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다른 삶에 관해 그녀가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아들을 두려워했다. 그녀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루스가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던 부부간의 친밀한 생활과 조시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 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할아 - P240

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결코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브라운필드와 그레인지는 서로를 저주했고 상대방의 연륜이나 젊음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레인지의 사랑에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의삶이 그러했듯, 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 그런 폭력이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조시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어린 아이가 파괴된 가족애의 결과와, 돌덩이와 같은 증오와, 검게 탄 마음 사이의 영역과,울부짖는 영혼의 복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 P241

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멤의 집으로 달려가 멤과 손녀들이 마당 한가운데 함께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던 그날 밤 일을 다시는 떠올리기 싫었다. 손녀들 중 대프니와오넷은 멤의 아버지인 북부 출신의 말씨 부드러운 목사와그의 아내가 급히 데려가 버렸다. 그들의 턱은 경악으로벌벌 떨리고 있었다. 비극에 마음이 갈가리 찢어진 노인은아내보다 더 깊이 슬퍼하며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고자 하였다. 오래전 아이들의 엄마를 거부했던 그가 말이다. 루스만은 친할아버지의 품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레인지가 그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만큼 강렬한 열망이었다. - P246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후에도 그럴 수 있다니. 처음에조시는 그가 겁에 질린 아이에게 그토록 애정을 쏟는 것을우습게 여겼을 따름이었다. 그녀는 그가 아내인 자신은 그처럼 아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처음 조시와 결혼하고자 한 동기가 의심스러운 것이니만큼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당연했다. 그녀의 약점은그를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고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결혼하면 그가 자신에게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으리라 믿었다. - P247

집사들이 그를 달래며 친절하게 교회 밖으로 이끌었다. 그레인지는 깊은 좌절감으로 그들을 증오했다. 남부에서처럼 북부에서도 백인 이웃을 사랑해 봐야 남는 것은 마약에찌든 몸뚱이와 부모를 경멸하는 아이들뿐이었다. 그들은어째서 자기 자신을 전혀 사랑할 수 없고 자식들을 향해분노만을 뿜어 대는지 그 까닭을 감히 헤아려 보기나 했을까? 아니, 전혀 아니다.
그는 7번가의 한 모퉁이에서 소리쳤다.
"그들을 향한 증오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할 것입니다. 단결할 유일한 방법은 증오입니다. 어쨌든 우리는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들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제 말은그 증오를 밖으로 활짝 터트리고, 젊은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증오를 가르친다면굳이 고통의 학교에서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P270

그래서 그는 베이커 카운티와 조시에게로 돌아왔다. 이곳은 그의 고향이었고, 그녀는 세상에서 그를 사랑하는일한 사람이었으며, 성스런 안식처를 사기 위해 그가 가진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래도록 그에 대한 사랑과 희망으로 살아 왔던 조시는소중한 생계 수단인 듀드롭인을 팔라는 그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는 자신과 그녀의 돈을 합쳐 농장을 샀다. 시내와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소나무와 오크나무 숲 뒤에 자리한농장이었다. 그는 직접 일용할 양식을 키웠고, 술을 만들었으며,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말렸다. 마침내 그는 자유로워졌다. - P272

그녀는 한참 후에야 할아버지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가죽은 후에도 그녀는 모든 것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잔혹함과 살인이 그의 인내심과 힘을, 그리고 사랑을 키웠다는사실을. - P275

나원 참.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 같으니라고. 나한테 아줌마 같은 마누라만 있었어도요 모양 요 꼴은 안 됐어요."
조시가 완전히 분노에 빠져 그의 말에 장단을 맞춰 줄때면 브라운필드는 신이 났다. 이내 그는 처음 세웠던 계획에 조시를 끌어들였다.
"여기서 나가면 당장 루스를 데려가겠어요. 그러면 예전처럼 두 사람이 오붓하게 지내게 될 거예요.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죠." - P292

