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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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아름답다'이다. 책이 아름답다는 뜻보다는 문자와 소리와 색이 어우러진 예술품을 대한 것 같다는 의미다.

이 책에 실린 스물세 곡의 아리아와 스물세 편의 그림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아름다움이다.

하긴 오페라 감상은 지금까지 10편을 넘지 못한 주제다. 그러나 거기서도 소리와 사람 몸짓, 동작 등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리아의 주인공에 대한, 오페라의 등장인물에 대한, 그림 속 인물에 대한, 화가와 작곡가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가슴이 아팠던 적이 많았다.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는 에필로그나 책 곳곳에 '연민'을 말하고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의도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의 감상이다.

저자의 말대로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에서 말한 것처럼, 오페라 아리아와 그림은 내게 천국을 보여주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연민은 다시 저자 자신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

인간과 존재에 대한 연민은 예술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했다고 고백한다.


Aria 01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리오?

Aria 02 그리운 그 이름, 내 마음 가운데 자리한 그 이름

Aria 03 오묘한 조화로다 23

Aria 04 오늘밤 산들바람이 부는 소나무 아래로 오세요, 편지의 이중창

Aria 05 축배의 노래

Aria 06 미쳐버린 나약한 그녀의 노래, 광란의 아리아

Aria 07 어떤 갠 날

Aria 08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Aria 09 의상을 입어라

Aria 10 달에게 보내는 노래

Aria 11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Aria 12 내 이름은 미미, 봄날의 첫 햇살은 제 것이에요

Aria 13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네

Aria 14 아, 믿을 수 없어라. 꽃이여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

Aria 15 이 천벌 받을 가신놈들아!

Aria 16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시지요?

Aria 17 그렇다면 저는 먼 곳으로 떠나겠어요. 성스러운 종소리가 저 하얀 눈 사이로, 저 황금빛 구름 사이로 메아리쳐 사라지듯이

Aria 18 내 운명의 여인이여!

Aria 19 5월의 아름다운 어느 날처럼

Aria 20 아씨, 제 얘기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Aria 21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

Aria 22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이 책의 소제목을 일일이 소개하는 건 아리아의 제목부터가 아름다움과 무관치 않아서다. 심지어는 외로움과 처절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길지 않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곧바로 다시 천천히 그림 위주로 읽고 아리아 제목과의 연관성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우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고, 감동도 꽤 있었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애정도 커졌다. 시나 오페라, 미술 등 모두 예술이다. 창작이 있고, 대중에게 전해졌을 때 감동도 주고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의 응어리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도 예술이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자로, 소리로(읽다 보면 머릿속에 소리가 맴돈다), 눈으로 창작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멋진 일이다. 책을 선택해 읽은 보람도 느낀다.


끝으로 저자의 에필로그를 겸한 설명을 들어본다.

"이번 작업에서 찾은 아리아와 그림 사이의 접점은 ‘연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랑한 많은 아리아의 주인공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 했다.

그리고 그 아리아에 공명했던 그림 속 인물이나 화가들의 삶 역시 불행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련한 인생의 행로를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페이소스를 스물세 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느꼈던 리골레토의 울분과 비원을 우리 화가 이중섭의 그림 [흰 소]에서 보았고,

[나비부인]에서 흐르던 초초상의 애타는 절규가 모네의 그림 속에서 그저 아시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소비된 것은 씁쓸한 일이었다.

이렇게 아리아와 그림을 하나의 공간 속에 두고 있노라면 오페라의 등장인물 혹은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아리아는 그림이, 그림은 아리아가 대신 전해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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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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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이 책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한 것이 옳다.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았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알기 위해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려운 내용인 데다 철학이라면 '철'자도 모르는 본 독자가 한 번 읽어 소화하기에는 당초 벅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상을 가진 철학자였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터였다.

독자들이 아는 대로 소크라테스는 BC 5세기경 상대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진리를 내세운 소피스트에 대항하여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그래서 이 책 또한 플라톤이 저술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세 권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그리고 ‘에로스’를 예찬하는 『향연』을 담고 있다. 4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우선 책의 내용을 충실히 읽기 위해 순서대로 요약해본다.



1.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에 불경죄와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잡신들을 믿는다”는 고발에 대해 자신을 변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1차 변론과 유죄 평결 이후의 2차 변론, 그리고 사형 선고 후의 3차 변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자신의 친구가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게 되는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소크라테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의미를 알고 싶어 지혜롭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나눴지만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고발을 당했다고 변론했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는 신탁에 의한 것이므로 새로운 잡신을 믿는다는 고발의 내용이 거짓이며, 청년들이 자신의 행위를 모방한 것뿐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고발 또한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2. 크리톤

사형 집행 날을 코앞에 두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탈옥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크리톤은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소크라테스를 설득한다.

