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75호 - 2020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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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0년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구나. 늘 그렇듯이 올해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구나. 2020년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생 2020년을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 2020년을 통째로 잡아 먹었으니 말이다.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 할만 하구나. 가고 싶은 곳 제대로 못 가고,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못 하고, 때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말이야. 그렇게 했음에도 아직도 코로나는 우리 주변에서 겁을 주면서 물러갈 기세는 보이지 않는구나. 어쩌면 내년 일년도 코로나에게 통째로 빼앗길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구나.

한편으로 사람들은 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겼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로 인한 환경 파괴. 기후 위기. 이런 것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배후라고 지목되기 시작했단다. 그것에 때맞춰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가 지구 곳곳을 덮친 한 해였단다. 그러니까 2020년은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제대로 몸소 느낀 한 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제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녹색평론 175호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고음이자 죽비소리라고 비유하는구나. 하지만 과연 코로나가 다 사라진 후에, 이 경고음을 잘 기억하고 있을까.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노력을 해봐야 하는데, 망각의 동물인 우리들이 과연 잊지 않고 노력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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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이렇게 보면, 코로나19는 단지 경제의 외생변수가 아니라 지금까지 진보와 발전으로 여겼던 경제성장에 내재한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이제는 성장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우리를 깨우는 죽비소리다. 결국, 바이러스 재난의 근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극복할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우리 자신이고, 싸울 것은 사람과 자연을 희생하여 성장을 거듭해온 탐욕의 경제다. 코로나19는 현상으로는 질병의 문제지만 근본으로는 자연과 경제 문제다. “우리는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프란치스코 교종, <찬미받으소서>). 기후문제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문제다(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코로나19를 질병으로만 접근하면 이 바이러스 감염병이 가리키는 문제의 본질과 근원을 놓치고 결국 문제해결에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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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백신이 나왔단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주사를 맞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이 책에서 백신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을 해주었단다. 모든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범용 백신을 만들 수 있는데, 돈벌이 때문에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빠가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부디 진실이 아니길 바래본다. 그래, 독감이나 감기 예방 백신은 그래도 용서해 주련다. 제발 코로나 바이러스를 돈벌이에 너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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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돌연변이는 보통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2~3개의 단백질의머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해서 인간 세포에정박하여 침입할 수 있게 된다. 해마다 생산되는 백신은 바로 그곳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단백질들의줄기들은 안정적이고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바로 이 변하지 않는줄기들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여러 해 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 모든 바이러스 변종에 대해 전부 면역력을 갖게 하는 범용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연구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연구는 존재하지만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범용 백신을 개발하거나 제조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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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후 위기에 대해서 이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단다. 사실 아빠도 기후 위기에 대한 글을 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단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리고 아빠도 기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별로 없거든. 몇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이제는 변화된 기후에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평균 기온이 1가 올라가면 어쩌니, 2℃가 올라가면 어쩌니…. 그런 글들을 읽어보면 우리 미래가 너무 암울하게 느껴진단다. 그리고 겁이 나기도 한단다. 그런데 각 나라의 지도층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 아빠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까. 스웨덴 소녀 툰베리가 각국 지도자들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 앞으로 16년 이내에 지구가 2℃ 뜨거워지고, 80년 이내에 3~6℃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이런 슬픈 예상들은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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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의 지구 평균기온보다 약 1℃ 올라간 현재의 수준에서도 우리는 이미 너무나 큰 규모로 지구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어서 어느 때고 걷잡을 수 없는 폭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에 처해 있다. 더욱이 이 메커니즘은 대단히 복잡해서 우리는 그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보수적인 추정으로도 80년 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3~6℃ 상승한다는 것이다. 최소로 잡아도 16년 이내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2℃ 뜨거워진 지구도 인간 종에게는극히 위험한조건이다. 역치라고 하는 3~4℃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인류 문명의 핵심적인 기반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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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이 그리 쉽지 만도 않은 것 같구나. 왜냐하면 지구상에서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동물들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 지구인데, 그들도 뜨거워진 지구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동물들과 식물들이 불쌍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들이 인류 존속에 필수적인 것들이라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이미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멸종하고 있단다. 누군가는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에 들어섰다고 했어. 이 위기를 과연 인류는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위기를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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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인류의 당면 위기 중 하나인 기후위기를 넘어서려면 탈탄소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인류가 처한 위기 중 하나는 생물종 멸종이다. 2000년부터 매년 약 650ha의 산림이 사라졌고(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과 비슷한 규모), 100종 이상의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게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의 설명이다. 지구 전체 동식물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런 속도라면 지난 1,000만 년의 평균 멸종 속도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르다. 원인은 도시화 등 인간의 토지이용 변화와 그에 따른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가 압도적이다. 이어서 식물 채집과 사냥, 그리고 기후변화가 세 번째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자칫 6,0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뒤 처음으로 지구가 대멸종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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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위기를 한창 이야기했더니, 다른 주제들은 작게 보이는구나. 기후 위기로 지구가 급박한 위기에 빠져 있는데, 지역 균형 발전이 무슨 소용이고, 민주주의가 무슨 소용이니 말이야. 그래도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한 글은 좀 이야기해 주어야겠구나.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을 대신한 정치인을 뽑는단다.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정치에 참석할 수 없으니, 그들을 대신할 사람들을 뽑는 시스템이 가장 합리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이라고 당연히 생각들 한단다.

