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비 오는 바닷가에서 책맥 하기~!


전간기(戰間期): 제1차 세계 대전 종결에서 제2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 즉, 기본적으로는 1918년 11월 11일에서 1939년 9월 1일까지의 시대이다. 세계사 전체에서, 특히 유럽의 역사에서 중요하다.

《사막에 내리는 눈》은 결국 출판되지 못했는데, 애거서는 뒤끝을 발휘해서 거의 20년이나 지난 후에 《나일강의 죽음》(1937)을 통해 그 작품을 살려냈다. 오터번 부인이 향토색을 입히려고 이집트까지 와서 집필한다는 책의 제목이 <사막의 얼굴 위의 눈(Snow on The Desert‘sFace)》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소설 속 패러디라 할지라도 작품의 제목으로는 상당히 유치하다. 아마도 애거서가 나름의 유머 감각을 발휘한 때문이리라. - P21

그러다가 근처에 살고 있던 벨기에 난민 집단이 생각났다. "내 탐정이 벨기에인이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며 은퇴한 경찰을 떠올렸다. 푸아로가 평생의 시리즈가 될 줄 전혀 몰랐던 애거서는 애초에 푸아로를 너무 나이 들게 설정했다며 두고두고 후회했다. "지금쯤 푸아로는 100세도 넘었을 거야"라면서 말이다. - P24

《푸른 열차의 죽음》에는 황금기 추리소설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대목이 있다. 푸아로는 기차에서 만난 캐서린 그레이가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책이 왜 잘 팔릴까요?"라고 묻는다. 캐서린은 "사람들에게 흥분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환상을 주기 때문이겠죠"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이 시대의 추리물은 전쟁후 피폐해진 일상에서 벗어나는 듯한 환상을 주었다. 범인을 추리하는 일이 ‘지성을 간지럽히는 깃털과 같은 자극‘을 주었는가 하면, 거의 모든 범죄가 탐정의 뛰어난 추리로 깔끔하게 종결됨으로써 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특히 소프트보일드 추리물은 선인과 악인을 선명하게 구별하는 경향이 있는데, 악인을 찾아 처벌하는 결말은 혼탁한 사회에서 종국적으로 도덕성이 회복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 P31

《13인의 만찬》에서 유명한 여배우 제인 윌킨슨이 푸아로에게 남편을 몰아내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자, 푸아로는 "나는 이혼을 위한 조사 같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고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상류사회에서 실제 탐정들이 맡았던 주 업무가 이혼소송을 위한 뒷조사였음을 생각해보면 푸아로는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그야말로 ‘소설 속의 탐정‘일 뿐이다. - P33

집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누구나 지닌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을 소재로 한 애거서의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집이라는 모티브는 특히 영국인들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알려진다. 그들은 실제로 집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으로유명하다. 이만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격언인 ‘영국인에게 집은 성(城)이다‘가 떠오를 것이다. 이 격언이 사생활을 중시하는 영국인의 방어적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영국인들에게는 조금 다른 형태의 집에 대한 집착이 또 있다. 자기들이 발 딛는 곳 어디에나 집부터 짓고 보는 독특한 습성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제러미 팩스먼(JeremyPaxman)이 ‘영국인들에게 집은 조국의 대체재다‘라는 말을 했을까? 20세기 초에는 "독일인은 독일에 살고 로마인은 로마에 살고 튀르크인은 튀르크에 산다. 그러나 영국인은 집에 산다"라는 시가 나왔을정도다. - P41

그렇다면 애거서 자신의 집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었을까. 애거서가 애슈필드를 대신하여 사들인 그린웨이 저택은 오랫동안 애거서의 진짜 집 역할을 했다. 애거서는그린웨이를 모티브로 삼아 《회상 속의 살인》, 《0시를 향하여》, 《죽은자의 어리석음》 등을 썼다. 애거서는 오랫동안 그린웨이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가 개최하는 작문경시대회에서 교열을 보고 심사위원을맡아 봉사했다. 1976년 애거서가 죽은 뒤 딸 로절린드가 그린웨이에서 살았지만 결국 2000년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에 넘겨졌다. 요양원이나 호텔로 개조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거서가 희망했던 ‘집의 운명‘으로 볼 때 최선의 행로는 아니었으리라. - P49

