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 대본집 상·하 세트 - 전2권
김바다 지음 / 너와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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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벌X형사』는 재벌 3세가 강력계 형사로 특채돼 대활약을 펼치는 'FLEX 수사기'를 다룬 드라마 대본집이다. 드라마 속 남주인공 진이수(안보현 분)와 강력 1팀의 이강현(박지현 분)이 펼치는 수사 드라마다. 남주인공 진이수는 세상 사는 것에 별 관심도 없고, 어렸을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 재벌 3세 신분의 미혼 남자다. 게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심지어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놀고 즐기는 데에만 익숙한 철부지일 것 같은데 묘한 사건에 휘말려 세상 이목을 집중시킨 흉악 살인범을 체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나름대로 정의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진이수는 경찰직으로 출근하면서부터 경찰서 내에서부터 대단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첫 회에서 경찰서로 첫 출근하는 모습도 현실 불가능한 일이다. 슈퍼카로 출근하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전 경찰서가 떠들썩한 환영식을 펼친다. 그러나 강력 1팀은 그가 달갑지 않다. '낙하산' 식 인사를 좋아할 리가 없다. 더욱이 강력 1팀은 경찰서 내에서는 가장 거친 범인들을 상대하는 형사들이다. 경찰직에서도 '3D 보직'에 해당한다. 그들의 직업적 임무는 가정도, 개인의 사생활도 없다. 잠도 제 시간에 자는 일도 드물다. 현장으로 나갈 때는 온갖 위험이 따르는 업무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독자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살해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일에 휘말릴 일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안전한 사회 분위기는 그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흉악 범죄자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멀리 하고 싶은 사람은 강력팀 형사들이다. 

그들이라고 사람이 아니겠는가? 가정에서는 한 사람의 가장이고 귀한 아들, 딸이다. 공무를 수행하는 떳떳하고 자랑할 만한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신분을 노출시킬 수 없다. 자칫 신분이나 가족 등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 언제든 흉악범들의 보복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강력팀 형사는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흉악범의 보복 범죄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협박은 얼마나 많겠는가? 이런 업무를 재벌 3세 신분의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춘 사람이 경찰직에 들어가 수행해 낸다고? 강력팀에서? 현실에서는 실제 이루어지기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저자 김바다도 〈작가의 말〉을 통해 "어린 시절,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온 식구가 TV 앞에 모여 앉아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숨죽이고 주인공들의 대화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고 감동하고 때로는 마음이 아파 잠 못 들던 밤도 많았습니다. 그때 드라마는 제게 멋진 환상이고 닿을 수 없는 꿈 같았어요. 세월이 흘러 제가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본집이 나온다고 하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재벌X형사〉를 집필하면서 제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보고 나서 기분 좋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제가 어린 시절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그 만족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그것이 제 보람이고 기쁨이니까요."라고 밝힌다. 특별한 수사 기록이라기보다도 가족이 함께 보며 웃고 즐거운 시간이 되는 '수사드라마'를 의도한 것이다.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어 보여주는 ‘돈에는 돈, 빽에는 빽’ FLEX 수사기를 그린 드라마"라는 방송국의 홍보 카피가 드라마 내용과 잘 어울린다. 인생캐를 경신했다는 호평 속에 물 만난 활약을 펼친 주인공 안보현(진이수 역)과 하드캐리를 필두로 ‘강력 1팀’ 박지현(이강현 역), 강상준(박준영 역), 김신비(최경진 역)의 익살스러운 관계성과 절묘한 팀플레이가 돋보였던 작품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한 사건 에피소드와 신박한 FLEX 수사법 등이 다채로운 장르적 재미로 호평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다.



이 드라마는 특히 한 주에 걸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재벌X형사〉는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3월까지 석달 간 16회차로 방영됐다. ‘유명 모델 요트 살인사건’, ‘미술관 살인사건’, ‘독거 노인 연쇄 살인사건’, ‘최면 살인사건, ’경성퇴마록 영화 세트장 살인사건’ 등 다채로운 에피소드는 기본, 특유의 사이다와 위트 그리고 액션은 물론 그 밖에 에피소드별 특성을 살린 연출로 매 회차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극 중 ‘철부지 재벌 3세 형사’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연기한 안보현은 철저한 계급과 규율이 우선인 경찰 제도 안에서 자신의 재력과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해결 능력을 선보이며 범인을 검거하는 속전속결 활약으로 대리만족과 재미를 전달했다.

