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전 약속
멀티태스킹의 함정 - 전환 비용 효과, ‘폭망’효과, 창의력 유출, 기억 감소 효과

2장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 -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 능력의 한계에 가까운 목표

소설적 재미가 있고,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더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에 영향이 있었을 듯.

프롤로그

21세기 초반에 살아 있다는 감각은 곧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집중력)이 부서지며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과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책을 한가득 사놓고는 죄책감을 느끼며 곁눈질로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윗 하나만 더 올리고. 독서량은 여전히 많았지만 해가 갈수록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당시 나는 막 40이 되었고, 동년배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마다 우리는 집중력이 없어진 것을 개탄했다. 마치 한 친구가 어느 날 바다에서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처럼 - P12

"넌 현재에 머무는 법을 몰라! 네 삶을 놓치고 있다고! 넌 네가 뭘 놓칠까봐 무서운 거야. 그래서 내내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바로 그게 반드시 뭔가를 놓치는 방법이야! 너는 단 하나뿐인 네 삶을 놓치고 있어! 바로 네 눈앞에 있는 것, 어렸을 때부터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것을 못 보고 있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야! 사람들 좀 봐!" - P16

우리 시대의 모토가 ‘나는 살고자 했으나 산만해졌다‘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 P17

이러한 추세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에 관한 증거가 극명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 소규모 연구는 평범한 미국인 대학생이 무언가에 얼마나 자주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학생들의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그들이 평범한 하루에 무엇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이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의 중간값은 겨우 19초였다. 당신이 성인이고 이 연구 결과에 우월감을 느낀다면, 잠시참아보라.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정보과학 교수이자 나와 인터뷰를 한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성인이 평균적으로 한가지 일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는 3분이었다. - P20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다. 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매일 우리의 주의력에 산을 들이붓고 있다는 것, 전 세계의 집중력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우리는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그동안 읽은 집중력 개선법에 관한 책들에 전부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청난 구멍이었다. 기존의 책들은 대부분 집중력 위기의 실제 원인을 다루지 않았고, 실제 원인은 대개 훨씬 거대한 세력에 있었다. 나는 그동안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훼손하는 12가지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장기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이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힘이 계속해서 집중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막아야한다고 믿게 되었다. - P23

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Michael Posner 교수가 실시한 한 연구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자 대다수가 평소에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시간이 단 한 시간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24

집중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세 번째 이유는 내게 있어 가장 희망적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면 그것을 바꾸기 시작할 수 있다. 내 생각에 20세기 가장 훌륭한 작가인 제임스 볼드윈 Jarries Baldwi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문제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이 위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다시 없앨 수 있다. - P26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머릿속 한 편에서 스페인의 작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et가 한 말이 떠올랐다. "준비될 때까지 삶을 미룰 수는 없다… 삶은 우리의 코앞에서 발사된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해. 그러면 죽기 직전에 인스타그램에서 ‘하트‘를 몇개 받았는지 쳐다보며 누워 있게 될 거야. 나는 차에 올라탔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 P36

너무 오랫동안 내 시선을 트위터 피드처럼 아주 빠르고 일시적인 것에 고정하고 살았다. 속도가 빠른 것에 시선을 고정하면 근심에 빠지고 흥분하게 되며, 움직이고 손을 흔들고 고함치지 않으면 쉽게 휩쓸려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면 지금은 아주 오래되고 영속적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바다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고, 나의 사소한 걱정이 잊힌 뒤에도 오래도록 이곳에 존재할 거라고. 트위터는 온 세상이나 자신과 내 작은 자아에 푹 빠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세상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싫어하고, 지금 이 순간 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바다는 온 세상이 온화하고 축축하고 우호적인 무관심으로 나를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바다는 내가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결코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 P42

그리고 내가 평소에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공포를 유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달리 이 새로운 방식은 관점을 유도했다. - P46