사실 전간기는 ‘신약 발견의 황금기 (the Golden Age of Drug Discovery)‘라고 불릴 만큼 약학 분야의 혁신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가장 큰 성과로 인슐린과 페니실린의 발명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의학사에서 다른 어떤 약물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위대한 발견으로 평가되곤 한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의심할 바 없이 처참한 비극이었지만 신약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자극제였다. 수많은 병사와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단합해 신약 연구와 개발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 P60

약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던 만큼이나 이로운 약과 독약의 모호한 경계, 약에 대한 의존이 인간에게 가져올 폐해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의 초반부에서 애거서는 이미 그런 우려를 희화화하며 드러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독약을 주었나요?"라는 헤이스팅스의 질문에 병원 조제실에서 근무하는 신시아는 "오! 수백 명에게요"라고 웃으며 대답한 것이다." - P62

롤리와 린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겼다. 롤리는 쓰디쓴 어조로 "너처럼 전쟁에 나갔던 여자들은 가정에 정착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복무 해제 후 자유로운 여자로 돌아오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린은 판에 박힌 생활이 지루하다는 느낌과 앞으로는 친구들과 마치 동물처럼 몰려다닐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고향의 일상은 마치 고인 물 같고 비록 전쟁이었을지라도 바깥세상의 경험은 시골 여성에게 주어진 뜻밖의 모험이었다. 린은 그 모험이 주었던 짜릿함을 이렇게 되새긴다. 나는 이 독백이 애거서 작품을 통틀어 가장 감각적인 묘사라고 생각한다. - P71

선박과 부두를 연결하는 배다리가 들어 올려지고 배의 스크루가 돌아갈 때의 흥분, 비행기가 이륙해서 발밑의 대지 위로 솟아오를 때의 전율, 해안선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형상을 바라보는 순간, 뜨거운 먼지와 파라핀 기름, 그리고 마늘의 냄새-소란스럽게 지껄이는 외국말, 이상한 꽃들, 먼지투성이 정원에서 자랑스럽게 솟아난 빨간 포인세티아, 짐을 싸고, 풀고-다음은 어디지? 이 모든 것이 끝났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 P71

애거서 역시 제1차 세계대전 후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가정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회사나 공직에는 여자를 위한 자리가 전혀 없었고 그나마 취직할 수 있는 상점도 이미 직원으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애거서는 "전쟁 때는 육해공군에 모두 여자 보조부대가 생겼고, 여성들은 군수공장이나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임시직‘이었을 뿐이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 여성 참정권이다. 영국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여성들이 전쟁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해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18)을 제정하고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때 남성은 21세부터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21세부터 선거권을 갖게 된 것은 1928년이 되어서였다. - P72

린은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전쟁에서 벗어나 본분으로 돌아온 가정주부‘라는 말이 자신에게는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후 목적 없이 표류하는 느낌이었다. "전쟁 시절의 노스탤지어가 파도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임무가 분명했던 시절, 삶이 계획적이고 질서정연했던 시절, 개인적인 결정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이제 입대할 때처럼 명석하고 결단력 있고 총명한 여성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이제 집에 돌아와 "생각하기를 멈춘 삶이 주는 안락함" 속에 파묻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쏟아지는 총알이나 공중에서 떨어지는 폭탄이 주는 신체적인 위험보다 훨씬 더 무서운 ‘영혼의 위험’이었다. - P72

