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간 서울국제도서전^^원래 사고 싶었던 앨리슨 백델 책 있어서 2권 다 구매, 색감이 너무 예쁜 그림책 카키 한권, 한강 작가의 신작도 구매토요일이라 사람 많아서 민음사 문학동네 같은 사람 많은 부스는 가까이 가지 않고 문동 부스는 사람없는 틈을 타서 얼른 구매~예년보다 규모 작아지고 코로나로 망설이고 조심스러웠지만 월요일 1차 백신 맞았다고 용감하게 다녀왔네요.
"합리주의자는 모든 인식의 기초가 사람의 의식 안에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경험주의자는 세계에 관한 모든 지식을 감각 경험에서 이끌어내려고 했지. 흄은 그 외에도 우리 감각 인상만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어." - P15
"우리는 무엇을 보더라도 대상을 가장 먼저 시간과 공간 속의 현상으로 파악해. 칸트는 시간과 공간을 사람이 지닌 ‘두 가지 직관의 형식‘이라고 했어. 이 두 가지 형식은 모든 경험에 앞서서 우리의 의식 속에 주어져 있어. 우리가 무엇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대상이 시간과 공간에서현상으로 파악되리란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뜻이야. 그래서 우리는 이성의 안경을 벗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지." - P17
칸트가 철학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물 자체‘와 우리에게 보이는 사물을 구분한 일이야. - P16
"결론적으로 철학이 합리주의자와 경험주의자 사이의 싸움에서 벗어날 길을 칸트가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어. 그래서 칸트와 함께 철학사도 한 시대가 끝이 났지. 칸트는 1804년, 낭만주의 시대가 시작되던 무렵에 죽었어.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칸트의 무덤에는 잘 알려진 그의 글 한구절이 적혀 있어.‘내가 그것에 대해 자주 그리고 깊이 생각할수록 더욱 새롭고 더 큰감탄과 경외심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내머리 위의 별빛 찬란한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이것이 칸트와 그의 철학을 움직인 위대한 수수께끼야." - P33
정신건강 관련해서 전 세계 여러 석학이 말하기를, 가장 좋은 치료제는 관대하고 꾸준한 어른의 사랑이라고 한다. - P172
이제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우주정복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안다. 또 나를 미워하는사람들이 만족할 때까지 내가 망가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안다. 아마 여전히 나를 미워하는 이들은 내 부고 소식이나 받아보아야 증오를 멈출 것이다. 더는 그들이 하는 말에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그런 걱정 보태주지 않아도 이미 고단한 생이다. - P174
여름에도 절절 끓는 선방의 온돌에 누워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묻지 않고 천장을 보며 다들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들을 꺼냈고, 그러면서 꽤 많은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이 역시 내가 인정하기 싫은 생의 몇 안 되는 진리 가운데 하나인데,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물론 둘은 다른 사람일 확률이 높지만. - P178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 누구는 사람 볼 줄 아나. 우리 다 마찬가지야. 자기 자신도 못 보는 게 인간인데…. 근데 잘 가고 있는 나 등 떠밀어 넘어트리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런 나 일어나라고 손잡아주는 것도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 P188
누가 그랬더라. 눈물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천사의 것이라고, 울음은 치유라고. 그렇게 울고 나니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 P189
어디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자꾸 소리 내어 말하라고, 말에는 힘이 있다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2014년 봄날에 어느 한철 피고 지는 꽃도 풀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304명이나 죽었다. 그러니 이러지 말자. 우리 인간은 못 되어도 짐승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 P204
아마 이런 불행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어쩌면 다들 그 끔찍하고 비통했던 장례식이 유가족이 겪는 불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장례식장에서의 오열은 훗날 끝없이 이어지는 통곡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장례는 조문객이 다 빠져나간 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 P210
아니다, 그렇지 않다. 세월호는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각기 다른 304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겪은 처절히 개별적인 고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체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으니까. 이해를 해야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러지 않고서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게 사람이니까. - P214