첫째, 소크라테스를 살릴 수 있는데도 살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욕을 먹게 된다는 것,

둘째,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택한다면 그를 고발한 적들을 돕는 셈이 된다는 것,

셋째, 죽게 되면 자식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이성과 논증을 바탕으로 탈옥이 정의롭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아테네에 산 것은 이미 법에 복종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탈옥을 하면 그 합의를 깨뜨린 자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과 친구, 그리고 국가에게 해악을 입히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수치스럽게 살아남아 자신이 추구하던 참된 진리를 더럽히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3.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생애 마지막 순간, 그의 친구들과 추종자들이 함께 모여 ‘영혼 불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화에서 죽음을 재앙이 아닌 복으로 여기고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의 죽음은 화(재앙)가 아니라 복이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은 영원히 축복받은 자들의 땅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승에서의 철학자의 삶은 그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4. 향연

『향연』은 플라톤의 글 가운데 『국가』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책이다.

기원전 416년, 아가톤이라는 비극 작가가 레나이아(Lenaia)제(祭)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푼다.

이 책은 이 연회에 참석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인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보다 먼저 ‘에로스’를 예찬한다.

그들은 모두 ‘에로스’ 신을 자신의 연애 대상 또는 예찬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들은 ‘에로스 신’은 완전하고 온전히 아름답다는 전제 하에서 예찬을 이어간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에로스’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을 연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아름다운 일들과 미덕들을 연애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거기서 “아름다움” 그 자체, 즉 ‘이데아’를 관조하고 직관하는 경지로 올라갔을 때에 ‘에로스’는 완성된다.

이에 덧붙여 철학은 궁극적으로 ‘이데아’를 직관하기 위한 것이고, 철학의 수단은 이성에 의거한 추론과 변증이다.

따라서 철학하는 것, 즉 이성적인 변증을 통해 참된 것들인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 진정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다.



플라톤이 책으로 쓴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출판사에서 이 한 권에 담았다.

앞서 말한 네 권의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불리는 25편의 대화편 중 초·중기 저작들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에서는 이 네 권의 책을 그리스어 원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전문 번역가 박문재의 상세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철학에 문외한인 본 독자는 그것마저 이해하기 어렵지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사상을 더욱 쉽고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한다.

어차피 여러 번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간략한 생애와 사상, 업적을 쓴다.

소크라테스는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는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플라톤은 이 책의 저술자이다. 많은 독자들이 아는 바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이 책도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담고 있다.

이 네 권의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불리는 25편의 대화편 중 초·중기 저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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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13일의 심리 수업
마르니 퓨어맨 지음, 이현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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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번의 연애 실패 경험이 있다.

한 번도 없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연애는 쉽게 오기도, 의도치 않게 가기도 한다.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해 잘해 주는데 왜 날 싫다고 하는 거야."라는 감정을 연애 실패 경험자는 다 갖고 있을 터다.

독자도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새로운 연애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해를 쉽게 하려 한 배려인지 날짜별로 약 2주간의 솔루션을 제시해 읽어서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 어떤 사랑을 줄지가 명확해졌다. 큰 수확이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에게 빠졌을까?” "친구들, SNS 속 커플들의 모습은 달달하기만 한데, 왜 내 연애는 매번 이 모양일까?"

"사귀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휘둘리며 ‘을’이 되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끝이 보이는 관계뿐이야."

주위에 이렇게 푸념어린 하소연을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잘 해보려 해도, 매번 반복되는 연애 패턴에 지쳐만 간다.


《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는 이처럼 괴롭고 불만족스러운 연애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담은 책이다.

연애 전문 상담사인 저자가 내담자들에게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13일 간의 심리 상담 과정을 통해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연애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먼저 관계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 체크리스트로 현재 연애 상대의 유형을 파악하고,

유년시절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특정 유형의 사람과 자꾸 얽히게 되는 이유를 점검하면서

관계를 맺을 때 발생하는 믿음과 행동 방식이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본다.