둘의 감정이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한 세속적 의미의 사랑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이고, 굳이 분류하자면 ‘남성 간의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당시 사회에서 별로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학자들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중·상류층의 남성성이 기본적으로 동성애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소년들은 남자 사립학교에서 기숙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뒤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그들이 진출한 세상, 시티(City, 런던의 금융가) 같은 금융계와 정계, 나아가 제국은 온전히 남성들만의 공간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남성 간의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게 체화되기 마련이었다. 영국의 영광, 나아가 제국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남성성‘의 바탕에는 ‘형제애‘라고 불리는 남성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애정이 깔려있었다. - P87

클래리지 호텔이나 도체스터 호텔도 고관대작과 재계의 큰손이 머무르는 호텔로 묘사되곤 하지만 애거서가 가장 많이 동원한 호텔은 단연코 사보이다. 영국 최초의 대규모 최고급 호텔이라는 역사와 전통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전통 있는 호텔이 어쩌다 비영국적인 ‘사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그곳이 원래 사보이 궁전이 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헨리 3세의 왕비 프로방스의 엘레아노르(Eleanorof Provence, 1223~1291)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삼촌 사보이작 피터(Peter of Savoy, 1203~1268)를 영국으로 불러들였다. - P92

애거서 역시 사보이 호텔의 오랜 단골이었다. 1957년 연극으로 각색된 <검찰 측 증인>의 개막 파티가 열린 곳도 사보이 호텔이었다. 1958년 4월 12일 〈쥐덫>이 런던에서 최장기간 상연된 연극으로 기록되었을 때 축하파티도 그곳에서 열렸다. 그날 초대장 없이 입장하려는 은발의 중년 여성을 도어맨이 제지하는 일이 있었다. 그녀는 수줍게 머뭇거리며 "사람들이 저를 잘 몰라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항상 저를 들여보내주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바로 그 화려한 행사의 주인공인 애거서였다. - P96

이처럼 ‘완벽한‘ 버트램 호텔에 묵으려면 상당한 수입과 사회적 신분이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로비에는 가난한 노부인들이 가득했다. 그런 손님들의 존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러스컴 대령은 지배인에게 저 노부인들이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곳에 묵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배인은 호텔 측에서 그들을 위해 ‘특별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물론 그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고, 설사 알게 되더라도 오랜 단골이라서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싼 객실료로 마플 같은 노부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버트램 호텔의 영업비밀이었다. 노부인들은 영국의 오랜 전통에 열광하는 미국인 방문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하는 액세서리였던 셈이다. - P101

《복수의 여신》은 또 어떠한가. "마치 쉰 살 먹은 오필리아 같군요" 같은 대사는 상대 캐릭터를 분명하게 설정해주는 은유다. 《커튼》에서 이아고가 자꾸 언급되는 일이나 푸아로가 헤이스팅스에게 남긴 《오셀로》 싸구려판은 애거서가 자기의 소설의 플롯과 셰익스피어 작품을 노골적으로 병행시켜 활용한 예이다. - P112

이처럼 추리물에 셰익스피어를 동원하는 일은 저급한 대중소설이라고 폄하되는 이 장르가 최고의 문학적 권위에 기대어 격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또 소설 속 등장인물은 자신의 지적,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셰익스피어를 인용하곤 한다. 영국 추리소설에는 종종 누군가가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된 비유를 던지고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두 사람의 지적 능력의 차이를 단박에 가시화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추리소설에서 뜻밖에 자기에게 익숙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만나게 된 독자라면 색다른 지적 충만감을 느꼈을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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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전우익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 진짜 닮으셨네..
찾아보니 두분 동갑이시구나.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면 온갖 냄새가 난다. 외양간에서는 쇠똥 냄새가 나고 두엄 냄새와 뒷간 냄새, 닭장에서는 닭똥 냄새가 난다.
쇠죽 솥에서는 구수한 쇠죽 냄새, 정지에서는 어머니가 짓고 있는 밥냄새, 국 냄새, 이렇게 시골집 아침은 갖가지 냄새로 우리들의 코를 자극하고 그것들이 온몸에 배어버린다.
봄날, 학교길엔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들 냄새, 꽃 냄새, 강물에 서려퍼지는 비릿하고 상큼한 물 냄새, 버들꽃과 보리밭, 밀밭에 불어오는 바람 냄새, 거기다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 산비둘기 소리, 멀리 지나가는 기차 소리, 땡땡땡 울리는 학교 종소리, 어느 것 하나 따뜻하고 정겹지 않은것이 없다. - P174

