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먼저 다가가는 능력, 실패/잘못을 인정하는 능력, 거절하고 거절을 받아들이는 능력.
지는 능력을 키우자~!!

연인이든 새로 사귀는 친구든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면, 뭔가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럼에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하는 것, ‘차 한잔 해요‘ 손 내미는 것,
자존심 세우지 않는 것, 져도 되는 것.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도 능력입니다. - P132

후회하는 능력, 후회한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떤가요.
그건 자신의 실패나 오류를 인정하는 능력이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한 능력입니다.

관대함도 능력 같습니다.
그건 자존감의 지표가 되기도 하죠.
무너지는 능력, No라고 말하는 능력,
No란 대답에도 훼손되지 않을 능력.
또 훼손되면 어때, 하는 마음의 강단도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들도 근육처럼 자꾸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거겠죠. - P133

삶은 한 판 뒤집기보다는 버티기에 가까운 게 아닌가.
삶에서 가장 큰 재능,
인생이라는 체력장에서 제일 중요한 운동신경이라는 건
어쩌면 그저 단순하게 버티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세상의 속도, 타인의 모멸, 세계의 허위를 견디면서
동시에 거기 오염되어가는 나를, 나의 허위와 가면을 견디는 일,
그래서 결국은 내가 나 자신을 견뎌야만 하는 것.
열여덟, 열아홉 살의 그날,
내가 내 체중을 감당하고 매달려 있어야 했던 그 순간처럼요. - P151

"나는 아주 하찮은 일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좋아한다. 이것은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나를 지탱해주는 원천과도 같은 존재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입니다. - P179

배제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대표적 장르가 ‘시‘일 겁니다.
어떤 것을 썼느냐보다, 어떤 것을 지웠느냐에 따라
시의 의미와 리듬이 확 달라지지요.
그러니까 시의 외화면 공간은 단어와 단어의 사이,
행과 행, 연과 연의 빈 곳입니다.

흔히들 ‘행간을 읽으라고 하지요.
잘려 나간 대사, 편집된 컷, 배제된 단어와 지워진 문장….
때로 그런 것들에 더 많은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행간을 읽는 것, 프레임 바깥을 상상하는 것,
영화나 책에만 해당되는 독법은 아닐 겁니다. - P201

"조금만 참아라
다 와간다 좋아진다.
이제 따뜻한 국물 같은 거
먹을 수 있다"

이덕규 시인의 [밤길」이라는 시 앞부분입니다.
밤길뿐 아니라 산길도 그렇죠.
등산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 역시 그것.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면,
내려오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그럽니다.
"다 와갑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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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의 아이> 찜~!

기후변화라는 이야기가 근대성, 즉 인간/자연의 이분법에 토대를 둔 인간중심주의 이외의 인식론을 제출하면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P54

즉 기후변화, 멸종, 인수공통전염병과 같은 실존적 위협들이 범람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그들의 작품은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유형의 인간-자연 관계를 상상하는 것을 도와주는 문화적 기준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4

인간중심주의는 계몽주의 시대에 더욱 강화되었는데, 그 까닭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자연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과학‘ 이라는것을 사용하는 자들로서, 인간의 지위가 더욱 승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산업화와 기술발전을 통해서 근대성 내에 더욱 확고하게 천명되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이 행성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인정하는 지질연대인 인류세(人類世)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메타데이터(구조화된 대량의 데이터 정보)를 통제하는 일부 인간들은 인류가 머지않아 호모데우스(인간 신(神))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까지 한다. - P55

<날씨의 아이들>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인 비조차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 제시된다. 신카이는 주인공 호다카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한다.

빗소리는 훨씬 부드럽고 더 친밀했어. 우리를 위해서 연주하는 멀리서들려오는 아름다운 북소리 같았어. 아주 먼 곳으로부터 오래오래 걸려서 우리에게 도착한 특별한 소리 말이야. 그 소리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알고 있고, 우리가 한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서 절대로 나무라지 않고, 고요히 모든 지나간 일들을 받아들이고 있어. ‘살아라!‘ 그 소리가 말하고 있었어. 살아. 살아. 그냥 살아라. - P63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 ‘무언가‘에 대한 미야자키의 묘사에서 가장 래디컬한 측면은 그가 그것을 단지 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제로 생명 그 자체이다. 요컨대, 미야자키는 영혼을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영성은 순수한 종교적 개념이 아니라 생명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숲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 그것은 ‘무엇인가가 저곳에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생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 P65

포스트모던 애니미즘은 근대성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나온 애니미즘이다. ‘전근대적‘ 이거나 자연 속의 영적 존재들을 무비판적으로 믿는 신앙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성을 비판하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하여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이론적·철학적 장애물을 돌파할 수 있는 지식을 구축한다. ‘인간의 시대‘ (인류세)에 포스트모던 애니미즘은 우리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자연 관계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과학적 상상력의 핵심에 자연과 영성을 복귀시켜, 우리의 지식기반을 다른 인식론 및 존재론의 공간들로 확장시켜준다. - P67

