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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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추리·미스터리 소설이 굉장히 인기 있는 장르의 문학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전문 잡지가 정기적으로 간행된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추리소설의 본적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국의 문물을 많이 받아서인지, 아니면 지리적 위치가 '불안한 섬'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범죄·공포 등 스릴러와 수사와 관련된 추리소설 등이 인기여서 추리 소설 작가도 굉장히 많다고 들은 바 있다. 잡지 이야기는 이 책 〈서장〉에 등장하기에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을 쓴 저자 미쓰다 신조는 '머리말'을 써서 책 앞에 붙이면 편집자와의 이야기는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저자는 〈서장〉을 통해 이 책의 편집자를 만나 몇 마디 나누는 것으로 책 출판 관련 회의는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이 책 『죽은 자의 녹취록』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저자가 〈소설 스바루〉(슈에이샤)에 2013년 3월호부터 2016년 1월호에 비정기 연재했던 글들을 한데 모은 것이어서 더 이상 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이날 만남에서 이 소설집의 구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는 '글 싣는 순서'에 대한 것이었다. '잡지에 게재한 순서대로 실으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가이었다. 작품 순서를 검토하는 일은, 한 권의 단편집으로서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연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암묵적 합의는 출판계의 관례로 있는 듯하다. 물론 저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잡지에 부정기적으로 발표했던 단편소설들이라 한 권의 책으로 묶기에 신경을 써서 확인한 바 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 책 출판사이자 잡지 발행사인 담당 편집자인 도키토 미나미와 그녀의 상사인 이와쿠라 마사노부와 함께였다. 이날 회의에서 이와쿠라가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면서도 저자의 의견을 물었다. 저자도 생각해놓은 바가 있어서 "다섯 번째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와 그 다음 작품 「스쳐 지나가는 것」은 괴이(怪異)한 현상이 조금 비슷하지 않느냐고 반문으로 의견을 냈다. 그러자 도키토의 침묵은 조금 의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때까지의 대화를 통해, 이와쿠라가 저자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았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을 의견이 다르다고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말에 모두 동조한다. 그러나 도키토의 말 속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저자가 '어떤' 예상이 떠오른다. 다만 설마, 하는 마음도 강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은 말과 조우하게 된다. 

"저희 잡지에 게재된 순서를 고수하려는 것은, 실은 그동안 제가 체험한 오싹한 일들을 그 단편들 사이에 삽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p.17)

저자에 머리에 떠오른 '또 다른 어떤' 일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도키토는 한 번 말문을 열자 거침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의뢰 드리고 싶은 것은···."

회사 〈소설 스바루〉 2013년 3월호에 예정된 '초봄의 호러 소설 특집'에 관한 이야기다. '초봄의 호러'라는 표현은 상쾌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잘못된 듯한, 어쩐지 모순된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저자로서는 꺼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광증적(狂症的)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저자는 덧붙인다. 솔직한 감상에 도키토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예리한 지적이시네요. 이 특집의 광고 카피가 '피어난 것은 벚꽃인가? 아니면 당신의 광기인가?' 거든요." 저자는 엔터테인먼트 계열 소설 잡지의 특집으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겠구나 하고 납득했다. 미스터리라면 '밀실'이나 '알리바이' 같은 테마 설정도 자연스럽겠지만, 요즘에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호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많은 문예지가 이제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작가에게 장편을 연재하게 하고 추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기 위한 일종의 '그릇'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매체의 특집에 테마 주의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선생님이 쓰신 호러 작품 대부분이 실화에 기초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네, 뭐··· 그런 작품도 있죠."

"저희 잡지에 싣게 될 단편도, 꼭 그런 방향으로 구성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소설 스바루〉 2013년 3월호에 발표한 것ㅎ이, 다음에 싣게 될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라고 서장을 대신한다. 덧붙이지 않고는 못 배길 한마디를 저자는 남긴다. "더욱 갑작스럽지만-쓸데없는 염려일지도 모르지만-만약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이후에 기록할 도키토 미나미와 비슷한 체험을 하신 분은, 일단 기분전환을 하고 나서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기를 부탁드립니다."



〈서장〉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졌지만 이 책 『죽은 자의 녹취록』은 일본 최고의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괴담집이다. 미쓰다 신조는 호러(공포)와 미스터리(추리)라는, 양립될 수 없어 보이는 두 장르를 융합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양대 장르의 독자들로부터 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거장이다. 『죽은 자의 녹취록』은 생의 절벽 끝에 몰려 자살을 선택한 자들이 직접 테이프에 녹음한 죽음의 과정을 듣는다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미쓰다 신조의 이전 작들과 같이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끈적한 공포의 늪지로 독자들을 서서히 끌어당겨 잠기게 한다.

이 소설집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 ‘나(미쓰다 신조)’는 작품의 소재를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한 르포 작가를 만난다. 그는 흥미로운 기획이 있다며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말해준다. 그 작업이란 바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녹취를 하는 것. 이를 소재로 작품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그의 제안을 ‘나’는 받아들인다. 한편, 이 기획의 내용을 알고 흥미를 느낀 출판사의 편집자 또한 죽은 자들이 남긴 테이프를 듣게 되고, 그녀는 이상한 일들을 잇달아 경험한다. 이 대목에서 〈서장〉의 여운이 다시 떠오른다.(이 소설을 번역해 우리에게 소개한 역자 현정수 역시 〈역자 후기〉를 통해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메타픽션의 작법 등 독특한 작풍으로 ‘미쓰다 월드’로 불리며 “대체 불가한 하나의 장르”로 일컬어지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미학은 독자가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호러 분위기 조성'이 한몫 단단히 할 것 같다. 호러와 미스터리 두 장르의 융화에 있어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작품의 성격이나 주제에 따라 어느 한쪽에 좀 더 무게추를 두기도 하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군 가운데 『죽은 자의 녹취록』은 추리보다 공포 쪽에 한층 비중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 소설집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의 평가에 기대어 이례적 〈서장〉에 대해 말하자면 미쓰다 신조는 스스로를 작품 내에 등장시키며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메타픽션의 작법을 능숙하게 활용해 독자들을 특유의 공포 속으로 서서히 빠뜨리는 솜씨에 있어 정평이 나 있다. 이 소설집 또한 그러한 작가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책을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들과 구분 짓게 만드는 몇 가지 특징은, 미쓰다 월드의 기존 팬들은 물론이고 초심자들 또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죽은 자의 녹취록』은 저자가 〈서장〉에서 밝히고 있듯 3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들을 하나로 모아 엮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록 순서대로 작품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섯 편의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는 과정에마저 공포의 서사를 부여하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점묘한다. 이로써 전혀 새로운 장편과 같은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것이다. 이는 언뜻 작품과 작품 간의 다소 느슨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안해낸 서사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 수록작과 그것을 아우르는 『죽은 자의 녹취록』 전체를 관망해보면 미시와 거시의 이야기를 놀라우리만치 정치하게 엮어 짠 대가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여섯 편의 괴담과 망자들이 남긴 마지막 육성에 관한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이 모골 송연해지는 책은, 그가 쓴 괴담집의 목록에서 가장 첫째 줄에 올라가 있을 대표작 중 하나다.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에서 호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인 ‘나’는 작품의 구상을 위해 소재를 찾다가 지인의 소개를 통해 기류 요시히코라는 남자를 만난다. 나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기류와 함께 호러 관련 책의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죽은 자의 녹취록’이라는 흥미로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기획을 글로 쓰기로 결정한다. 이 책의 〈서장〉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게 하는 것은 〈서장〉이 저자의 의도 아래 계획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관한 이야기처럼 길게 쓴 이유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기류는 자살한 사람들이 스스로 죽기까지의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의 내용을 녹취한 샘플 세 개를 보내온다.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원고를 보던 나는 심한 불안감과 불쾌감에 빠져든다.