하지만 이런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정치를 하는 이 시스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는 이 시스템사실은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이 시스템은 민주주의로 생각하지 않았단다. 이런 시스템을 선거 과두정이라고 했고, 우리가 우리를 통치하도록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통치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 아무도 그걸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단다. 180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선거대의제가 민주주의라는 발상이 생겨난 이후, 잘못된 인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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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80)

1800년까지는 누구나 이 단순하고 명백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선거대의제는 민주주의의 정반대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에 그리스에서 전래된 용어로 이름을 붙인다면 올바른 명칭은선거 과두정이 될 것이며, 그 뜻은우리가 우리를 통치하도록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통치이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이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민주주의자를 자처한다는 발상이 생겨난 것은 1800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였다. 그 뒤로는 이 잘못된 인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혁명가, 신층 중간계층, 지식인, 학자들이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1920년경에 이르면 그것은 사회 일반에 수용되기에 이른다. 즉 선거대의제가 민주주의라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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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설명하면서, 옛 고대부터 근대 철학자들까지 소환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두었는데, 그 동안 민주주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두정 또는 귀족정 사회에서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겠구나. 하기야, 정치인들이 하는 것을 보면 귀족정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구나. 자신들이 귀족 같은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오늘날 많은 국민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녹색평론에서 예전부터 계속 이야기하는 추첨 민주주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야.

마지막으로 좀 긴데, 앞서 아빠가 이야기한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민주주의의 뜻을 보자꾸나. 아빠도 다시 한번 타자로 치면서 머리에 새겨보았단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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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84)

헤로도토스(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는 가장 공평하다. 즉 법 앞에 평등하다. 공직자는 추첨으로 임명되고, 권력에는 책임이 지워지고, 모든 질문은 열린 토론에 붙여진다.(<역사>, 3 80 6)


플라톤(기원전 428~348)

그리고 가난한 자들이 승리하여, 몇 사람은 처형되고 또 몇 사람은 추방되고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통치권력이 동등하게 분배될 때 민주주의가 성립된다.(<국가>, 8)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

추첨으로 공직을 임명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선거로 선출되는 것은 과두정치였다.(<정치학> 4, 1294a)


키케로(기원전 104~43)

통치권이 한 사람에게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군주제라고 부른다. 특정의 선택된 사람들에게 통치권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귀족정이라고 부른다. 통치권이 민중의 손에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국가론>, 1, 41, 42)


엘리엇(1490~1546)

도시와 자치령은 전 시민의 합의에 의해서 통치되었다.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믿을 만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그 자신이 보유한 미덕과 지혜로써 공공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가장 뛰어난 시민을 추방하거나 죽이는 일이 흔했다. 이런 통치방식은 그리스어로데모크라티아(Democratia)’, 라틴어로포퓰라리스 포텐티아(Popularis Potentia)’, 영어로평민에 의한 통치(rule of the commonalty)’라고 불렸다.(<위정자론>)


알투시우스(1557~1638)

민주주의는 그 본성상 자유와 평등한 존경을 요구한다. 평등한 존경이란 다음과 같은 것들에 존재한다. 시민들은 번갈아가며 통치하고 복종한다. 모두가 똑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 사적 삶과 공적 삶이 교차하며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 개인은 언제나 순종한다.(<정치학>, 39, 61>


홉스(1588~1679)