이 모델은 자료에 어떤 변화를 가해야 연구팀이 입증한 집중력의 쇠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료가 점점 빠르게 오르내리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연구팀은 매번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메커니즘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저 시스템에 정보를 더욱 채우기만 하면 되었다. 정보를 더 많이 주입할수록 사람들이 개별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다. - P51

이러한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내가 묻자 수네가 빙긋 웃었다. "속도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도에 빠지는 건 그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온 세상과 연결되었다고 느끼고, 어느 주제에 관해 무엇이든 알아내고 배울 수 있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수네가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져요. 관계에서의 깊이도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죠. 거기에 전념해야 해요. 주의력도 필요하고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그게 우리를 점점 더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 P52

이 연구를 실시한 과학자들은 글을 빨리 읽게 하면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붙잡고 늘어질 확률이 훨씬 낮아진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매우 단순한 문장을 선호하기 시작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습관을 돌아보았다. 종이 신문을 읽을 때 나는 ‘왜 칠레에 폭동이 일어났지?‘ 같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내용에 더 자주 이끌린다. 그러나 똑같은 신문을 온라인으로 읽을 때는 보통 모르는 이야기를 건너뛰고, 내가 이미 아는 내용과 관련이 있어서 대충 훑어볼 수 있는 단순한 기사를 클릭한다. - P55

그리고 모든 인간이 이해해야 하는 사실, 자신이 앞으로 설명할 모든 내용의 근원이 되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건 바로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매우매우 단순합니다." 우리는 "인지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것은 "뇌의 근본적인 구조‘ 때문이며, 이구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인정하지 않고 미신을 만들어냈다고, 얼이 내게 말했다. 그 미신의 내용은 사람들이 실제로 동시에 세 가지, 다섯 가지, 열 가지를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미신을 사실로 둔갑하기 위해 우리는 애초에 인간에게 적용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던 용어를 하나 빌려왔다. 1960년대에 컴퓨터과학자들은 프로세서가 여러 개라서동시에 두 가지(또는 그 이상)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계의 성능에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을붙였다. 우리는 이 개념을 가져와 인간에게 적용했다. - P59

지속적인 주의 산만은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길 위에서의 집중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사방에 존재하는 방해 요소는 그냥 거슬리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우리의 목숨을 앗아간다. 오늘날 자동차 사고 다섯건 중 약한 건이 부주의한 운전자 때문에 발생한다. - P65

2장 몰입의 손상

그로부터 1년 뒤, 수년간 방해에 관해 연구해온 글로리아 마크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이 순간을 돌이켜보았다. 그는 일상에서 너무 오랜 시간 방해를 받으면 모든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났을 때 스스로를 직접 방해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런저런 것들을 바라보며 계속 어떻게 묘사해서 트윗을 올릴지 생각했고, 그 트윗에 사람들이 뭐라고 답할지 상상했다. - P76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이 말했다. "암벽 등반의 신비는 암벽을 오르는 데 있어요. 정상에 도착하면 다 끝나서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영원히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암벽 등반을 하는 이유는 오르는 행동에 있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쓰는 행위에 있듯이요. 정복해야 할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뿐이에요… 글쓰는 행위가 시의 이유예요. 등반도 마찬가지죠. 내가 흐름 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거예요. 흐르는 것의 목표는 계속 흐르는 거예요. 정상이나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머무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흐르는 거예요. 그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위로 오르는 거죠." - P85

"좋은 삶을 살려면, 안 좋은 요소를 없애는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긍정적인 목표도 필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 P92

그 순간 우리 모두가 두 가지 강력한 힘, 즉 분열과 몰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열은 우리를 더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싶은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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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재능이에요." 룅렌 양은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가지고 태어나는 재능이죠. 제 친척 아저씨 중에 노래 가사를 쓸 줄 아는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일은 그분을 소모시키더라고요. 노래 한 곡을 쓰고 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영매들이랑 똑같아요. 그 사람들도 그 일 때문에 완전히 지쳐 버리죠. 피곤하지 않아요, 디틀레우센 양?" 아니, 나는 피곤하지 않았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지도 않았다. 다만 정말로 간절히, 진짜 시를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하나 갖고 싶다. 네 개의 벽이 있고 문이 닫힌 방 안에 있고 싶다. 침대 하나, 테이블과 의자와 타자기 한 대, 아니면 종이 한 뭉치와 연필, 그거면 된다. 아니, 아니다. 잠글 수 있는 문도 있었으면 한다. - P99

