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정희진
안드레아 드워킨은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적 섹스, 삽입intercourse 자체가 폭력이라고 보았다. 섹슈얼리티는 성교가 아니다. 생리, 피임, 낙태부터 매 순간 권력관계요, 노동이다. "원 나잇 스탠드조차 깔끔하지 않다." 성폭력 피해 표현 중에 "he insides me(그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어요)"가 있는데,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페이드 포』의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성구매자들이 내 몸 안에서 움직인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 생각만으로도 몸이 아팠다(p.94)" - P10

이 책이 한국사회의 성매매 인식 변화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성매매에 대한 무지와 오해 자체가 폭력이다. 성매매는 상업화이어서, 비윤리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다. 몸과섹슈얼리티를 연구한다는 이들조차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상업화되고 비윤리적인‘ 문제는, 성매매 말고도 널려 있다. 성매매의 핵심은 성별성이지 상업성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성노동‘ ‘성노동자‘ 용어에 대한 나의 분노를 분명히 하고 싶다. 이 책에 나와 있듯이 성노동은 미화된 용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노동이다. 성산업에서 종사하는 일은 당연히 노동이다. 그러나 "노동이어야 한다. 노동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전혀 다른 논리다. ‘성노동‘은 성매매의 핵심, 즉 왜 이 노동이 여성에게만 부여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환원시키는 입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폭력을 행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노동이다. 성산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중노동이고 위험한 노동이다. 여성이 사망해도, 공권력도 가족도 나서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성노동‘ 담론이 여성 혐오에 근거한 무지의 산물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그럴듯하 통용되는 이유는, ‘노동의 신성화‘라는 서구 근대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식민주의 인식 때문이다. - P11

한국 독자들께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이론적으로 더 알게되면 사고가 진화하여 더 깊이 생각하고 더욱더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책의 출간후 제 생각, 언어, 정치성이 확실히 함양되었습니다. 오늘 - P20

날 다시 이 글을 쓴다면 사용하지 않을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매매 여성‘ 과 ‘손님‘ 입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용어는 사람이 실제로 자신에게 가해진 것을 체현―그들이 바로 그 단어라는ㅡ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노예‘라는 단어와 비슷합니다. 저는 더 이상 노예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노예가 된 사람들‘이라고 지칭함으로써 다음 두 가지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대상은 사람들이며, 노예가 된 상태는 그들에게 가해진 상황이지 그들이 노예의 본질과 같지 않다는 사실임을 강조하려 함입니다. 같은 이유로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손님‘이라는 단어를 책에 썼다는사실에 대해서 진심으로 후회합니다. 손님이라는 말은 원래 합당한 상업적 교환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책에서건 다른 곳에서건 성매매와 관련한 대화에 그 단어가 등장하면 마땅히 비웃으셔도 좋겠습니다. - P21

1. 첫 번째 질문
성매매 경험 당사자나 성매매 여성들에게 항상 물어오는 첫 질문이 있다. 언제나 같은 질문이다. ‘어떻게 성매매를 하게 되었나요?‘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인간이란 단선적 사고의 편안함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이 물음이첫 질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선적인 궤도로만 살지 않기 때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 P27

질문처럼 한 문장 이내로 혹은 일회적 대화로는 결코 완전히 답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질문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필수적인 것을 잃지 않고 집약하기엔 너무나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됐는지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균형잡힌 답을 하고자 하면 거미줄처럼 얽힌 각각의 다양한 요인들이 한 줄 한 줄 반짝이는 거미줄처럼 똑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P28

보거나 냄새 맡거나 만질 수는 없지만 마치 무언가 절대적으로 굳건한 것에 의해 세상과 세상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진 듯이 느끼며 자랐다. 성매매에 유입되어 있던 10대에는 세상과의 단절감이 너무도 크게 작용한 나머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더라도 내가 가위를 들고 있는 그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바에 가서 술을주문할 수는 있어도 내가 바에서 서빙을 할 수 있을 거라는상상도 절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자리들에는 생득적으로 적절함과 정상성, 품위가 있었고 슬프게도 나는 저 깊은 곳에서부터 그런 품성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 P30

잠재된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으로 느껴지지조차 않았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인지조차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인생은 참여적인 경험이어야 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소외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의 유일한 역할이 관찰자라고 믿을 수도 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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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is missing," she told Caleb. "Something." And she put it away.
"Dear William,"" Sarah read to us by lantern light that night. "Sliding down our dune of hay is almost as fine as sliding down the sand dunes into the sea."
Caleb smiled at me across the table. He said nothing,
but his mouth formed the words I had heard, too. Our dune.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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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탄 욘 포세는 몰라도 노벨경제학상 탄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내가 좀 알지 ㅋㅋㅋ


노벨경제학상 작가의 책 읽었다는 자랑 페이퍼 되시겠습니다.


방대한 자료 분석에 경의를 표하며, 재밌게 잘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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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10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집니다! 자랑할만하십니다 ㅎㅎ

햇살과함께 2023-10-10 18:11   좋아요 1 | URL
자랑! 자랑할만하죠?!! ㅎㅎ

다락방 2023-10-10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안그래도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햇살과함께 님 이미 읽으셨군요. 멋집니다!! >.<

햇살과함께 2023-10-10 18:1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골딘 교수님의 방대한 분석도 대단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분석을 할 통계자료조차 없을텐데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독서괭 2023-10-10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검색해서 넣으면서 햇살님 글 봤어요! 멋짐멋짐👍👍👍

햇살과함께 2023-10-10 18: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골딘 교수님 수상에 제가 덩달아 기쁩니다!

건수하 2023-10-10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이 책 알라딘 앱에 뜨자마자 햇살님 생각했어요!
그때 저도 궁금하다고 해놓곤 안 읽었는데... 엄청 뿌듯하실 거 같아요 ^^

햇살과함께 2023-10-10 18:15   좋아요 0 | URL
그죠 괜히 제가 뿌듯합니다 ㅎㅎㅎ
 

"And I was," Caleb finished.
Caleb thought the story was over, and I didn‘t tell him what I had really thought. He was homely and plain, and he had a terrible holler and a horrid smell. But thesewere not the worst of him. Mama died the next morning. That was the worst thing about Caleb.
"Isn‘t he beautiful, Anna?" Her last words to me. I had gone to bed thinking how wretched he looked. And I forgot to say good night. - P7

I wished everything was as perfect as the stone. I wished that Papa and Caleb and I were perfect for Sarah. I wished we had a sea of our own.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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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lark (Paperback)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199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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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영어읽기. 잔잔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소리내어 읽다가 울컥하는 이야기. 계속된 가뭄으로 험난한 상황에서도 땅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빠와 새엄마 Sarah가 함께 하는 다정한 가족 이야기. 이렇게 쉬운 영어로도 이렇게 포근한(그러나 이상적인!)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니. 전편인 <Sarah, Plain and Tall>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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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09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편을 변역서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로 읽었어요. 새라 아줌마랑 애들 잘 살고 있다는 소식 반갑네요.

햇살과함께 2023-10-09 08:25   좋아요 0 | URL
네 가뭄 위기를 극복하고 잘 살고 있어요! 마지막에 new baby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까지!

유부만두 2023-10-09 08:34   좋아요 1 | URL
아유, 새라 새댁 잘 됐네요! (퍼진 만두 아지매가 손뼉을 치며)

햇살과함께 2023-10-09 0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