「빈집을 지키던 밤」에서는 대학생 마이코에게 어느 날 아르바이트 제안이 들어온다. 마이코가 전해들은 아르바이트의 내용은, 그녀가 속한 문예부의 옛 선배 집을 하룻밤 봐주는 것. 집주인인 하카야마 부부가 외출해 있는 동안 백모가 홀로 계실 저택에서 하루 동안 머무르기만 하면 꽤 두둑한 액수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제안에 마이코는 솔깃한다. 그러나 봐주기로 한 저택에 도착한 그녀는 3층 창문에 어른거리는 의문의 형체를 목격하고, 하카야마 부부의 말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정해진 시각 기차역에 네 사람이 모이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은 함께 등산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작 모임을 주도한 리더 가쿠는 나타나지 않고, 그가 남긴 메시지를 따라 네 사람은 기차를 타고 산으로 가 하이킹을 시작한다.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쿠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등산 경로를 알아냈다면서 네 사람을 인적이 드문 길로 인도한다. 가쓰야는 점점 더 음습해지고 온몸에 오한이 퍼지는 듯한 기운으로 그득한 그 길이 어쩐지 불쾌하기만 하다. 

제목만 들어도 섬뜩한 「시체와 잠들지 마라」에서는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나’는 동창회에서 만난 K에게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K의 어머니는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어머니가 입실해 있던 2인실에 어느 날 한 환자가 새로 들어온다. 여든 전후로 보이는 노인 환자는 의식이 없는 것처럼 타인의 인사나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지만, K는 그가 혼자 중얼중얼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의 순서도 무시한 채 반복되는 이야기에 K는 어느덧 집중하게 되고, 그녀는 그것이 곧 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안팎과 시공간이 뒤얽힌 이야기를 듣던 K는 이내 혼란에 빠진다.


"한데 네가히산에 오를 거라면 반드시 오쿠미야에 참배해야만 한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산속에서 외눈에 외다리인 마물과 마주치게 된다는 무서운 전승이 이곳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탓이다. 다만 마물 운운하는 것은 가이드북의 정보가 아니라 인터넷상의 괴담 사이트에서 발견한 체험담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체험이 적혀 있어서, 그런 쪽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 가쓰야조차도 조금 오싹하게 느낄 정도였다. 괴담 이야기를 듣거나 읽거나 하는 것은 즐겁지만, 자신이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되면 역시 이야기는 달라진다.(p.157)



다섯 번째 소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에서는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나’는 점성술 관련 기획을 위해 점성술사를 찾는다. 그리고 사람이 죽을 때를 점성술로 알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로부터 대학 시절의 무서운 경험을 듣게 된다. 남자 친구와 서로의 자취방을 오가며 연애를 하던 그녀는 어느 날 남자 친구에게서 통학길에 이상한 여자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여자는 초로의 나이로 보였는데, 비가 오지 않는 날인데도 노란 비옷과 우산을 갖춘 차림으로 길가에 서서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고도 한다. 이후로 남자 친구는 노란 우비의 여자를 계속 목격하고,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린다. 마지막 소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독립을 하게 된 유나가 주인공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어느 아침에 예기치 못한 균열이 찾아온다. 문 앞에 누가 놔뒀는지 알 수 없는 꽃이 있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길을 지나며 스쳐 지나던 사람들 사이에 낯선 검은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유나는 검은 형체를 목격하는 곳과 자신의 집 사이의 거리가 매일매일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노란색 우의를 온몸에 걸친 초로의 여자가, 이 부근에서 계절과 날씨를 불문하고 출몰한다. 다만 가만히 서 있을 뿐이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통행인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없다. 그러나 이따금씩 갑자기 누군가를 응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든 눈을 맞춰서는 안 된다. 모르는 체하고 그 자리를 바로 떠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큰일을 당한다.(p.275)


나는 자료실 구석에서 낡은 카세트리코더와 헤드폰을 꺼내 와서,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했다.

…… 기뻐하겠지. 자네와 나에게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말이야.

엽기적인 자의 피다.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p.356)



앞서 언급한 대로 역자 현정수는 책의 뒷 부분에 있는 〈역자 후기〉를 통해 번역하고 있는 중 겪은 일(비 오는 날 한밤중에 들려오는 여자의 수다 떠는 목소리를 들은 후 확인하지 못함) 때문에 이후로는 늦은 밤 마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공포 분위기 묘사에 세뇌인지, 환청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저자 : 미쓰다 신조(みつだ しんぞう, 三津田 信三) 


추리소설 작가이자 편집자.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다. 나라 현 출생. 고야산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하며 ‘월드 미스터리 투어 13’ 시리즈, ‘일본 괴기 환상 기행’ 시리즈, ‘호러 재패네스크’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2001년 『호러작가가 사는 집』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추리작가로서의 그의 능력을 독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밀실 살인사건으로 대표되는 본격 추리소설에 민속학적인 괴기담을 섞은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작가 미쓰다 신조를 등장인물로 내세운 시리즈와,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를 화자로 한 시리즈를 쓰고 있다.

