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에 대한 한빛비즈 교양툰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무려 99년생! 작가님! 3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20대에 예술 공부와 철학 공부를 함께하는 저자이기에 이런 재미있는 교양툰이 탄생하였다. 대학 1학년 때 유일하게 철학입문 필수교양 강의 듣고 철학 공부 못할 짓이다 생각한 나로서는 상상이 안됨...


저자가 맺음말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양철학보다는 서양철학 인물사에 가깝다. 서양철학의 기반을 이룬 주요 철학자들의 개인사(뒷담화?)를 중심으로 그 철학자의 사상을 가볍게 언급한다. “모든 철학자의 사상은 그의 삶에서 짜낸 정수와도 같다는 말에 백 번 공감. 소설이든 철학이든 읽다 보면 그 작가의 개인사가 궁금해지는 법.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20대 저자의 톡톡 튀는 갬성이 묻어나는 글과 그림으로, 무거운 철학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초등학생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서양철학사의 (주요 철학 사상을 알기는 어렵겠지만) 철학자의 흐름, 각 철학자들의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준다.


, 알지 못했던 여성철학자의 언급이 많다. 남성철학자의 형제이거나 배우자이거나 애인이거나 심지어 스승임에도 알지 못했던, 같이 연구했으나 저자로 올라가지 못했던, 많은 여성철학자들을 언급해줘서 좋다.


이걸 읽다 보니 작년에 읽었던 <소피의 세계> 정리하다 만 거 생각나네. 1권은 열심히 정리했는데, 2권 중반에 중단.... <소피의 세계>를 내년 쯤(?) 다시 읽으면서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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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15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99년생이 있군요 ^^
고3때 니체라니 .. 전 고3때 뭘한건지 ㅋ

햇살과함께 2022-06-15 19:33   좋아요 2 | URL
“90년생이 온다”가 아니라 이제 “2000년생이 온다”입니다^^ 좋아하는 공부를 재밌게 하는 방법을 아시는 분인 것 같아요~ 저는 무식하게 외우기만 잘했네요..아니 그냥 했네요..

mini74 2022-06-15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피의 세계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아이랑 봤던 기억이 나요 ㅎㅎ. 19살에 니체라니!! 도덕과 윤리에서나 만나는 철학자들을 ㅠㅠ 한빛비즈책들 저도 읽은 것들은 다 좋았어요. 이 책도 궁금했는데 재미있다니 관심이 갑니다 ~~

햇살과함께 2022-06-15 19:36   좋아요 2 | URL
소피의 세계 재밌게 잘 보다가 2권 후반부터 집중력 떨어져서 3권은 좀 대충 읽었네요 ㅎㅎ 저도 철학자 이름이랑 사상은 암기과목으로 ㅎㅎ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양철학 인물사입니다. 프롤로그에서는 다소거칠게 말했지만, 저는 철학자들의 삶을 공부하는 게 철학 공부에 도움이된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플라톤과 철인정치 사상을 그냥 놓고 배울 때는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플라톤이 철인정치라는 개념을 떠올린 배경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플라톤은 중우정치로 인해 스승을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아테네에서, 연극과 군중심리에 선동된 사람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내리는 걸 본 어린 플라톤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민중에게 정치를 맡기기보다는 현명하고 덕을 갖춘 일부가 정치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화를 알게되면 아마 플라톤의 철학이 조금은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겁니다.
모든 철학자의 사상은 그의 삶에서 짜낸 정수와도 같습니다. 생각은 경험에서 비롯하기 때문이죠. 이게 위인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고 유명인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애매한 철학자들의 생애 관련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발굴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이유입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니까요!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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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야, 나는 너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난 너를 죽이고 말 테다." 노인이 말했다.
그렇게 되기를 빌자,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 P55

"조금만 참아, 이 손 친구야. 너를 위해서 먹는 거니까." 그가 말했다.
물속의 고기 놈한테도 먹을 것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놈하고 난 형제 사이니까. 하지만 나는 저놈을 꼭 죽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빠져선 안 돼.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그는 쐐기 모양의 생선 조각을 모두 먹어 치웠다. - P60

