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썼다. "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을, 그의 식단과 환경을 다조사해야 한다. 최고의 의사는 병을 예방하는 사람이다. 모든 문제는 자연적인 원인에서 생긴다." 이 통찰 하나만으로도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환자가 심리적 어려움도 겪을 수있음을 인식했고, 의사에게는 특수한 윤리적 임무가 있다는 것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기풍을 성문화했다. - P179

브로카는 뇌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킨 선각자였다. 하지만 칼이 지적했듯이, 그런 브로카도 자기 시대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브로카는 남자가 여자보다 정신적으로 우월하다고 믿었고,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칼은 이렇게 썼다. "브로카에게 인도주의적 사상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그처럼 지식의 자유로운 추구에 헌신했던 인물이라도 뿌리 박힌 편견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186

신경 세포는 인간을 포함해 동물계의 거의 모든 종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다. 신경 세포의 성질은 종마다 차이가 거의 없지만, 개수는 종에따라 어마어마하게 차이 난다. 요즘 과학자들은 뇌전증이 뇌에 있는 신경 세포의 이온 통로가 엉뚱하게 점화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일 것이라고 본다.
생각해 보라. 미생물 매트와 아이작 뉴턴 사이에는 진화의 수억 년 세월이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하는 ‘생각‘의 기본 단위가 같다니. 약 40억 년전에 미생물들이 개척했던 메시지 전달 체계가 아직 우리 안에 있다니. 그 체계는 우리 유전자에 기록되어 생명의 책 안에 새겨져 있다. 여러분의 심장이뛰는 것도, 여러분의 뇌가 생각하는 것도 다 그 옛날 미생물들이 한데 모여서 낱낱의 합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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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앞뒤의 간지를 보면 저자의 집 사진이 나오는데, 벽이나 가구가 모두 화이트 톤이고, 밖으로 나와 있는 살림살이가 거의 없는 모델하우스 같다. 물론 촬영을 위해 정리도 좀 했겠지만..

 

저자가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집에서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극단적으로 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어 지치기도 하면서 점점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은 단기간에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므로, 각자의 사정과 시간, 체력에 맞추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혼자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이 사는 가족들도 이런 생활방식에 동의하고 동참해야 가능한 것이다. 저자의 가족은 그런 점에서 남편 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남편은 지속가능성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었으리라.

 

 

 

저자가 강조하는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하기

2.     (필요한 것을) 줄이기

3.     (소비한 것을) 재사용하기

4.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을) 재활용하기

5.     나머지는 썩히기(퇴비화)

 

많은 이들이 쓰레기 제로라고 하면 먼저 재활용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우리를 위한 위안이자 기만일 뿐, 조금만 생각해도 재활용이 해결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재활용 구분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미국인들을 야만적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재활용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한국은 가정에서의 재활용 비율은 높으나, 실제 최종적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아주 낮다는 기사도 접한 적이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배달/포장이 증가하고, 카페에서도 무조건 일회용 잔에 음료를 제공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저자의 강조처럼,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의 대안일 뿐이며, 재활용 이전에 1~3단계의 실천을 통하여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챕터별로 장보기, 욕실과 화장품, 침실과 옷장, 살림, 일터, 학교, 인간관계, 외식과 외출, 사회적 참여에서 위 5단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자세한 실천 정보가 나와 있다. 저자처럼 화장품이나 치약을 직접 만들어 쓰는 수준까지 실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한다.

 

거절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누군가 공짜로 준다면 필요 여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져오는 유혹을 피하지 못한다. 길거리, 행사장 등에서 주는 볼펜, 연필, 팜플렛, 파일 등등 집에서 쓰지도 않은 채 쌓여 있거나 바로 재활용 통으로 직행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집으로 들어올 물건을 과감히 차단해야 한다. 공짜 볼펜이라고 받아 오지 말자. 쓰지 않을 다이어리, 수첩은 거절하자. 그러나, 집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장보기, 주방에서 발생한다. 매주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의 대부분은 마트에서 사온 과일이 담긴 프라스틱이나 종이상자, 야채가 담긴 비닐, 고기가 담긴 스티로폼, 플라스틱 우유통, 맥주캔이다. 이런 쓰레기를 줄이려면 마트나 유기농 매장(한살림 등 유기농 매장도 식품은 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담겨 있으니,,)이 아니라 저자처럼 벌크로 파는 매장(이런 데가 있나?)이나 전통시장(요즘은 시장도 대부분은 포장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비닐에 담아주기 전에 잽싸게 장바구니를 내밀어야 한다)을 이용해야 한다. 이걸 실천하기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맥주를 줄여야 하나지금 내가 하는 수준은 휴대용 장바구니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비닐봉지 받은 걸 줄이는 수준이다. 미미하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다. 사놓고 먹지 않아 버리는 음식물 없애기, 냉장고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으로 요리하기, 야채나 과일을 시들기 전에 먹어서 버리는 재료 줄이기.