본격추리의 틀에 토속적이고 민속학적인 괴담을 결합한 독특한 작풍으로 ‘본격호러 미스터리의 기수’라 호평받는 것은 물론, 평단과 독자가 고루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대표작으로 일본 미스터리 문학상을 휩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등의 ‘도조 겐야’ 시리즈, 작가와 동명인 미쓰다 신조가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 ‘사상학 탐정’ 시리즈, ‘집’ 시리즈 등이 있다.

추리소설 편집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한 그가 담당한 기획으로는 월드 미스터리 투어 13 시리즈, 일본기괴환상기행 시리즈, 호러 저패네스크 등이 있다. 1994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유카와 데쓰야가 엄선한 앤솔로지 『본격추리3 미궁의 살인자』에 안개관, 미궁 책자 제1화를 실은 것을 시작으로 추리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산마처럼 비웃는 것』 『흉조처럼 피하는 것』을 비롯하여 『작자불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사관장』 『셸터 종말의 살인』 『붉은 눈』등이 있다. 『검은 얼굴의 여우』로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미쓰다 신조는 현재 트위터를 통해 독자와 활발히 소통하는 한편, 차기작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역자 : 현정수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순문학부터 장르문학,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카마치 신의 『천계살의』,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 『괴담의 테이프』, 『노조키메』, '집 시리즈' 3부작, 아야쓰지 유키토의 『어나더 에피소드 S』, 미아키 스가루의 『3일간의 행복』, 미나토 가나에의 『유토피아』,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저서로 『금지된 낙원』, 『해질녘의 매그놀리아』, 『이력서』, 『여름 휴가』,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절대 최강의 사랑 노래』,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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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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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학문으로 '신(神)들의 세상'이었던 중세에는 잔뜩 움츠리고 있다가 르네상스 이후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인간을 위한, 인간의' 세상을 만드는 데 과학처럼 정확하고 분명한 학문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대라고 해서 과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 이전부터 과학이 먼저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증거로는 그리스 철학 이전부터 이미 자연과학을 추구하는 많은 학자가 있었다는 것. 농사를 위한 천문 읽기, 강우량에 의한 하천 범람 시기, 바람의 방향에 관한 의문 등을 연구했다. 자연에서 해법을 구한다는 의미에서 자연과학이라고 했다고 알려진다. 그것은 그리스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이야기다. 즉 탈레스란 학자의 물질 구성 5요소, 별자리 조사, 강우량과 농사의 관계, 하천의 높낮이에 따른 농사의 문제 등 다양하게 의문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건축 문화 발전도 자연 과학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삶, 특히 인간의 삶에 대한 지혜를 구하자는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연과학이 소홀해지지 않았나 싶다. 전쟁 무기 개발이나 농사, 일기 등 기후 등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과학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세상이 '신'들에 의해 움직여지게 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신은 인간의 삶 모든 곳에 작용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과학이 뿌리내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학은 학문으로 틀을 갖추고 학문의 영역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을 뿐 인류의 삶 속에는 과학적 산물이 엄청나게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스 자연과학에 대한 설명은 백과사전의 힘을 빌어본다. "과학과 철학은 기원전 6세기 이후의 그리스 사람들이 창조한 것으로, 이것이 오늘날의 과학과 철학의 모체가 된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그리스 문명에 비해 수천 년 앞서 출현하였고,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연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였다. 그러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사람으로 나타난 신인 왕, 군사력의 주축인 귀족계급, 그리고 종교조직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승려계급이 지배하고 주민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노예였다. 따라서 이들 사회에서는 지적 모험을 실제로 해보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 점에서 이들 사회의 분위기는 중세 유럽과 유사하며, 근대까지의 동양사회와 구조상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



현대과학의 기본인 추상화, 체계화, 법칙화, 그리고 과학의 기본적인 방법인 실험·관찰·계산은 기원전 6~7세기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이 사전은 밝히고 있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자연에 대해 일관되게 합리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며 몇 개의 제한된 원리들을 설정하여 그것들의 결과를 연역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히 사물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목적이었다. 최초의 철학과 과학이 그리스에서 태동한 것에 대한 지역적 및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음과 같이 들 수 있다.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은 이오니아 인들이 세운 소아시아 지역의 해안 도시 밀레토스의 상인이었던 탈레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밀레토스 사람들은 여러 나라와 무역을 하였으며, 금화를 사용하였다. 탈레스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가졌던 신을 중심으로 한 주술적이고 신화적인 우주관을 버리고 합리성에 바탕을 둔 사고를 시도한, 그리스 과학, 수학, 철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탈레스를 시조로 하는 이오니아(밀레토스)학파는 바빌로니아의 천문학과 이집트의 수학을 그리스 과학과 철학으로 승화시켜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가 페니키아인으로 짐작되는 탈레스는 동방(바빌로니아)과학에 대해 교육을 받았으며,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를 여행하였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탈레스는 일식을 예언하여 메데스와 리디아 왕국간의 전쟁을 막았다고 한다. 현재의 천문 계산에 의하면, 이 일식은 기원전 585년 5월 28일에 일어난 것을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탈레스는 자신의 천문학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며, 바빌로니아의 천문학 지식에서 일식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짐작된다.

탈레스는 또한 피라미드의 높이를 삼각형 닮은 꼴 정리를 발전시켜 그림자로 측정하였으며, 이집트 기하학을 빌려 여러 기하학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것들은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인들이 이미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나, 탈레스가 했다는 것이 오늘날의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자석의 성질을 처음으로 연구하였고, 자석이 쇠를 움직일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레스가 “우주는(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용어로는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 즉 원소는 무엇인가에 해당된다.



