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어 학습은 책속의 지식을 단순히 뇌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 아니라, 몸으로살아내는 과정이라는 걸요. 언어는 나와 세계를 관계 맺어 줍니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이 언어와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싶지?‘ ‘지금 내 외국어 자아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가고 싶지?‘ ‘나는 이 언어를 통해 앞으로 어떤 경험을 쌓아가고 싶지?‘ 같은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 P7

아, 외국어를 배우는 건 숨 쉬듯 편안했던 자신의 자아를 다무너뜨리는 과정이구나. 너무 당연해서 자아라고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을 다 부수고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부끄러워질 기회를 일부러 더 만들고, 자존심을굽히고, "내가 한국에서는~" 같은 생각을 전부 내려놓고, 새로운언어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이 관계에서는 수도없이 불편한 일이 일어나고, 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권력관계안에 들어가야 하며, 상대에게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호함을 견뎌야 하고, 지나가는 여섯 살 아이에게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국어 세계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제2언어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는 없다. - P35

아예 겉모습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툭툭 칭찬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예전에 들은 말을 떠올리곤 했다. "지금 당장 바꿀수 없는 건 입에 담지 마세요." 스카프, 귀걸이, 패션 스타일 등이멋지다고 칭찬하는 건 맥락에 따라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눈이 너무 예쁘다거나 다리가 길어서 예쁘다 같은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려 하다가도 다시 목구멍 깊은 곳으로 삼켜야 한다.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일단 조심해야 하니까.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모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과큰 돈을 들이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쉽게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 P108

제2언어를 배울 때는 누구나 되고 싶은 자신, 되어야 하는 자신을 조금씩 갖고 있다. 지금 종이를 하나 꺼내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배워서 되고 싶은 나, 되어야 하는 나를 적거나 그려보면다양한 모습의 자아상이 등장할 것이다. 마치 어릴 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그려봐도 좋고,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써내려 가도 좋다. 그리고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외국어를 배워서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이 되어야 하나? - P129

언어를 배울 때는 완벽주의자보다 목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완벽주의 성향과 언어 불안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Gregersen & Horwitz, 2002).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너무 높으면 - P135

오히려 그 기준이 자신을 옥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도 나이고, 어느 날 운이 좋아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나이다. 내 말의 하찮음을 견디는 만큼 내 말그릇이 넓어진다.
이 모든 걸 전부 아는데도, 다 큰 성인이 하찮음을 견디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자아가 이미 자기 키만큼 성장해버린 성인에게, 겨우 한 뼘 되는 외국어 자아로 살아가라고 하면절망스러운 게 당연하다. 어제도 하찮음, 오늘도 하찮음, 아마 내일도 하찮음. 이걸 어떻게 견디라는 말이야.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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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2-14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햇살과함께 2026-02-14 20:06   좋아요 0 | URL
영어와 삶이라니요.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닌 삶과의 관계 맺어주기라는 관점이 너무 좋아요!
 
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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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누구라도 혼자의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어떻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장애와 비장애라는 납작한 말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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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빵빵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3 일빵빵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3
서장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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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를 직청직해하며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 언젠가는? 끈을 놓지 말고 조금씩 듣고 읽기를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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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함께하는 삶은 분명 어려운 데가 있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우를 사랑한 것이 어떤 경위와 경로로 내 삶을 그리까지떠다밀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삶은 어떻게 엉키게 된것인지 알 수 없는 실뭉치 같았다. 여태 그 실뭉치를 풀지도못하면서, 그렇다고 자르지도 버리지도 못하면서, 꽉 물린매듭에 손톱을 세워도 보면서 그러다 이따금 미끄러지기도하면서 앉아 있다. 매듭을 풀면 우와의 일도 더 이상 바로어제 일 같지 않게 될까? 그렇다면 그저 실뭉치를 영원히매만지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 P8

그러나 우를 돌보는 것이 별일이 아니라고는 결코 말할수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우를 돌보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우를 돌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우와 있으면서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건 불가능했다. 실현 가능한 미래의 세부사항을 그려보려고 매일매일 애쓴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코앞의 날들조차 온통 뿌옇게만 보였다.
세상이 우를 가지고 인질극을 하는 것 같았다. 장애인애인을 가지고 싶으면 장애인 애인 말고 다른 건 가져서는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장애인 애인을 가졌으면서 다른 것도 가지고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욕심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 그렇게하고 싶어졌다. 때로 적나라하게 물질적인 것들이 마음을잡아끌었다. 예쁘게 차려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정갈한의자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몇 번 바르지도않을 화장품을 있는 대로 모으고 입지도 않을 옷을 잔뜩사서 비좁은 서랍장 한 칸 안에 꾸역꾸역 욱여넣었다. - P29

우와 있었던 시절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렇게 허리가끊어져라 웃었다. 매일을 부지런히 웃었던 그즈음의우와 나를 떠올려보면 어디 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행복 전도사, 무한 긍정과 역경 극복의 대명사, 희망을실어나르는 슈퍼장애인으로 오인되었던 것도 마냥 이상한일만은 아니었다 싶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이제 다잊어버렸다. 살면서 그렇게 많이 웃을 일이 다시 있을지모르겠다는 것은 알겠다. 좋다는 말에 인색했던 나와 달리우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아낌없이 좋아했다. 나는 세상에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좋다"고말하던 우만은 좋았다. 그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오래, 가장많이, 가장 깊이 좋아한 무엇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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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
테리 이글턴 지음, 김창호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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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월에 템페스트(태풍) 연극을 보고 집에 이 책이 있는 것이 생각나 나 세익스피어 주요 작품 좀 읽었으니 이 책 읽을 수 있겠지 분량도 많지 않으니 하고 시작하였으나, 하.. 역시 테리 이글턴은 테리 이글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 떠도는 말은 그저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윤구병 선생님의 있음과 없음, 강한 것은 약한 것이고 약한 것은 강한 것이다 등등, 역설, 모순, 궤변, 말장난. 테리 이글턴의 설명이, 아니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그런 것이리라. 테리 이글턴 <문학이론입문> 다시 도전할 계획인데, 이 책 읽고 역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 공부 좀 해야겠다.

내가 이해 못했으니 별 셋이다. 별 하나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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