통치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군주제는 단 한 명이 통치권을 갖는 경우이고, 데모크라시는 민회에 통치권이 있는 경우이며, 귀족정은 임명되었든 선출되었든 아무튼 나머지 사람들과 구별되는 일부 특정 사람들로 구성된 기관이 통치권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리바이어던>)


몽테스키외(1689~1755)

공화국에서 민중이 주권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민주주의다. … 추첨에 의한 선발은 민주주의의 방식이다. 선거에 의한 선발은 귀족정의 방식이다.(<법의 정신>, 22)


루소(1712~1778)

“추첨의 의한 선발은 그 본성이 민주적이다라고 몽테스키외는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 그러나 나는 이미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상(理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거의 추첨을 결합할 때, 군사직위처럼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자리는 선거를 통해 임명해야 한다. 추첨은 사법관 같은 경우에 적합하다. 양식이 있고 정의롭고 정직한 것으로 충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말이다. 잘 구성된 국가에서는 이러한 자질은 모든 시민에게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사회계약론>)


시에예스(1748~1836)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법을 제정하고 공무원을 직접 임명한다. 우리의 계획에서는 시민들은 대체로 직접 대리자를 선발한다. 따라서 입법행위는 민주적이지 않다. 그것은 대표제가 된다.


버크(1729~1797)

[‘민주주의를 묘사하면서] 여기서는 모든 공무 혹은 공무 전반을 민중이 직접 개인적으로 처리했고, 법은 민중 자신에 의해 제정되었고,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공무원이 직무에 소홀한 점이 있었을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OO경에게 쓴 편지)


메디슨(1751~1836)

민주주의에서 민중은 모여서 직접 통치한다. 공화국에서 민중은 대표자들과 대리인들을 소집하여 통치를 위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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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는 단순히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적으로 소비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RIP’ 명복을 빕니다.


나는 자본주의가 대다수 인류에게 소득을 만들어주고, 일자리와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을 제공하고, 화석연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고, 생물학의 발전을 공중보건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우리 시대의 문명적 위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위기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독립된 별개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하나의 총체적 위기로서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오늘날의 초자본주의는 인간 종의 생존에 필요한 생산력의 진보를 막는 절대적인 족쇄가 되었다. - P36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통용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한 듯이 쓰이고 있는 ‘건강권’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이후이고, 현재도 모든 국민이 차별 없는 건강권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건강권이란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 실제로 구체화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건강권 중 일부인 공평한 의료접근성의 실현조차 건강보험 역사가 40년이 넘은 현재에도 요원하다. 하물며, 모든 시민을 위한 건강 유지 증진 정책은 항상 부수적이고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는 해방 이후 민간에 맡겨져 거의 방치되어왔고, 건강보험 등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비효율과 상업성으로 인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의료 공공성이 매우 취약한 범주에 속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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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12-25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

bookholic 2020-12-25 14:10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즐거운 크리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78)

나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요!” 인질이 거만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모양이군!” 나는 파트리키 귀족인데다, 율리우스 집안 출신이오. 율리우스 집안 출신이란 게 무슨 의미냐고 묻겠지, 안 그렇소? 그건 내가 아프로디테의 아들을 통해 그 여신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뜻이오. 나는 집정관을 배출한 가문 출신이며, 나 역시 때가 되면 집정관을 지낼 거요. 나는 그저 평범한 원로원 의원이 아니라고! 시민관을 수여받았고…… 원로원에서는 발언권도 있고…… 원로원의 가운뎃줄에 앉고…… 내가 원로원 의사당에 들어가면 모든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준단 말이지. 심지어 전직 집정관과 감찰관까지도! 그런데 고작 은화 20탈렌툼? 내 몸값은 은화 50탈렌툼이오!”


(347)

하지만 키케로는 책상 표면이 안 보일 정도로 다양한 일감이 눈앞에 쌓여 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전광석화처럼 결정을 내리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은빛 혀와 금빛 목소리는 재치 넘치고 지혜로운 말을 쏟아냈고, 큼직하고 둥그스름하니 잘생긴 머리통은 사람들에게 고귀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때때로 키케로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한구석에 숨어 있던 눈부신 자아가 전면에 드러나기도 했다. 그 한 달 동안 키케로는 완전히 새로운 재판 진행방식까지 고안해냈다. 이것은 지금까지 로마의 소송 절차로는 불가능하던 일을 가능케 했다. 즉 배심원들에게 구체적이고 확실하며 산더미 같은 증거들을 아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변호인단이 피고인을 변호할 방도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391)