표제어로 『과학 잔혹사』를 채택한 이 책의 집필 취지는 “과학에도 속죄해야 할 잘못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21세기 접어들면서 '과학 만능의 시대'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저자 샘 킨(Sam Kean)은 이 책에서 지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으로 타락한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이른바 과학과 과학의 '흑역사'를 짚어낸 것이다. 그 토대 위에 세워진 과학의 잔인한 역사는 알면 알수록 과학이 과연 인간을 이롭게 하는 학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과학 만능주의'에 경고 카드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 책은 매우 의미가 깊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해적질_표본 수집일까, 식민지 약탈일까」 2장 「노예 무역-흰개미집 연구자의 자금 조달 방법」 3장 「시신 도굴-해부학자들의 위험한 거래」 4장 「살인-하버드의학대학원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 5장 「동물 학대-전류 전쟁과 최초의 전기 처형」 6장 「비열한 경쟁-공룡 뼈 발굴 작전」 7장 「의사들의 연구 윤리 위반-매독 연구의 희생자들」 8장 「명성에 눈이 멀어-얼음송곳으로 뇌를 수술한 의사」 9장 「간첩 활동-소련에 원자폭탄 설계도를 넘긴 화학자」 10장 「심리적 고문-수학 천재는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는가」 11장 「의료 과실-음경이 훼손된 아이의 불행」 12장 「증거 조작-약품 수사국 슈퍼우먼의 진실」 등이다. 제목으로만 살펴봐도 과학자·지식인이라기보다 도둑, 돈과 권력에 눈 먼 사람, 광인 등에 심지어 살인자까지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야만적 성품의 소유자들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과학과 종교는 분리되어 다룬다.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는 흔적을 역사에 남긴 탓이라는 독자의 생각에 불을 지피듯 잔혹한 행위가 많이 등장한다.

이를 테면 초창기 해부학자들은 시신을 구하기 위해 시신 도굴꾼과 거래했으며, 토머스 에디슨은 경쟁자의 기술을 부정하기 위해 개와 말을 전기로 고문했다는 이야긱다. 또 저체온증인 사람을 소생시키는 방법으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나치 독일의 생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가 유일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일부 비열한 범죄에 책임이 있다. 과학자들은 왜 악행을 저지른 것일까? 이 책 『과학 잔혹사』는 이처럼 과학적 성취의 잔혹한 이면을 조명한다. 이 책은 한때 세상을 들끓게 했던 과학 범죄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타락한 과학자와 의사의 심리적 동기를 파헤친다. 클레오파트라부터 식민지 약탈, 전쟁과 냉전의 희생자들, 그리고 첨단기술로 변화할 미래의 범죄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갈등과 드라마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작가 샘 킨은 과학적 성취와 얽혀 있는 잔인하고 섬찟한 범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독자는 찰스 다윈이 존경한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 윌리엄 댐피어가 약탈을 일삼은 괴팍한 해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분류학의 아버지로 영향력을 떨친 칼 폰 린네가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를 쓸 때 참고한 표본 컬렉션은 노예 제도에 기대 채집된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질식사시키는 방법을 ‘버킹(burk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신 도굴꾼의 이름 윌리엄 버크(William Burk)에서 따온 것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버크는 시신이 필요한 해부학자들과 거래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른 인물이라고 한다. 

또 발명 천재 토머스 에디슨은 전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와 말에게 전기 고문을 가했고, 신경과 의사였던 월터 프리먼은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확산시켰다.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심리학자 존 머니는 생물학적 기반을 무시하고 음경이 훼손된 아이에게 성전환 수술을 강권해 한 사람의 인생을 비극으로 만들었다.

과학자나 의사는 대개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사실 그들에겐 동양에서도 '스승 사(師)'를 붙여 존칭한다. 그렇지만 과학자와 과학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덕성에 어긋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때로는 법의 선을 넘기도 했다. 오늘날의 과학은 그러한 어두운 역사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어떤 동기와 심리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강한 호기심, 지식에 대한 갈구, 지나친 자부심에서 비롯된 명예욕, 일부의 고통과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자기 정당화 등 과학자들이 타락하는 과정과 과학 범죄가 지닌 독특한 요소들을 드러낸다. 과학과 의학이 어느 때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 과학과 의학이 올바른 절차를 밟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은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기술은 우리를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의학과 기술'로 정의되는 과학은 분명 세상에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 그렇지만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윤리적인 과학은 희생자를 만들고, 사회적인 논란을 야기하며, 과학 공동체에 혼란을 준다. 결과적으로는 연구자들의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 오늘날 대개의 과학자에게는 윤리적 의무가 부과돼 있다. 의사에게 어떠한 이유로든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사 윤리적 의무가 한 가지 예다. 또 대량 살상 무기의 연구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는 과학자의 윤리도 있다. 의학이나 과학 기술이 전쟁을 통해 이미 무기로 사용한 전력이 있어서 뒤늦게 부과된 것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의학이나 과학 기술은 지구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실제 모델인 18세기 해부학자 존 헌터는 시신 도굴꾼과 거래해 수많은 시신을 사들이며 시신 거래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의대생 증가로 시신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시신 가격이 치솟았고, 가격이 오를수록 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2012년 체포된 마약 분석가 애니 두컨이 저지른 증거 조작은 사법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처음부터 학위를 조작해 업계에 발을 들인 두컨은, 마약 시료를 제대로 시험하지 않고 경찰의 추정을 그대로 기록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두세 배가 넘는 시료를 처리했다. 그 결과 두컨이 시험한 3만 6000건 전체가 도마에 올랐고, 이를 처리하느라 300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2만 건 이상의 원심 판결이 파기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 범죄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과학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과학 윤리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를 던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노예 무역을 통해 채집된 수많은 표본은 여전히 과학자들이 참고하는 자료이고, 고통받은 피험자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사용하는 것이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인지와 같은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전문가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도 이제 도덕성과 윤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정직과 성실성, 양심적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원자폭탄의 발명에 결정적 도움을 준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정립하고 증명한 상대성이론에 의해서다. 물리학에서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합친 것을 뜻한다. 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 정확히 말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학(kinematic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후자는 아주 무거운 물체가 주위에 미치는 힘을 다루는 동역학(dynamics)의 영역이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듯이 상대성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이 제안하고 발전시켰다.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와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에 관련되어 있는가?'에서 발표된 것으로, 일반상대론은 1915년에 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한 것으로 기준을 삼고 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은 미국에서도 절대적인 과학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인 미국에 독일과 일본 등 적국에서 원자폭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첩보가 날라들자,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은밀히 원자폭탄 연구를 명령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심지어 러시아 역시 원자폭탄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뒤늦게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쟁에 깊숙이 참여한 미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첩보다. 루스벨트는 아인슈타인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가능한 일이지만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지고 있다. 원자폭탄 연구에 돌입한 각국이지만 재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결국 원자폭탄 발명은 미국에 의해 이뤄졌고, 전쟁 종식의 목적으로 일본 본섬에 원폭 투하가 결정돼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다.