장보기에서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이 밖에도 쉽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게 너무 많다. 주방이나 욕실에서 물 사용 줄이기, 구매하기 보다 빌려쓰기, 꼭 필요하다면 새 제품보다 중고제품 구매하기, 자동차 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생수 대신 물병 사용하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회사에서 머그컵 사용하기, 보고서는 프린트하지 않고 모니터로 보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등. 중요한 것은, 사기 전에, 쓰기 전에 쓰레기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덜 소비하고, 덜 일하고, 더 제대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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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26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는 끝도 없이 물건을 만들어내고 소비를 부추기는데 환경을 생각해서 사회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문장에 특히 공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2-26 14:10   좋아요 4 | URL
페미니즘처럼 환경문제도 전복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문제이죠. 절대적 소비를 줄이는 게 출발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02-26 1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줄이기. 일단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용을 알차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구매한 것은 최대한 유용하게 쓰기. 안 그럴 거면 안 사기. 책 구매해놓고 안 읽는 것들은 에구 ㅠㅠ 저는 냉장고와 냉동실이 가뿐하게 비워져 갈 때 희열 씨가 옵니다 ㅎㅎ 냉장고 안 식재료들 안 썩히고 알뜰히 요리조리 만들어 먹기! 맛은 책임 못 져요.

햇살과함께 2022-02-26 14:14   좋아요 4 | URL
맞아요, 사용을 따져가며 소비 하기. 책에 대해선 저도;;;; 중고책이 있는 건 가급적 중고로 산다는, 책 말고 다른 건 잘 안산다는 핑계를 ㅋㅋ

mini74 2022-02-26 14: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그래도 중고책이 잘 되어 있어 좋은거 같아요. 덜 소비하기 ! 기억하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2-27 12:07   좋아요 2 | URL
중고책이라 더 마음껏 산다는 게 문제일까요 ㅎㅎ 도서관 이용도 더 자주 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2-27 0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우리집 냉장고에 생각이 미치면서 막막 죄책감이 올라오는 글입니다. 마지막 문장 항상 기억하고 살아야지 또 결심 결심합니다. ^^;;

햇살과함께 2022-02-27 12:08   좋아요 2 | URL
주말에 책도 파먹고 냉장고도 부지런히 파먹어야겠어요 ㅋㅋ
 

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 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 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여 주며 그 책의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 준다. - P135

엘로이즈는 존재감이란 그저 진실되지 않은 순간들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마리안느의 말을 망설임 없이 반박하며 어떤 감정은 아주 깊다고, 이 초상화는 나를 닮지도 않았고 더구나 당신을 닮지도 않아 슬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확히 영화의 진심을 밝힌다.
"우리는 같은 위치,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어요."
젠더정체성 문제를 꾸준히 다룬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학예의 여신으로 불리는 ‘뮤즈‘는 거짓 개념이라는 데서 이 영화를 출발했다고 말하며 "뮤즈란 그들이 공동 창작자라는 걸 숨기기 위해 정형화되고 말을 잃은 여성으로 단순화한 것이라는 걸 보여 주는" 영화라고 발표했다. - P138

기존의 ‘뮤즈‘는 남성 예술가의 시각으로 탄생했고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이를 말해 주지 않는가.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는 자진하여 포즈를 취하고 시종 자신을 주시하는 마리안느를 옆으로 오게 해 눈을 응시한다.
"당신이 나를 보는 동안 나는 누구를 보나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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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커플이든 어떤 관계든 간에,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노동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냥 인간사다. 공적 영역에서는 그러한노동이 위계화, 분업화, 분담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계급 문제라고 부른다. 갈등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집에서‘의 모든 재생산 노동(육아)과 의식주 생활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닌 한,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은 자기가 빨래하는 것이다. 이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사람(개인) 미달‘이다. 그러므로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 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 P13

자료의 내용은 이랬다. 열다섯 살 미만의 자녀를 둔 오스트레일리아의 두부모가족 중에서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가 - P34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전업주부인 경우가 60퍼센트였다. 그럼,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고 아버지가 전업주부 남편이거나 시간제근무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3퍼센트였다.
누구에게 아내가 있냐고? 아버지들이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쉬운 대로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 - P35

그런데 아내가 있다는 것은 경제적 특혜이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훨씬 많이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특혜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라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 P37

지난 50년 동안 양성평등 혁명이 일어났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혁명적인 부분은 주로 ‘유급 여성 노동자의 증가‘로 기업의 계산 장부 한쪽에서만 일어났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그 두 곳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양쪽 모두에서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이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의 이유이기도 하다. - P40

나는 내 아들이 너무 바쁜 엄마 때문에 치키타의 스크랩북도 못 채워가는 아이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치키타 문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회사 업무를 해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인간으로서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사소한 일이었지만 상처는 훨씬깊었다. - P44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팀을 이끌 분을 찾습니다. 팀원들이 가끔 갑자기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사회적 기술이 변칙적이며, 일부러 옹졸하게 굴고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또한 청소, 세탁, 학습 지도, 가벼운 유지 보수에서 어려운 유 - P44