이 책 『재벌X형사』는 이 드라마 대본집으로 기존의 드라마 대본집보다 스틸 컷이 훨씬 많이 실렸다. 철저히 보관용의 의미를 더한 것으로 이해된다. 드라마 대본집이 방영 이후 책으로 출판된 것은 대체로 시청률 등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텍스트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드라마와 대본집을 비교하며 공부를 할 것이고, 연기자를 원하는 사람들도 공부 재료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제작을 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것도 책 출판의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일반 시청자들 역시 재미 있고 즐겁게 드라마를 봤다면 더욱 보관용에 대한 애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출판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이번 작품의 경우는 오리지널 '무삭제 대본'에 회차별 '명장면과 명대사'를 함께 수록해, 대본을 읽는 재미와 화보를 감상하는 이중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재벌X형사〉 드라마는 끝을 맺었지만 〈재벌X형사〉의 모든 이야기를 정주행하면서 비하인드컷까지 함께 즐기실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1회차부터 마지막까지 매주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를 취한 이 책은 모두 8가지 사건을 다룬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실화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해 사실을 다소 과장하거나 조금은 비현실적일지라도 사건의 본질과 해결 과정엔 왜곡이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사극이 사건 해결에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하거나 비사실적 현실을 과장할 경우 현실감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요즘 대세라는 SF 소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성이 떨어진, 지나치게 상상에 의존하는 사건 해결은 과감하게 줄인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사건의 구조 또한 너무 복잡하게 읽히는 것보다 단순성과 일관적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만일 심리 상태를 지나치게 많은 분량으로 표현하거나, 사건의 얽힘이 복잡하다면 자칫 미스터리 추리 소설처럼 느껴질 점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첫 회의 시작은 전체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설의 도입부를 작가들이 신중하고, 또 몇 번을 고쳐 쓰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이 드라마 첫 방송 시작은 의외로 차분하다. 안개 낀 좁은 도로를 달리는 택시 안의 굳은 얼굴이 비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차가 멈추고, 이수가 내린다. 멀리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별장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호수, 혹은 강.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수···. 별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육중한 현관문. 어둡고 긴 복도를 걸어간다. 굳은 얼굴. 꽉 쥔 주먹···. 거실로 들어선 이수. 벽난로에 장착이 타고 있고, 그 앞에 남자가 등을 지고 서 있다. 가운을 입은 남자는 불을 바라보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이수. 일그러진 얼굴···. 남자는 서시히 돌아서는데··· '쾅-' 소리와 함께 암전. 

첫 장면에서 이수의 움직임은 느릿느릿하다. 그가 생각하는 말들을 내레이션이 대신해주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레이션 4개가 흐른다. ① 누구든··· 각자의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씩 있다고 한다. ②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의미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③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질문이 던져졌다. ④ 나는 지금··· 그 답을 찾으러 간다. 주인공 이수의 걸음 속도에 맞춰 내레에션이 천천히 시청자들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분위기가 심상찮다.



드라마의 대본집이니만큼 극적인 흐름과 반전은 곳곳에 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엔 극적인 전개와 반전은 필수적이다. 8개 사건에서 모두 이와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시청자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소설과 달리 대본집은 연기자들의 연기 능력도 큰 몫을 차지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등장인물 캐스팅에 한몫할 것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출자(감독)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여주인공 이강현(박지현 분)도 독특한 인물이다. 강력계에선 보기 드문 여성이다. 강력계라고 해서 여성을 차별하진 않지만 일의 특성상 여형사가 맡기에는 거칠고 힘든 '육체 노동'임에 틀림없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강현은 특별하다. 강력계에서도 팀장을 맡을 정도로 사건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성격도 남자처럼 거칠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딱딱함도 없다. 아버지는 강력계 형사 30년의 베테랑이지만 얼마 전 뇌물수수 의혹의 누명을 쓰고 강제 퇴직했다. 평생 강력계 형사로 명성을 날렸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집안 일에는 오히려 '0점'일 가능성이 큰 인물일 터. 그런데도 이강현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고, 경찰의 꿈을 키운 인물이다. 