몇년 전, 우리 마을 앞으로 아스팔트가 깔리고 그 해 여름, 밤새 비가 내린 뒤 나가봤더니 길바닥에 온통 개구리들의 시체가 깔려 있었다.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은 시체들이었다. 보기에도 끔찍했지만 온통 숨막히게 나는 비린내는 농촌의 종말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과수원과 고추밭에 뿌리는 농약은 그대로 씻겨내려가 시냇물을 온통농약으로 흐려놓아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메뚜기와 잠자리들이퍼득거리며 죽는 모습을 보면 농촌이 삭막하다 못해 살벌해지기까지 한다. 이젠 농촌은, 삶의 터전으로서 농촌은 없다. 그냥 먹을 것을 생산해내는 식품생산단지로 변한 것이다. - P180

우리 속담에 "일해서 죽은 무덤은 없다"는 말이 있다. 흙과 더불어 일을 하는 것은 최상의 건강비결이다. 거기다 약간씩 부족하게 사니 모든일에 지나치지 않는다. 부자가 될수록 더욱 욕심이 생기고 과식을 하면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 P185

사람의 행복은 편리한 것, 풍요로운 것이 다가 아니라, 조금씩 불편하고 조금씩 부족한 것이 훨씬 행복할 수 있다. - P185

인생의 끝은 스스로 할 일이 없어졌을 때, 그래서 뒷구석으로 밀려났을때다. 그렇게 되면 굳이 뇌사상태까지 안 가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이 없어 우두커니 앉아있는 노인들의 고통은 차라리 죽어버리기만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생을 일하면서 산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보여진다. - P188

나무와 바위한테 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하느님의 자식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 P193

선생님, 자유인이란 가능할까요? 선택의 자유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절대 자유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그야말로 행복했습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땀 흘려 일하지 않아도 온갖먹을 것이 풍성하고, 그들을 해치는 폭군도 적도 없고 참으로 평화로웠습니다. 그들은 벌거벗고 있어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천사처럼 깨끗한 어린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에덴동산엔 딱 한 가지 자유라는 게 없었습니다. 자유가 없는 곳엔 변화가 없습니다. 변화가 없으면 성장이 없고 성장이 없으면 바보 천치가 됩니다. 일종의 꼭두각시로 사는 거지요.
결국 에덴동산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겁이 많은 남자 아담이 아니고 여자인 하였습니다. 인류역사는 이렇게 여자로 인해 시작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절대 먹으면 안되고 죽는다고 했던 선악과를 하와가 제손으로 따서 자신이 먼저 먹고 아담에게도 먹였습니다.
그들의 눈앞엔 에덴동산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자신들의 몸뚱이는어린아이가 아닌 다 큰 남자와 여자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노발대발했습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이르기를 아담에게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고 하와에겐 잉태하여 아이를 낳는 고통이 있을것이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에는 이렇게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것입니다. - P204

어느 스님이 저한테 무엇에나 집착하지 말라 하시더군요. 집착(執着)하지 말라는 것은 붙잡고 있지 말고 붙어 있지 말라는 뜻이니 결국 자유로워지라는 말이네요. 그래서 제가 스님께 여쭈었지요. "스님은 왜 속세를 버리고 떠나서는 산속에 숨어서 수행에 집착하십니까? 일단 떠나갔으면 그것으로 해탈을 한 것이 아닙니까?"
스님은 그냥 웃더군요. 제 질문이 억지였을까요? - P205

선생님이 저희 집에 찾아오신 것이 1976년이었지요.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 오셨을 때 너무 닮아 쌍둥이는 아니더라도 사촌쯤은 되는가 싶었습니다. - P202

