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의 디오라마는 키키가 자신의 마을을 떠나 고양이 지지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첫 마을을 향해 기대를 안고 날아가는 장면을 만들어 봤다. 만드는 방법은 앞의 엘사나 뮬란과 비슷하므로 그냥 넘어가는 걸로. 키키의 원제는 ‘마녀 배달부 키키'다.

키키가 언덕에 누워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떠날 준비를 한다. 키키는 올해로 13살이 된 꼬마 마녀다. 키키의 마을의 오래된 전통에 따라 수행을 떠나 1년을 혼자 살아야 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13살의 여자아이가 혼자서 여행을 하며 수행을 한다는 것이.

하지만 키키는 해낸다. 키키는 낯선 곳에서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게 된다. 키키가 집을 떠날 것이라고 결심을 말할 때 부모님은 키키의 결정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라고 하는 키키의 부모의 모습이 진정한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키키를 떠나보내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보인다. 조금 불안하지만 키키를 믿어보자. 키키의 부모도 마을 사람들도 키키를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이다. 뭐든 처음은 실수투성이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금방 극복할 수 있다. 우리도 그런 과정을 겪고 지금의 모습에 다다랐다.

낯선 동네에 도달한 키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흥분을 하지만 키키의 마음과 달리 사람들은 전부 바쁘고 무신경하고 불친절하다. 복잡한 도시에서 빗자루 비행은 사람들에게 방해만 줄 뿐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녀 키키입니다.라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만 흥, 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키키는 아무도, 그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상심을 배운다. 세상은 자신이 자란, 엄마와 아빠가 있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오히려 키키를 이상한 애로 보고 경계를 하는 모습에 좌절하고 만다. 딱한 키키. 키키에게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첫 좌절인 것이다. 그렇지만 키키는 먼 훗날에 알지 못하는 이방인에게 사람은 누구나 경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성장의 과정이니까.

생각이 많아진 키키는, 그래 한 번 해보는 거야! 결심을 하고 빵집 아주머니를 도와주며 일을 열심히 한다. 사람들은 키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빵집 아주머니는 다락방을 키키에게 내어준다. 다락방은 좁고 먼지가 잔뜩 쌓여있다. 키키는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키키는 수행을 하러 왔기에 자신의 손으로 다락방을 청소하고 가꾸어 간다.

자립에는 돈이 필요하고 돈은 일을 해야만 따라온다. 키키는 자신의 장점으로 딜리버리를 시작한다. 키키는 손녀의 생일 파이를 배달하려고 한 할머니의 집에 방문을 하지만 오븐의 고장으로 파이는 준비되지 못하고 할머니는 배달 비를 주며 배달은 한 것으로 치겠다고 한다.

키키는 이 할머니를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다. 키키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할머니 집의 화덕에 불을 지펴 파이를 어렵게 굽는다. 정성을 들여 구운 파이를 할머니의 손녀에게 배달을 한다. 전 속력으로 날아간다. 거센 비가 쏟아져 홀딱 젖은 채로 키키는 파이를 꼭 안고 배달을 한다. 손녀가 얼마나 기뻐할까, 키키는 그런 생각에 힘들게 배달한 것도 잊어버린다. 어렵게 배달을 했지만 할머니의 파이를 받아 든 손녀는 시큰둥한 반응으로, 파이 싫어한다고 했는데 왜 보냈지?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키키는 생각한다. 키키는 할머니의 마음을 손녀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다락방으로 와서 그대로 드러눕고 만다. 키키는 톰보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마을을 열고 다시 배달을 열심히 한다.

과연 키키는 잘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키키는 수많은 (마음의) 방해로부터 자신만의 리추얼을 잘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키키와 지지는 서로 대화를 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둘도 없는 사이지만 지지는 후에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만다. 키키의 마법이 떨어졌을 때 지지의 언어도 잃어버리게 된다. 키키가 다시 마법을 찾아서 톰보를 구했을 때 다시 지지도 인간의 언어를 찾지 않을까 하지만 지지는 영영 인간의 언어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톰보를 구하고 난 후 지지는 키키의 어깨 위에 올라앉는다. 키키는 언어를 잃어버린 지지가 자기 곁으로 오지 않다가 어깨 위로 올라왔을 때 아직도 말을 하지 못해 조금 놀라는 듯 하지만 금세 웃으며 얼굴을 비빈다. 그 장면에서 지지가 인간의 언어를 하지 않아도 지금 그대로의 지지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그 장면에서 성장한 키키의 모습이 보인다.