저의 성향을 잘못 분류하신 건 아니에요, 외삼촌.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났으니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저는 유피테르 대제관으로 지낸 시간이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 경험을 통해 강해지는 법은 물론 섬세해지는 법을 배웠고, 저의 광채를 드러냈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선 그것을 숨기는 법을 배웠어요. 돈이나 스승보다 시간이 더 소중한 아군이라는 것을 배웠고, 제 어머니께서 저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인내를 배웠고, 그 무엇도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지금도 배우는 중이에요. 외삼촌. 결코 배움을 멈추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루쿨루스에게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실험해보는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살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한발 물러서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지켜보는 거죠. 안심하세요. 외삼촌. 제가 가장 위대한 부동의 원동자로서 제일 앞자리에 서게 될 날이 올 테니까요.


(418-419)

저는 지금 제가 느끼는 것 이상의 슬픔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슬픔의 비극이죠. 우리는 늘 자신의 슬픔이 타인의 슬픔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여러분께 먼저 고백하고 싶은 점은, 제가 자신의 권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차갑고 냉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겠죠. 저는 한때 킨나의 딸과 이혼하기를 거부했습니다. 명령에 불복하기로 한 거죠. 저의 개인적인 이득과 뒤따르게 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녀와 이혼하라는 술라의 명령을 어겼습니다. 여러분께 이미 슬픔의 비극에 대해 한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비극은, 누군가가 죽기 전까지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한 번도 깨닫지 못하는 비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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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자네한테는 적이 끊이지 않을 테니까. 복수의 여신들이 가련한 오레스테스를 늘 따라다녔듯, 질투가 자네를 늘 따라다닐걸. 질투 혹은 선망, 뭐가 됐든 남이 가진 것을 탐하는 마음. 누군가는 자네의 아름다운 용모를 선망할 것이고, 누군가는 체력을, 누군가는 훤칠한 키를, 누군가는 출생을, 누군가는 지력을 탐내겠지. 자네가 더 높이 오를수록 질투도 더 커질 거야. 자네는 어디서나 적에 둘러싸이고 친구는 없겠지. 남자건 여자건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거야.”

카이사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말을 들었다.


(219-220)

내 뜻을 오해하는군. 나는 지금 현실적인 공직이 아닌 야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네. 카이사르 자네는 스스로 완벽하길 원해. 자네를 불완전하게 만들 일은 어느 무엇도 일어나선 안 돼. 자네는 지금 그 소문이 부당해서 신경을 쓰는 게 아니야. 자네가 괴로운 건 그 소문이 자네의 완벽함을 손상시키기 때문이야. 적절한 시기에 모든 면에서 모든 방식으로, 완벽한 명예, 완벽한 출세, 완벽한 전력, 완벽한 명성. 그리고 자네가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듯 자네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완벽을 요구할 거야. 완벽에서 벗어난 자는 사정없이 내치겠지. 생득권에 대한 내 집착이 날 갉아먹었듯,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자네를 갉아먹을 거야.”


(291)

당신 타고난 성격대로 해요. 그냥 붙잡고 해치워버려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며 머뭇거리다간 상황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일쑤예요.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아요.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걱정하지 말고요. 그러다 일을 그르쳐요.”


(315-316)

두려워. 너무 두려워! 죽는 게 이렇게 두려울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 이건 숙명이야. 피할 수 없어. 곧 있으면 끝난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겠지. 나는 아무도 아니게 된다. (). 그 운명에는 고통이 없다. 꿈조차 꾸지 않는 무지(無智)의 운명. 영원한 잠. 왕관 대신 놀라의 풀잎관을 쓴 로마의 왕이었던 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유일한 불멸의 길이다.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에서 기억되는 것. 나는 회고록을 거의 마쳤어. 다 쓰지 못한 분량은 겨우 한 권 정도다. 그 정도면 미래의 역사가들이 나에 대해 판단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영원히 죽이고도 남지.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회고록을 쓰지 못하고 죽었어. 나는 썼어. 그러니 내가 이길 거야. 내가 이겼어! 지금까지 내가 거둔 모든 승리 중에 가이우스 마리우스에 대한 승리가 내겐 가장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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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세종 더 그레이트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조 메노스키 지음, 정윤희, 정다솜, Stella Cho 외 옮김 / 핏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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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말씀하시기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셨단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셨단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최근 문화 강국이 된 것 같구나.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으니 말이야. BTS는 말할 것도 없고, 한식도 서양 사람들이 많이 찾고, 드라마와 영화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고 있잖아. 거기에 지난 겨울, 영화 <기생충>은 국의 오스카 상을 휩쓸었잖니