책에 따르면 강하결찰서 강력 1팀 팀장 이강현은 「수사에 목숨 건 형사」다. 경찰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한 워커 홀릭이다.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수사에 진심을 다하는 베테랑이다. 취미도 없고, 연애도 안 하고, 첫 체포가 첫 키스보다 짜릿했다는 천생 형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랜 세월 경찰 생활을 한 아버지를 존경해 어린 시절부터 꿈이 경찰이었다. 경찰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대에 들어갔고, 강력계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악성 수배범 34명을 잡고 1계급 특진, 경감이 됐다. 짧은 경력에 팀장을 달았으나, 아버지가 뇌물 수수 혐의로 파면당하면서 선배 형사들의 질투와 혐오를 꿋꿋이 버티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의 힘으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각오로. 그런 그녀 앞에 재벌 3세가 낙하산으로 떨어졌다.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이수를 어떻게든 쫒아내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자존심 상하게도 자꾸 신세 질 일이 늘어난다. 게다가 진이수, 점점 진심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점차 이수의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하는 강현. 그게 그리 나쁘지 않다.



책의 등장인물 소개는 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매주 다른 사건을 다루는 만큼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도 뚜렷하게 다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남주인공 진이수는 한수 그룹 막내아들, 재벌 3세란 누구든 놀랄 만한 인물이다. 드라마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한 요인들을 부각시킨다. 저자 김바다는 진이수를 「노는 데 목숨 건 금수저」로 규정한다. 어마어마한 재력과 전방위로 뻗은 인맥, 한수 그룹의 모든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창의적으로 노는 데만 쓰는 이 시대 최고의 한량으로 표현된다. 스카이다이빙부터 헬기 조종사까지 온갖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상어 떼 속에서 다이빙하고, 레이싱 선수와 경주를 즐기는 스릴 매니아이며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로 나온다. 그가 경찰이 된 건 앞서 말한 대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마다 흉악범 사건을 해결하는 바람에 특채된 것. 이강현을 비롯한 동료 형사들이 은근히 무시하며 도발하는 바람에 보란 듯이 이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그리고 오랜만에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 시청자나 독자 입장에선 미운짓만 골라하는 한심한 재벌집 아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두운 곳을 직접 발로 뛰며 해결하는 괴짜 형사로 비춰질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게도 어두운 과거의 비밀이 있다. 의도치 않게 과거와 맞닥뜨리며 드라마는 점점 흥미를 끌 장치를 마련한다.

16회차로 편성된 드라마를 끌고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건 발생과 해결 방법이 평범하다면 형사들이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나 '플렉스 수사'라는 말에서 암시하듯 진이수의 특별한 이력은 이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준다. 수사비에 쩔쩔매는 일반 수사진과 달리 진이수는 자신의 사적인 부를 아낌없이 동원한다. 그리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 주역이 된다. 플렉스 수사는 진이수의 특장점이자 이 드라마의 경이로움을 함께 선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의 상당수는 돈과 관련이 깊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해결의 키를 쥔 사람을 돈으로 마음을 얻어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능력이 있는 진이수는 이를 아낌없이 이용한다. 의외의 성과를 거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로써 주인공 진이수는 존재 이유가 분명해지며, 시청자와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이 사회악이 아니라 사회선 지향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를 밉지 않은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 대본집은 꽤 많다. 독자가 정확하게 숫자를 알지 못하지만 몇 개는 손꼽아 헤아려 볼 정도는 된다. 이 가운데서도 이 책은 가장 값이 비싸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온 장면뿐만 아니라 비공개 컷도 여러 개 실렸다고 편집진은 소개한다.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지 않아 독자로서는 어떤 컷을 말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기록보관용'이라는 출판사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리라. 그만큼 컬러 사진이 많이 담겼다. 당연히 책값이 다소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묵직한 정도가 아니라 상·하 두 권을 합치면 본문만 900페이지가 넘고 컬러 사진 페이지만 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독자는 16회차 모두를 시청하지 못해 이 드라마 속 명대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 다행히 이 책의 뒷 부분에 따로 정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활용하고 있다. 몇 개만 적어본다. 


