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내쫓고 싶었던 것이 들어와 있었다. 눈멀게 하고 싶었던 것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양심이.
그의 양심, 즉 신이. - P393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은 확실한데, 생각하는 인간치고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자는 하나도 없다. 언어가 한 인간의 내면에서, 사상에서 양심으로 갔다가 양심에서 사상으로 되돌아올 때 언어는 굉장한 신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 장(章)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는 말했다.", "그는 외쳤다."라는 말들은 오직 그러한 의미에서만 이해되어야 한다. 사람은 외부의 고요를 깨뜨리지 않고서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혼자 말하고,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외친다. 거기에는 큰 파란이 있다. 입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우리들 속에서 말한다. 영혼의 현실은 조금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현실이다. - P399

반대로 자수하고, 그토록 비통한 오류의 희생양이 된 그 사나이를 구출하고, 자기 이름을 밝히고, 의무를 다하여 다시 죄수 장 발장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자기의 부활을 성취하고 자기가 벗어난 지옥의 문을 영원히 닫아 버리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외관상 그 지옥에 다시 떨어지는 것은 사실상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일생은 무용한 것이 되고, 모든 회개는 보람이 없을 것이며,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 P401

그는 자기의 양심과 운명의 또 하나의 결정적 고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을, 주교는 새로운 생명의 제1기를 그었고, 샹마티외는 제2기를 그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큰 위기 뒤에 큰 시련이 온 것이다. - P403

어떠한 결심을 내리든 간에, 필연적으로, 그리고 불가피하게 나의 무엇인가는 곧 죽게 된다. 나는 오른쪽으로든 왼쪽으로든 무덤에 들어간다. 나는 한 가지의 최후를, 내 행복의 최후이든 내 덕행의 최후이든 간에 완수할 것이다.
아아, 슬프다! 또 다시 그는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 P416

그는 마치 심연에 몸을 던지듯 어둠 속으로 돌진했다. 무엇인가가 그를 떠밀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말할 수 없을 테지만 곧 누구나 다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쯤은 이러한 신비의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가 봤을 것이다. - P424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인 그 변호사의 말은 얼음 바늘처럼, 그리고 불의 칼날처럼 번갈아 그의 가슴을 찔렀다. 아직 하나도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숨을 돌렸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이 만족감인지 아니면 고통인지 그는 말할 수 없었다. .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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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오늘날에는 잊혀 버렸지만 1817년이라는 해와 관련, 뒤죽박죽 떠오르는 일들이다. 역사는 이 모든 특수한 사실들을 거의 다 무시하고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한없이 많은 것이 역사에 밀려들 테니까. 그렇지만 이러한 세세한 일들을 사람들은 사소한 일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데(인류에 사소한 일은 없고 식물에 사소한 잎은 없다.), 그것들은 모두 유용하다. 시대의 모습은 연년의 표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 P218

그가 돈을 버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장사치야."라고 했다. 그가 돈을 뿌리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야심가야."라고 했다. 그가 명예를 뿌리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사기꾼이야." 라고 했다. 그가 사교계를 뿌리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저자는 교양 없는 놈이야." 라고 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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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마다 나오는 이 잡지를 읽게 되면서 제 번민의 근원을 깨닫게었습니다. 이 세상이 처해 있는 아마겟돈적 혼돈의 뿌리는 바로 서구식 ‘근대문명‘과 ‘인간성 상실‘ 이라는 김종철 선생의 비판과 소농이 중심이 되는 마을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대안 제시를 읽고는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습니다. 자본주의의 득세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청년에게 직선적 역사발전사관과 산업문명과 풍요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쌍둥이에 불과하다는 그 논리가 와닿았습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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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끝났어. 모든 것은 끝나게 마련이고, 어떤 것도 할만큼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 법이지. 네가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건 휴가를 보내는 것과 똑같단다. 어떤 사람들은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즐겁게 지냈다고 자랑하려고 휴가 기간 내내 사진을 찍지. 느긋하게 쉬면서 휴가를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그걸 지닌 채 돌아갈 생각들은 하지 않고 말야."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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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소설(6) 길을 걸으며 책을 읽지 마라!

이 서평을 읽으며 [밀크맨]을 읽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생각남!

그런 시대,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내가 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도 그 한 방법이었다. 외부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사람이 늘 예민하게 깨어있으면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이기 때문이다.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었고, 따라서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었다. 잘 알아 마땅한 것을 모르는 일로 여기는 것, 그게 나의 반응방식이었다. - P173

세부적인 사항을 인정한다는 것은 선택을 의미하고 선택은 책임을 뜻하는데 내가 책임을 다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아가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을 나중에 혹시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선택의 골치아픔도 없고 빼앗기는 고통도 없을 테니까...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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