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겹겹이 쌓인 부정성
이런 이유로 거리 성매매 여성의 자율성이 가장 크다. 이는 거리 성매매 여성을 가장 불행한 부류로 묘사하는 일반적 생각과는 대조된다. 성매매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른 면에서 운이 좀 없더라도 거리 성매매에서 가장 자율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1993년도 성범죄법이 거리 성매매 여성들에게 충격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별로 많지도 않았던 자율성 중 일부가 강탈되었다. 믿기 어렵게도 그 법령은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나 여성, 혹은 성매매 자체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 법령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불법화했다. 유인한다는 말은 성구매를 하려고 혹은 자기 자신을 성매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행위를 뜻하는 법률 용어이다. 따라서 그 법안은 거리 성매매 여성들만을 범죄시하고, 표적으로 삼았다. 이는 성매 - P120

매를 실내로 몰아넣는 뚜렷한 결과를 초래했다(의도됐다고 생각한다). - P121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여성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립 쇼를 해가 없는 구경거리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 음란하고 외설스러운 말들을 아우성치는 술 취한 남자들 50, 60명 가운데 서서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층들을 천천히 벗겨낼 때, 심장이 가슴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리는데 무해하거나 재밌지 않다. 정신적으로 철저히 침범된다. - P125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 P127

9. 타락의 상호작용
성매매 내 타락의 상호작용은 바로 이와 같다. 영향을주고, 반영하며 합병하면서 쌍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요구되면 제공되고, 찾으면 충족되고, 제시되면 받아들여진다. 타락은 스스로 갱신하고 재생하는 데 고수이고, 특정 박테리아가 습한 장소에서 가장 잘번식하듯이 타락은 성매매를 가장 최적의 환경으로 여긴다.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구매 자제 중인 요즘이다. 그 긴 연휴에도 독립서점 마실도 한 번 안가고. 알라딘 중고서점 딱 한 번 갔네.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새 책 같은 중고 구매. 최근 읽은 페미니즘 책이나 에세이에서 자주 언급되던 책이라 안 살 수 없었다(원래 딴 책 사러 갔으나 이 책만 구매). 가장 최근에 읽은 정희진 선생님 책에도 또 언급되었고.


<페이지 보이> 9월에 북펀딩한 책. 지난주 도착. 빨리 읽고 싶지만 읽던 책/빌린 책 좀 처리하고 읽어야지.


<승리의 함성을 다 같이 외쳐라> 오늘 새벽 도착. LG의 페넌트 레이스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예약구매로 나온 책. 유부만두님 북플에서 보고 바로 땡투하고 구매. 염세주의자 LG팬인 둘째 왈 "이 책이 지금 나온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 안될 것 같아서 아냐??" 라고. 믿어보자 LG. 최종적인 진짜 승리의 함성을 외칠 수 있기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10-13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세주의자 둘째 ㅋㅋㅋㅋ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이 책이 많이 언급되는군요? 저는 처음 봤네요. 담아둡니다~

햇살과함께 2023-10-13 17:22   좋아요 1 | URL
정희진의 공부에도 나왔던 것 같아요! (가물가물….)

건수하 2023-10-13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째 저랑 코드가 좀 맞는데 ㅋㅋㅋ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더 잘 팔리고 한 권 더 내는 거죠!

햇살과함께 2023-10-13 17:24   좋아요 1 | URL
저보다 더 염세적? ㅋㅋ
원래 기대감이 있을 때 잘 팔리는 법이죠~!
 

5. 노숙
노숙. 노숙에 대한 기억은 실낱같은 기대도 없이 상실의 울림만을 자아냈던 시간들을 불러일으킨다. 기쁨이 없고, 대개 희망도 없었다. 아직도 주로 밤에 따뜻하고 편한 침대보 속에 누워 있으면 생각난다. 추워 떨면서, 배 고프고 목마른 채로, 외롭고 피곤한 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채로 밖에서 배회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고는 따뜻한 침대 속에서 몸서리치며 그들을 위해 짧은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난 후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인데, 그 이미지를 마음속에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 P87