"여보게, 고기 양반, 그래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그는 큰소리로 물었다. "나는 기분이 좋다네. 왼손도 많이 좋아졌어. 오늘 밤과 내일 낮 동안의 식량도 갖추고 있지. 자, 친구, 어디 배나 끌어 보시지."
실제로 노인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낚싯줄을 멘 등이 통증의 수준을 넘어 거의 무감각 상태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겪었는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 오른손은 조금 긁힌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이제 왼손의 쥐도 풀렸어. 두 다리도 끄떡없고, 더구나 식량 문제라면 저놈보다는 내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고 말이야. - P76

그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큰 고기가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록 연민의 정을 느낄지라도 고기를 죽이겠다는 결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저놈을 잡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저 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럴 자격이 없어. 저렇게도 당당한 거동, 저런 위엄을 보면 저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단 한 사람도 없어. - P77

"이따위 고기하고 맞서다가 죽을 순 없지. 저토록 멋지게 저놈이 다가오고 있으니, 하느님, 제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주기도문을 백 번 외우고, 성모송을 백 번이라도 외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욀 수가 없지만요." 그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 왼 것으로 해 두자,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중에 꼭 욀 테니까. - P89

고기야, 네놈이 지금 나를 죽이고 있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네게도 그럴 권리는 있지. 한데 이 형제야, 난 지금껏 너보다 크고, 너보다 아름답고, 또 너보다 침착하고 고결한 놈은 보지 못했구나. 자, 그럼 이리 와서 나를 죽여 보려무나. 누가 누구를 죽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이제 머리가 점점 몽롱해지고 있는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머리를 맑게 해야 해. 머리를 맑게 해서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해. 아니면 고기처럼 말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94

이제 노인의 머리는 맑을 대로 맑아졌고 단호한 결의로 흘러 넘쳤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상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기를 힐끗 바라보았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공격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혹시 해치울 수 있을지는 몰라. 에잇 ‘덴투소‘ 놈, 하고 그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놈의 자식 같으니. - P102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고기를 죽여서 정말 안됐지 뭐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난 작살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덴투소란 놈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힘이 센 데다가 머리도 좋지. 하지만 그놈보다야 내가 더 똑똑하지 아냐, - P104

어쩌면 그렇지 않을는지도 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놈보다 어쩌면 내가 좀 더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을 뿐인지도 몰라.
"이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P105

난 죄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데다 죄를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고기를 죽이는 건 어쩌면 죄가 될지도 몰라. 설령 내가 먹고살아 가기 위해, 또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한 짓이라도 죄가 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죄 아닌 게 없겠지.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고, 또 죄에 대해 생각하는 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야. 죄에 대해선 그런 사람들에게나 맡기면 돼. 고기가 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넌 어부로 태어났으니까. 산페드로도 저 훌륭한 디마지오 선수의 아버지처럼 어부였지. - P106

"놈들이 고기 사분의 일은 뜯어 간 것 같군.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를 말이야."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고기야,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나. 그래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던 거야." 그는 말을 멈추었고 이제 더이상 고기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피가 빠져나가고 바닷물에 깨끗이 씻긴 고기는 거울의 뒷면처럼 은색을 띠고 있었으나 줄무늬만은 아직도 선명했다.
"고기야, 난 이렇게 멀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다. 고기야, 미안하구나." 그가 말했다. - P111

"칼을 갈 숫돌이 있으면 좋으련만." 노인은 노 끝 부분에 묶은 끈을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숫돌을 가지고 올걸 그랬어." 갖고 왔어야 할 것이 많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늙은이야, 넌 그것들을 가지고 오지 않았잖아. 지금은 갖고 오지않은 물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자넨 여러 모로 좋은 충고를 해 주는군. 하지만 이젠 그것도 신물이 났어."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P112

만약 잘라 낼 수 있어 노의 손잡이에 그것을 잡아맸다면 얼마나 훌륭한 무기가 되었겠는가. 그랬더라면 우리는 함께 싸울 수가 있었을 텐데. 한밤중에 상어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그가 말했다.
그러나 이제 날이 어두워진 데다 하늘에 비치는 훤한 빛도, 불빛도 보이지 않았고 다만 불어오는 바람에 돛이 한결같이 팽팽해져 있을 뿐, 노인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죽은 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손바닥을 만져 보았다. 손은 죽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두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고물에 몸을 기대어 보고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어깨가 그렇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 P117