가끔씩 저는 누워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해서의식을 지니고 이 광활한 우주 한 귀퉁이에 떠있는 지구라는 땅덩어리에 생겨났을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니면 기적인지, 행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내가 있다는 것에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다가 조금 안정이 되면 그래도 의식을 지닌 인간으로 태어나 웃고 울고,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잠깐이라도 ‘삶’이란 걸 맛본 것에 고마운 생각도 듭니다. - P206

고흐의 그림책을 받고 잠시 좋았는데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서평을 써달라는 쪽지를 보고는 아이구! 속았구나 싶어 실망했습니다. 과연 세상엔 어느 것 하나 공짜가 없음이 눈으로 확인되었으니까요.
어쨌든 이래저래 공짜 없는 세상이니 이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쉬셨다가 내년쯤 이런 책 한 권만 더 쓰시길 빌겠습니다. - P207

박이엽 선생이 쓴 《한국교회사》 안중근편을 보니, 북간도 독립군으로싸웠던 안중근이 일본군 포로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 대목이 나온다.
동지 하나가 안중근에게 따지고 든다.
"잡은 놈을 놓아줄 바엔 무엇 때문에 목숨을 내놓고 싸웁니까?"
안중근이 대답한다.
"우리는 포로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적은 침략자들이요, 힘없는 자와 선량한 사람은 비록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죽여서는 안됩니다."
그 뒤 안중근은 죄없는 일본군을 상대하기보다 제국주의 앞잡이인 이등방문 하나를 죽이는 쪽이 국권을 회복하는 빠른 길이라고 다짐하게 된다. 그는 착실한 천주교 신자였지만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 P215

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마음이 쇠와 같고
의사는 위태로움에 임할지라도 기운이 구름 같도다.
눈보라친 연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아느니라.
이로움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어라.

서른두살의 안중근은 진정한 의인이요 이 땅의 시인이었다. 온 세상이모두 "하일 히틀러!"를 외쳐대도 "절대 아니오!" 할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던가. - P216

나는 고속도로로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이 바그다드를 향해 폭격을 하는 전투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나치게 민감하다고할지 모르지만, 수많은 생명이 죽었고 또 죽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우리 모두 끼니마다 밥상에 시체를 잔뜩 차려놓고 즐기며 먹는드라큐라들이 아닌가. 시체를 먹고 시체로 된 옷을 입고, 시체로 만든 이불 속에 누워자고, 시체 위를 걸어다녀야만 살아갈 수 있는 목숨이니, 그누구도 큰소리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가슴 한녘에 미안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엄청난 파괴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P237

미국 역시 우리 한국을 꼼짝 못하게 목을 조르고 있다. 지난 시절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한반도의 반쪽을 전리품으로 얻었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에서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평등한 동맹국이라면 절대 이럴 수는 없다. 약소국의 슬픔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많은 한국사람들은 미국과 이런 기막힌 관계를 모르고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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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06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처음으로 시골 가서 소똥 냄새에 놀랐었는데

햇살님이 올려 주신 책에 [조금씩 불편하고 조금씩 부족한 것이 훨씬 행복할 수 있다.]
말씀에 밑줄 쫘악~✍

햇살과함께 2022-06-06 21:54   좋아요 1 | URL
전 어렸을 때 방학마다 한달씩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추방당해서 쇠똥 냄새, 쇠죽 냄새 아주 익숙합니다~ ㅎㅎ
지금의 시골은 그때의 시골과 많이 다르겠지만,, 나이들수록 그립네요.
권정생 선생님은 말씀대로 사신 분이시라.
 

2022년 6월 내게 온 책

5월에 올 수도 있었지만^^ 5월에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배송을 조금 지연시켰다.
7월 휴가 때까지는 잘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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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3 0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 없으실 겁니다~!!!!!!!!!!!!!!!