세상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다 보니,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진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하나 한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은 것 같았어. 영어나 중국어에 비해 한글이 독특하긴 하지말하는 그대로 글자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자음과 모음의 숫자가 많나….  그것도 아니고한나절만 배우면 뜻은 몰라도 읽고 쓸 수도 있다고 하는 한글. 외국 사람들이 보면 신기한 글자라고 생각할 만도 할 것 같아. 동그라미, 네모가 글자에 들어 있고 말이야. 한글을 알게 된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하나 같이 한글을 최고의 글자라고 엄지척을 한단다.

더 신기해하는 것은 그 한글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데, 보통 글자는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 오는 것이 변형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인데, 한글은 없던 글자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거니까 말이야. 물론 그 전부터 있던 글자들을 잘 수정하고 개선했다는 설도 있지만 말이야.

그런 엄청난 일을 한 세종대왕에게 반한 외국인 있었는데, 너무 만해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주인공은 마로 조 메노스키라는 사람이란다. 물론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야. 그런데 그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라고 하는구나. , 대단한 사람일세그는 5년 전에 처음 한글을 접하고 세종대왕을 알게 되고 세종대왕의 매력에 빠져 세종대왕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허구를 가미한 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를 영문판과 한글판을 출간하였다고 하는구나. 이런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어, 아빠도 그의 책을 읽어 보았어. 아빠가 <스타트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스타트렉>은 몇 십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의 작가가 세종대왕을 존경해서 쓴 소설이라고 하니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단다.


1.

세종대왕과 한글을 다룬 우리나라 소설들은 참 많단다. 아빠도 그런 소설들을 여러 편 읽었단다. 그런데 외국 작가가 쓰는 세종대왕과 한글이라어떻게 썼을까. 얼른 책을 펴봤단다. 세종대왕이 나오고, 최만리가 나오고, 영의정 황희가 나온단다. 물론 집현전 학자들도 나온단다. 가상의 인물도 중요 역할로 나온단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란다. 그래서 책 표면에 역사판타지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는 것 같구나. 세종대왕은 세자 시절부터 변복을 하고 궁궐 밖에 몰래 민심을 알아보려고 나갔단다. 왕이 된 이후에도 여러 번 몰래 궁밖에 나갔어. 그러면서 민심을 알게 되었고, 우리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세종대왕 시절, 명나라는 12살 어린 황제가 왕위에 올랐고, 그 어린 황제를 뒤에서 환관이 그를 조정했단다. 조선에 무리한 조공을 계속 요청을 했어. 명나라와 조선이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와 자식, 형과 아우 같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이가 좋지 않은 그런 사이였던 시기였단다.

중국 대륙에는 명나라뿐만 아니라, 옛 칭기스칸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몽골족 후예들이 평원에 자리잡고 있었단다. 암암리에 명나라를 공격을 하곤 했어. 그런 몽골족에 이인자였던 에센 타이시가 칸을 죽이는 반란을 일으켰는데 성공한단다. 몽골족의 최종 목표는 명나라였지만, 배후에 조선이 늘 껄끄러운 존재였단다. 그래서 몽골족은 먼저 조선을 공격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그들의 타겟은 조선의 왕 세종이었단다. 그들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평생 세종의 암행을 도와주었던 문지기 순돌의 희생으로 실패하고 말았단다.


2.

세종의 한글 창제는 측근 적은 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였단다. 그 중에 왕비 소헌왕후도 있었는데, 소헌왕후는 병에 걸려 한글 창제를 보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단다. 우여곡절 끝에 한글, 즉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단다.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를 모르고 있었던 신하들은 깜짝 놀랐고, 최만리, 황희 등 많은 유학자들이 훈민정음을 반대했단다. 최만리가 훈민정음을 반대한 일은 유명한 일화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책에 꼭 등장한단다. 훈민정음을 반대했다고 무조건 최만리를 나쁘게 평가하면 안되고, 정치인으로 다른 의견을 표출했다는 평가가 좀 너그러운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 소설에서는 최만리가 몽골 세력을 끌어들여 세종을 암살하려고 했고, 세종은 그런 최만리를 끝까지 이해해주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단다. 그와 반대로 젊은 집현전 학자들, 예를 들어 박팽년, 신숙주, 정인지 등은 한글에 찬성을 했단다.