"목숨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지··· 살인은 목숨만 빼앗는 게 아니거든. 그 사람의 미래, 가능성을 모두 죽이는 거야···"(이강현)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더니··· 반갑다!"(전이수)

"가까이 하지 마라.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마음에 균열이 생겨. 언젠가는··· 터진다."(이형준, 이상 상권)

"남겨진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만··· 답은 없어. 그냥···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이강현)

"이수야···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진승주)

"네가 보기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앞으로 피나는 노력을 하면, 좋은 형사가 될 거 같기도 하고?"(이강현)

"나는 형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거야.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 그게 형한테 어울리니까."(진이수, 이상 하권)


저자 : 김바다


[드라마]

2012 OCN 드라마 〈히어로〉(공동집필), 2012 KBS 드라마 〈패밀리〉(공동집필), 2021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2024 SBS 드라마 〈재벌X형사〉.

[영화]

2008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각본), 2014 〈조선미녀 삼총사〉(각본), 2016 〈목숨 건 연애〉(각본).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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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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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이 없이 골고루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돈이나 권력, 무력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어른동화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발동기부터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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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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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이른바 '어른 동화'로 분류되는 소설이다. 동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은 그림책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이 더 많다. 이 책은 선량하고 아름다운 아모르 왕이 포악한 모드레스 왕의 뒤를 이어 음울하고 황량한 나라를 통치하며 시작된다.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을 두루 살핀 아모르 왕은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해 변화를 꾀한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법을 따르자, 곧 온 나라는 푸른 꽃으로 물들게 된다. 과연 푸른 꽃의 마법이 왕국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푸른 꽃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마법 같은 교훈을 선사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고 귀감으로 삼거나 교훈을 머리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동화(童話, Fairy tale)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서 어린이에게 감동을 주는 형식으로 재미있는 내용과 함께 짜여진 문학의 한 분야다. 동화라는 말이 있기 전에는 '옛날 이야기', '옛 이야기' '옛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현실의 이야기보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나 전설이나 설화, 민담에서 꾸며진 이야기들로서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형식으로 어른이 어린 아이에게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초자연적이며, 꿈과 같은 이야기이지만 '나쁜 사람은 벌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권선징악의 줄거리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선녀, 공주, 왕자, 임금님, 도깨비, 요술쟁이, 형과 동생, 심술쟁이, 바보, 동물이나 나무 등 다양하며, 하늘을 나는 능력을 지녔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초능력적인 인물도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은 현대동화에서도 비과학적 상상을 동원하여 우주를 누비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어린이로 하여금 꿈을 심어 주며, 그 꿈을 자신이 이루어 내는 현실로 인식되도록 한다.

자연을 신으로 믿게 하고 그 신의 의사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이루어지도록 하는 의인체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어린이의 흥미를 돋우고 그것이 교육적 목적을 만족시킨다는 동화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창작 동화에서는 새로운 문학 작품으로 압축된 소설적 수법을 구사하여 새로운 어린이의 심리적 흥미를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문학비평용어사전)




이 책의 저자는 프랜시스 버넷(Frances Eliza Burnett, 1849~1924)으로 미국 작가다. 베넷은 당시 미국의 청교도적 사회규범에 대한 반발로서 요구되었던 감상주의와 자본주의 발전기에 따르는 기회신화(機會神話)의 꿈이 담긴 작품을 많이 썼으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사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 주로 읽었던 『소공자』, 『소공녀』 등이 있다. 대표작 『소공자』는 작중인물의 귀여운 옷차림이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서 크게 유행할 정도로 인기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녀의 작품에서 그려진 꿈의 세계가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1909)은 일본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영화 시리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KBS에서 방영했다.