"정말요? 거짓말이죠?"
그레인지가 유쾌하게 말했다.
"나랑 있을 때는 ‘거짓말‘ 같은 단어는 입에 올리지도 말아라. 사람들이 네가 본데없이 자랐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할아버지랑 저뿐이잖아요.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게다가 제가 아무리 할아버지를 낯부끄럽게 한들, 할아버지가 술이랑 도박으로 우리 돈을 다 날리는 것만큼이나 부끄러운 짓이겠어요?" - P297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하고 루스가 팔베개를 한 채 태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할아버진 나쁜 사람이에요. 정말 나쁜 노인네라고요. 본데인지 뭔지가 없는 그런 사람 말예요."
그녀는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 P299

그는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전혀 기뻐하지 않으며 물었다.
"아이 이름은 뭘로 하지?"
그녀는 우울해 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앞에 뭐가 보여요?"
문 앞에 서 있던 그는 가을빛으로 물든 조지아의 목화밭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는 대답했다.
"갈색 들판."
그는 혹시 저 들판이 세상의 나머지 부분까지도 모조리덮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따스한 품안에서 잠든 아기를 내려놓으며말했다. - P302

그는 재빨리 과거를 돌돌 말아 날카로운 곳을 없애고 날선 곳을 지운 뒤 그 위에 드러누웠다.
"내 생전 너처럼 건방진 애는 처음이다." - P304

그녀는 신화, 브론테자매*, 토머스 하디, 그리고 로맨스 작가들을 좋아했다. 만약 무인도에 난파된다면 그녀는 『제인 에어』와 포켓판 유의어 사전과 아프리카에 관한 모든 책을 챙길 것이었다. - P335

네놈이 이 애 어미를 죽여서 말이야. 이 아이가 아빠가 필요했던 그 긴 세월 동안 너는 대체 어디에 있었냐? 그 어디에도 없었어! 심지어 한지붕 아래 살 때조차 너는술독에 빠져 아이 곁에 있어 주지 않았어. 그러곤 네가 유일하게 가진 소중한 사람을 죽여서는 감옥에 처박혔지. 뉘우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 네가 무슨 수로 백인들을 얼러 그렇게 일찍 나왔는지 도통 모르겠군. 하긴 검둥이가 검둥이를 죽였는데 백인이 관심이나 두겠어! 당신나랑 약속했잖아." - P345

"모조리 그놈들 탓이지."
여전히 등을 돌린 그레인지는 브라운필드와 조시에게서 채 계속 루스에게 말했다. 그는 찌르기 춤을 추는 것처럼손을 휘저으며 숨쉴 겨를도 없이 급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자기가 자기 인생을 망쳐 놓고는 남 탓하는 게 얼마나위험한 짓인지 내가 잘 알아. 나도 바로 그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야! 내가 아무리 똑바로 생각하려고 해도 흰둥이들이 내 머리를 타락시켜 버렸어. 모든 게 그놈들 탓이라고 믿는 그 순간 그놈들은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지! 모든 잘못이 다 그들 탓이 되는 거야. - P347

그가 그들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 아님을 조시는 알고 있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남자의 특권이기 때문에 그들(혹은 적어도 그중 한명)을 데려오려는 것이었다. 조시는 악에서 구해 달라고 신에게 믿음 없는 기도를 올렸다. 그때 뒤에서 브라운필드가 걸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이웃 여인네 두 사람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들은 브라운필드가 들어오자 - P372

그날 밤 내내 조시가 신세타령을 늘어놓자 브라운필드는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모든 게 백인 놈들 때문이야."
브라운필드는 별안간 까닭 없이 그 말이 거슬렸다. 그 역시도 자기 삶이 그 모양으로 굴러 떨어진 것을 모두 백인 탓으로 돌렸으면서 말이다. - P376

