 가면 거기에도 나는 식은 밥을 말아먹는다. 냉면 전문가들이 내가 냉면 먹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있지만 나는 가위로 냉면을 잘게 쓴다.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게.


그리고 밥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야금야금 떠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소위 냉면 좀 먹는다는 사람들에게 한 소리, 두 소리, 여러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먹어본 결과 냉면은 이렇게 잘게 썰어서 거기에 밥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같이 떠먹는 게 훨씬 맛있다.


재미있는 건 한 소리 하던 냉면 좀 먹는다는 주위 사람들도 한 번 먹어보자며 숟가락으로 떠먹어보고는 또 그렇게 해 먹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요사스러운 게, 국밥에는 또 밥보다는 국수를 말아서 먹는 게 맛있다. 국수 면발에 딸려 오는 돼지국밥의 국물이 밥보다는 훨씬 좋다.


매년 여름이면 나를 신나게 만드는 몇 가지가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 앞 바닷가 퍼브에 앉아 여름밤을 즐기며 칼스버그를 홀짝였지만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퍼브들도 거의 다 사라졌다. 오늘 이전의 여름밤에 맥주를 즐기며 홀짝였지만 오늘 이후에는 이제 맥주도 크게 맛있다고 느끼지 못해 거의 마시지 않을 것 같다. 꺼져가는 여름의 해변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건 여름의 신나는 일이었다.


또, 다른 계절보다 더 먼 거리를 더 오래, 신나게 달린다. 여름만이 가지는 생명력이 있다. 그걸 느끼고 보며 한두 시간 땀을 흘리며 달린다. 여름이 늘 지속되기를 바라며 시월까지 여름이어라 기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신나는 일은 소설을 읽는 것이다. 나는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소설을 많이 본다. 바닷가에서 홀라당 벗고 앉아 피부에서 태양의 냄새가 나도록 뜨거운 햇빛을 잔뜩 받으며 소설을 읽는 게 무엇보다 신난다. 사실 책을 읽거나 조깅을 하는 건 시간이 날 때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어떻든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그리고 저녁에 오이냉국을 먹는다. 이 행복한 맛에 아주 신난다. 여름에는 이런 소소하고 작은 기쁨을 맛보는 것에 아주 만족한다. 그 끝을 오이냉국이 책임지고 있다. 이 시원한 맛, 정말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다.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지지만 신난다.

 

신나는 일이 별로 없어서일까. 나는 고작 이런 일로 신난다. 여름에 잔뜩 먹었으니 이 맛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잊을만할 때 다시 여름에 잔뜩 먹는다. 아마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는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함을 충만하게 채운 다음 일상으로 복귀해서 그 행복함은 조금씩 깎여간다. 그리고 다 깎였을 때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다시 공연장을 찾아가서 행복함을 충전한다. 우리 인생은 이런 식으로 순환하는지도 모른다. 내년 여름에는 오이값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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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하루키를 우국원과 호크니스럽게 그려보기.


삽입한 글자가 뭉개져서 삽화보다는 그림처럼 보이는 어이없는 마술.

두 번째 그림은 호크니의 초기작을 따라 그렸다. 말 그대로 그림 제목이 헬프다.


지금의 호크니로 자리 잡기까지는 엄청난 의식의 방해로부터 이기기 위해 무참히도 싸우고 깨지고 했을 것이다.


그건 우국원도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우국원의 그림을 봤을 때 호크니가 떠올랐고 하루키를 그렇게 한 번 그려보고 싶었다.


하루키, 호크니, 우국원의 세계에 있으면 잔나비의 외딴섬 로맨틱에서처럼


캄캄한 밤이 오더군

이대로 이대로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정말 길 따위 잃고 한 없이 헤매고 싶어 진다.

시디 왕국의 역습 편 하루키 그리기


태엽 감는 새 3권을 읽다가 책 사이에 꽂아둔 책갈피의 모서리가 햇빛을 받아 면도날처럼 반짝거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아 좋은 계절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카다 도루(주인공)는 끝내 크레타 섬에 가지 않았다. 가방도 구입하고 여권 사진도 찍었지만 오카다 도루는 결국 남기로 했다.


도망가지 않고 부딪히기로 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생활에 균열이 가게 한 것들에 대해서 마주하기로 했다.


계절이 흐른다. 나무가 또 한 겹의 옷을 갈아입는다. 나무는 아무도 모르게 옷을 갈아입는다.


한 겹 또 한 겹, 인간은 나무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도망가지 않고 계절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옷을 갈아입는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흐른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더냐,라고 하던 정태춘과 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에서 흘러 흘러 지금까지 왔다.


태엽 감는 새의 오카다 도루도 정면으로 삶을 대하며 흐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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