인도 여행 중 부모를 잃은 메리는 스코틀랜드의 대저택에 사는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된다. 메리는 마음씨 착한 하녀 마사와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 마음을 열게 되고 비밀의 화원을 발견해 화원을 가꾸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밤 울음소리를 따라 가던 메리는 몸이 허약해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사촌 콜린을 발견한다. 메리와 디콘은 콜린을 비밀의 화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 화원을 통해 아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피어나고, 차가웠던 사람들의 가슴이 다시 따뜻해진다.(두산백과)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는 희유출판사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발행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영덜트 시리즈〉는 희유출판사가 동화책에서 그림책으로,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도약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그림책 프로젝트다. 영(Young)과 어덜트(Adult)의 합성어를 사용하여 동심을 넘어 인심을 함양해 보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또한 어린 시절 동화책을 펼치며 느꼈던 설렘을 재현함으로써 현실에 지친 성인들에게 색다른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갓 스물이 된 아모르가 음울하고 황량한 왕국을 맡으며 시작된다. 포악한 모드레스 왕이 통치하던 나라는 욕심 많은 귀족들과 고통받는 백성들로 가득하다. 현명한 어머니 덕분에 참된 스승을 만나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모르 왕은 비탄에 빠진 왕국을 구하기 위해 '푸른 꽃의 법'을 선포한다. 




자연을 이용해 소설의 구심점을 만드는 프랜시스 버넷 작가 특유의 개성이 어김없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비밀의 화원』에서 화원을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던 버넷은 『푸른 꽃의 나라』에서 푸른 꽃을 활용해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한, 작가는 어린 아모르 왕이 바위산에서 성장하는 장면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해당 풍경은 음울한 왕국에 편향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한편, 왕국과 대비를 이루며 절망적인 상황을 부각하기도 한다. 푸른 꽃은 희망의 상징이자 협동의 결과물이다. 드디어 왕국이 새롭고 활기찬 나라로 거듭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야기 속에 누구도 소외된 사람이 없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푸른 꽃의 마법은 심지어 꽃을 피워 내지 못한 절름발이 아이에게도 공평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버넷은 이를 통해, 모두가 같은 결과를 만드는 사회가 아닌, 능력껏 노력하는 사회의 일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로써 그림책 『푸른 꽃의 나라』는 각박한 현실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현대 사회는 각종 공해 물질과 기후 변화로 '반자연(反自然)'의 시대다. 이 책 『푸른 꽃의 나라』의 상징이자 은유인 '푸른 꽃'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영감을 줄 것이다. 당시 저자가 살던 시대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은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놀랄 만한 변화의 신기원을 이룩해 나간다. 특히 엄청난 자원과 불모지의 대륙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게 될 정도로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자본주의와 함께 누구든 원하는 만큼의 부를 챙기기에 모든 조건이 탁월하게 갖춰진 사회로 변모했다. 이에 이주 정착민이든 유럽에서 이주해와 살고자 한 유럽민들에게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이처럼 급작스런 문명의 발전은 예기치 못한 많은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이를 막아서는 장애물은 제거하기 시작한다. 독립한 지 100년밖에 안 된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공언하고 독립국가를 정식으로 출발시켰다. 하지만 노예 문제, 총기 소지 문제 등은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문제로 남아 있다.

세계 최대의 패권 국가로 부상한 미국 사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다 되었는데도 세계 질서를 바로 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짧은 역사의 국가이지만 세계의 각종 전쟁에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며 참여해 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희생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국위는 크게 선양되고 자본주의 체제의 많은 나라들에게 종주국처럼 군림하게 됐지만 공산 사회주의와의 대립은 여전하다. 1990년 구 소련 체제가 붕괴하며 미국과 자본주의 사회가 승리한 듯했지만 이젠 중국이 러시아(구 소련)를 대신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도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며 국제 분쟁에 개입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사는 게 더 힘들다는 반증일까?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책이 바로 이 책 『푸른 꽃의 나라』다.




저자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 프랜시스 엘리자 버넷)