전쟁 발발국에 대한 응징이기는 하지만 원폭 투하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또 원폭 투하 전에 이미 일본은 항복할 것을 결정한 상태라고도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것은 공산주의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도 뒤늦게 알려진 비밀 중의 하나다. 원자폭탄 발명의 이론적 뒷받침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이 책은 특정 과학 분야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과학에서 묻혀 있던 어두운 이야기를 조명했다. 지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에 사로잡힌 과학자,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사연, 역사적 맥락과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읽어가면서 굉장히 불편한 심정을 억눌러야 한다. 그러나 몰입도는 높아간다. 과학 발전이 꼭 인류의 행복을 위해 쓰이지는 않는구나 하는 자성과 통찰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과학 발전을 이유로 때로는 잔인한 장면도 스스럼없이 연출하는 과학자와 의사 등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이 있구나 하는 각성도 촉발된다. 잔인하게 희생되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저자 샘 킨은 이야기에 몰입해 과학의 충격적인 역사를 읽는 것이 과학 윤리를 내면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윤리를 지키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이야기로 윤리 의식을 마음에 심어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저술가다운 말이다. 논리적이기도 하다. 특히 독자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실제 모델과 작가 이야기에는 어릴 적 동경했던 모험심과 작가 역량에 의심마저 생긴다. 동심은 파괴됐지만 적확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독자의 삶에 한구석에 남아 영감을 주는 지혜의 한조각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독자의 집필 취지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마치 모험심을 강조하는 소설처럼 읽힐 수도 있다.


저자 : 샘 킨(Sam Kean)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얼음송곳 의사』의 저자. 미국 워싱턴 D.C.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뉴욕 타임스 매거진〉 〈슬레이트〉 〈뉴 사이언티스트〉에 글을 썼다.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2009)을 수상했다. 『사라진 스푼』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미국 아마존 ‘사이언스 Top 10 Books’에 꼽혔고,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최고의 책’,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에디터스 픽’에 선정되었다. 『뇌과학자들』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와 함께 PEN/E.O. 윌슨 문학적 과학 작품상과 AAAS/Subaru SB&F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A.V. 클럽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굿리드 초이스상 비문학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역자 :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교양 과학과 인문학 분야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로 제20회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진화심리학』 『사라진 스푼』 『루시퍼 이펙트』 『우주를 느끼는 시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잠의 사생활』 『우주의 비밀』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도도의 노래』 『루시, 최초의 인류』 『스티븐 호킹』 『돈의 물리학』 『경영의 모험』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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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철학 30day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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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자에서 현자들의 생각을 자신의 머릿속으로 옮겨 꾸준히 노력하라. 매일 매일 실천하고 노력한다면 당신의 삶은 분명 더 나은 삶이 될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습관화하라. 이것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원칙이고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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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신문처럼 보이는 이 책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는 삶의 지혜를 전할 목적으로 펴낸 격언집이다. 격언을 단순히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저명한 철학자나 심리학자 혹은 자기계발서 저자들이 책에 남긴 말 중 삶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지혜의 말들이 담겨 있다. 현대인의 삶은 너무 복잡하고 빠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리다가, 종종 좌절하거나 나락으로 추락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만일 위기에 처했을 때 멘토가 늘 옆에서 조언해주고 용기를 북돋우는 말을 해주면 그나마 최소한의 대응을 해가면서 추락을 막을 수도 있을 텐데···.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겐 그럴 수도 없다. 위기는 너무 빨리 다가오고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 삶의 스트레스는 이럴 때마다 조금씩 쌓여 또 다른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면 평소에 연습을 해두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어떤 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위기 대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철학자들은 삶의 문제에 대해 끝없는 생각과 사고의 전환으로 삶의 지혜를 창출해낸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의 인간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나간다. 삶의 철학은 생각과 경험의 결과를 끝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영혼에 새겨넣는 행위라고 말할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자들이 가르친 삶의 지혜는 위기에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작업이다. 정신적으로 잘 준비된,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고 살아간다면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도 훨씬 커질 것이다. 훈련은 순발력을 발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스포츠 선수가 훈련을 철저히 하면 운동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훈련한 대로 움직여 위기를 극복하는 일과 동일한 원리다. 

이 작은 책에는 마음 훈련을 하는 데 금과옥조로 작용할 말을 남긴 54명의 위인들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금언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훈련 지침서로 활용되도록 구성돼 있다. 만일 이 작은 책자를 천천히 먹어 소화한다면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웬만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신 없이 빠르고 복잡해서 흔들리는 우리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각 개인만의 원칙과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원칙과 철학을 바로 세우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고윤은 다양한 멘토들의 성공학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더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의 선험적인 행동과 연구는 삶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최소한의 영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매일 꾸준한 노력으로 1%씩 성장하는 삶을 전하는 저자는 지금 당신의 인생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철학의 부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바쁜 현대인이라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릴스나 숏츠 같은 소비성 콘텐츠로 도파민 중독에 빠지니 인생이 무너져가는 건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가벼운 도파민이 아니라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과 인생의 철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처방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서른 살 때의 무너져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고 경험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는 무력감에 빠진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글로 하나하나 적다가 오래지 않아 '자신이 무너져 있음'을 발견했다. 메모장에 "남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정도 못 내리는 상태"임을 자각하고 적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문제 하나도 타인의 의견 없이는 결정하지 못하는 삶이었다. 이때가 삶의 주체성에 대해 깨달은 시기다. 

삶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타인을 위해 살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므로 기준을 세우는 철학은 우리 인생에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에 존재하는 위인 54명의 철학이 담겨있다. 가장 유명한 니체, 쇼펜하우어뿐만 아니라 헤르만 헤세, 퇴계 이황, 임마누엘 칸트, 장영실 등 세상에 업적을 남긴 인물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유행하는 '타지에서 한 달 살기'처럼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명언들을 '30일'로 나눠 구성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 편씩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어려운 철학과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운 현대인들에게 맞게 소책자 형식으로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우리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자기계발이나 철학의 근본 원칙은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는 대 전제 아래서 이뤄진다. 삶을 바꾸거나 더 좋은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오랜 생각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숙고(熟考)해야 한다. 다음엔 실천(행동)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삶은 바뀌지 않는다. 또 실천하되 오래 해야 한다. '한 번 해보는' 식으로 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습관화해야 한다. 습관화되면 비로소 성격도 변화된다. 사람의 정체성이 변화하는 게 아니다. 나쁜 성격이었으면 좋은 성격으로, 폭력적이었던 성격이 관용적인 성격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대인 관계나 사람들과의 관계는 달라진다. 이젠 변화한 더 좋은 삶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봐도 된다. 이 책도 이 같은 철학적 조언이 중심이 된다. 흔들리는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철학을 이 책을 통해 얻길 바란다.