햇살과함께 2022-06-03 18:5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의 뽐뿌질에 말려들지 않겠습니다!!!!
음, 생각해 보니, 6월말까지 사용해야 할 럭키백 할인 2천원 남아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1~2권 정도는 사야겠네요 ㅋㅋㅋ

독서괭 2022-06-03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께가 세가지 버전이네요 ㅎㅎ 일부러 맞추신 듯 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3 18:56   좋아요 1 | URL
예리하신 독서괭님~
최소한 한 권은 밀리지 않고 조만간 읽을 책으로 ㅎㅎ

라로 2022-06-0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책 많이 읽으시는 햇살과함께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은데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해보세요. 화이팅!!!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3 18:59   좋아요 0 | URL
다양하게 읽으려고 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분야는 잘 안 읽게되더라고요.
제가 역사책 잘 안 읽는데, 두꺼운 책은 남편이에게 읽으라고 해야겠어요.
 
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띵 시리즈 9
윤이나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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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라면은 너구리. 컵라면은 참깨라면. 해장은 무조건 라면. 한 때는 1일 1라면 할 정도로 라면을 사랑하는 나도 라면에 대해 한 권은 아니더라도 한 챕터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사람 누군들 안그럴까!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짜짜짜짜~ 짜~~파게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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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6-02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라면은 뭐에요?? 저도 너구리!! 너구리 광고도 좋아했어요. 오동통한 내너구리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2 23:45   좋아요 2 | URL
해장이요~~ 저는 해장은 무조건 라면 먹어야해요 ㅎㅎ

라로 2022-06-03 23:09   좋아요 1 | URL
근데 무조건 라면 이름 좋아요!! 어느 회사에서 그렇게 이름 지어도 질 팔릴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2-06-03 2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라로님 아이디어 좋습니다
마치 한식당 중에 ‘아무거나’ 메뉴 있는 것처럼^^

scott 2022-06-03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장을 먹었는데 오늘도 라면을 ! 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3 00:50   좋아요 2 | URL
오호~ 스캇님도 짜장라면~^^

새파랑 2022-06-03 0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라면은 열라면과 불닭볶음면~!!

햇살과함께 2022-06-03 19:0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매운 것 잘 드시나 보군요~ 저는 매운 거 못 먹어서,,
불닭볶음면은 아이들이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컵라면 산 적 있는데
저는 한 젓가락 먹고 너무 매워서...
제 수준은 신라면 정도^^

mini74 2022-06-03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너구리! 해장은 콩나물 넣은 진라면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3 19:04   좋아요 1 | URL
미니님 반가운 너구리파~!
해장은 역시 콩나물이 있어야죠^^
저도 해장은 주로 분식집 해장라면 ㅎㅎ

러블리땡 2022-06-04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너구리 완전 좋아해요ㅎㅎ

햇살과함께 2022-06-04 11:30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도 역시 너구리~~ 최고죠!!
 

권정생 선생님 책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볼 줄이야~!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위상을 알 수 있네.
간만에 서태지와 아이들 베스트를 듣는다. 명곡이다 명곡!

그래서 달력이 없어도 날짜는 정확히 알고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알았다. 꼭두새벽부터 어둑새벽, 찬새벽, 밝을녘 등등으로 아침시간을 나누었다. 저녁나절부터는 해거름, 해넘이, 어스름저녁, 이렇게 숫자표시보다 훨씬 따뜻하고 시적(詩的)인 시간개념으로 사물을 표현했다. - P94

그러나 정경식 씨는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역사적 인간이다. 그가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정당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솔직한 자기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기도원이나 절간에 파묻혀 경건하게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살아가는 노동만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 P110

서울 변두리산의 소나무가 유달리 솔방울을 많이 맺고 있는 까닭은 공해로 인해 죽어가면서 자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한 소나무 스스로의 자구책에 의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 P111

만약에 자연이 모두 파괴되어 버리면 그땐 인간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인간들이 다 없어지면 오히려 자연은 펄펄 살아갈 수 있다. - P114