또한 왜 상대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휘두르는 걸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지, 가까이하면 더 멀어지기만 하는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끌리지 않는지 등 관계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하면서 사랑 이후 찾아오는 이별의 과정, 감정 대처 전략까지도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오랜 기간 부부, 커플 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애착 이론을 통해 부정적인 연애 패턴을 반복하는 원인을 진단해내고 건강하고 존중받는 관계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한 예로 테일러와 헌터는 만난 지 3년이 지났다. 테일러는 자기 사업을 꽤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친구도 많고 취미도 다양했다.

서로 바빠서 자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잘 지냈고 둘의 관계는 괜찮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 사이에는 가벼운 대화만 오갔다.

테일러는 언젠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었지만 헌터와 결혼한 미래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그와 헤어질 만한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고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저자는 이 관계의 문제를 테일러의 어린 시절에서 진단해낸다. 테일러의 부모는 그녀가 여덟 살 때 이혼했다.

이혼 후 어머니는 네 번 재혼했고 아버지는 딸뻘인 나이의 여자와 결혼했다.

테일러가 청소년일 때 아버지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신뢰할 수도 일관성도 없는 어른들 때문에 그녀의 삶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사랑하지는 않지만 일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헌터와의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사랑의 감정,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고, 안정적인 헌터와의 관계에 숨어서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 것이다.

테일러는 불안했던 어린 시절로 인해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회피하고 적당히 안정적인 관계만을 찾았다.

이밖에도 혼란스러운 연애 패턴만을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잦은 이사나 지속적인 부모의 다툼으로 평온이나 차분함을 경험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부정적인 태도와 불평불만, 낮은 자존감으로 매번 연애를 망치는 사람에게서 아버지로부터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던 어린 시절을 진단해낸다.


저자는 또한 책은 헤어짐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별의 고통을 이겨내는 전략을 제시하고,

자신을 중심에 두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별 직후는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꾸만 곱씹고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려는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괴로운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책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GET SMART’ 전략을 제시한다.

먼저 ‘목표 지향(Goal Orientation)’은 앞으로의 성취에 집중하는 것으로 연애와 관련된 괴로움을 관리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스럽더라도 계속 이어나가는 자세다.

다음으로는 ‘감정 관리(Emotion Management)’가 있다.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전반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왜곡된 생각과 태도는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 미래, 감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마음가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자신이 부정적인 생각과 논리를 갖고 있지 않은지 항목을 세워 조목조목 점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신을 진정시키고 위로하는 ‘자기 위로(Self-soothing)’, 자체적인 판단 없이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온전히 경험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 파악하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위로, 위안을 받는 ‘타인에게 손 내밀기(Reaching Out to Others)’,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변화된 행동(Transformed Behavior)’의 과정이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인연과의 연애를 끝낸 후 슬픔에 빠져 지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순 없다. 책에 담긴 13일의 심리 상담을 통해 나의 어린 시절, 내 현재의 연애를 바로 들여다보자.

그간 몰랐던 내 안에 존재하는 관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한결같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직한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영화 속 짝사랑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당사자라면 짝사랑이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것이다.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짝사랑은 주는 만큼, 혹은 전혀 돌려받을 수 없다.

한 번이든 연애 패턴의 일부이든,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그저 우연이 아니다.

짝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패턴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기억이나 경험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행히 이 패턴을 지우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파트너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일. 혼자 사랑하고 있지는 않나요?> 중에서

도대체 왜 고통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은 없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볼 수는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자기 모습을 회피하거나 잘못된 관점으로 바라본다.

자기를 인식하는 통찰력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통찰력이 엄청난 사람도 있지만 아예 없는 사람도 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부터 마음에 심각한 장애를 앓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또한 개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능력이나 의욕에도 차이가 크다. <4일. 자꾸 상처받는 관계에 빠지는 이유> 중에서


성장기에 함께한 가족인 원가족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

원가족으로부터 그리고 세대간의 영향력을 통해 소통하는 법, 감정을 느끼고 다루는 법, 욕구를 충족하는 법 등

일상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들을 배운다. 가족 안에서 당신의 가치와 자아관, 세계관도 형성된다.

따라서 원가족이 당신의 연애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

<5일.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을까?> 중에서

애착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평생 따라다닌다.

사랑에 빠지면 새로운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데, 사랑하고 배려하며 애정 어린 행동을 함으로써 이를 유지한다.

이 관계를 어떻게 형성했는지가 성인이 된 이후 파트너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6일. 사랑이란 무엇일까?> 중에서


우리의 감정은 타인 혹은 세상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내면에서 주관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감정은 상황을 인지한 결과이자, 신체의 생리학적 반응의 결과다.

