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겉면에 맺힌 시원한 자두를 먹고 있으면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방학에 외가에서 실컷 놀다가

저녁 무렵 냇가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자두를 먹으며

땀을 식히고 있으면 어디선가

권성연의 [한 여름밤의 꿈]이 흘러나왔다.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한여름 밤의 꿈]을 부르는

권성연은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했다.

간주 중에는 자막으로 권성연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고려대 불문과, 국민학교 때 MBC어린이노래자랑 우수상 수상,

취미는 낮잠, 별명은 쥐방울. 자막도, 화면도, 가수도, 사회자인 이수만과 이미연까지,

전부 비현실적이라 꿈같기만 하다.


오직 권성연이 부르는 [한 여름밤의 꿈]만이 꿈같지 않다.

노래를 끝내고 들어가려는 권성연을 이수만이 붙잡아서

말을 걸고 요들송을 시키는데 정말 잘한다.

권성연은 자작곡인 한여름 밤의 꿈으로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재즈가수가 되고 싶어 했던 권성연은 당일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배가 아파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권성연은 이후 영심이 주제곡 [해봐]도 부르고,

피구왕 통키의 주제가도 불렀다.


권성연의 [한여름 밤의 꿈]을 듣고,

누군가가 여름에 이 노래 한곡만으로 여름 내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끝까지 노래를 들어보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시원한 자두를 먹으며 이 노래를 듣는 다면 꽤 괜찮은 여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https://youtu.be/bc84jx0yO90?si=sfYi4LYRoJQnIt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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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주조의 영화다. 이 한 마디의 말로 모든 게 정리가 되는 느낌의 영화다. 이타미 주조만큼 속도감 있고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영화를 만드는 이도 없다. 이타미 주조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작가에 배우이기도 하고, 디자이너에 카피라이터에 번역가에 일러스트까지 한다.

이런 계보를 잇는 예술가가 무라카미 류가 그렇고, 릴리 프랭키도 그렇다. 이타미 주조의 영화는 일단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다. 그의 대부분 영화 속에는 음식도 많이 나온다. 음식으로 인간의 모든 감각을 표현한 담포포는 정말 굿이었다.

담포포는 내 최고의 영화들에 껴 있다. 담포포에 나온 불고기가 진정한 불고기, 한국을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슈퍼의 여자 이 영화도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요즘의 일본 감독들은 이타미 주조처럼 왜 깔끔하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영화를 만들지 못하나. 영화 속에 손님으로 나오는 배우 중에는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이 한국음식을 먹었던 편, 김밥에 오징어볶음에, 잡채에 삼계탕 라면을 먹었던 니시정의 주인으로 나온 배우도 있다. 이 영화가 96년 작품인데 시간이 많이 흘러도 딱 보면 얼굴이 그대로라 알아볼 수 있다.

내용은 망하기 직전의 중형 마트(슈퍼) [정직한 고로]의 지배인 고로가 맞은편에 파격 할인 마트가 나타나서 망할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자신의 마트를 구하려는 내용이다.

동창이던 하나코를 만나게 되고, 하나코를 부지배인으로 채용하면서 점점 마트가 되살아난다. 하나코의 장점은 오직 [정직함]이었다. 정직함으로 손님을 대하기 시작하니 변화가 찾아온다. 점점 변화하는 모습이 통쾌하면서 재미있다.

즉 상품을 판매하거나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소통에서 [정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정직한 고로 마트 맞은편에 들어선 파격 할인마트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객을 그저 호구로 본다.

가격이 저렴한 고기는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 색이 흐리멍덩하지만 붉은 조명 아래에 놔두고, 할인해서 50엔인 물품은 원래 30엔짜리다. 하나코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정직한 고로 마트에서 손님들을 정직함으로 대한다.

이 영화는 고로가 주인공이지만 정작 진짜 주인공은 하나코다. 고로는 육상부에, 유도부에 산악회 출신으로 덩치도 좋고 그쪽으로는 꽤나 잘하지만 마트 운영에는 잼병이다. 그러나 하나코는 물건에 대해서 잘 알고, 상품 진열에 대해서도 빠삭하다. 신선한 채소의 나열이라든가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을 한다.