아줌마 말대로라면 그 녀석이 백인 자식이라서 내가 그렇게 한 셈이지. 하지만 백인 자식이 아니라는 건 나도고 있었어. 하얗긴 해도 나, 아니 아버지를 그대로 빼닮았거든. 손자니깐 당연한 거지. 아기는 우리 부자를 닮아 있었어. 못생겼지. 게다가 시내에 가서 테일러 의사 선생한테 물으니 가끔은 그런 일이 있다더군. 좀 있으니 아기 머리에서 지독히도 꼬불꼬불한 머리가 자랐어. 그 애가 내자식인 게 확실했지. 백인 놈이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그년모가지를 부러트릴 걸 멤은 알고 있었어. 설령 백인 새끼가 그년을 두들겨 패서 강간했다고 해도 난 가만 있지 않았을 거야! 그년은 그걸 알고 있었어. 아줌마도 그년이 젊었을 적을 봤으니 알겠지. 빵빵했지. 그래서 백인이 근처에 얼씬거리면 일부러 병신처럼 굴었어. 그러면 놈들이 어떻게 저리도 못생긴 년이랑 결혼했냐고 놀리며 내 성질을건드렸지. 그놈들은 아줌마 조카가 베일 아래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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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scared Stanley the most about dying wasn‘t his actual death. He figured he could handle the pain. It wouldn‘t be much worse than what he felt now. In fact, maybe at themoment of his death he would be too weak to feel pain. Death would be a relief. What worried him the most was the thought of his parents not knowing what happened to him, not knowing whether he was dead or alive. He hated to imag-ine what it would be like for his mother and father, day afterday, month after month, not knowing, living on false hope. For him, at least, it would be over. For his parents, the painwould never end.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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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J 다홍. 이번 호도 풍성한 그림책 한가득.















관심있는 그림책 찍어두고,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아르고스. 코리 R 테이버 작가의 <간다아아!>. 2022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원제의 라임을 살리지 못하되, 이미지로 잘 표현한 제목 디자인.










그외 원제나 표지를 변형한 그림책들 중 관심있는 책.















물냉이. 2022년 칼데콧 대상, 뉴베리 영예상 등을 수상한 중국계 미국인 작가의 그림책.

영화에 <미나리>가 있다면 그림책에 <물냉이>

그외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의 그림책
















폴란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오트르 소하가 그린 풀빛 지식 아이 시리즈.

<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재미겠다 ㅎㅎ 

















수원화성에 관한 그림책도 찾아 보기.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이 쓴 그림책이라고? 방송인 오상진이 번역했다고?

이 책에도 암호와 코드가 숨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폴 젤린스키의 첫 그림책.















우정에 관한 그림책 중. 고양이니깐.















일본의 그림책 작가 안노 미쓰마사의 첫(1968년) 그림책 <이상한 그림책>.
















기대되는 신간 소개 중 관심있는 책.















베스트셀러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이 책도 아직 안읽었는데 읽어봐야겠다) 작가들의 신간 <할머니의 뜰에서>

그림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거리에 핀 꽃> <바닷가 탄광마을> <괜찮을 거야>도 좋았다.














더 있지만 이만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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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가요. 애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주먹이 날아올 것을 대비해 여위고 가칠한 목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웃으며 둥근 옥수수빵으로 흩어진 완두콩을 꾹꾹 눌러 계속 먹어 댈 뿐이었다.
"물줘."
그가 오넷에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녀는 돼지에게 구정물을 갖다 주는 셈 치기로 했다. - P149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그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가 그렇게 읽고 쓰기를 가르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읽고 쓰기를 할 수 없었다. 읽고 쓰기 수업은 구애와 함께 시작되었다가 결혼과 함께 끝이 났다. - P155

옆방에 있던 아이들은 눈물이 어찌나 더디게 흐르는지 재채기가 날 지경이었다. 대프니와 오넷은 부들부들 떨고있는 서로의 여윈 팔을 꽉 쥐고는 따스한 붉은 혀로 짭조름한 눈물을 서로 핥아 주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비틀거리다 자기 칼 위로 넘어져 어떻게든 심장에 칼날이 콱 박히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루스는 계속 울먹이고 있었다.
"이리로 올까?"
오넷은 언니에게 물으며 여기서 달아날 방법과 남자가 되어 언니를 보호할 방법을 궁리했다.
"오겠지."
속삭이는 대프니의 목소리에는 어른의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
"저 자식이 여기로 들어오면 널 붙잡도록 잠깐만 가만히 있어. 그럼 내가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져올게."
그녀는 눈물 자국을 따라 동생의 뺨을 조심스레 핥았다.
"내가 돌아왔을 때 저 새끼가 널 한 대라도 때렸다면 당장 배때기를 확 찔러 버리겠어!"
아이들이 침대 아래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사이 새들이 새벽을 알리며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들은 섬뜩한 살인이 그대로 이루어져 자유를 얻기를 꿈꾸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 P167