그들이 기도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기도는 사람들이 "어려움에처했을 때 신에게 기원하는" 그런 종류의 기도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기도는 주인공들의 의지나 강한 염원의 표현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영적 존재보다는 자기 자신과 서로와 더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암시된 해결책은 각자가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숙고하는 것이다. - P72

그리하여 〈날씨의 아이들>의 주인공은 ①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②영적인 존재이며 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자연, 그리고 ③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기후변화에 의해서 위협받는 세계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찾아냈다. - P72

개인적인 판단과 삶의 신성함에 대한 신카이의 긍정은 미야자키가 <모노노케히메>에서 제시한 두 개의 주된 메시지(세상을 편견 없이 보고, 살아라)와 같다. ‘고난과 함께 머무르기‘를 선택함으로써 주인공들이 용감하고 뜻있게 사는 미야자키와 신카이의 영화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가득한 세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지된 인류세의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이론적 측면에서는, 미야자키와 신카이의 영화들은 자연과 영성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류세에 요청되는 새로운 인식론 존재론의 지평을 열어 우리가 인간-자연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학문적 작업을 통해서 게다가 세계적인 규모로 이런 일을 성취하기란 극히 난망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화는 이미 그 일을 이루어내고 있다. 우리의 "상상력의 위기"를 바로잡고, 또한 "놀라운, 새롭고도 오래된 연결된 세계에 대해 활짝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그 복잡성도 모두아우를 수 있을 만큼 큰"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면서 말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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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 모두 혹은 사회 전체와 관련된 것’(위키낱말사전)이다. 우리가 공공의료나 공공교육 같은 용어는 쉽게 접할수 있음에도 공공농업이란 용어가 생소한 이유는 농업을 산업적 측면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 P45

수입농선물은 국내시장을 잠식해서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1% 수준이다(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식량자급률 평균은 102% 정도이다). - P47

한편 언론은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위기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원인이라는 언급은 하지만, 한국 식료품의 주원료인 밀의 경우 자급률이 0.7%밖에 안되는 것과 같은 한국 먹거리의 본질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식량안보와 관련해서는 한국정부와 주류 학자들은 케인스 그룹의 논리(자유로운 농산물 수출을 통해 식량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49

그러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공공농업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공동의 이익을 지켜가기 위한 모두의 과제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료가 중심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농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진정한 공공농업을 실현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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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읽은 울라브 하우게 시인도 나오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데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죠.
"문학은 우리가 아닌, 우리의 것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슬퍼할 능력을 길러줍니다."
수전 손택이 『문학은 자유다』에서 한 말입니다. - P79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시 「무등차(無等茶)」 중)가을이 외롭지 않게/ 차를 마신다"(시 다형(茶兄)」 중)

이렇게나 가을의 차를 사랑했던 사람,
그래서 자신의 호마저도 ‘다형‘으로 지었던 김현승 시인이죠.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시인은 노래합니다.
"그게 옳아 좋은 시는
차향이 나야 해."

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Olav Hauge)의 시
「나는 시를 세 편 갖고 있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 P104

때로 나와의 거리 두기도 필요하죠.
슬픔이나 원망 같은 격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봐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연인과의 단단하고 믿음직한 관계를 위해서도
오히려 거리는 필요합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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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7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딱 읽기 좋은 에세이네요
표지 까지 예쁨 ^ㅅ^

햇살과함께 2021-10-07 09:14   좋아요 0 | URL
네~ 표지 색감이랑 심플한 디자인 너무 맘에 들어요~ 글도 너무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아서 좋네요^^
 

2달만에 끝냈다~! 다른 책으로 한눈을 너무 많이 팔아서 ㅎㅎ

잠시 한눈 팔고 5권도 고고!!

일종의 다정한 쾌활함이 섞여 있는 무시무시한 말들, 사람들은 형제 같았으나, 그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큰 위험들은 그것들이 모르는 사람들의 우애를 뚜렷하게 드러내 놓는다는 그런 미점이다. - P483

게다가 양쪽에서 분노하며, 격렬하게, 똑같은 결심을 하고 있었다. 한쪽 사람들에게 전진함은 곧 죽는 것이었는데, 아무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또 다른 쪽 사람들에게 계속남아 있음은 곧 죽는 것이었는데, 아무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516

그녀는 마리우스의 무릎 위에 다시 머리를 떨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그는 이 가엾은 여자의 혼이 떠났다고 믿었다. 에포닌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그녀가 영원히 잠들었다고 마리우스가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그 눈에는 죽음의 깊은 어둠이 나타나 있었으며, 그녀는 벌써 저승에서 오는 것 같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또, 말이에요, 마리우스 씨, 나는 당신을 좀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또 다시 미소를 지어 보려고 하다가 숨이 끊어졌다. -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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