지 보수까지, 온갖 조달 업무, 안전과 보건, 작업 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 편의 제공, 기술 교육, 팀 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탁월한 운동 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이 필수 조건입니다. 창의적인 경험과 실제 사용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 예를 들면 특히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기초적인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을 만들어야 할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반복해서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식 업무 평가는 극히 드물며, 절망적인 순간에 지원자가 정기적으로 자체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월급은 이름뿐일 것입니다. - P45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개혁 방안과 사상적 기반 등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남성을 일터 밖으로 불러내는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P48

이제 곤란한 질문을 외면하지 말자. ‘직업‘ 세계에 여성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오늘날 ‘가정‘이라는 세계에도 복잡하고 은밀한 악수가 수없이 오가고 당황스러운 핵심성과지표가있지 않을까? 독서 지도 시간이나 급식 당번 때 학교에 나타나는남성도 중역 회의에 참석하는 여성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불편한 느낌 말이다. - P51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젠더와 노동에 대한 유구하고 분통 터지는 담론에서 우리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터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에만 관심을가질 뿐,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만 패자라고 가정해버리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패자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여자들, 일터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남자들,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이들…. - P58

하지만 문제는 학자들이 경험과 자격 요건이 비슷한 남녀를 비교했는데도(이러한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가 60퍼센트나 났다는 것이다. 이는 불알의 존재 유무 외에 이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 P65

캐서린 폭스는 『여성과 노동에 대한 일곱 가지 신화(Seven Mythsabout Women and Work)』라는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임금 격차의 요인으로 삼았다가 배제한 잠재적 요인들을 모두 자세히 다루었다. 그리고 기나긴 분량을 할애하여 무미건조한 어투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여성이 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근 20년 동안 여성 대졸자 수는 남성대졸자 수를 크게 앞질렀다. 1985년에 앞지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체 대졸자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또한 직장에서 어느 정도 끈질기게 버텨 경력 사다리를 반 정도 오른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중간 관리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 중역에 이르면 여성의 비율은 고작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증권 거래소 200대 기업의 CEO 중 여성의 비율은 게일 켈리가 휴가 중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2~3퍼센트를 왔다 갔다 한다.
퀸즐랜드대학교의 테랜스 피츠시몬스는 이를 ‘부조리 곡선‘ 이라 불렀다. 여성들은 고위직 승진에서 어느 시점부터 그 수가 거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부조리 곡선은 이러한 곤두박질치 - P68

는 여성의 수를 표현한 활 모양의 곡선이다. 교육과 노동, 경험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리는, 혹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특정 시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 P69

피츠시몬스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으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동성에 편중하는 경향이 심심치 않게 사회적으로 계속 재생산된다"라고 했다. - P75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터프하고 세상물정에 밝은 여성과 책상물림 같은 남성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을 때는 교육의 중요성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터프한 쪽이 남성이고 책상물림 같은 유형이 여성일 때는 책으로 배우는 지식보다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경우에 ‘여성적 특성‘이 조금만 드러나도 여성 후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후보가 가정이 있는 남성일 때는 ‘가족적 가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지만, 후보가 가정이 있는 - P79

여성일 때는 그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어느 쪽이건 남성 후보는 변함없이 득을 보았다. 그런데 가장 이상한 점은 이것이다. 자신이 편향적이지 않다고 단언하던 참가자들이 가장 심한 편향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 P80

그래도 밝혀낸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IQ를 추정해보라고 하면 남자들은 실제보다 높게 잡고 여자들은 실제보다 낮게 잡는다는 사실이다. - P80

컴퓨터 업계의 거인 휴렛패커드는 몇 해 전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고위 관리직에 많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인사 파일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리고 사내 여성 승진 후보들은 자신이 제시된 기준의 100퍼센트를 충족시킨다는 확신이 들때만 나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에 남성 후보들은 자격 요건을 60퍼센트만 갖춰도 지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 P83

고약한 남자들과 가망 없는 여자들이 힘을 합치면, 일터에서 남녀의 승패율은 너무도 분명하다. 여자는 패배할 가능성이, 남자는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불쌍한 여자들, 재수 좋은 남자들. - P89

이러한 세대별 차이는 케이트 모건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다. 2012년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 임원들에게 딸이 생기면 여직원들에 대한 태도가 좀 더 관대해진다고 한다. 또한 예일대학교 경제학자인 에보냐 워싱턴은 2008년 미 하원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는데, 미국 하원 의원 중에 딸이 있는 의원들은 여성 관련 사안에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25퍼센트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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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아이들이 이 책을 뺏어간다. 읽지 말라고. 이상한 사투리로 소리내서 읽으니 ㅋㅋ 전라도 사투리로 읽으려고 하는데 경상도 사투리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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