키키는 그만큼 성장했다는 말이다. 어린이였을 때 장난감과 이야기를 하고 인형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유년기와 이별을 하는 날이 온다. 유치원에 처음 들어갈 때 엄마와 이별을 하기 싫어 울고불고 하지만 유치원에서 엄마 이외의 다른 만남을 알게 된다.

키키는 그만큼 성장을 했다. 지지가 자신과 언어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지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지가 언어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키키가 달라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그 한 장면의 작화로 키키가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지지는 고양이의 삶으로 돌아가 짝을 찾고 키키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성장을 하게 된다. 고양이나 개와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교감을 충분히 느낀다. 키키는 그것을 알아간다. 유년기와의 이별이라는 성장통을 겪지만 톰보라는 또 다른 관계를 맺게 된다. 불안과 공포가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그러면서 키키는 성장해 나갈 것이고 그 모습을 우리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한다. 볼 때마다 재미있고 뭉클한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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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햄은 지질하게 나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지질하게 나와도 풍기는 이미지가 지질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살을 찌워서 등장해서 조금 지질함에 다가갔지만 그마저도 정장을 입고 있으면 지질함과는 멀어지는 이미지다. 존 햄이 거의 190인데 날씬하게 나왔던 베이비 드라이버나 탑건 매버릭에서 너무 멋진 거 아니야 할 정도였다.

정말 무서운 역할로 나온 건 파고 시리즈인데 거기서도 거구로 살을 찌워 나왔는데 정말 살벌한 연기를 보여줬다. 존 햄이 연기를 할 때 얼굴을 잘 보면 로버트 드니로의 얼굴도 보인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도 미국의 부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부촌에서 살고 있고 잘 나가는 해지펀드에 다니는 쿱은 신입 시절 멜과 만나 단칸방부터 시작해서 딸과 아들을 낳아서 점점 열심히 일해서 부촌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대출이 잔뜩 있지만 꽤 괜찮은 중년의 중심에 올랐으나 어느 날 집에 일찍 와 보니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 멜이 은퇴한 농구선수와 자기 침대에서 붕가붕가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본다. 이혼을 하고 홀로 살고 있는 쿱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 때문에 술렁술렁 일을 할 수도 없는데 믿었던 회사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해 해고를 당하게 된다.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멜을 만나는데 멜을 만나면 어김없이 돈 타령에, 바람피우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현재의 남편이 된 잘 나가는 은퇴한 농구 선수 놈과도 그럭저럭 지낸다. 보는 눈도 있어서 최고급 차를 바꿀 수도 없고 돈은 떨어지고 그러다 부촌의 친구들 집에 들어가 하나씩 물건을 훔치는데 그게 리처드 밀(24만 달러짜리 한정판)이나 파텍 필립 노틸러스 최고급이나, 에르메스 한정판 등(이런 물건을 내레이션으로 설명을 한다.

왜 이런 물건이 고급이고, 이런 고급을 사용하는 친구들은 하나 정도 없어져도 모른다며)을 훔치면서 점점 일이 커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 쿱은 17세 딸이 20세 남자 친구와 만나 데이트하는 모습과 부모 몰래 둘이서 방에서 옷을 벗다가 쿱에게 들키는데, 미국 드라마를 보면 항상 아빠들은 이런 일에 화를 잔뜩 내고 엄마들은 관대하다.