1849년 11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치탐 힐에서 태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산업혁명 최절정기)에 철물점을 경영하던 재력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머니와 다섯 남매가 맨체스터 빈민가로 쫓겨난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버넷은 이 시기에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865년 외삼촌의 권유로 온 가족이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한 뒤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버넷은 투고료를 목표로 글을 쓰기로 결심,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간신히 종이와 우표를 사서 잡지사에 원고를 발송한다. 하지만 그때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본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잡지사에 보낸 소설이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듬해인 18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네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했으며 『고디스 레이디스북』이라는 여성 잡지를 통해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 후 몇몇 잡지사에서 한 편에 10달러를 받고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이 시기에 버넷이 주로 썼던 내용은 ‘학대받다가 끝내는 보상받는 영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몰락한 가문을 차츰차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스완 버넷과 1873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아들 라이오넬과 비비안을 두었고, 배우인 스티븐 타운센드와 1900년에 재혼했으나 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영국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쓴 작품들로 어른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아동소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로리 가(家)의 그 아가씨』(1877), 『셔틀』(1907) 등이 있다. 『폰틀로이 공자』(1886)보다 앞서 쓴 소설 『하얀 벽돌 뒤편』이 [세인트 니콜라스 매거진]에 발표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후 『폰틀로이 공자』,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로리 가의 그 아가씨』,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세 소설을 포함한 자신의 작품들을 각색하여 런던과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버넷은 74세로 1924년 10월 29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림 : 실(Yssey)


까마귀의 마음으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포착하여 그립니다.


역자 : 조현희


한국어의 운율과 느낌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싶어 번역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의 의미로 연결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푸른 꽃의 나라』를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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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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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여행 이야기를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서사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현재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결정과 변화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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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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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해외 여행은 지난 20세기 말 1990년 이후 자유화됐다. 그 이전까지 공무나 업무를 위한 해외 출장이 아닐 경우 마음대로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어려웠다. 가난한 나라였기에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여행으로 낭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여행 자체가 어려웠지만(여권 발급부터) 갖고 나갈 수 있는 경비도 5,000달러로 제한됐었다. 사실 이 정도의 돈도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엔 큰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해외 여행 자유화 조치가 취해졌다. 1인당 국민 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발표와 함께였다. 군부 독재가 끝나고 최초로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내려진 조치다. 1인당 여행 경비도 두 배로 늘려 1만 달러를 갖고 해외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상향됐다. 물론 많은 수의 국민들은 그래도 해외 여행을 국내 여행처럼 원하는 대로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해외 풍경이나 멋진 유적들의 유혹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은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신혼 여행이나 가족 여행 등은 국내보다 해외로 갔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우리는 해외 관광 등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불과 몇 년만에 외환 보유고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 사실은 '국가부도사태'라고 일컬어지는 IMF로 이어졌다. 물론 해외 관광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국민들의 삶이 선진국으로 바뀌는 줄 알았는데 문 앞에서 엎어진 꼴이었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 났다는 것은 안 다른 국가들에서 이젠 외상으로 물건도 사올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경제는 악화돼 갔다. 우리가 잘 아는 100%에 가까운 원유 수입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무너지자 대혼란이 찾아왔다. 금리는 물론 달러 가치 등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설상가상이다. 거기에 원유값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은 파산하고 국민들의 가정 경제도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새로 들어선 정부와 함께 정신을 수습한 우리 국민들은 IMF에서 빌린 돈도 조기에 상환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다행히 몇 년 지나지 않아 IMF를 탈출했다. 다시 혼신의 힘으로 경제 살리기에 일치단결했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넘어졌지만 이젠 다시 도전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2년만 지나면 IMF 극복 30년이 되어간다. 중간에 세계적 경제 위기에 한 번 휩쓸렸지만 다시는 무절제한 소비를 삼가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다. 국가 경제와 가정 경제가 하나로 묶인 사실도 재인식했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다 함께 잘 살자"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의 IMF 탈출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선진국 진입에 성공했다고 어느날 발표됐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다. 그동안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던 국민들은 이젠 한숨 돌리고 주위를 살필 여유도 생겼다. 아직은 선진국 대열의 뒷 부분에 자리하고 있지만 앞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소비 역시 '현명한 소비'에 눈 떴다. 해외 여행도 늘어나긴 했지만 '붐'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돈 없는 젊은이들은 배낭 여행을 해서라도 해외로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여행을 관광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삶의 도전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해외 여행은 이젠 부를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삶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여행은 많은 장벽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다행히 세계 공용어로 쓰이는 언어인 '영어'가 웬만한 청년들은 잘 하는 것 같다. 최소한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을 듯하다. 안보상의 장벽도 있다. 적대국이나 수교가 안 된 나라에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 자신이 표적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수교 국가가 세계 최대급이라 하니 남북 대치 상황이라도 안보상 위험은 훨씬 덜할 듯하다. 그러나 수교국이라 할지라도 치안상의 장벽도 있다. 아직 발전이 더딘 나라들은 치안 상태가 불안한 나라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나라들이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치안 문제가 별로 없지만 내전 중이나 개발도상국의 일부 지역은 아직도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 외교부에서는 여행객들의 신상과 소재 파악을 위해 앱을 제공하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수시로 안내를 한다고 알려져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를 읽다 보니 불과 20~30년 전의 일들이 머리에 떠올라 나름대로의 우리 나라의 해외 여행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어보았다. 책의 저자 박지윤은 20대 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 여행에 도전(?)했다. 충분한 준비가 없이 떠났으니 독자의 눈에는 '도전'으로 비친다. 그러나 여성으로 혼자서 해외 여행을 가는 일은 웨만해선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무모하게까지(?) 하다고 느껴진다.