우리는 감정을 유발한 신호(상황이나 사람) 및 신체적인 감각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분노ㆍ슬픔ㆍ즐거움 등으로 이름 붙인다.

과거 경험하거나 배운 것, 문화, 사회화 등 많은 요소가 감정 표현과 느낌에 영향을 끼친다.

연인ㆍ친구ㆍ가족과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내면의 감정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8일. 감정에 귀 기울이기> 중에서

감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에게 볼모가 될 필요 없다.

당신이 아는 것보다 당신은 훨씬 감정과 행동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감정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고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뒤에는 갈망이 있다.

우리는 타인과 유대감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잘못된 인연과의 연애를 끝내야만 당신에게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문이 열린다.

사랑이 가득한 연애를 하고 싶은 당신의 바람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연애가 끝났다고 끝없는 슬픔에 계속 빠져 지낼 필요는 없다. <9일. 이별의 아픔을 건너는 법> 중에서


어느 누구도 인생에서 고통스럽거나 비극적인 사건을 피해갈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큰 변화나 깨달음은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힘든 경험 자체에 고마움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이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나 의미를 고맙게 여길 수는 있다.

이 경험으로 당신이 무너질지 아니면 강해질지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13일. 모든 중심에 ‘나’를 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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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 부정적 감정을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
요시다 다카요시 지음, 송소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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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에 이미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개인적인 일로 우연히 만난 정신과 의사가 넌지시 해준 얘기였다.

별로 기분 나쁜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무시하고 지냈다.

이후 남 부탁 거절하지 못해 큰 봉변(경제적인)을 당하고, 다시 만난 그 의사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엔 진지하게 되물었다.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의사의 처방은 간단했다. 싫으면 싫다하고,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화낼까봐, 나를 몰인정하다고 생각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계속 부탁하면 화도 적당히 내야 한다고 말했다. 못 해주는 것도 미안한데 화까지 내는 건 좀 그렇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문제란다.

이후 그 의사의 진료실로 찾아가 조언을 들으며 많이 호전됐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이다.



이처럼 화가 나는 순간 ‘싫은 소리하기 싫어서’, ‘남들이 나를 안 좋게 볼까봐’와 같은 이유로 화를 꾹 눌러 참고는 자기 전 곱씹으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때론 참지 못하고 잔뜩 화를 내놓고는 돌아서서 너무 경솔했다고 후회를 하기도 한다.

화를 참자니 화병 나고, 화를 내자니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도대체 이 감정을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인생에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이 감정은 도대체 왜 생겨서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


사람들은 화를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짜증, 화, 분노의 감정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존재다.

분노는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행동의 타이밍을 알려주는 뇌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 살아남고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인생을 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뇌의 작용 원리를 통해 분노의 정체를 탐구한다.

분노가 생기는 메커니즘을 통해 분노가 신체에 끼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고 뇌의 구조를 이용해서 짜증을 없애는 방법과 분노할 때 나오는 ‘분노 에너지’를 오히려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분노 사용법을 소개한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 분노의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성공하는 결말은 너무나 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실연의 분노로 열심히 공부해 시험에 합격하고, 사사건건 열 받게 하던 사람 앞에 보란 듯이 성공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이다 같은 사례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분노가 인생을 극적으로 바꿀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감정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모든 문제의 발단이 그렇듯 ‘어떻게 사용하느냐’ 에 달려있다.


이런 에너지 가득한 감정을 꾹꾹 눌러 덮어놓기만 한다면 속이 먼저 새까맣게 타버리거나 터지기 마련이다.

부글부글 끓는 화는 적절히 해소해줘야 스스로의 마음도 보호할 수 있고, 참다 참다 거대해져 버린 분노의 화살이 엉뚱하게 날아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화나는 감정을 내 마음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해치는데 낭비하지 않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화가 나는 감정을 무작정 참는 것도, 외면하기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원만한 인간관계와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사, 중의원 정책담당 비서관,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과 뇌과학 클리닉을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타인의 화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화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하며 부정적 감정을 내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알려준다.

그리고 분노할 때 나오는 ‘분노 에너지’를 오히려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나가며 기존의 ‘화’라는 감정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노가 터질 것 같은 순간, 욱하지 않고 ‘제대로’ 화내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보자!


분노라는 감정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로, 위기의 순간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류의 생존에 큰 기여를 해왔다.