그는 냉동 파이 공장에서 일하면서 얻은 만족에 분개했다. 새 일이 목화나 옥수수밭 일이나 낙농장 일보다 더 쉽다는 것이 그에게는 부당하게만 보였다. 사실 조립 라인에서 복숭아 파이 쟁반을 놓는 일은 몹시 지루했다. 하지만 수년간 백인들의 소를 돌보며 돌아다닌 뒤인지라 단조로움은 도리어 그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 건물 안이 골고루 시원했기에 들판의 찌는 듯한 더위가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아득했다. 손도 덜 축축했다. 손이 젖을 일을 할 때면 언 - P180

제나 고무장갑을 낄 수 있었다. 그는 파이 원료 혼합물을 커다란 통에 쏟아붓는 것을 즐겼고, 압력솥의 물 공급 호스를 조절하는 걸 좋아했으며, 거의 새것 같이 반짝거리는 커다란 기구들을 매일 씻기를 고대했다.
새집에도 개선의 느낌이 감돌았다. 하얀 욕조와 세면기와 거울과 하얀 변기가 딸린 실내 화장실. 이제 그는 비를 맞거나 지독한 냄새에 시달리는 일 없이 볼 일을 보고, 일어나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스런 핏발이나 사나운 노란 빛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거의 신사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는 이제 자신이 백인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 P181

그녀는 막내였고 아직 네 살도 채 안 되었다.
"아버진 개새끼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담요를 덮었다. 브라운필드가 그녀에게 가한 최초의 주먹질을 느끼지 않기 위해. - P192

내가 남자라면, 하고 멤은 찡그린 얼굴로 접시를 닦으며 생각했다. 내가 남자라면 눈에 띄는 모든 남자와 지금껏 만났던 온갖 남자들을 모조리 두들겨 패 줄 텐데. 그중 몇몇은 칼로 배때기를 확 갈라 버리겠어. 야비하기 짝이 없는 고집불통 개새끼들을 말이야. - P152

대프니는 오넷보다는 너그러웠다. 오직 브라운필드가 멤을 괴롭힐 때만 그녀에게서 살기가 돌았다. 브라운필드가 자신을 때릴 때면 대프나는 불타오르는 완벽한 공허로 마음을 유지함으로써 견뎌 냈다. 어릴 적의 추억 때문이었겠지만 대프니는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녀의 신경은 매우 예민해졌다. 그녀는 아주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펄쩍 뛰었다. 신경과민이 심해지자 브라운필드는 그녀를 놀렸다. 그는 대프니가 아둔하고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욕설을 퍼부었고, 대프니가 아니라 대피*라고 불렀으며, 옆구리에 멍이 들도록 꼬집었다. 그래도 그녀는 몸의 떨림을 감추려고 애쓰며 용감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그 집을 경멸했다.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불가능했고, 브라운필드가 멤에게 강요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루스나 오넷보다더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집을 증오했다. 겨울엔 추웠고, 사시사철 따뜻할 때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그녀는 집에 대한 증오를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철저히 분리시켰다.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루스와 오넷은결 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대프니만큼 브라운필드를 너그럽게 봐줄 수 없었다. - P197

루스는 오래도록 유심히 할아버지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은 젖어 있었고 뺨은 파르르 떨렸다.
"할아비는 그만 보거라."
그의 목소리는 쓰디썼다.
"네가 아는 것 외에는 나도 전혀 모른단다."
그는 팔을 뻗어 세상 모든 일을 암시했다.
그 후 할아버지가 허풍으로라도 루스에게 그처럼 심각하게 말하는 일은 다시 없었다. - P215

이야기의 뒷부분을 듣던 루스는 웃음을 터트리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와 그레인지는 교회 안에서 전통의 부조리를 흉보며 실없는 여자애들 마냥 나직이 낄낄거리는 일이 잦았다. 교회에 가는 것 또한 전통의 부조리 중 하나였다. 목사나 옷을 쫙 빼입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둘을 무시무시한 신성 모독의 화신으로 여겼다. 하지만 토요일 밤마다 마누라를 두들겨 패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작자들이 일요일마다 자기 정의감에 불타 하느님에게 경의를 표하며 얌전 빼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레인지와 루스는 우습기 짝이 없었다. - P232