"2017년 2월, 마산 촌년이 콩알만 한 배짱으로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김해공항 출국 게이트에 섰다." 이 책의 시작이다. 손에는 편도 티켓만 달랑 쥔 상태다. 저자는 20년 남짓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모든 걸 맡긴 채 대학도 전공도 성적에 따라 진학했다. 상당수가 성적에 따라 대학도, 확과도 정하는 것이 요즘도 마찬가지인듯 싶다. 저자에 따르면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택한 전공이고 대학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멋져 보이는 선배를 따라 동아리 활동도 했다. 이곳저곳 기웃거렸지만, 취업은 그래도 전공을 따랐다. 취직 후에는 통장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과 칼 같은 출퇴근 시간에 취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질문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꿈’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특출난 능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온다고 했던가.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어느 초여름날. 선임의 한마디가 나를 후벼팠다. 묵직하고 날카로웠던 그 한마디에 나는 길거리를 정처 없이 헤맸다.

그 선배의 말은 꽤 무례하다. 자신의 휴가 이야기를 하다가 후임으로서 선배에게 당연한 것을 물었더니 "휴가? 니가? 니까짓 게 무슨 휴간데?" 하찮게 바라보는 눈빛과 한쪽으로 치겨 올라간 입꼬리, 자기가 내뱉는 말이 정당하다는 듯 한껏 옥타브를 올린 목소리에 저자는 퇴근길 구토를 할 만큼 답답했다고 이 책에 적고 있다. 말실수인 줄 알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선배의 말은 한 사람에 대한 비난을 넘어 저자의 현실에 대해 자각하게 한 발단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년짜리 계약직이었지만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애정도 없었던 듯하다. 저자의 전공을 따라 들어간 대형 병원의 근무는 그렇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온 저저가 한 일은 대학생 시절 순수한 소망을 꼭꼭 담아 놓았던 노트를 펼쳤다. ① 세계 여행 가기 ② 책 쓰기 ③ 프랑스어 배우기 ④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하기 ⑤ 책 100권 읽기 ⑥ 잊지 못할 연애하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붙인 것임)



저자는 이 노트를 펼쳐 보던 순간 첫 번째로 적어 놓았던 '세계 여행 가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자리를 옮겨 달빛을 비추니 오랜만에 마주한 소명들이 환하게 반짝였다고 말한다. 결심을 굳힌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적힌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한껏 눌러담았던 한마디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렇게 살기 싫다." 세계 여행을 결심했다. 저자는 이때 들었던 생각을 책에 옮겼다. "달리는 물체를 멈추는 데는 힘이 필요하고, 달리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흔들릴지라도, 위험할지라도 나에게는 방향 전환이 절실했다. 20대의 끝자락. 지금 아니면 다시 못할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세계 여행' 글자를 쓰다듬었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전에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p.26)

저자는 그날 저녁 미얀마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돌아오는 티켓은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결심한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때 결심이 들었던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이 "출발선을 다시 긋고 싶다."란 것이다. 이 다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150일 여정의 출발점에 스스로를 세웠다. 순간의 방심으로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던 베트남의 북적이는 거리, 일주일을 꼬박 걸으며 떠나온 이유를 알게 되었던 영원의 안나푸르나, 미디어가 만든 파편 너머의 경이로운 세계, 인도와 아프리카, 메마른 일상 속, 머리 위에서 늘 빛나고 있는 북극성 같은 그와 그녀가 건넸던 말들. 언제 어디서 돌아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훌쩍 떠나 마주한 세계는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 썼다. 이 다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내면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힌다. 