분노는 위기의 순간에 행동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뇌의 신호로, 우리는 그 신호를 놓치지 말고 행동하여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분노는 과거보다 한층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짜증이나 화를 표현하면 결국은 스스로에게 손해라고 생각하며 그 신호를 무시하곤 한다.

무시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뇌는 점점 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결국 크게 터지고 만다.

사람들은 쌓아둔 화가 터진 결과만 보고 분노를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감정으로만 치부하며 감추고, 분노의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애매모호한 태도는 겉으로는 잘 지나가는 것 같지만 속은 점점 곪아가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게 화를 내어 분노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적절히 화를 내어 화를 쌓아두지 않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화뿐만 아니라 타인의 화조차도 자신의 의도대로 컨트롤할 줄 안다.

그냥 닥치는 대로 화를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두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화를 내고, 그다음에 다독인다.

자신의 분노를 정확히 표출하면서도 이성적으로 마무리를 함으로써 서로의 감정도 상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이 화를 내지 않는 상사나 지도자보다 단호하게 화를 내는 사람을 따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성공한 사람들은 분노를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이용하고, 타인의 화는 적절히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분노라는 감정을 확실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풀어야 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예전에는 ‘화를 내봐야 쓸데없이 에너지만 낭비할 뿐 좋을 게 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사건을 계기로 분노 에너지를 아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됐다.

그러다가 의학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리 뇌와 신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 이해하게 됐고,

‘분노는 단순히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감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p.22>

이렇게 분노는 눈앞에 있는 문제에 집중하게 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한다. 긴급 상황에서는 시야와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이롭다. 그래서 뇌도 그런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지금 바로 결과를 내지 않아도 괜찮은 장기적인 계획을 생각하게 된다.

일단 화가 났을 때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거나 장래에 이익이 될 만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의 이런 작용을 보면 인간은 참으로 조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싫어하는 분노라는 감정조차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니 말이다. <p.38>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분노는 자신에게 문제 해결의 기회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신호다.

무리해서 억제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며 장기간 쌓아둬서도 안 된다.

만일 지금 당신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불확실한 분노가 있다면 그 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87>

그러기보다,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는 상대는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만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그렇게 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분노에 대처했다’고 느껴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멈춘다.

분노 에너지도 무턱대고 낭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p.123>

과거에 연연하던 분노 에너지를 미래의 새로운 목표에 쓰이도록 방향을 바꾼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도리가 없는 과거에서, 노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미래로 의식과 행동을 바꾼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실연은 인생에 아주 커다란 기회다.

지금까지 연애에 쏟았던 방대한 에너지가 갈 곳이 없어져 다른 곳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제대로만 사용하면 평소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도 도전할 수 있다. <p.141>


각 분야에서 권력을 쥔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분노 에너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화를 내야 할 때 맹렬하게 화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나이를 먹고 화내는 것은 꼴불견이다’, ‘화를 내면 다들 나를 얼마나 멀리하겠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 분노 에너지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화내는 것을 주위에서 인정해주는 지위까지 손에 넣었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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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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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술의 역사는 오래됐고, 인류와 함께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독자 역시 술을 고교 졸업 때부터 배웠고 이후 수십 년 마셨다.

한때는 너무 마셔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술의 극히 일부만 마셨을 뿐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술에 관한 책을 우연히 읽은 후에야 술의 종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술의 종류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다 마시지 않았더라도 '음주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마시고 즐겁고, 마신 후 얼마간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술에 관한 책도 수만 가지, 어쩌면 수십만 가지가 될 터이니 어차피 다 마셔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이 책이 크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리 전통주에 대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리 술이 이렇게 다양하고,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책에 따르면 한국 역사 속에는 우리 술의 근간이 흔들릴뻔한 시기가 있었다.

먼 옛날 조선시대에 시행되었던 금주령, 1909년 일본에 의한 주세법의 제정, 1960년대 식량부족을 극복하고자 시행된 양곡관리법과 밀주 단속의 시기. 한국 술의 뿌리를 위협하는 여러 풍파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우리의 술들이 있고,

그 계보를 잇기 위해 굳건히 전통주 시장을 지키는 양조장들과 새로이 술독에 뛰어드는 젊은 양조인들이 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새로운 물살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 한국의 전통주 시장.

너무 많아서 혹은 너무 몰라서 무엇을 먼저 맛볼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면

전통주 읽어주는 여자 이현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의 첫발을 내딛어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몰랐던 어느 술독 속에는 술 익는 향기가 향긋하게 퍼지고 있다.

추운 겨울날 포장마차에 앉아 마시는 소주 한잔, 더운 여름날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먹는 파전에 막걸리 한 병.