엄마들은 이제 17세니까 마음대로 데이트하게 놔둬라, 그러나 아빠들은 항상 발끈해서 딸과 엄마에게 동시에 미움을 받고 멀어진다. 쿱은 지질하게 멜과 딸과 아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러면서 훔친 물건을 팔려고 하니 받아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고가의 물건은 보증서가 있어야 하지만 그게 없어서 장물최급소에 가지만 거기도 보통이 아니다. 쿱은 그렇게 몰래 부촌의 친구 집들을 다니며 물건을 하나씩 훔치며 점점 희열을 느끼다가 누군가 뒤에서 총을 겨눈다.

그 집의 섹시한 가정부인데 같이 일을 하게 된다. 부촌의 비밀은 전부 각 집의 가정부들이 다 알고 있다. 세세하게 비밀을 알고 있어서 가정부 모임에서 모든 비밀들이 줄줄 물 흐르듯이 흘러나온다. 대체로 비밀이란 바람피우는 것을 말한다.

정말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부부가 집들이 워낙에 크고 주인들은 바쁘니까 몰래몰래 여기저기서 다른 남녀와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대부분 호사스러운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은 점점 허전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한다.

힘 좋고 잘 나가는 은퇴한 농구선수와 함께 살고 있는 멜 역시 몸의 대화는 만족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점점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낀다. 쿱과 가정부 엘레나는 훔치는 물건이 커지다가 결국 엄청난 그림을 훔치면서 일은 염병청병 크게 발전한다. 9부작인데 지금 6화까지 공개되었다.

재미있다. 이 부촌의 한 가족 중에 한국가족이 나온다. 이렇게 어눌한 한국말을 쓰는 한국가족은 이제 좀 안 나왔으면 한다. 존 햄의 지질하지만 지잘하게 보이지 않는 스릴러도 아닌 것이 스릴러 요소를 가진 드라마 ‘프렌즈 앤 네이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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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호러가 될 뻔한 이야기지만 미스터리 로맨스로 재미있다. 강풀의 원작답게 인간적이고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마녀라 불리는 미정이는 너무 예뻐서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지만, 남자들이 좋다고 다가오면 다치거나 죽어버린다. 그래서 점점 혼자가 되는 미정이를 구렁텅이에서 빼 내려, 목숨을 건 한 남자의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예뻐서 남자애들이 미정에게 선물을 주거나, 좋다고 말을 하면 어김없이 돌아가는 길에 남자애들이 포트 홀에 빠지거나 다치고 만다. 점점 미정이가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계속 죽는 남학생이 생겨나고 결국 미정이는 동네에서 쫓겨난다.

미정에게 마음을 내비친 남자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마치 데스티네이션에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처럼 연출이 되었다. 엄청난 번개가 조짐을 보이더니 내리친다거나, 전봇대의 전기가 지릿지릿 움직이다가 남자에게 확 온다거나, 간판이 끼리리릭 하면서 죽음을 암시한다.

고등학교 동창인 동진은 그런 미정을 안타깝게 보지만 소문이 소문이라는 증거, 미정이는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수집한다. 통계학과 출신답게 증거를 근거로 접근하여 법칙을 알아낸다.

이 법칙은 데스노트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하나씩 드러난다. 미정이와의 거리가 10미터 안에서일 때, 10분을 같이 있을 때, 몇 마디를 이상이 되었을 때, 그리고 미정이가 남자의 이름을 알았을 때 등등 이런 규칙이 맞으면 남자는 죽거나 다치게 된다.

그럼 다치는 남자는 왜 그렇고, 죽는 남자들은 왜 그럴까. 동진은 그간 미정에게 다가갔다가 다쳤던 남자들을 죽 만나면서 하나씩 소거법 같은 것으로 규칙을 알아내서 직접 미정이 사는 집 근처로 가서 배달원으로 미정에게 매일 다가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는 동진이가 대학교 때 미정이처럼 혼밥 하고, 말도 없고 혼자서 집에 가는 중혁이라는 친구를 보고 다가간다.

