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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지금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지배적인 논의방식에서 보는 것처럼 이것을 단순한 외부적 재난이 아니라 삶에 대한 우리 자신의 기본가정 자체의 결함으로 인식하는 데 무능력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근원적인 공포가 사태의 정당한 인식을 가로막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본질적인 결핍을 느끼면서도 환경재난에. 대한 기술주의적 접근방법만이 활개를 치고, 또 그러한 현실에 대체로묵종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3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품고 있는 맹목적인 숭배나 신뢰는 과학은 거짓이없고 실패가 없다는 전연 근거 없는 미신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런 터무니없는 미신이 널리 유포된 데에는 이 시대에 만연하고 있는 비역사적 사고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의 진리에 대한 관계는 언제나 잠정적이고 모색적인 것이었지 결코 항구적인 절대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하게 과학적인 태도는 그러니까 늘 열려 있는 겸손한 태도일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현재 능력이 - P15

나 인식방법으로써 포착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하여 그것을 무시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참다운 과학정신과 인연이 먼 태도라 해야 옳다. - P16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관계, 그리고 근대과학의 근본가정에 깔려 있는 폭력성에 대한 뿌리로부터의 철저한 반성 없이, 계속하여 더 많은 과학과 더 정교한 기술만을 구한다면 파멸은 불가피할 것이다. - P16

생산과 소비의 양적 증가는 도리어 인간생활을 비참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비극적인 경험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바로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 P17

따지고 보면,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삶의 우주적 연관이나 자연적 근거를 완전히 망각한 문화라는 것은 거의 낯선 것이었다고 할 수 있고, 사람의 에너지를 온통 소득과 소비의 경쟁 속에 쏟아붓도록 강요하는 오늘의 지배적인 산업문화는 인류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생존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P18

우리가 생명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러한 문화의 재건은 우리 각자의 인간적인 자기쇄신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 P19

따지고 보면, 현대 기술문명의 기저에는 정복적 인간의 교만심이 완강하게 버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도를 따르는 순리의 생활을 우습게 여기면서,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통제와 조종 속에 종속시키려고 하는 야만적인 폭력이 끝없이 창궐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연적 환경이든 인문적 환경이든 나날이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남고, 살아남을 뿐아니라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르는 농업 중심의 경제생활을 창조적으로 복구하는 것과 같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생활의 창조적 재조직이 가능하려면, 자기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겸손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 P19

상업주의의 가공할 압력 밑에서, 자본의 지배에 반대하려는 의도로 출발한 문화적 작업들이 흔히 거의 예외없이 자본과 상품논리의 노예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오늘의 현실인 것 같다. 그러나 죄악의 출발은 가난이 아니라 잉여라는 옛사람들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헌신과 자기희생의 가치를 우습게 여기는 문화가 활개를 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 P21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나 세상이 변해야 할 필요성에 관해 말하고있지만, 그러나 세상이 변하려면 자기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줄 아는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우리의 고통은 자기 자신이 바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정확히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것일 것이다. 개인적인 노력은 별로 의미가 없으며, 문제는 구조적이다ㅡ라고 흔히 지식인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호 《녹색평론>의 여러 필자들, 특히 <작은 行星을 위한 食事>의 필자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듯이, 구조적 변화의 출발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는 것이며, 나 자신이 변화함으로써 벌써 세계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책임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이 당면한 생태적,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위기에 대한 진실로 인간다운 양심적인 응답일지도 모른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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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들이 깨어 있을 때에도 들리기 시작했어. 나는 우리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하려는 거야.
- 우리가 지금까지 다한 건 최선이 아니야? 이안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끔찍한 일들이 이어지는 동안 내가 느낀 건 행복이었어.
-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정말 더 이상은 싸울 수없어. 네가 나를 위해 계속 뭔가를 죽이도록 내버려 둘수 없어.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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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속 주인공의 관相을 보면
저얼대로 단명할 상이 아닌데 ㅎㅎㅎ

이 책!찜!^^

햇살과함께 2022-05-01 21:2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표지 사진 강렬!
근데 저에겐 판타지를 사랑할 능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스캇님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살고 싶냐는 저 애의 물음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느니 그냥 죽는 게 낫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수정은 딱히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 딱히 살고 싶다기보다는,
- 네.
- 죽고 싶지가 않아서요.
- 네.
- 싫다거나 무섭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좀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이해를 못 했다고 해야 할까.
- 이해를 못 했다구요?
- 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렇잖아요. 열아홉살은 죽을 나이가 아니잖아요. 아니 내가 늙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지....
-- 물어는 봤어요?
- 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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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이기도 한데, 《성의 변증법》을 이해하는 데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마르크스Karl Marx는 경제 변천과 발전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로 이해하죠. - P240

특히 마르크스는 노동자와 자본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근본적인 모순이 끝나면 이후에 다른 문제들은 점차 해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이런 분석이 틀렸다는 거예요. - P241

‘여성이여, 당신은 계급이다! 그러니까 계급의식을 각성해서 혁명을 일으키자!’ 이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책 《성의 변증법》의기본적인 내용이에요. - P243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와는 다르죠. 《여성성의 신화》가 개인의 삶들을 살피는 이야기라면, 파이어스톤은 ‘여자로 태어났으면 계급의식으로 각성하라‘라고 하는 거죠. 《성의 변증법》은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에요. - P244