노인은 이제 배가 해류 안으로 들어온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해안을 따라 있는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배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았기에 이제 항구로 돌아가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뭐니 뭐니 해도 바람은 우리의 친구니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때에 따라서 말이지, 하고 그는 단서를 붙였다. 그리고 거대한 바다, 그곳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지. 그리고참, 침대는,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는 내 친구거든. 침대 말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란 참 좋은 물건이지. 녹초가되었을 때 그렇게도 편안하게 해 주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가 얼마나 편안한 물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지. 한데 너를 이토록 녹초가 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121

이튿날 아침에 소년이 오두막집 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노인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날은 바람이 몹시 사납게 불어서 유망어선(流網漁船)이 바다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오두막집에 와 본 것이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오두막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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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은 여기저기 밀가루 부대로 기워져 있었고, 접어 놓으면 마치 영원한 패배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보였다. - P10

"물론 기억하고말고. 네가 나한테서 떠난 게 내 솜씨를 의심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단다." 노인이 대답했다. - P11

"그런데 아버지한테는 그다지 신념이라는 게 없어요."
"그래, 그건 그렇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신념이 있지. 안 그러냐?" 노인이 대꾸했다. - P11

투망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고, 소년은 노인이 투망을 언제 팔아 치웠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런 꾸며낸 말을 날마다 되풀이했다. 노란 쌀밥도 생선도 있을 리 없었고, 이 또한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 P17

어둠 속에서도 노인은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를 저으면서도 날치가 수면에서 날아오를 때 내는 부르르 떠는 소리라든가, 그 빳빳이 세운 날개가 어둠 속을 날아갈 때 내는 쉿쉿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날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날치를 바다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그러나 새들은 가엾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언제나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지만 얻는 것이라곤 거의 없는 조그마하고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특히 가엾게 생각했다. 새들은 우리인간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사는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강도 새라든가 힘센 새들은 빼놓고 말이지만, 바다가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는데 왜 제비갈매기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새 - P30

를 만들어 냈을까? 바다는 다정스럽고 아름답긴 하지.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도 있는 데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해. 가냘프고 구슬픈 소리로 울며 날아가다가 수면에 주둥이를 살짝담그고 먹이를 찾는 저 새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 P31

하지만 난 정확하게 미끼를 드리울 수 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단지 내게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 P34

또한 노인은 어부들이 어구를 맡겨 두는 오두막집의 커다란 드럼통에 들어 있는 상어의 간유도 날마다 한 잔씩 마셨다. 누구든지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실 수 있도록 그곳에 놓아둔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부들은 그 맛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싫은 것으로 말하자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보다 더한 게 있을까. 상어의 간유는 온갖 감기와 독감에도 아주 효력이 있고 눈에도 좋았다. - P39

이러다가 죽을 테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버티고만 있을 수는 없을 테니. 그러나 네 시간이 지나도록 고기는 여전히 배를 끌면서 먼 바다로 헤엄쳐 가고 있었고, 노인은 여전히 낚싯줄을 등에 걸친 채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저놈이 낚시에 걸려든 게 정오 무렵이었지. 그런데 아직 녀석의 낯짝도 보지 못했단 말이야." - P47

그러고 나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뭍이 보이지 않았다. 뭍이 보이지 않아서 어떻단 말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언제든지 아바나 쪽에서 비치는 밝은 빛을 보고 항구로 돌아갈 수 있거든. 해가 지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고, 어쩌면 그때까지는 고기 놈이 올라와 줄지 모르지. 만약 그때까지 올라와 주지않는다면 달이 떠오를 때까지는 올라와 주겠지. 또 그때까지도 올라오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 해가 뜰 때는 올라와 주겠지. 지금 내 몸엔 쥐도 나지 않고 기운이 팔팔 흘러넘치고 있어. - P47

그러자 어깨에 가로질러 걸친 낚싯줄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큰 고기의 힘이 느껴졌다.
일단 내 계책에 걸려든 이상 어느 편이든 선택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놈이 선택한 방법이란 온갖 올가미나 덫이나 계책이 미치지 못하는 먼 바다의 깊고 어두운 물속에 잠겨 있자는 것이지. 내가 선택한 방법이란 모든 사람이 다다르지 못하는 그곳까지 쫓아가서 그놈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가지 못하는 그곳까지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함께 있는 것이고, 정오부터 줄곧 이렇게 함께 있었던 거야.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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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양철학의 출발은 테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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