우리 조상들은 ‘본다‘라는 말을 시각적인 말로만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일에 두루 사용했다. ‘장보러 간다‘, ‘밭에 나가본다‘, ‘제사보러 간다’, ‘잔치보러 간다‘, ‘예배보러 간다‘, ‘집본다‘ 이렇게 일을 가지고 ‘볼일‘이라 했고 ‘볼일 한다‘가 아니고 ‘볼일 본다‘고 했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다는 것이다. ‘보살핀다‘라는 말은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한 말인가? - P115

신학은 인간을 버리고 추상적인 뜬구름을 잡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가. 수십만권의 신학서적이 이 땅에 평화를 위해 얼마만큼 보탬이 되었는지 의심스럽다. - P116

공산주의국가에서 이런 환상적인 신학을 과감히 부정한 것은 용기있는 일대 혁명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지나치게 유물사관에 빠져 만물의 뜻까지 버린 것이 큰 실수였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만물의 기능만 알고 뜻을 거역한 탓이다. 이 땅의 주인은 인간들만이 아닌데 인간중심의 인간제국을 건설하려는 오만이 결국 인간상실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 P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이사야서 11장이다.

그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누우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 P119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 P120

나는 내가 가난한 때문인지 이런 사람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옵니다.
모양새나 옷차림이 더러울 뿐인데,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업수이 여겨지고 미움받는 것입니다. 같은 인생이면서 남에게 미움받고 멸시당하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이겠어요.
거지가 될 지경까지 왔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이 있었겠어요.
죽어버렸으면 싶었던 때는 없었을까요? 분명 몇번이고 몇번이고 있었겠지요. 그런데도 살아온 것입니다.
나는 세 사람이 나간 뒤를 슬픈 마음으로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오늘밤은 어디서 잘까요? 먹을 것은 있을까요? 내일도 또 어디선가 누구한텐가 미움받으며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가엾기그지 없습니다. (1955년 4월 23일) - P122

불쌍한, 이것들이 옛날의 우리였습니다. 정말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아버지만 술을 잡숫지 않고 부지런히 상 일을 하신다면 이놈들 둘쯤은같이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 남매를 보내며 나는 다음에 또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대문간에 한참 동안 서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는 두 남매를 지켜보았습니다. (1965년 10월)

이 두 개의 일기 중 앞의 것은 일본에서 사는 동포 소녀 스에꼬의 것이고, 뒤의 것은 윤복이의 일기다. 두 어린이는 한 10년 사이를 두고 태어나 똑같이 열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
두 아이의 일기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천사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 P123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을 하느님의 저주라고 보는 우리들의 잘못된신앙관도 버려야 한다. 더불어 교회 헌금도 스스로의 신앙 양심에 맡겨야지 하나하나 이름을 밝히고 액수를 밝히는 건 고쳐야 한다. - P128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의성지방 시골교회 집사님인데 한 십년 전에이상한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꼭 옛날이야기만 같은 내용이었다.
어느 날 아주머니는 몹시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거지가 구걸을 하러 왔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귀찮아서 퉁명스럽게 지금은 바쁘니 다른 데나 가보라고 거지에게 박대를 하며 내쫓은 것이다. 그런데 그 거지가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을 힐끗보니 놀랍게도 틀림없는 예수님이었다.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그만두고 허겁지겁 쌀을 한 대접 떠서 달려나가 보니 거지는 그새 어디론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옆집으로 또 옆집으로 샅샅이살펴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집으로 아온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그때부터 아주머니의 눈에는 어떤 낯선 사람도 예수님으로 보이게 된것이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십년을 하루같이 만나는 사람을 모두 예수님으로 알고 대접을 했다.
이야기를 다하고 나서 아주머니는,
"세상 사람이 다 예수님으로 보이니까 참 좋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다 해드리고 싶어예."
그날 나는 살아있는 동화의 주인공 같은 아주머니를 한없이 쳐다보며부러워했다. 여태껏 들어온 설교 중에도 진짜 설교를 들은 것이다. 버스비가 모자라 기차를 타게 되었고 뜻밖에 예수님 대접도 받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었으니 그날은 꼭 천국에 사는 기분이었다. 그 시골교회 아주머니는 가장 복된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분인 것이다. - P129