동진을 자꾸 밀어내는 중혁은 동진의 끈질긴 친화력에 결국 친구가 되고 두 사람은 대학을 나와 중혁은 형사가 되고, 동진은 통계학자? 같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말미에 중혁의 비밀도 밝혀진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때문에 미스터리 호러인가 할지도 모르지만 로맨스다.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고 좋다. 노정의와 고윤정은 시크하게 나오면 인기가 치솟는다. 그런 매력을 잘 이끌어내는 것 같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사건으로 불안할 때 누군가 그건 네가 잘못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 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후반부로 가면 미정에게 다가가서 규칙에 전부 속하는데 죽지 않은 남자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동진은 그 이유를 밝히려고 목숨을 걸고 미정의 곁으로 다가간다.

원작에 비해서 못하다는 혹평이 많지만, 원작을 보지 않고 판타지 로맨스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자기 잘못도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낙인찍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사랑의 힘으로 구원을 할 수 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마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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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 방송을 다시 듣기 하다가 댓글을 달았다.

정든 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050506 화요일 오전 12시 14분입니다. 이 날의 방송을 들으니 정든 님 목감기가 걸려서 목소리가 어비스의 물속 같은 신비로움이 묻어납니다. 어비스는 꽤 잘 만든 공포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영화를 보면 후에 나온 타이타닉과 아바타의 전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에 이렇게나 멋지게 바닷속 판타지 공포를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게 됩니다. 바닷속에 갇히면 어떤 기분일까요. 문득 고립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고립이라는 건 무인도에 갇힌 고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의 고립을 말합니다. 엘리베이터에 갇힐 경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까지 심각한 고립에 빠집니다. 사람들이 가득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갇혀 고립이 되면 무서움이 굉장합니다. 곧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게 될 텐데 말이죠. 폭풍 속으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미친 듯이 달리는 두 주인공이 생각납니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병으로 오래 살지 못하고 죽습니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노래도 듣고 싶군요. 패트릭 스웨이지는 암 때문에 말년에 힘들었습니다. 2008년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고작 1년 뒤에 영화 고스트처럼 빛이 되어 하늘로 갔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죽기 전의 스웨이지 모습이 공개되었는데 마치 나뭇가지 인간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지만 홀로 췌장암 투병을 하며 지내는 건 고립과 같습니다. 고립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고립 속으로 더 몰아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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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이지만 


엑스파일 시즌 1, 7화에 멀더와 친구 형사가 이야기하는데 잘못 판결을 안 판사의 눈이 적출되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하면 두 발 뻗고 잠들지 못한다. 엑스파일 시리즈는 지금까지 나온 판타지 공포물이나 인공지능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무한도전과 비슷하다. 새로운 영화가 나와도 엑스파일을 뒤지면 어지간한 이야기는 이미 다 했다. 7화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다. 도스 같은 화면이 뜨면서 말을 하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엘리베이터를 떨어트리고, 감전 등으로 인간을 공격한다.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슈퍼컴퓨터의 초기 버전쯤 된다. 요즘 인공지능이 잘못 선고한 판결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에 화가 나서 판새의 휴대폰으로 들어가서 통장의 자본을 회수한다. 그 돈이라는 게 세금으로 이루어졌는데 제대로 판결하지 않고 억울한 피해자만 생기는 것에 대한 회수다. 인공지능은 판새가 운전대를 잡으면 제너레이터를 꺼버린다. 교통카드를 먹통 시키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소등하고 전기공급을 중단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영역을 넓혀 판새를 도와서 잘못된 선고를 내린 동료 판새들의 휴대폰으로 들어가 일상을 망가트린다. 병원 예약을 취소하고, 티브이를 틀면 잘못된 판결한 뉴스만 계속 나온다. 판새가 다니는 길목의 모든 전광판에는 그 뉴스가 나오며 식당에 가면 음식 주문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든 사람이 그러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알림을 보내고, 급기야는 가족에게로 뻗어나간다. 결국 판새는 정신이 나가서 행려병자 같은 몰골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바이러스에 걸려 구토를 끊임없이 한다. 그나저나 엑스파일 시즌 10이 나온 지도 거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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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상한데 내가 이상해지는 꿈을 자꾸 꾼다


