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또 여행!

‘여름의 책’과 같은 연작소설은 아니나, 주로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다. 표제작 ‘두 손 가벼운 여행’과 ‘낯선 도시’가 가장 좋았다(여행 중이라서?).

둘다 노년 여행가의 여행 중에 벌어지는 웃픈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혼자만의 조용하고 가벼운 여행을 꿈꾸었으나 낯선 여행객에게 말려들어(?) 자꾸 사람과 엮이는 상황, 비행기에서 모자를 두고 내리고 낯선 도시에서 예약한 호텔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누구나 늙으면 겪을 것 같다.

여전히 좋은 섬, 숲, 새에 대한 부분, “벌어진 일은 받아들이는” 태도, 이건 섬에서 오래 산 사람이 가지는 태도인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런 태도가 묻어나는.

토베 얀손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 같다. 자꾸 에세이처럼 읽힌다. 표지도 너무 좋고, 번역 잘 모르지만, 안미란 번역가의 번역도 좋다.

민음사에서 최근에 토베 얀손 장편소설 2권 출간했던데 이것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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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X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다 알겠어요. 서로 다른 종류의 외로움들이죠. 강제된 경우와 자발적 경우 말이에요." - P112

가끔 우리는 안전한 곳에서 이끼를 등 밑에 깔고 누워서 어마어마한 초록빛 세상을 바라보았다. 하늘 한 조각 보기도 힘들었지만, 숲은 분명 하늘을 지붕으로 이고 있었다. 아주 고요한 가운데 바람이 나무 끝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위험이라고는 없었고, 정글이 우리를 품고 지켜 주었다. - P149

밤이라 길에 차가 별로 없었다. 앙리는 한 대씩 달려 지나가며 고립감을 점점 더 커지게 하는 자동차 소리를 누워서 듣는 니콜을 상상했다. - P169

"그럼." 요세프손이 말을 계속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서로를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요." - P188

평화의 집은 삼촌의 눈에 아주 끔찍한 장소로 보였다. 그렇게 많은 걱정투성이 노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본 적이 없으셨으니까. 집에서는 누구나 나이가 삼촌보다 한참 아래여서 당신은 저절로 예외적이고 유일한 존재셨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름 모를 군중에 휩쓸리니, 지친 삶이 주변으로 밀어내고 잊어버린 난파물의 무의미한 한 조각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 갑자기 들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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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섬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마음이 좋다고 하셨네요. - P11

그리고 기록하는 것은 오직 기록과 자기 자신 사이의 문제이므로 다른 사람들한테, 또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는지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죠. 그것만이 옳은 길이에요. - P12

작가는 책 속에서 만나야 한다는 건 아름다운 생각이에요. - P12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흥미예요. 흥미라는 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해요. 처음에는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데 내가 알아보지를 못하죠. 그래서 그냥 낭비해 버려요. 나중에는 잘 가꿔 줘야 하는 무언가가 되지요. - P25

우리는 벌써 온통 꽃이 피어 봄밤에 새하얗게 빛나는 귀룽나무 앞에 멈추어 섰다. 나무를 보다 보니, 나는 지금껏 욘네를 제대로, 그러니까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7

"꽃을 피우게 둬야지." 케케가 말했다. "아, 여기 안주인이 오시네! 그렇지 않아요? 꽃을 피우도록 내버려 두고 즐겨야죠? 그것도 살아가는 한 가지 방식이에요. 그걸 재생산하는 건 또 다른 삶의 방식이고요. 결국 그 얘기죠."
다들 떠나고 나자 욘네는 자러 갈 때까지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그가 말했다. "나는 별것 아닌 데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적어도 나 자신의 몫이지."
"그래." 내가 말했다. - P29

불쌍한 도시 아이를 도와주고자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세상의 악과 고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떼어 낼 수 없는 감시자를 목에 매단 셈이었다. - P41

"그래. 바람이 없으니 다행이야. 벌어진 일은 받아들여야지" - P51

간신히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길에 아무도 없었다. 공항주변에서 자주 느껴지는 뭔지 모를 절망감이 내 주위 모든 방향으로 펼쳐져 있었다. 안개가 낀 추운 밤이었다. - P55

여러분은 내가 짐에 무엇을 넣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만 챙기는 거다! 짐이 가벼운 여행은 언제나 내 꿈이었다. 신경 안 쓴 듯이 손에 달랑 들 수 있는, 공항 출국장같은 데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을 서두르지 않고도 빨리 걸어서 추월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가방. - P78

그는 한숨을 쉬었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넓은 어깨가 한숨과 함께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보였다. 집에서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게 분명했다. 누구나 다 똑같다. 이렇게 품위 있는 시가를 피우는 여행자, 금으로 된 라이터를 갖고 있고 가족이 자기 집 수영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 그마저도!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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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손목서가 & 주택공사 아니고, 주책공사