이 영화를 잘 보면 당시 그저 집안에서 가정살림이나 해야 하는 여자들을 밖으로 꺼내서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남자들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하나코를 통해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하나코는 여자 손님들을 전부 불러서 매일 마트의 음식을 시식하게 한 다음에 의견을 하나하나 듣는다.

거기서 나오는 여자 손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손님을 속이는 건 안 된다,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야 한다. 경제 용어인지는 모르겠자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물품을 만든 회사는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여자 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오니기리를 다시 시식하던 손님들이 굿을 외칠 때는 보는 나도 기분이 엄청 좋다.

이타미 주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장단점을 잘 정리배치하여 역할을 주었다. 하나코와 주위 여성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중심을 찾아가지만 남자들은 그러지 않는다. 부정한 방법으로 어떻게든 상대방을 무너트리려는 얄팍한 모습을 보인다.

이타미 주조의 영화는 유머 속에 적확한 노림수가 있다. 아주 재미있다. 이타미 주조는 자살로 생애를 마감함으로 97년 이후의 영화는 볼 수 없다. 이타미 주조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에겐자부로와의 일들 하며. 아무튼 망해가는 우당탕탕 마트 살리기 고군분투기 [슈퍼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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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육미라지만 붕어싸만코는 꼬리부터 먹게 된다. 이유는 없다. 붕어싸만코의 크기가 옛날보다 작아진 것 같다. 그건 나의 착각이겠지. 어릴 때 먹었을 때는 이만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내 손이 작은 거겠지.

붕어싸만코의 이름이 왜 [싸만코]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찾아보면 [싸고 많고]라는 의미로 싸만코라 불렸다. 말 줄임은 이전부터 우리 주위에 그림자처럼 늘 들러붙어 있었다.

81년에 붕어싸만코라는 이름으로 바뀐 후 지금까지 붕어싸만코로 팔리고 있다. 근데 이름에는 아주 기묘한 점이 있다.

가공식품 관련 법규정에는 제품 이름에 특정한 식재료 이름을 넣으려면 그 원재료 성분의 3%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원재료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원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우깡에는 새우가 7.8% 함유되어 있고, 감자깡도 그렇다. 그리하여 빙그레의 메로나는 멜론이 1%도 들어있지 않아서 [멜론바]가 될 수 없고 [메로나]라는 이름이다. 군옥수수, 수박바, 호두마루 등 이런 아이스크림은 원재료가 함유되어 있다.

그렇다면 붕어를 이름에 붙인 붕어싸만코는?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만은 없다.

붕어를 3% 갈아 넣었단 말일까?

모순에 모순이 가득한 이름 [붕어싸만코]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쯤 되면 따라붙는 과자 이름들이 죽 나온다.

돼지바는요?

엄마손 파이는 누구 엄마 손을?

고래밥에는 고래가 들어있어요?

붕어싸만코는 후속작으로 참붕어싸만코를 만들어서 판매를 해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단종을 하고 동남아시아 쪽에만 판매를 하고 있다.

붕어싸만코는 겨울에 먹는 게 더 맛있어서 겨울 매출이 껑충 오른다고 한다.

붕어싸만코 하나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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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0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들렸습니다.어릴적에 붕어싸만코 좋아했는데 싸만코의 뜻이 싸고많이란 것을 교관님의 글을보고 처음 알았네요.붕어싸만코는 실제 붕어모양인데가 사람들이 실제 아이스크림안에 붕어가 들어가 있다고 착각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이름을 허락한것이 아닌가 싶네요^^.

교관 2025-07-08 11:56   좋아요 0 | URL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붕어 싸만코 어제도 하나 홀라당 먹었는데 문제는 여전히 맛있다는데 있는 것 같아요 ㅋㅋㅋ 맛있는 것들은 전부 몸에 안 좋으니 ㅋ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근래에 조깅을 하다 자주 달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내가 보는 달은 달의 앞면뿐이라는 생각에 달의 뒤편이 궁금했다.

달의 뒤편으로 돌아가면 다시 저만치 가버리고

주저하다 보면 어느새 달의 뒤편은 사라져 버리는,

그런 느낌의 저녁을 매일 맞이했다.

지금은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다.