이렇듯 술이란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마시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보여준다.


《한잔 술, 한국의 맛》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주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양조장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전통주들을 소개하며 술에 담긴 가치를 전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립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 관장, 전통주 소믈리에 이현주는 그간 보고 듣고 마시고 느낀 증류주, 약주,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가득 담았다.

전통주의 맛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도록, 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우리 술 이야기들을 잠잠히 따라가다 보면 술 한잔이 간절해진다.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전통주 이야기, 한국의 다채로운 술맛을 경험해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조옥화 명인의 안동소주와는 어떤 음식이 잘 어울릴까?

원래 술과 음식은 한 밥상 위에서 자란 동무이기에 그 지역의 음식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안동 지역은 자반고등어 산지로 유명하다.

쌀뜨물에 담가 짠맛을 적당히 제거한 뒤에 석쇠에 얹어 노릇하게 구워낸 간고등어는 안동소주에 딱 어울리는 안줏거리이다.

짭짜름한 소금기가 소주의 단맛을 잡아끌어내 45도나 되는 술이 달짝지근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찜닭의 원조도 안동이다.

적당히 달고 간이 배어 부들거리는 닭고기 살점과 곁들여진 감자며 당면 한 젓가락도 이 유서 깊은 술의 안주로 그만이다. <본문 P. 58~59> 〈민속주 안동소주 | 싱글몰트 좋아하세요?〉 중에서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작고한 김정일 위원이 ‘문배주는 대동강 일대의 주암산 샘물로 빚어야 제맛’이라고 했다던가?

지금 평양에서는 이 술을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대동강 일대의 주암산 샘물과 물맛이 많이 닮았다는 경기도 김포의 석회암 암반수로 문배주를 빚는다. <P 64~65> 〈문배주 |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요〉 중에서

오늘날 전통주 시장의 수면 아래는 몹시 분주하고 국내외에서 전통주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문화강국의 대열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담긴 우리만의 술 또한 세계화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나 의전의 만찬주에는 전통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해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들에서도 한국의 전통주가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주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그 술맛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술에 얽힌 배경과 이야기들일 것이다.

술 한잔은 우리의 모든 감각을 만족시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술병을 여는 경쾌한 소리와 작은 술잔에 쪼르르 술이 채워지는 소리, 혀끝에서 느끼는 맛과 한 모금 삼키면 코를 타고 올라오는 깊은 향, 속에서부터 채워지는 뜨끈한 온기. 그리고 여기에 잔잔히 곁들일 수 있는 전통주 이야기 한 점이면 다른 안주가 필요치 않을 듯도 하다.


시대가 변하면 입맛도 취향도 변한다.

지금은 산뜻한 산미가 나는 술이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 당시에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여 만든 약주의 대부분이 묵직하고 중후한 맛을 가진 술들이 많아, 화이트 와인의 산뜻한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한국 약주가 단맛 위주라 지루하며 균형미가 부족하다 토로하곤 했다.

술에 있어 산미는 악센트와도 같아서 지나치면 산만하고 부족하면 심심하다.

임효진 대표의 걱정과 달리 가볍고 새콤한 맛을 가진 이 술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먼저 이름이 나서 ‘봄바람처럼 산들산들한 술’로 인기를 얻었다. <P. 225> 〈맑은바당 | 산듸야, 상큼함을 책임져〉 중에서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의 주류 판매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는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하여 온라인 판매를 허가했다.

이러한 배경을 뒷받침으로 전통주에 대한 접근성과 관심이 높아지며 전통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아포카토처럼, 붉은빛이 영롱한 감홍로를 바닐라나 호두 아이스크림에 끼얹어 만든 디저트, 안동소주나 문배술 같이 높은 도수의 증류주를 베이스로 하여 제조한 칵테일 등 다양한 전통주들이 새로운 시대와 세계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는 전통의 명맥은 고수하되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내외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전통주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술독에서 고요히 익어가며 세상에 나올 때를 기다리는 술의 시간과 술을 빚어내는 고된 과정을 안다면 어찌 술을 쉽게 삼킬 수 있을까.

술 한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혹은 술 한잔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마시고 취하는 것만이 술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전통주 소믈리에 이현주는 술이란 오직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라 말한다.

술잔을 거쳐 간 수많은 손길들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되는 순간, 매혹적인 전통주의 술 길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술에 대한 교육이 당연시되고 술을 대하는 인식이 변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우리의 전통주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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