"27일간 병원 중환자실에 있었던 아들을 망월동에 묻고 와서도 한참을 밤에 불을 켜고 살았어요. 누가 우리 한열이 흙으로라도 빚어서 안 던져주나 싶어 가지고요."이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당신 손으로 자식을 땅에 묻고 와서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는데, 살아생전 죽은 아들 마지막 얼굴 한 번 못본 우리 할머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싶어서. 믿어지지 않았겠지. - P229
이에 대해 짤막하게 변명하자면, 막상 사고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보니 세상에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나‘ 밖에 없었기에 오랜 세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한동안 정말 아슬아슬한 시절을 보냈다. 이제와 이 시절을 회상하면 당시의 나는 연습도 전혀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겁 없는 외줄타기 곡예사였다. - P96
그 조그만 애가 다시 몸을 웅크리더니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젤리 아니야"라며 울먹였다. 해서 곁에 앉아 "그럼 뭐 줄까?" 물었더니 "안아줘"라는 아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얼음장처럼 차가운 놀이방에서 작은 항아리 단지만 한 아이를 안고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맞다. 아이 말이 맞다. 젤리가 아니다. 사랑이다. - P103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절대자의 존재보다 한 중세 철학자의 유명한 주장을 더 신뢰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세상이 이 지경일 리 없고, 세상은 이 지경인데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신이라면 그 신은 무능하거나 절대로 선하지 않은 존재라고 말이다. 그러니 교회에 가고 성당에 가도 번번이 "빛이 있으라"로 시작하는 <창세기>만 읽어도 화가 나, 《성경》을 탁 하고 덮고 뒤도 안 보고 돌아 나올 수 있었겠지.절은 달랐다. 일단 절에서는 아무도 내 손을 덥석 잡지 않았으며, 누구도 내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선방에서도 자유로웠다. 보살님들의 대화에 끼고 싶으면 끼고 아니면 한구석에 누워 이불을 쓰고 자면 되었다. 아무도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워 이것저것 따져 묻지 않았다. 또 새벽에 기도도량에 있으면 보살님들께서 따뜻한 핫팩과 홍삼캔디 같은 것을 말없이 건네주시기도 했다. 해서 당시에 교회보다 절에 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살기는 살아야겠는데, 세상 어디에도 마음 붙일 데가 없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영적인 공간을 본능적으로 찾아다녔던 것 같다. - P141
불가에서는 마음과 몸을 절대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마음을 고치기가 어려우면 사람의 습관, 즉 몸에 밴 태도와 행동부터 고친다. 이런 의미에서 출가자들이 항상 유념하는 게 바로 하심下心이다. 하심이란 쉽게 말해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행동이다. 보통 절에 갓 들어온 행자승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수행법이다. 법당에서 만나는 상대에게 먼저 합장을 하고, 시선은 늘 낮은 데를 향하고, 되도록 말을 아끼고, 누구보다 먼저 궂은일을 찾아 하는 수행이다. 그리고 하심을 단기간에 익히는 데는 단연코 절 수행이 최고다. 해서 다리에 전에 못 보던 근육이 붙을 정도로 절을 열심히 했다. - P142
당시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들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 P4
불행히도 그 시절에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쳐갔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사랑과 고통은 철저히 별개라는 사실을, 이런 감정은 어느 한쪽이 무거워진다고 다른 한쪽이 가벼워지는 놀이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P26
아니,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행에 대한 글은 쓰면 쓸수록 아프다. 세상에 아름다운 흉터는 없다. - P27
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불행의 서사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 그냥 바람이 불고 비가 오듯, 어떤 일들은 이유 없이 일어나. 우리네 인생도 그래. 이해하려 애쓰지 마. 그냥 받아들여. 깊이 고민하지 마. 그리고 명심해. 네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그 모든 일들은 전부 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잊지 마. 시작된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 - P55
그것은 바로 누구나 아주 편하고 쉽게 타인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67
어른들 말씀처럼 살아만 있으면 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굳세게 마음먹고 불행을 맞이해야 한다. - P76
글을 쓰는 동안 어느 날은 잘해보고 싶고 어느 날은 도망치고 싶던 날들이 연속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일관되게 명확했다. 함부로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지 말라는 것과, 언제나 악한 것이 힘세고 빛나 보이지만 결국 선이 이긴다는 것, 그리고 사랑은 보기보다 힘이 세다는 것. 이것은 내가 이생에서 얻은 유일한 교훈이다. 왜냐하면 나를 다치게 한 것도 세상이지만, 나를 치유한 것도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