노숙은 성매매 유입 경로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경우엔 종종 가출의 결과로 나타난다(내무성, 2004a). 가출은견딜 수 없는 가정으로부터 벗어나 새 출발을 하는 수단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취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상황에 대한 통제를 해보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은 삶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려는 시도를 함과 동시에 기만 행위에 더욱 취약해진다.
ㅡ쿠식 외, 2003

위 결과는 영국 내무성 보고서로 출간되었고, 2005년루하마 연구 보고서 『다음 단계를 위한 시책에 재인용되었다. 노숙은 정신적 외상을 초래할 만큼 가차 없으며 철저하게 충격적이어서 누구라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방법이 위험하든지 역겹든지 무조건 택하게 된다. 10대 청소년 노숙과 성매매 간의 연관성은 아주 분명해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았어도 그 실재를 이해했을 것이다. - P88

6. 첫날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남자친구 옆에 누웠을 때,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내 안의 어떤 곳에서 눈물이 나왔다. 아프게 하는 그것을 뭐라고 부를지 몰랐다. 그날 아침 잠에서깼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으로 잠드는 느낌이었고 정확히많은 면에서 그게 바로 일어났던 일이었다.
이제 글을 쓰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순간 산문적 말더듬증을 경험하고 있다. 한 줄을 쓰고는 10분간 그저 응시한다. 적당한 길이의 문단을 써내는 작업은 고된 위업이다. 정신과 의사라면 쥐어짜낸 이 글을 분석하는데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작업이 왜 힘든지알기에 분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성매매로의 유입은 한 세 - P95

계에서 다른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감이고, 그 과정을 회상하면서 잃어버린 순수함과 선함을 다시금 애도하게 된다.
기록을 견뎌내야 하는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다른 상황이지만 노숙을 하게 된 첫날 느꼈던 매우 이상한 기분들이 상기된다. 성매매 집결지에 서 있도록 강요되게끔 내 자신을 최초로 허락했을 때, 이상하고 역설적이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듯한 기분이 샘솟았다. 가출 이후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본 뒤 그 감정이 주도권 상실에대한 반작용이었음을 자각하고는 얼마나 어리석게 느꼈는지 모른다. - P96

성매매 여성은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그 상황에 깊이 머무르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쓴다. 성매매 경험을 기록하는 동안에는 필수적으로 그 경험들에 머물러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 경험들을 다시 살아내며 느끼는 감정들은 원경험보다 심리적 차원에서왠지 더 깊다. 더 상처가 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느낌을 면밀히 검토하고 원경험의 유해한 요소들을 더 깊이이해할 수 있도록 내면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위협적이거나 대단히 충격적인 환경에 놓이면심리적으로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바 있다. 인간 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서 『거짓의 사람들』에서 스콧 펙 박사는 "감정에 대한 느낌이 압도적으로 고통스럽거나 즐겁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마비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쓴다. - P9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0-13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부지런히 읽고 계시네요.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빠샤!!

햇살과함께 2023-10-13 18:25   좋아요 0 | URL
책은 어렵지 않고 재밌네요! 퇴근하고 다른 책 읽느라 진도를 못나가고 있지만.. 주말에 좀 땡겨보겠습니다!!
 

어둠상자
아이가 오솔길을 따라 절벽을 다 올라갔을 때, 오두막집은 주변을 깡충깡충 뛰놀며, 앞발을 변호사나 파리처럼 비벼대고 있었다. - P113

아홉 생명
"낡은 블록에서 떼어낸 조각들이란 말이로군." 마틴이 용감하게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여자를 만들 수 있었지…?"
그 질문에는 베트가 대답했다. "복제한 세포 절반을 여성으로 바꾸는 일은 쉽습니다. 세포 반에서 남성 유전자를 제거하면 기본 세포, 즉 여성으로 돌아갑니다. 오히려 거꾸로 하는 게 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공적으로 Y염색체를 넣어주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클론은 남성으로부터 만듭니다. 클론은 양성이 있을 때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거든요." - P234