"일어나 발표하는 게 싫어 눈물 짓던 소심한 사람이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도움도 청하고, 들러붙는 호객꾼들과 싸우기도 했다. '내가 무슨'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이 '까짓거 해 보지 뭐'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다."(p.12)



저자가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겪었던 사건(?)으로 내면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공을 쌓아 한층 삶의 의지를 다졌고, 성정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도전기로서 읽히며 자기계발서의 영역에도 닿아 있다고 독자는 느낀다. 또 저자의 방식이 다소 무모한 점이 있더라도 젊을 때 하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못해 볼 내공을 쌓은 '내면 다지기'였다는 점이 탁월한 도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물론 저자가 여행이 끝난 후 항상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생'이다. 월급은 스쳐 지나갈 뿐이고, 지금 내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늘 헷갈리고 불안하다. 자신만의 길을 따라 담담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신할 것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여행 이후, 나 자신을 더 믿게 되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새로운 출발선을 그었다. 그 뒤 성적에 맞추어 선택했던 전공을 포기하고, 잘하는 것으로 두 번째 직장을 선택했다. 4년 간의 전력 질주 끝에 두 번째 브레이크를 걸고, 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꿈꿔 왔던 일에 아낌없이 시간을 쓰고 있다고 밝힌다.

류시화 시인의 시 한 귀절을 저자는 조심스럽게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낯선 세계로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저자는 조심스럽게 충언한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이 올 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결정을 내려 담대하게 밀고 나가기 바랍니다. 돈도 빽도 특출난 능력도 없는 마산 촌년도 퇴사에 아프리카 배낭여행에 아빠의 혈압을 여러 번 올리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이렇게 뭐라도 끄적여 봤거든요, 당신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여자 혼자서?"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그런데 부모나 가족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저자는 젊음과 도전정신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내면 다지기에 성공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았다. 저자의 여행은 젊은 시절의 객기가 아니라 용기이다. 독자도 뒤늦었지만 저자의 여행길을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어떻게 출발선을 다시 긋는지, 미친 척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기웃거리게 만든다. 낯선 이국땅에서 마주하는 것은 본래의 모습을 통해 지나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내는 모습이 ‘내 삶을 더욱 사랑하고 싶다’라는 강렬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현재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결정과 변화의 기록이다. 삶의 여정과 그 안에서의 자기 발견과 성장의 과정이 궁금한 사람, 치열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읽은 독자로서 추천해주고 싶다. 위로, 격려, 용기, 사랑. 어떤 이름으로든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대학 때 적어두었던 '하고 싶은 것'을 지우고, 앞으로 10년을 꽉꽉 채울 노트를 하나 마련했다. 그리고 첫 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① 스카이다이빙 하기 ② 프랑스어 배우기 ③ 남미 일주하기 ④ 오로라 보기 ⑤ 직장 밖에서도 생존할 힘을 기르기 ⑥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⑦ 12월 3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새해 맞이하기 ⑧ 몽골에서 밤하늘의 은하수 보기 ⑨ 파리, 뉴욕에서 한 달 살기 


저자 : 박지윤


꿈 많고 철 덜든 30대 직장인이다, 대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직장 밖 딴짓에도 열심이다. 여행, 글쓰기, 독서를 좋아하며 소소하게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이다. 말 없고 숫기 없는 평범한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취직까지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안락한 생활에 취해있다가 20대 중후반에 한참 늦은 사춘기를 맞았다. 멀쩡한 대학 전공을 버린 마산 쫄보는 700만 원과 편도 티켓 들고 아프리카로 떠나는가 하면, 느닷없이 연고도 없는 도시로 떠나 짐을 풀기도 했다. 아무도 내 인생에 나만큼 진심일 수 없다고 늘 되뇌며, 30대라는 숫자에 주눅 들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동네를 걷는 소소한 여행과 내 키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설레는 여행,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닮은 사람들과 모임에서 나누는 깊은 대화, 마음속 가장 깊은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쓰는 글에 늘 진심이다. 불안함 속에 피어나는 설렘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을 준비하며 다시 배낭을 메고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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