그가 길에 주저앉으려고 들면 루스가 회초리로 그의 다리를 때려서 막았다. 그가 우울해 할 때마다 루스는 자신이 할아버지보다 더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술에서 깨면 그녀는 그의 머리가 아프든 말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담배도 그가 직접 찾아서 불 붙이게 했다. 그렇게 무시해 버리면 월요일 밤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겁에 질려 뻣뻣해졌다. 자신이 손녀를 너무 멀리 밀어내버렸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아직 어린애라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 오해할지도 몰랐다!) 그는 그녀가 나중에 자신에게 반항하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는 자기 아들의 아버지가 된 것을 저주했고, 아들의 딸이 자신을 아들과 똑같이 여길까 봐 염려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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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필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머니는 언제나 아버지의 말에 동의했다. 브라운필드는 겨우 열 살이었지만 어머니의 그런 태도가 매우 이상했다. 어떤 면에서는 마거릿이 - P16

그들의 개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녀는 그의 아버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복종심을 보일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P17

사촌들이 한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다 보니 브라운필드는 머리가 아팠다. 부모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스며들었다. 피가 머리로 몰려 몸이 불편해졌다. 그는 열에 들뜬 채 지나온 날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생각했다. 열기, 감기, 일, 교활해 보이는 은근한 미소 뒤에 한결같이 놓여 있는 절망의 느낌들. 겨울의 굶주림, 궁색하고 무표정한 얼굴들, 어머니가 미끼와 비료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혼자서 씹던 나무껍질의 느낌들. 부드러운 피부와 깨끗한 우윳빛 숨결의 어머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아버지, 피할 수 - P26

없이 돌진해 오는 앎의 느낌들. 이는 마치 거센 바람과 번쩍이는 홍수를 몰고 와 침묵을 산산조각내고 그들 모두를 가차없이 짓눌러 버리는 여름 태풍과 같았다. 언젠가는 그도 모든 것을 알게 될 테고 사촌들과 아버지, 심지어 어쩌면 신과도 대등해질 것이었다. - P27

피칸 나무처럼 윤이 나는 짙은 갈색 피부에다 키가크고 마른 그레인지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이제 서른다섯 살이었지만 힘든 농사일로 등이 다소 굽어 실제보다 더 늙어 보였다. 얼굴과 눈에는 정열이라고는 전혀 없이 슬픔과 공허가 맴돌았다. 마치 거대한 불이 일어 그의 내부를 완전히 태운 후 최근에야 꺼진 듯싶었다. 브라운필드가 보기에 그는 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단 하나, ‘혼란‘ 만은 예외였다. 혼란이 어찌나 극심한지 그는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손짓은 계속되었지만 막연히 아무 곳이나 가리키고 있었으며, 입술은 움직였으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그레인지는 어깨를 들어올렸다가 떨어트렸다. 브라운필드는 그 몸짓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음을 나타내는 어깻짓이었다. 즉, 집을 손볼 도리가 도저히 없으므로 손짓은 이제 그만두겠으며 다시는 집을 고칠 생각도 않겠다는 뜻이었다. - P30

그 공상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내와 요리사의 얼굴이 끊임없이 서로 바뀌었던 것이다. 처음에 아내는 요리 때문에 땀이 번들거리는 흑인이었다가 그의 손길이 닿으면 피부가 보송보송한 백인으로 변했다. 그의 꿈꾸는 자아는 분명하게 결정 내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얼굴엔 한번도 집중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을 그저 천사와 같은 존재로, 두 개의 빛나는 온기처럼 인식했다. 아이들 - P38

은 그를 사랑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며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텅 빈 공기를 마치 아이들의 머리인 양 어루만졌다. - P39