마르크스주의의 방법론을 차용해서 여성의 존재론적 지위를 분석하는 거예요. 베티 프리단이 개인으로 보는 것에 그쳤다면, 파이어스톤은 계급으로 접근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착취와 피착취가 일어나는가를 분석하는 거예요. - P246

그리고 자본가 입장에서 노동자 인건비는 그냥 비용이에요. 비용처리해야 되는 항목. 형광등 값이랑 똑같은거예요. 어떤 공장에서 기계 하나 감가상각해서 낡은 기계 바꾸려는 것처럼 계산으로 처리되는 거예요.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우를 안 하니까 소외가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자본가 개인이 못돼 처먹어서 소외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 구조가 착취를 발생시킨다는 게 핵심이에요. - P247

우리가 어떤 문제를 구조로 본다는 건, 한 개인의 인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노동자-자본가 간의 계급 모순과 투쟁관계 역시 그 개인들의 사이가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 P247

여성을 착취해야만 사실상 이 계급관계가 유지되는 거예요. 그래서 엥겔스Friedrich Engels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약간 분석을 했죠. 이 재생산 문제가사회 안에 있고, 여성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게 나와요. 이러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불충분한 시도였다는 것이 파이어스톤의 평가고요. - P249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서구 문화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 구조 그4 자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 구조 자체까지도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진화를 통해서 성차별이 이렇게까지 발전해온 거라는 거죠. 그래서 자기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변증법적이고 유물론적분석 방법을 따라가겠다고 선언해요. - P252

대파이어스톤의 성 계급은 이후에 비판도 많이 받죠. 성 계급을 생물학적으로만 묶을 수 있느냐는 식의 비판들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 거죠. 지금도 가족을 아주 중요한 단위로 삼고, 한국 사회도 가족 중심 사회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세계는 우리에게 투쟁의 공간이고, 우리가 위안을 얻을 곳은 가족밖에 없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가족이 위안의 공간이라는 발화를 누가하는 거죠? 가족은 위안의 공간이고, 가족은 나를 돌봐준다는 이야기를 여자가 할까요, 남자가 할까요. - P261

성추행하고 나서 ‘딸 같아서 만졌다‘라고 하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그럼 딸은 지 멋대로 만질수 있다는 건데, 그 자체가 딸의 몸이 가부장의 것이라는 생각인거잖아요. - P262

낙태는 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걸까요. 여성들이 낙태할 권리를 갖게 된다는 건 재생산의 권리가 여성의 권리로 넘어온다는 거고, 그러면 가부장제가 흔들리는 거죠. - P264

파이어스톤은 프로이트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섹슈얼리티를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점에는 매우 동의한다고 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페니스 선망은 성기가 없다고 질투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은 권력에 대한 질투, 가부장제 권력과 승계에대한 묘사라는 점에서 상당히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봐요. 왜냐하면 파이어스톤은 어떻게 여성이 매우 불평등한 구조 안에서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계급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줘야 하잖아요. - P269

사실상 근대적 의미의 가족은 자본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요. 부권제 역시도 부계 상속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사적 소유의 재산권과 떼려야 뗄 수 없어요. 확실히 노동자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재생산을 담지하는 사회경제적 최소 단위를 가구와 일치하는 가족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 P275

그런데 모성과 모성애는 또 구별되어야 하잖아요. 모성은 이런 거죠. 여자의 생식 능력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으면 여러 몸의 현상이 벌어져요. 젖이 나올 수 있고 자기가 낳은 존재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에 애착관계만 있는건 아니잖아요. 복합적이죠. 그러니까 모성은 생리 능력에 수반되는 어떤 현상들이에요.
그런데 애의 문제, 애정을 갖는 문제, 친밀성의 문제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부성과 부성애가 다른 것처럼 모성과 모성애도 다른 거죠. 특히 모성애라는 말 자체는, 또 한번 강조하지만 핵가족의 산물이에요. - P281

이 아동기의 숭배를 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양육과 모성애라는 신화인 것이죠. - P289

그리고 아동의 순수함과 모성애의 지극함은 결합되어 가부장제를 지탱합니다. - P290

제 생각에는 여성을 성계급으로 모이게 하는 것보다 여성을 하나의 성 계급으로 모이게끔 하는 장치들이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노출시키는 게 파이어스톤의 정말 중요한 업적이라고 봅니다. 이 장치들을 하나씩 해체하자는 게 상당히 혁명적인 결론인 것 같아요. - P294

가족, 생식, 섹스, 친밀감, 섹슈얼리티 같은 것들이 일치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걸 우리가 인정해야 되는 것 같아요. - P295

이걸 "성, 연령, 인종 구분과 권력심리의 문화적 소멸"이라고 해요. 계급으로서 성sex이 없어진다는 건, 간단히 말하자면 성 구분이 없어진다는 거죠. 성 구분이라는 게 계급이고, 그게 불평등 구조를 만든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파이어스톤을 따르면 성 계급이 사라진다는 건 성 구분이 없어진다는 거고, 즉 섹스‘들‘ 혹은 n개의 성이 된다는 거겠죠.
연령이나 인종의 구분도 사라지는 거고요. - P297

그리고 삽입 중심의 섹스만 섹스로 이해하는 것, 즉 모든 섹슈얼리티 활동들을 재생산, 생식에만 몰두하게 하거나 그렇게만 이해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다른 생각들을 가져야 된다는 거예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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