이젠 온갖 것이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사람도 물건처럼 돈으로 인격을 측정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된 세상이다. 이러니까 학교도 값비싼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된 것이다. 닭을 닭으로 키우지 않 - P137

고 닭고기로 키우다 보니 닭의 품성을 잃어버리듯이 사람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돈벌이 물건으로 키우니까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악마가 된 것이다. - P138

혼례는 친정집에서 치르는데 영천댁의 남편이 그 혼례를 치르고 나서거기서 죽었으니 신부에게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죄인 아닌 죄인으로 형벌처럼 살아온 평생을 열녀상 한 장으로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영천댁 할머니에겐 그 상이 도리어 또하나의 형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P147

3개월 동안의 피난생활에서 30년을 살아도 겪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희한하게도 인간은 극한상황에 부딪치면 거의 무감각해지는지 도무지 곁에 총알이 날아오고 바로 건너편에 폭격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가장힘든 건 잠을 못 자고 먹지 못해 배고픈 것이었다. 밤낮 쉬지 않고 걸을땐 폭격 따위야 조금도 두렵다는 느낌이 없고 그냥 졸음이 와서 흐느적거렸다. - P153

내 어린 시절은 이래서 온통 회색 빛깔로 색칠되어 버렸다. 두번씩이나겪은 전쟁의 상처는 평생을 두고 아물지 않았다. - P155

당시의 부산은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난지도 쓰레기장 같았다. 물통 속에서 살았다는 그리스의 괴상한 철인 디오게네스처럼, 모두 한뼘만한 틈바구니만 있으면 드럼통 속에도 가마니떼기 속에서도 사람이 살았다. 넘치는 것이 사람이었다. 거지, 깡패, 양아치, 석탄장수, 부두노동자, 양공주, 암달러장수, 밀수꾼, 어쨌든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다 했다. 그걸 크게 나누면 거지와 도둑이란 직업으로 부르는 쪽이 쉽다. - P155

아무것도 감춰진 것이 없어 차라리 전쟁은 인간의 가장 정직한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연극일지 모른다. - P156

우리나라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아름다운 나무꾼 형제 이야기가 있다. 형제는 하루하루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아 가난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길에서 금덩어리 두 개를 줍는다. 형제는 사이좋게 하나씩 나누어 가졌는데,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갑자기 동생이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린다. 놀란 형이 왜 버리느냐고 황급히 묻자 동생은 이렇게 대답한다. - P164

"형님, 여태까지는 아무 욕심 없이 마음 편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금덩어리를 가지게 되자 마음이 이상해졌어요. 형님이 가진 금덩어리까지욕심이 생겨 괴로워 그만 강물에 던져버렸어요. 버리고 나니 제 마음이다시 평안해졌어요."
동생의 말을 들은 형도 역시 "그래, 안 그래도 나도 똑같이 마음이 이상해졌단다. 네가 없었으면 저 금덩어리를 내가 다 차지할 텐데 하는 욕심이 생겨 괴로웠다." - P165

베를린 장벽은 사람의 손으로 쌓았다가 다시 사람의 손으로 헐었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종교가 장벽이 되고,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관과 모든사상이 장벽이 되어 인간을 해치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과감히 헐어버릴 수밖에 없지 않는가? - P167

그러나 비판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그런 어른이 금방 되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어른이 된 다음의 세상은 그럼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10년 뒤면 ‘서태지 세대‘도 이렇게 욕을 얻어먹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청소년들은 꿈이 있어야 한다.
욕했던 사람이 다시 욕을 얻어먹는 그런 악순환은 그만 끝내야 하는데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 서태지의 다음 노래가 똑같이 욕만 해댄다면서태지의 노래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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