매덜레인 자매는 인디언 추장 얼굴을 조시에게 향한 채 천천히 걸었다.
"배운 게 많은 아들아이는 마녀 올라타기에 관한 이론을 철저하게 믿고 있죠. 난 가족의 평화를 위해 아들애와 논쟁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말이에요, 마녀를 믿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오늘날처럼 될 수 있었겠어요? 난 마녀가진짜 있다는 걸 알아요. 내 몸에 붙은 마녀를 떼어 낸 적도 몇 번이나 있는걸요. 아들아이는 대학에서 마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우죠. 거기선 낡은 소파를 이용하는 프로이트라는 사람을 믿는다나요. 글쎄, 내가 어떻게 소파 따위를 믿겠어요! 하긴 젊은 것들이 알긴 뭘 알겠어요?" - P72

그는 그녀를 뒤쫓는 데 점점 더 열을 내기 시작했다. 좋은 몽둥이를 구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숲 속을 ‘그냥 걷는다‘는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도대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요?"
하루는 브라운필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조시에게 물었다. - P86

삼 년 후, 그는 여전히 같은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빚은 목구멍까지 차올랐고, 멤은 둘째 아이로 배가 산만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들의 결혼식이 자신을 죄악과 악마로부터 탈출시켜 사랑과 하나 되게 한 성공의 절정이라고 여겼다. 요 몇 년 사이 영원한 노예 신세가 될지도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끊임없이 좀먹었지만,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는 믿음만큼은 파괴할 수 없었다. 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도, 잠자리를 챙길 때도 노래를 부르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도, 고달픔과 실의에 빠진 남편이 그녀의 따스하고 둥근 가슴으로 파고들며 기운을 추스를 때도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그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 P95

그 흑인 아이는 바로 브라운필드의 첫째 딸 대프니였다. 그해에 그는 비로소 눈을 떴다. 훗날 딸애가 멋진 숙녀가 되어 양산을 쓰고 얇은 비단옷을 입으리라는 희망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그해에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아버지의 인생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아이들을 노예 신세에서 구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그에게 속해있지도 않았다. - P100

그의 구겨진 자존심과 뭉그러진 자아는 멤이 선생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질질 끌어냈다. 그녀의 지식은 읽고쓸 수 없는 남편에게 극도의 불명예일 뿐이었다. 그녀를 백인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한 것은 바로 그의 위대한 무지였다. 그는 그녀를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그녀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로 하여금 다른 남자, 즉 흰둥이들에게 꼬리 쳤다고 억지 부리며 아내를 두들겨 패게 한 것은 바로 그 자신과 그의 인생과 그의 세계에 대한 분노였다. 그의 분노와 그의 노여움과 그의 절망이 그를 지배했다. 분노는 그가 모든 것을 그녀 탓으로돌리게 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리했다. 그녀는 자신의 짐과 더불어 그의 짐까지 모두 받아 들고는 더 넓은 마음과 더 높은 지식으로 그것들을 짊어졌다. 그는 그녀의 더 넓은 마음은 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더 높은 지식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를 힘에,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 P102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오직 대프니만이 브라운필드가 자식들을 멸시하기 전인 ‘좋은 시절‘을 아련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기와 오넷을 나무 아래에 앉히고는 브라운필드가 예전에 얼마나 좋은 아빠였는지 들려주었다. 브라운필드는 어쩌다 그녀가 아기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엿들었다. 그녀는 소중히 간직한 아빠와의 - P134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동생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것만 같았다. - P135

브라운필드는 쓰라린 표정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떠난 이후 엄마의 하루하루도 뒤죽박죽이었어요."
그는 감정을 가득 담아 다정하게 ‘엄마‘ 라고 발음했다. 비록 그녀의 생애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늘 그렇듯 혐오스러웠음에도. 브라운필드는 그레인지가 자기를 버렸기 때문에 늑대들에게 물려 가도록 남겨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레인지가 떠났을 때나 브라운필드가 드롭인머물 때가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일만큼 용감하다고 스스로 - P128

확신했던 바로 그 삶의 비참함을 결혼생활을 통하여 되돌아보았을 때에야 든 생각이었다. 그는 사실 어머니가 어떻게 느꼈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레인지는 브라운필드를 바라보았고, 브라운필드도 그를 바라보았다. 조시의 그림자가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예전에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지금 역시도 그녀로 인해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이 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복수였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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