하늘이 움직였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 움직인다는 게 너무나 이상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가만 서서 하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봤다. 집에 오니 아버지가 와 계셨다. 회사에서 이렇게 일찍 올 리가 없는데 아버지는 주방에서 음식을 하고 있었다. 냄새가 햄을 굽는 냄새였다. 그러나 햄이 타는 냄새가 났지만 아버지는 불을 끄지 않았다. 아버지는 햄을 까맣게 태워서 먹었다. 나에게 태운 햄을 덜어 주었다. 나는 그걸 먹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이런 음식을 먹지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는 음식을 태워서 먹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태운 햄을 먹었다. 아무렇지 않게 먹는 모습이 이상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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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쓴 글


오늘, 날이 좀 풀린다더니 아직 밖은 쌀쌀하다. 겨울의 끝물이 스포일러의 약물이 물에 번지듯 너무 서서히 빠지고 있다. 잠시 걸으며 생각을 했다. 근래의 이재명 대표를 보면 ‘길 위의 김대중’의 현실판을 보는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은 이재명을 마치 때려죽일 놈으로 몰고, 검사세력은 이재명을 도대체 얼마나 불러 세웠나. 거기에 온갖 언론마저 이재명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인물로 도배를 하고 비정상적인 기사를 내보낸다. 급기야 헌재마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얼마나 외로울까. 김대중은 엄혹한 시대에 몇 번이나 감옥에 갇히고 정보부에 납치되어 밧줄에 꽁꽁 묶여 가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민주주의 열망이 꺼지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게, 말로만 하는 소신이라는 게 이처럼 처절하고 힘들고 아프게 보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모습이 이재명에게서 보인다. 위로하러 간 사람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폭행까지 하려 한다. 이재명은 외롭다. 어릴 때 뛰놀던 앞마당과 포근했던 엄마의 가슴과 든든한 아빠의 목소리, 귀여운 친구들과 즐거웠던 그때를 떠 올릴 여유가 없다. 이처럼 외로운 사람이지만, 언젠가 이재명 대표가 편안한 마음으로 뒤돌아볼 수 있도록 외로운 이천오백만 명이 이재명을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나하나의 외로운 이들이 모이면 외롭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정치를 잘할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으면 당장 내려오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서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수만 펑펑 쓰고 국민은 불행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으면 괜찮은가. 도덕적으로 깨끗하니까? 그러나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일뿐 도덕적으로 많은 잘못을 했다는 건 우리가 다 알고 있다. 법적으로 걸리는 게 없게끔 했기에 이를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포장을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라도 자신의 지역구 사람들에게 예산 잘 받아와서 지역구 시민들 복지 빵빵하게 해주는 정치인이 환영받는 거 아닌가. 그놈의 도덕적 깨끗함을 정치인에게서 찾지 말고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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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트리에의 작품으로 광기가 가득하고, 그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포영화다.

라스 폰트리에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하기 직전 정신병원에 두 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퇴원하고 영화를 촬영했다는데, 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화도 정신에 담이 오고, 항문에 치질이 걸릴 것 같은 내용과 영상이 가득하다.

특히 이 감독이 보여주는 숲의 모습은 언제나 기기하고 괴괴하고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짙 녹음과 그늘이 가득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이 감독의 영화가 실인마 잭의 집이었는데, 그때 보고 인스타에 올렸을 때 강제 삭제되었다. 불과 몇 년 전인데 그때는 아톰이 팬티만 입고 날아가는 모습도 삭제가 되었다.

아무튼 라스 폰트리에 영화는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이야기와 영상이 많다. 두 명의 주인공이 영화를 전부 끌고 간다. 그렇지만 꽉 차게 느껴진다.

무섭고, 스릴러 같으면서 드라마적이고, 종교적이면서도 자연주의 적인데 아주 야해서 외설스럽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성교 장면들. 이어지는 충격적인 가학적인 장면들.

진정한 공포의 주체는 귀신이나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 죽고 못 살아서 사랑한 상대방이 변심을 하고 무섭게 변하면 그보다 더 공포가 없는 현실도 그렇다.

이 영화를 아직 못 봤다면, 그래서 보고 싶다면 이래저래 정신을 바짝 부여잡고 봐야 한다. 성기는 너무 적나라하게 노출이 되고 가학 역시 적나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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