오늘부터 애들이 며칠 집에 없을 예정이라, 지난주 토요일 밤에 오랫만에 와인을 마시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다면 나는 부산을 가야겠어! 하고 바로 숙소와 기차를 예약했다 ㅋㅋ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야, 근데 일은 어쩌지? 휴가 가도 되나? 그제서야 생각,,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질렀다. 월화 빡시게 일하면 되지 뭐, 못하는 건 금요일에 하고. 부산 갈 타이밍이야. 혼자가 필요해…(그 와중에 돌아오는 기차 당일로 잘못 예약한 거 발견하고 예약 변경;;;)

1-2년에 한번씩 부산에 혼자 간다. 업무 스트레스가 목까지 차올랐을 때, 부산 가고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계획적이라면 하던 일이 마무리되고 2월초쯤? 가야하지만, 이것은 1년 만에 좀 마신 와인 탓인가? 부산인 이유는? 장롱면허 뚜벅이 여행자가 여행하기에 대중교통이 좋으니깐. 바다가 있으니깐.

남편님의 자문을 받아 이번에는 서점과 까페, 실내 위주로, 추우니깐, 그리고 한 서점 1권만 사기!!

오늘은 유진목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영도구 손목서가와 중구에 있는 주책공사^^

지난번에 읽은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에 영감을 준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손목서가에는 맥주는 안팔지만 그뤼바인과 베일리스밀크가 있다. 베일리스밀크 드링킹하며 드링킹 읽기!

서면역에 내려서 걸었는데 햇빛은 따뜻하지만 역시 바닷바람은 차다!! 서울보다 따뜻하다고 방심, 기모바지를 입고 왔었어야 한다.

중앙역 근처 재밌는 이름의 주책공사에서 정희진 선생님의 글쓰기 3부 사고, 커피도 팔아서 커피 마시며 서문과 2꼭지 읽었는데 역시 또 뼈때린다. 물론 통증이 오래가지 않고 금방 망각하는 인간. 자주 맞아야 한다.

짐이 가벼운 여행을 위해 들고 간 책은 쏜살문고 토베 얀손의 ‘두 손 가벼운 여행’, 기차에서 절반 정도 읽었는데 ‘여름의 책’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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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12 2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햇살님 독립서점 페이퍼닷!!!^^
오늘은 부산 편이네요?
여행 잘하고 가셨나요?^^
손목서가는 프레이야님과 여러 알라디너님들 통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주책공사는 첨 들어본 서점이네요??
중앙역!!!! 음 나중에 기회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부산 바닷 바람 차죠???ㅜㅜ
어젠 바람이 차게 많이 불어 넘 추웠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안불어서 좀 낫던데..부산은 여전히 바람이 불었나 보군요?ㅜㅜ
그래도 바다 풍경은 참 좋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1-12 23:52   좋아요 3 | URL
내일 가요^^ 내일 더 분발할 예정^^ 제가 아침에 옷 입으며 바닷바람을 잠시 망각했습니다 ㅎㅎ 바다 사랑합니다~ 바다 바람 좀 맞아야 정신이 들어요~

새파랑 2022-01-12 23: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여행가서 독립서점 가는거 정말 부럽네요 ㅋ 오늘은 여행사진이 많군요 ㅜㅜ 저도 이 두 서점 부산 가면 꼭 가봐야할거 같아요 ^^

햇살과함께 2022-01-12 23:55   좋아요 4 | URL
바다 구경하세요~ 프레이야님 얘기처럼 부산에 독립서점 많아졌더라구요^^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당~~

scott 2022-01-12 2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꽁꽁 나라인데
부산 햇살은 따숩!!
햇살님 부산의 바다 향기 !잔뜩 마시고!
맛나는 거 잔뜩 드세요!

시인부부가 운영 하는 주책 공사 책방 ㅋㅋㅋ

바다는 💓

햇살과함께 2022-01-13 00:11   좋아요 3 | URL
앗, 제가 헷갈리게 썼죠? 유진목 시인과 남편분이 운영하시는 서점은 손목서가이고, 주책공사는 남자 쥔장님^^

mini74 2022-01-13 0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탈 보는 것만으로도 ㅎㅎ 좋아요. 독립서점 넘 멋있어요. 부산도 날씨가 맑은지. 매번 먹방과 스포츠 관람 목적으로 부산을 갔는데, 저도 독립책방 순례 하고 싶네요 사진은 다들 왜 이리 잘 찍으시는지 ㅠㅠ 햇빛쬐는 고양이 ㅎㅎ 기분 좋아지는 사진이에요 ~

햇살과함께 2022-01-13 08:56   좋아요 2 | URL
일탈은 10대만 하는 건 아니라는 ㅎㅎ 손목서가 앞에 사는 고양이인데 사진 찍으라는 듯이 정물처럼 움직이지도 않아서 너무 귀여웠어요~

청아 2022-01-13 0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책공사ㅎ에궁~ 부러워요ㅎㅎ저도 여행 떠나고 싶네요~♡♡ 정희진 읽으시는군요!! 뼈 많이 때리죠?^^*

햇살과함께 2022-01-13 09:02   좋아요 2 | URL
네!! 뼈!! 정희진 선생님 책은 다 읽어보려고요, 미미님 읽으시는 두꺼운 책은 아직 도전못해봤지만^^

페넬로페 2022-01-13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산 좋아해요~~
역시 책을 좋아하시는 분은 책방으로^^
혼자만의 여행도 낭만적이고
책과 커피는 멋지고
바다는 언제나 경이로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1-13 09:03   좋아요 3 | URL
바다보며 멍때리기~ 역시 좋아요^^

프레이야 2022-02-09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요 페이퍼를 이제 보게 되네요.
손목서가 짱!!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더 짱!
주책공사는 첨 들어봐요. 다음에 가봐야겠어요.ㅎㅎ
이름이 재미나네요.
책이 있어 좋지요 정말.