자연은 바뀌는 계절에 맞게 적극적으로 생명을 노래한다.

바뀌는 계절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계절에 머물러 있으려는

늦은 인간은 매일 떠 오른 달을 보며 어떤 의식을 치른다.

달은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죽지 않아서 외롭다.

별도 죽고,

나무도 죽고,

달을 바라보았던

윤동주도 죽고,

달을 좋아했던 작은 새도 죽었다.

죽은 것들을 죽을 수 있어서 외롭지 않지만 달은 죽을 수 없다.

달이 모양을 자꾸 바꾸는 이유는 외로워서 일테지.

달의 뒤편으로 가서 달을 안아 줄 수 있다면

그 외로움의 조금은 내가 나눌 수 있을 텐데.

옷을 갈아입은 계절의 시작에

서 있으면 어쩐지 시계가 뒤틀린 세계를 통해

달의 뒤편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아마도 달의 뒤편에서 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추억 속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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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예전 영화들이 확실히 재미있다. 2010년에 나온 이 영화는 신혼부부가 신혼 같지 않고 서로 이웃처럼 지낸다. 무료하고, 집안일 하기 싫어하고, 말끝마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그러다가 밥을 해야 하는데 전기밥솥이 없어지고 전기밥솥을 찾기 위해 기묘한 점쟁이를 통해 지옥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참신하다. 온통 상상력으로 뭉쳐 있는 영화다. 지옥이라고 해서 불구덩이가 나오고 그러지 않고 지옥의 마을과 온천이 나오고 파란 사람들을 만난다. 온천도, 모래도, 그리고 먹는 음식도 전부 지옥스럽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영화 속에 나온다.

또 아직 키키 키린이 살아있을 적 영화이고 키키 키린이 붉은색의 네일과 화장 그리고 지옥문을 여는 점쟁이로 나와서 보는 재미가 있다. 점쟁이 보조로 나오는 카모메 식당의 카타가리 하이리 역시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타케노우치 유타카와 미즈카와 아사미의 미모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좋다. 파란 사람의 하시모토 아이는 온동 파란 페인트를 얼굴에 칠했는데도 그냥 예쁘다.

하시모토 아이는 초기버전일 때는 예쁜 모습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지만 어느 순간 배우가 되더니 현재는 뭐랄까 아우라가 너무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다. 연예인이라기보다 배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마 그 경계가 김태리가 리메이크한 리틀 포레스트의 이치코를 연기하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도 그러는지, 어느 지역에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일본은 빠져나가는 농사 인구를 붙잡기 위해 청년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었다.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게 교육을 하고 땅과 비료 등 온갖 것들을 지원해 주고 일 년 뒤에 수확이 형편없더라도 꾸준하게 지원을 해 주었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청년들이 농사에 매달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근데 우리나라 리메이크 판에는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김태리처럼 그렇게 농촌에서 지낼 수만은 없다. 아무튼 하시모토 아이는 2015년부터 뭔가 배우의 아우라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패션과 광고, 그리고 배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지옥으로 가서 파란 사람, 하시모토 아이가 연기했던 요시코의 동생들과 함께 지옥의 마을과, 야시장을 돌면서 진정한 신혼여행을 즐긴다.

이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면 지옥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주인공 부부가 다시 친밀해지는 내용이지만, 요시코의 동생들과 놀면서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시 찾게 된다.

우리도 어린 시절에는 형이나 친구들과 누가 누가 오줌을 멀리 쏘는지 내기도 하고, 옷 버리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동네를 다니며 구불고 놀고 깔깔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어제 빨아 놓은 옷 마르지도 않았는데 또 버렸다며 소리를 지르는 엄마한테 등짝 심하게 후려 맞았다.

근데 지금은 엄마는 늙어서 힘도 없고, 어른이 되어서 누가 누가 오줌 멀리 쏴하다가는 신고당할지도 모르고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자기 검열을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부요시와 사키는 요시코와 동생들과 먹던 음식을 퉤 멀리 뱉기도 하면서 신난다. 하지만 추억에서 벗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그러나 추억에 젖어 보지 못한 인간보다 한 번이라도 추억에 젖어본 사람들은 뭔가를 알게 된다. 뭐 그런 의미를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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