이 책이 작은 책자처럼 만들어져 있다. 책의 구성도 54명의 위인의 말을 장(章)의 구분 없이 실었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를 펴도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위인들의 조언이 실려 있다. 필요하다면 가급적 말을 남긴 책 이름도 함께 실었다. 제목은 주제를 표현하는 한 줄의 문구나 문장이다. 한 번 읽고 다시 읽을 때 목차를 펼쳐보면 찾기 쉽다. 첫 페이지에 실린 「낙관주의는 10배의 힘을 만든다」를 살펴본다. 

"요즘은 이성주의적 사고방식이 엘리트적인 태도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성주의를 지향하며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 순수한 이성주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이성주의라는 이름 아래 비관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말 우리가 가진 것이 이성주의인가, 아니면 단지 비관주의에 불과한가?"(p.12) 

저자는 풀이해준다. 이에 따르면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이성주의는 낙관과 비관 모두를 포함하는 균형 잡힌 사고방식이다. 이를 통해 최적의 결정을 바르게 내릴 수 있는 반면, 비관주의는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라 말할 수 있다. 어떤 태도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할지를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로버트 슐러(미국의 목사이자 심리학자)의 말을 덧붙인다. "비관주의자는 '나는 그서을 볼 때 믿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낙관주의자는 '믿을 때 나는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p.13)



로버트 슐러가 누구인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사실 독자도 마찬가지다. 무슨 의도의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 말이 이성주의적 사고와 작관주의가 어떻게 현실을 만드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기한다는 저자의 말에 선뜻 공감되지 않는다. 저자는 천천히 설명해 간다. 비관주의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비현실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 안에는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실천적 소양이 빠져 있다. 반면, 행동을 동반한 낙관주의는 놀랍게도 전 이류를 진보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말은 다음과 같은 등식을 성립시킨다.

낙관주의+행동=상상할 수 없는 긍정적 결과

무슨 뜻인지 명쾌하지는 않는다. 아마 독자의 지식이나 지혜, 통찰력 부족일 것이다. 다시 저자의 말을 경청한다. "무엇이든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일단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있다. 그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여 신대륙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비관주의적인 콜럼버스로는 절대 성취될 수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일론 머스크가 있다. 그 누가 화상으로의 이주를 상상하며 로켓을 만들 수 있겠는가. 낙관주의와 엄청난 행동력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우린 화성에 가지 못했지만, 스페이스X의 연구를 통해 우주 탐사 분야는 상상 이상의 진보를 이루었다. 결국 행동이 첨가된 나관주의는 우리의 인생을 넘어 전 인류를 전진시키는 동력을 품고 있다.

저자는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낟. 우리는 자신을 비관주의자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성주의에는 낙관도 있고 비판도 있으며, 냉정하게 바라보되, 긍정을 놓치지 않는 지혜가 담겨 있다. 미래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태도와 믿음이 현실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이해하고, 이성주의적 사고를 통해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장(章)의 마지막에 〈비관주의를 없애고 낙관주의를 강화하는 5가지 방법〉이란 요점 정리를 둔다. 한 차례 배우고 익혔다면 복습으로 완전히 머릿속에 각인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내용은 이 책에 담긴 54개 항목의 하나일 뿐이다. 

① 매일 아침 긍정의 '3분 명상' : 노래 1곡이 흘러나올 동안 아침에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마음껏 해준다.

② '낙관적 실패 저널' 만들기 : 작은 실패를 적고 그 옆에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장점을 낙관적으로 기록하여 모든 실패를 긍정화한다. 

③ '감사의 오브제' 습관 만들기 :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작은 물건을 하나 정해 들고 다니면서 그 물건을 만질 때마다 감사할 수 있는 일을 1가지 떠올린다. 

④ '긍정 알림'을 설정한다 : 하루에 한번 휴대혼으로 알림을 설정하여 알림이 울릴 때 '잘하고 있어'라고 되뇐다. 문장은 무엇을 되뇌든 낙관적이라면 좋다.

⑤ '낙관의 날' 정하기 : 한 달에 하루를 정해 그날은 자신과 타인에게 오직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말만 하는 날로 지정한다. 


우리는 진정 삶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매일 전전긍긍 살고 있진 않은가? 비교를 밥 먹듯 일삼고 누군갈 쫓기 바쁜 그런 껍데기 인생 말이다. 자립심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면 그에 맞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태도는 개인이 가진 철학에서 나온다. 철학이라고 해서 마냥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철학은 주관적인 경험에서 만들어진 삶의 철칙으로 흔들리는 인생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닌, 새로운 철학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침과 저녁. 피곤한 몸을 깨워 일터로 향하고,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공평하게 24시간을 활용하며 인생을 살고 있기에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건강한 철학이 필요하다.



이 책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는 독자들에게 매일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30일 동안 아침과 저녁으로 동서양 위인의 철학을 읽다 보면 내가 잊고 있던 것, 추구하고자 했던 것, 잃어버렸던 것을 상기할 수 있으며 죽어가는 마음을 살릴 새로운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끔은 한 명의 철학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철학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바쁜 하루 중 짧게 하는 10분의 독서가 그대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다.