….

이 소설에서는 한글 창제를 하는데 큰 공을 세운, 가상의 인물로 보이는 역관들인 평화와 매두가 등장한단다. 그들은 세종대왕의 비밀 임무를 때고 명나라와 만주 일대를 다니면서 언어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왔는데, 훈민정음이 만들어지는 동안 명나라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작전을 펴다가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단다. 훈민정음 창제에는 여러 이름 모를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

훈민정음에 대한 유학자들의 반대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단다. 궁궐 안의 금속활자 인쇄소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 이런 걸 예상이라도 하듯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 제작을 궁궐 밖 목판인쇄소에서 진행했어. 그리고 그 훈민정음 해례를 일본과 중국에 전달해 주었고, 당시 명나라를 통해 들어와 있던 신부에 의해 유럽까지 이 소식을 전달하게 된단다. 지은이가 우주를 다루는 드라마의 작가라서 그런지, 스케일이 큰 것 같구나.

대충 이런 스토리로 이야기를 그려진단다. 세종대왕은 못하는 것이 없는 천재형 왕으로 나오고, 한글은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쉬운 완벽한 글자로 소개되고 있단다. 이 책이 영어로도 미국에서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 하는 궁금증보다는 적은 숫자라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세종대왕과 한글, 그리고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점이 궁금하더구나.

너무 기대를 했었나.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조 메노스키가 시나리오에 참여한 <스타트렉>도 아빠한테는 재미가 없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단다. 그래도 미국의 유명한 작가가 세종대왕에 그렇게 푹 빠져서 책까지 썼다는 것이 신기하구나. 그리고 앞으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상화도 예정이라고 하니, 어떻게 그려질지도 궁금하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싱그러운 초록 잎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듯 떨어진다.

책의 끝 문장 : 전하, 부디 돌아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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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13)

존엄은 다르다. 존엄은 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이면서도 개인의 공적 생활의 모든 규정 요인들로 확장된다. 정의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표현이 있는 것이다. 존엄은한 사람의 장엄함영광의 정도라고 할까? 존엄은 개인이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가 속한 사회의 지도자로서 무엇인지를 요약한다. 존엄은 개인의 자존감, 온전함, , 지성, 행동, 능력, 지식, 지위, 사람으로서의 가치의 총합이다존엄은 사람의 죽음을 넘어서기에, 사람이 죽음에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 이것이 가장 올바른 정의다. 존엄은 사람의 물리적 존재의 멸실에 대한 승리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바로는 폼페이우스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다. 술라에게 중요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존엄이다. 술라는 미트리다테스를 무찌를 거라고 말했다. 옛날의, 전통적인 형태로 공화국을 재건하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술라는 말한 대로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존엄이 손상될 테니까. 사회적인 추방과 공식적인 오명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존엄은 없었다. 따라서 술라는 자기 바깥에서 자신의 약속을 이행할 힘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약속을 이행했을 때 그는 만족할 것이다. 그때까지 술라는 쉴 수 없다. 쉬지 않을 것이다.


(284)

술라는 이제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로마를 좋아하지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가가 너무 컸다. 또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그가 가장 갈망한 것은 평화와 여유, 온갖 성적 환상의 충족과 머리가 빙빙 도는 폭음, 관리와 책임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없었는가? 로마 때문에, 의무 때문에, 그토록 많은 임무들을 마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내려놓는 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술라가 말을 타고 텅 빈 대경기장을 따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325-326)

저장 선반과 헛간, 저장고와 저장실에 스민, 그곳들이 가득차 있기를 바라는 페나테스라는 신들이 있었다. 항해중인 배들과 교차로들을 모으고 무생물 물체들의 목표의식을 유지시키는 힘들은 라레스였다. 나무들이 바르게 생각하도록 하는, 가지와 잎은 위쪽으로, 뿌리는 아래쪽으로 뻗도록 하는 힘들이 있었다. 물을 달콤하게 하고 강이 높은 곳에서 저멀리 바다까지 아래로 흐르게 하는 힘들이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행운과 복을 주고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보다 덜 주며, 또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힘은 포르투나였다. 그리고 유피테르 옵티무스 막시무스라 불리는 힘은 다른 모든 힘들의 총합이자, 사람들에게는 불가사의하나 힘들에게는 논리적인 방식으로 그 힘들을 한데 묶는 결합조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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