나는 주유 펌프와 집시 왜건이 자리 잡은 마당을 창문으로 내다본다. 나는 변하지않은 채 남아 있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내가 변화를 싫어한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변할 때, 우리 자신을 통제하기는 어려워진다. - P105

나는 내 시들이 출판돼서 시에 대한 감각을 갖춘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왜 그토록 간절한지는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어둡고 구불구불한 길들을 지나며 다가가고 있는 목표다. 그것이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고, 인쇄소에 나가고, 룅렌 양 맞은 편에 앉아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같은 그의 시선을 여덟 시간 동안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이다. - P115

우리는 얄따란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편집자는 가야 할 시간이 된 것처럼 시계를 본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훨씬 더 오래 거기 앉아 있으려 했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면 내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사무실에서의 급한 일들, 선술집에서의 저녁, 집까지 데려다 주는 젊은 남자들, 그리고 나치당원인 집주인 여자가 있는 내 추운 방. 이 삶에 주어진 위안이라고는 한 줌의 시들뿐인데, 그것들은 시집으로 묶기엔 아직 편수가 충분치 못하다. 그리고 나는 시집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계산을 마친 묄레르 씨는 색색깔의 식탁보 위에 올려진 내 손 위에 갑자기 자기 손을 올린다. "손이 참 아름답군요." 그가 말한다. "길고, 가느다랗고." 그는 내 손을 몇 번 어루만진다. 마치 내가 헤어지기 아쉬워한다는 걸 아주 잘 안다는 듯이, 내 인생에서 자기가 지금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보장하고 싶다는 듯이,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 P188

"가족들이란." 그가 말한다. "절대 예술가들을 이해 못해요. 예술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밖에 없죠." - P203

어머니의 장기에 나타나는 걱정스러운 증상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데지친 나는 부모님 댁에 그다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연민을 느낀다. 어머니는 이세상에서 많은 것을 가져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고, 또 그나마 가질 수 있었던 얼마 안 되는 것들마저모두 잃어버린 사람이니까. 어느 날 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크고 노란 봉투 하나가 내 방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거기 들어 있는 게 뭔지 아는 나는 실망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다. 봉투를 뜯는다. 그들이 돌려보낸 건 내 노트다. - P212

나는 그 편지를 가지고 비고 F.에게 건너간다. "아, 그래요." 그가 말한다. "그럴 줄 알았어요. 레잇셀 출판사에 보내 봅시다. 이런 일로 상처받지 말아요. 자신을 믿어요. 안 그러면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우리는 시들을 레잇셀 출판사에 보내고, 그것들은 한 달 뒤에 되돌아온다. 나는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들이 훌륭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비고 F.는 거의 모든 유명한 작가가 시련을 겪어 왔다고 했다. 그렇다, 만약 모든 게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시들은 거의 모든 출판사를 한 번씩 거쳐 내게 돌아오고, 용기를 계속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자 비고 F.는 이 상황이 그저 돈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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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2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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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숙련공

"계속 그렇게 별나게 굴면," 어머니는 말한다. "너 절대 결혼 못 한다." "어차피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걸요." 멍하니 앉은 나는 사실 그 절망적인 대안을 떠올리고 있지만, 대답은 다르게 한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하나 떠올린다. 착실한 숙련공. 나는 숙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지만, 미래의 모든 밝은 꿈을 가로막는 건 ‘착실한‘이라는 단어다. 그 단어는 비 내리는 하늘처럼 온통 회색으로 물들어 있어서 스며 나오는 밝은 햇빛을 느낄 만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만 가서 자야겠다. 알겠지만 우리 일찍 일어나야 돼. 잘 자렴." 어머니는 문가에 서서 인사를 건넨다. 의혹과 상심으로 물든 모습. 어머니가 사라지자 나는 커피포트를 치우고 부고를 다시 읽는다. 그의 이름 위에 검은색 십자가 표시가되어 있다. 그의 다정한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고, 목소리가 들린다. "2년 있다가 다시 와요, 학생." 단어들 위로 눈물이 떨어지고, 나는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일 거라고 생각한다. - P22