물건들
언덕회관으로 올라가던 또 다른 이웃은 황금빛 오후 햇살을 받아 부드럽고 발그레하게 빛나며 쌓여 있는 예쁘장하게 구워진 벽돌 더미, 덩어리, 무더기들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그곳에쌓여 있는 벽돌 무게만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건들, 물건들! 물건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해, 리프, 자네를 끌어당겨 가라앉힐 무게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우리와 함께 가자고, 종말의 세상 위쪽으로 말이야! - P276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10-14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발을 변호사나 파리처럼 비벼대고 있었다.ㅋㅋㅋ 토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3-10-14 09:50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좀전에 서곡님 페이퍼 보고 오랜만에 빌리 홀리데이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댓글 남기려 했는데 저보다 먼저 남기시다니 ㅎㅎ
ㅋㅋㅋ 변호사 까는 이런 표현 좋습니다
이 책 진도가 너무 안나가네요.. 전 역시 SF 체질이 아닌가봐요.. 아직도 100페이지가 남았어요;;;;
서곡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서곡 2023-10-14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흐 저도 에스에프는 영화로나 보지 책은 잘 읽어서 르귄은 산문만 읽어봤네요 ㅎㅎ 응원합니다 즐독 열독 화이팅요!!!
 

3. 어머니의 질환
문제 가정의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가족이 형성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상처는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만남 속에 이미 도사리고 있다가 이 파괴력이 잠재된 사랑으로 창조된 아이들을 통해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그렇듯 부모님 두 분 모두 사랑이 주는 위로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안타깝게도 그 손이 서로를 향했다. 결함이 있고 균열됐을지라도 사랑이 존재했기에 내가 이 자리에서 그 결과를 기록할 수 있고 물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인생이그렇듯 고단했고 유년 시절 감정적으로 고되었지만 내 인생이었고, 나는 언제나 인생을 사랑했다. 삶을 살아가는 일보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 사랑했던 때가 있었을지라도 삶을 떠나보내야겠다고 생각한 날은 드물었다.
문제 가정을 설명하는 말들이 우리 가족에게 꼭 들어맞지 않기도 한다. 와해, 퇴보, 악화와 같은 단어들은 한때 건강했거나 온전했음을 전제한다. 우리 가족은 와해되지 않았고, 태생부터 깨져 있었다. - P54

원만하게 무르익은 정서적 성숙도 측면에서 보자면 많은 면에서 내가 소녀였을 때 어머니도 나와 같은 소녀였고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그렇다고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더이상 서로 만나지 않는데 슬프게도 현재로서는 나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그것이 최선이다. 책망으로 가득 찬 씁쓸한감정에서는 멀어졌다. 부모를 단순히 부모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게 되는 때가 온다고들 하는데, 자신에게 느꼈던 연민이 부모님에게 이동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부모님을 떠올리면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다. 그저 슬픔과 연민뿐이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 때 놀랐다.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늘 어머니를 측은해했지만, 뼈가 부러졌을 때 팔이나 다리를 구부리지 않듯이 그저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었다. - P58

4. 얽히고설킨 역기능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정신병원 분리 병동에 혼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당시 1980년대 중반의 아일랜드는 지금과 달랐고, 혼자 정신병원에 온 어린아이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않았을까, 분명히 그곳을 방문할 만한 일이 있었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말이다. 방문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아버지께 병문안 갔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들어가서 아버지를위로하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또 다른 암울한 기억으로 남았겠지. 극심한 가정 내 역기능이 바로 그렇다. 가족 내에서 문제가 시작될 때 외부에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 선한 의도를 가진 타인들이 도우려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들의 선의에 대한 기억은 오늘날까지 나와 함께한다. - P72

불우했던 유년기 기억들 중에서 좋은 시간을 찾기란 실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모두 어렵다. 거대하게 넓은 해변가 있는 수많은 돌과 퇴적암 들 속에서 예쁜 조약돌을 찾아 헤맨다. 그 예쁜 조약돌들은 드물기에 발견하면 더욱 사 - P75

랑스럽고 소중하다. 하지만 예쁜 조약돌의 희귀성이 그 조약돌들을 안 보이게 할 만큼 많은 주변의 형편없는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조약돌들을 둘러싼 다른 모든 것들과 대비되어 그 순수성은 훨씬 더 아름답다. 바로 지금에야 깨닫는다. 아마도 이 마지막 문장을 쓰면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음악을 들을 때 흘리는 눈물의 비밀을 푼 것 같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