햇살과함께 2022-02-09 13:37   좋아요 2 | URL
ㅎㅎ 손목서가 2층 전세내서 하루종일 음료 마시며 책 보다 바다 보다 하고 싶어요! 창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너무 멋지더라구요~
 

I drank when I was happy
and I drank when I was anxious
and I drank when I was bored
and I drank when I was depressed. - P12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능동적으로 상대의 단점에 눈을 감는다. 그 무렵, 그러니까 30대에 나는 코와 뺨의 실핏줄이 하나하나 터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먹은 것도 없이 토했으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전증은 점점 나빠져서 어떤 때는 온종일 떨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외면하려고 노력했다. 모른 척하려고 몸부림쳤다. 마치 차가워진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의미를 잘알면서도, 진심은 그게 아닐 거라고 온 힘을 다해 다른 해석을 찾는 애처로운 여자처럼. - P25

이들은 대부분 대인관계가 좋고 친구도 많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주변에 아주 흔하다. 이들은 직장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식품점 계산대에 얌전히 줄 서 있다. 의사, 변호사, 교사, 정치인, 화가, 심리치료사, 증권거래인, 건축가 등 전문 직업인도 많다. 이들을 지탱하는 힘, 다시 말해서, 이들이 밤마다 술에 빠지고,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살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들이 ‘진짜‘ 주정뱅이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8

밖으로 보이는 나와 현실의 나. 외부와 내부. 나는 술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없고, 전화로 병결을 통보한 적도 없으며, 숙취로 조퇴한 적도 없다. 하지만 내부의 나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안팎의 부조화가 너무 컸다. - P30

주변 사람들이 볼 때 나와 엘리스 K는 그렇게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나 또한 잘못된 삶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었으니, 내가 만든 인물의 두려움은 나 자신의 두려움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동료들도 나도 제대로 몰랐던 것은 그 모든 불안이 알코올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두 가지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 P31

우리 앞에 둘러쳐진 지성과 전문성의 휘장 뒤에는 두려움의 대양이 넘실거리고, 열등감의 강물이 흐른다. 언젠가 AA 모임에서 알코올 중독을 ‘삶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하는 말을 들었다.
간략하지만, 상당히 정확한 표현이었다. - P33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알코올 중독이라는 건 진행성질환이니 말이다. 그것은 조심조심 낮은 자세로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손아귀에 사로잡힌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에 십상이다. - P35

‘휴식이 필요해. 좀 마셔도 돼’
이것은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의 전형적인 논리 전개 방식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게는 술 자체가 중요한 보상 역할을 한다. 하루를 온전히 버틴 데 대한 크나큰 보상, 그것도 그렇게 훌륭하게 버텨낸 데 대한. - P38

심심치 않게 숙취를 달고 출근하면서도 나는 배울 것을 배우고 잘못된 점을 교정했으며, 내 한계와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개인 생활과 달리, 직장에서 내 눈은 그렇게 흐려지지 않았다. ‘직장에서 술 마시지 않기‘는 내가 끝까지 굳게 견지한 첫째 원칙이었다. 이런 일은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은 유형의 술꾼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서 자신의 직업 영역을 보호하고, 그것을 증거 삼아 내 인생은 아무 문제 없다는 환상을 유지한다. 그리고 바로 그 힘이 그들의 인생을 지탱해준다. - P39

진실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깨달음의 순간마다 완전히 잘못살고 있다는 참담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뿐, 그런 깨달음을 깊이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그에 따라서 생활 방식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이런 느낌은 내부에서 자존감을 부식시키며 종양처럼 곪아갈 뿐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의 외피들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한(안정된 직장, 전문성의 가면) 그 내부가 통일성과 자부심을 잃고 허물어져,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 P41

나는 이런 일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분주히 계획을 짜서 술 마실 기회를 마련하는지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여기서 잠깐 한 잔, 저기서 어쩌다 한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곁에 있으니 마시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P46

"잠깐 한잔하는 거 어때요?"
나는 언제나 다른 할 일이 있고, 곧 가야 할 데가 있는 사람처럼 ‘잠깐 한잔‘이라고 했다.
나도 이런 사실을 인식했다. 내가 던지는 말 속에 담긴 간절한 느낌을,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무시했다. 어쩌면 내 안의 한 부분은 정말 ‘잠깐 한잔‘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결핍감과 절박함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꽁꽁 감춰둔 비밀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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