만약 현재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지금이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 누구나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이 당신의 것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 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결심을 가지길 바란다. 저자가 이런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


꼭 위대한 업적을 쌓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위대함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것 또한 외적인 요소를 과하게 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옆에 울고 있는 사람에게 휴지라도 건넬 수 있다면,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반창고를 건네줄 수 있다면, 타인의 비난에 위축된 사람에게 작은 위로를 해줄 수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지독한 현실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보듬어 주는 것도 좋겠다. 나와 남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귀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살아가는 삶을 사랑해 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고 타인을 평가하며 비수를 꽂는 대신 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단언컨대 당신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위대한 성공이 어디 있고, 고귀한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p.111) -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란」 중에서


저자 :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성공, 동기부여, 자존감, 관계 등 2030들이 가장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는 내용에 대해 해결책을 제안한다. 토니 로빈스, 짐 론, 나 레온 힐 등 다양한 멘토들의 성공학 연구를 바탕으로 글을 적으며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삶의 1% 성장을 유도한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은 개설 후 매달 10,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1년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고, 매달 1,000만 명 이상이 그의 콘텐츠를 읽고 있다. 삶의 만족감을 얻는 인생을 지향하며 오늘도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Instagram @pacerskore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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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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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미국 작가지만 평생 미국보다 런던에서 오랫동안 살며 작품을 많이 썼던 헨리 제임스. 그는 미국의 시민으로 태어났다. 미국의 독립전쟁 직후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와 큰 부자가 된 조부 윌리엄 제임스 덕택에 아버지 헨리 제임스 시니어와 손자인 헨리 제임스까지 큰돈을 물려받아 생활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 책 『헨리 제임스』에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은 300만 달러(현재 가치로 9,000억 원)에 이른다. 아버지 헨리 제임스(이름이 아들과 같다) 시니어는 매년 1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0억 원)을 지급받아 직업 없이 오랜 세월을 유한계급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헨리 제임스의 아버지는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 숨 막히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부터 해방되어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방탕해진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할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격노했고, 헨리 제임스 시니어는 보스턴으로 도망친다. 몇 년 뒤 아버지의 사망으로 자유를 얻게 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정신적 방황에 빠져들게 된다. 그의 형 윌리엄 제임스(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다)는 미국의 실험심리학 창시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또 철학에서는 실용주의를 널리 사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현대철학의 주류의 하나로 한 지도적 학자로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헨리 제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세계 문학계에서 그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 김사과는 밝힌다. 헨리 제임스(이하 헨리 제임스는 모두 이 책의 주인공인 미국 작가를 지칭)는 사실상 ‘현대 소설의 아버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그것은 바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고난도의 소설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헨리 제임스는 인간의 행동과 마음의 내면 작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헨리 제임스 소설의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하고, 특히 외부 사건이 개인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소설가 속 완벽한 망명객의 삶을 자처한 헨리 제임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이 책은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32번째로, 헨리 제임스의 족적을 따라 미국에서 영국, 프랑스 등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을 찾아가며 헨리 제임스의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그 문학적 성취에 대한 탐구로 가득 차 있다. 미국 소설가였지만 영국 문학의 전통에 속해 있고, 파리를 꿈꾸었으며, 런던에 정착했고, 이탈리아를 사랑했던 헨리 제임스, 극단적 자유를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는 어떻게 축적되었을까?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 김사과가 붓끝을 따라 코스모폴리탄적 이방인의 유럽과 미국에서의 삶과 문학을 좇아간다. 할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으로 우리말로 한량처럼 살았던 아버지는 헨리 제임스에게 미국 문화에 대한 부적응자 기질을 물려줬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일단 본인 스스로가 다른 평범한 미국 아버지들과 달랐다는 것이다. 미국 남자들에게 정체성의 상징과 같은 공식적 '직업'이 그에게는 없었다. 한편 아이들을 미국의 주류 종교(개신교)와 교육 방식에서 멀리 떼어 놓았다. 제한 없는 자유를 자식들에게 선사해 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결과적으로 그의 아이들은 교회와 학교, 즉 당시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단위에 대한 감각을 익히지 못한 채로 성장했다. 

아버지 영향으로 어른으로 자라난 제임스가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렸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었으며, 삶 자체를 커다란 혼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 김사과의 분석이다. 첫째 윌리엄은 아버지와 비슷한 신경 쇼크를 겪어야 했다. 셋째 윌킨슨과 넷째 로버트슨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활약하며 이른 나이에 삶의 전성기를 맛보지만 이후 사업 실패, 심리적 방황, 알코올중독 등으로 불운하게 삶을 마감하게 된다. 또 사후에 일기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는 막내 앨리스(이름으로 미루어 여성)의 삶은 고독하고 병약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헨리 제임스가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할 만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혼란을 문학으로 형상화해 내는 데 성공한, 그리고 평생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간 희귀한 미국인 예술가였다.



저자 김사과는 헨리 제임스의 족적을 좇아 그의 삶과 문학을 설명하는 핵심어로 '제국'과 '문명'을 꼽고 있다. 이는 그가 국적인 미국과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 프랑스 나폴레옹이 구축하려 했던 제국과 파리, 로마 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에서 끄집어낸 키워드로 본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저자는 「제국의 소설가」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떠오르는 제국의 수도 뉴욕(사실상 미국 문명의 발상지)을 뒤로 하고, 런던,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영락한 수도를 떠도는 '제국의 유령'을 좇았다고 분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자인 김사과는 “현실 세계에서 그(헨리 제임스)는 어디에 있든 어색함을 느꼈다. 무신론자로 키워져 뉴잉글랜드의 청교도주의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발자크의 파리를 선망했지만 편협한 파리 문학계는 이방인에게 좁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결국 런던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각광받는 사교계 인사가 된 뒤에도 런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저 미국에서 온 괴짜 소설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따금 의심했다”라고 쓰고 있다. 이 말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헨리 제임스는 자기 안에 있는 두 세계관의 충돌, 혹은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충돌을 작품으로 빚어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특이점은 그의 작품은 새로운 세계(미국)의 순수함과 활력, 오래된 세계(유럽)의 부패와 지혜를 대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세계의 개성과 문화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들은 종종 예술적이고 부패하며 매혹적인 오래된 세계(유럽)와 종종 거칠고, 개방적이고, 공격적인 새로운 세계(미국)의 캐릭터를 대조시키면서 그 충돌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헨리 제임스는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있다. 그의 생애와 작품은 미국과 유럽, 특히 영국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유럽의 여러 나라를 방문한 후, 영국에 정착하여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이러한 생애는 그의 작품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제임스의 작품은 복잡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체로 유명하다.