"크로그 씨네 건물이 헐렸어." 내가 말한다.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혹시 아니?" "아니." 루트는 청년의 어깨 너머로 말한다. "그리고 그건 나랑은 개뿔 상관없는 일이야." 그들은 서로의 품속으로 다시 파고들고, 나는 그들을 지나 마당을 가로지른다. 나는 단지 뒤채의 계단을 오르다가 내가 태어난 이곳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문득 이곳이 참을 수 없게 느껴지고, 이곳의 모든 기억들이 어둠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사는 한, 나는 외롭고 이름 없는 삶을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는 내 어떤 부분도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모서리 하나를 겨우붙잡을 때마다 내 손아귀를 슬쩍 빠져나간다. 사람들은죽고, 그들 머리 위의 건물들은 헐려 나간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지속되는 건 오직 내 어린 시절의 세계뿐이다. 거실로 올라와 보니 언제나와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아버지는 자고 있고, 어머니는 식탁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흰머리는 사라졌는데, 어머니가 극비리에 머리를 염색했기 때문이다. - P48

신념 때문에 시련을 겪은 나는 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마치 잔 다르크나 샤를로트 코르데처럼, 나 역시 세계 역사에 이름을 새겨 넣을 한 명의 젊은 여성이 된 것 같다. 그러기에는 시 쓰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는 하지만, 뭐 어쨌든 말이다. 나는 허리를 똑바로 펴고 고개를 높이 든 자세로 계단을 올라가고, 상처 입은 존엄을가득 품은 채 들어선 거실에서는 아버지가 세상을 향해 등을 보인 자세로 누워 자고 있다. 왜 이렇게 집에 일찍 왔느냐고 묻던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그 일자리는 좋은 자리였고, 끊임없이 직장을 바꾸는 여자와 결혼하려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 가며 점점 화를 낸다. 어머니는 이번에는 나를 지지해 주지 않고,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깨어나도록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고 식탁에서 약간의 소음을 낸다. 드디어 아버지가 깨어난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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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주석판 19
이덕화 / 도솔 / 199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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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희망, 그래도 사랑. I wish I had a boy.를, I’ll try it again.을 수십번 외치는 노인. 소년을, 물고기를, 죄를 생각하는 노인. 진정한 어부의 숙명에 충실한 노인. 어려운 낚시 용어 풀이가 하단에 있어 그나마 읽기 수월했다. 재독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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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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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어렵고 내용도 어려웠다. 여성 억압의 핵심은 자녀 출산과 자녀 양육의 역할이라는데 깊이 공감하고, 오이디푸스로 풀어내는 인종/성 관계는 흥미롭고, 성과 계급과 문화를 아우르는 궁극의 목표는 창대하다. 그러나 파이어스톤급 혁명은 도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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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28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 어려운 책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완독을 축하합니다.
우리는 바뀌는 세상을 기대하며 8월에도 힘차게 전진합시다. 뽜이팅!!

햇살과함께 2023-07-28 10:28   좋아요 1 | URL
저에겐 넘나 어려운 책. 변증법도 어렵고 혁명도 어렵고...
그렇지만 파이어스톤 넘나 멋짐요.
8월도 기대합니다. 바쁜 다락방님도 파이팅!!

건수하 2023-07-3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완독 축하드려요 ^^!

햇살과함께 2023-07-31 12:14   좋아요 0 | URL
네~ 감사~
이번 책 특히 어렵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