이 책은 「제국의 소설가」, 「가장 완벽했던 시간」란 제목의 〈프롤로그〉, 〈에필로그〉 외에 「뉴욕」 「파리」 「런던 」「라이」 「소설과 자유」 등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욕, 파리, 런던 등은 모두 제국의 수도로 번성했던 곳이고, 세계의 문명에 영향을 끼쳤던 도시들이다. 그리고 뒤늦게 번영한 뉴욕만 아직 명맥을 유지할 뿐 런던과 파리, 두 도시는 영락해 가는 모습의 우울감이 내려앉은 분위기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4장의 '라이'는 영국 본토인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동남쪽 끝, 서식스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라이는 로더 강, 틸링엄 강, 그리고 브레드 강에 삼면이 둘러싸여 있다. 세 강이 영국 해협을 향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가 말해 주듯, 동화 같은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p.137) 

시간이 흘러 라이를 방문하게 된 헨리 제임스는 램 하우스에서 머물게 된다. 램 하우스는 18세기 수 차례 시장을 지냈던 제임스 램이 장인 소유의 땅이었던 라이 중심가 구역의 건물을 사들여 재건축한 곳이다. 영국의 국왕 조지 1세가 라이를 방문했을 때 이 건물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헨리 제임스는 이 집과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작고 오래된 영국 소도시의 중심가에 있는 담쟁이넝쿨에 덮인 붉은 벽돌집이라니 근사하다. 우연하게도 제임스가 머물러 있는 지 얼마 되지 않아 램 하우스 주인이 세상을 떠났다. 헨리 제임스는 1897년 램 하우스의 임대 계약을 맺는다. 

제임스가 라이로 이주한 것은 1898년 6월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집과 정원을 꾸몄다. 친분이 있는 귀족 부인을 통해서 조지 왕조 시기 만들어진 마호가니 장식품들을 사들였다. 벽에는 번존스(19세기 영국 화가)의 그림과, 플로베르의 초상화, 『데이지 밀러』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걸어 놓았다. 소설가 제임스는 램 하우스의 정원을 특히 아꼈다. 그 가운데에서도 그가 처음 그 집을 방문했을 때부터 있던 커다란 뽕나무와 탐스러운 복숭아나무를 좋아했는데 자신이 미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냈던 나날들로부터 한 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램 하우스의 정원은 여전히 근사했다. 집을 둘러싼 붉은 벽돌담을 짙은 초록빛 잎사귀들이 뒤덮고 있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보라, 노랑, 분홍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었다. 저자 김사과의 추적기는 계속 이어지지만 결국 찾아낸 것은 제임스의 후기 걸작 3부작인 『황금의 잔』, 『대사들』, 『비둘기의 날개』가 이곳 램 하우스에서 지내던 시절에 쓰였다는 사실이다. 



독자 역시 헨리 제임스란 인물에 대해 문외한이다. 물론 그의 작품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접하지 못했다. 책 이름(황금의 잔)과 주인공 이름(아메리고)으로 가까스로 기억 반대편에 있던 한 조각 접점을 붙들었다. 어느 책에선가 사례를 들은 것을 잠깐 읽었던 기억이다. 이 책에서 『황금의 잔』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임스의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데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고, 몰락한 이탈리아 왕족이란 주인공의 이름이 '아메리고'라서 더욱 미국과의 관계 있는 인물임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램 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사들였던 장식품 중에 이탈리아 왕족이 남긴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되는 대목이다. 꼭 '황금의 잔'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의미의 장식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과 제임스의 관점이 다르기에 도시에 대한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을 구별해 주는 상징으로 '황금'이 사용된다. 미국 뉴욕을 떠난 제임스가 왜 제국의 수도를 돌아다녔을까? 어쩌면 제국의 원동력이 되고, 제국의 완성에 가장 큰 힘을 주었던 곳이 수도였기에 동경했던 것일까? 코스모폴리탄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를 이방인이라는 의식 없이 돌아다녔을지라도 제국의 수도였던 곳에 집착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자신의 세계관에 빗대어 분석한다. 제국과 문명, 그것은 여전히 내겐 낯선 세계다. 그리고 제국의 수도, 신기루처럼 반짝이는 문명의 표면을 우아하게 떠다니는 제임스 소설 속 인물들 또한 외계인들처럼 생경하다. 그르이 완벽한 언어와 몸가짐으로 표류하던 그 시기의 유럽은 정치경제적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전쟁을 향해 돌진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였다.(p.18) 

저자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19세기 후반 가장 국제적이었던 인간의 진짜 모습과, 그것을 가능케 한 인간 문명의 본질적 폭력성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피라미드의 꼭대기, 정지된 듯 기이한 침묵 속 완벽한 풍경. 제임스 소설 속 인물들은 황금으로 도금된 철창 속에 갇혀 있다. 희생자들의 비명과 핏자국이 솜씨 좋게 제거된 그곳은 문명의 최정점에 놓인 화려한 응접실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최상위 포식자들, 지배자들, 부자들, 권력자들, 즉 뱀파이어 백작과 암사자 공작부인, 그리고 그들의 불운한 희생자 친구들을 초대 손님으로 하는, 잔혹한 저녁 만찬이다.(p.19)



헨리 제임스의 소설들은 자연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 흐르는 의식을 독자들이 따라가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이러한 문체는 그의 전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저자는 제임스가 당시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성별, 그리고 그들의 상호 작용을 이런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문체의 형성은 소심한 개인적 성격에서부터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만났던 여인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일에도 늘 소극적이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속으로만 흠모하던 여인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긴 해도, 작품 속에서조차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데 주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소심한 성격 자체가 꼼꼼하고 치밀한 세부 묘사에서는 강점을 발휘했으며, 그런 소설 기법으로 인해서 그는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제임스의 작품에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주제로 탐구하며 해외 생활의 자유와 도전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헤쳐 나가는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제임스 자신의 인생 경험과 미국인과 유럽인 사이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제임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국의 문화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적인 측면과 유럽 사회에서 삶에 수반될 수 있는 소외와 모호한 도덕성을 모두 경험하면서 외국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씨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중성은 개인적 성장, 사회적 기대, 그리고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을 벗어난 진정한 자기 표현에 대한 탐구를 풍부하게 해 준다. 새로운 자유에 대한 유혹과 친숙한 소속감에 대한 갈망 등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에 내재된 모순은 등장인물이 사회적 압력과 관계없이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자본주의와 상품 문화에 대한 제임스의 비판을 반영하는 것이다.

제임스는 외국인으로서의 경험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인 여행과 발견에 대한 서술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역동성에 대한 논평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설득력 있는 분석에 귀 기울이다 보면 헨리 제임스와 삶과 문학에 대해 가깝게 접근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 : 김사과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05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02』 『더 나쁜 쪽으로』,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나b책』 『테러의 시』 『천국에서』 『N. E. W.』 『바캉스 소설』, 중편소설 『0 영 ZERO 零』, 산문집 『설탕의 맛』 『0 이하의 날들』 『바깥은 불타는 늪/정신병원에 갇힘』 『헨리 제임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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