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결핍의 다른 이름이다. 덜 것도 더할 것도 없는 가득함(충만)은 삶의 꼴도 결도 아니다. 대칭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 제안에 있던 무언가를 뺀 나머지 모습이다. 좌우대칭은 그 가운데 가장 흔히 눈에 띄는 한 가지 모습일 뿐이다. 물리나 화학에서 나타나는 대칭은 어쩌다 그렇게 된 현상이지 스스로 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나비의 두 날개로 나타나는 대칭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P149

0과 1 사이에 낀 것 치고 멈추는 것은 없다. 모두 흔들리고 끊임없이 흐른다. ‘수’도 바뀌고 물질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톨로 뭉치고 결을 이루어 풀리는 뭇 것들 모두가 움직인다. 살아 춤춘다. 수학 공식도 물리법칙도 함께 널뛴다. 어떤 눈금이 새겨진 잣대를 들이대도 그 잣대가 잴 수 있는 것은 수의 얼굴을 지닌, 법칙의 탈을쓴 나머지일 뿐이다. - P151

나는 <철학을 다시 쓴다》에서 동일률이 어디에서 어떻게 깨지는지 밝히는 데 힘을 쏟았다. 함과 됨으로 드러나는 힘은 우리 눈에 톨의 움직임으로 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눈보다는 귀가 조금 더 밝아서 결의 움직임을 받아들이지만, 그것도 어디에서 어디까지, 얼마에서 얼마까지라는 틈새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고(감각), 알 수 있는(지각) 것은 얼마나 적은가. 작아질수록 그리고 커질수록 사람의 헤아림에서 그만큼 벗어나는 앎의 테두리가 좁아진다. 미시세계(작은 것), 거시세계(큰 것)에서 드러나는 티끌 같은 조약돌 하나 집어 들고 그것을 앎의 모두인 것처럼 뽐내고, 자랑하고, 떠들어대고, 기리는 모습은 ‘알음알이 놀이‘(지적유희)와 진배없어 보인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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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느냐, 삶이란 무엇이냐?‘
옛날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형이상학자들은 대체로 삶에 대한 소박하고도 끊임없는 호기심이 그이들의 연구 동기였다. 그 사람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난 속에서도 꾸준히 ‘형이상학적 꿈‘을 꾸어 왔다. 그 때문에 스스로 불행하지도 않았고, 남을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대 첨단 과학자들은 스스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꿈꾸는 ‘기쁨의 형이상학‘ 대신에 ‘슬픔의 형이상학‘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받은 느낌이다. - P127

크게 보아 지난 몇백 년 동안 과학계에는 세 차례에 걸친 큰 변화가 있었다. 뉴턴이 찾아낸 관성과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그리고 양자역학이다. 하나는 일상세계의 해석에서 또 하나는 거시세계의 해석에서 나머지 다른 하나는 미시세계의 관찰에서 일어난 변화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물리 세계의 법칙들은 수학과 실험, 관찰의 ‘검증’을 거쳤다. 그러나 문제가 남았다. 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학의 불일치다. 그 둘을 아울러 보려는 시도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정성원리와 불완전성정리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물리학, 수학의 ‘작업가설’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플라톤주의와 원자론자들 이론의 통일? 글쎄, 어려울 게다. - P128

한 입으로 두 말뿐 아니라 여러 말을 할 수 있다. ‘다 비었다, 하나다, 마음이 모두 빚어냈다, 물질이다, 생명이다, 창조의 역사다, 진화의 역사다…………’ 이른바 화엄세계는 살아 있는 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자나 아원자로 살아 있든, 부풀어 오르는 우주로 살아있든, 마침내 눈에 안 보이는 점으로 사라지다가 어느 순간 ‘뻥‘ 터지든 살아 있는 놀이판이다. 그럴싸하게 꾸며 댈 수도 있다. 크게 어렵지 않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본뜨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좀팽이 과학‘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너나들이할 수 있는 우주적 상상력이다. 안 그런가?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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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읽기 숙제

오늘부터 여름방학인 첫째에게 방학동안 읽으라고 남편이 주말에 탁자에 쌓아놓은 책… 방학 3달 아니고 1달인데요?! 책만 보는게 아니고 수학도 하고 영어도 해야죠?! 서점 가서 문제집도 2권만 사기로 하고 5권 사오고. 그냥 학교 가고 싶다고 ㅋㅋㅋ

과연 몇 권이나 읽을 것인가.

내가 안읽은 책도 몇 권 있네. 그리스 로마 신화는 2권까지 읽었나. 바이블 스토리도 재미없어서 앞에 조금 보다 말았고, 다윈의 식탁이랑 올리버 트위스트는 읽어야 하고. 곰브리치 세계사도 복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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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8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학교 가고 싶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7-19 12:22   좋아요 1 | URL
나도 그냥 학교 가는 게 낫겠다고 동의해줬습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2-07-18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쌍한 아이들..... ㅎㅎ 독서말고도 할거 많아요. 저 중에서 꼭 보고 싶은거 2권만 빼서 읽으라고 하면 읽을 수 있을 듯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2-07-19 12:23   좋아요 1 | URL
네~ 아마 2~3권 정도 읽지 않을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8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문제집도 2 권 아닌 5 권을 부러 사올 수 있게....학교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책탑!!!!ㅋㅋㅋ
아이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마음이 이렇게 다르군요? 우린 책탑 사진 보면 와~ 부럽다! 멋지다!!!! 그러는데...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7-19 12:27   좋아요 2 | URL
ㅋㅋㅋ 문제집은 저희 남편이 5권 산 거에요~
가기 전에 수학 2권만 사오자고 나갔으나 서점에서 30분 넘게 이것 저것 구경하더니 5권을 ㅋㅋㅋ 그것도 제가 말려서
그래서 차라리 학교 가겠다고 ㅋㅋㅋ
책탑도 내가 쌓아야 좋겠죠?? 남이 쌓아주면 읽으라고 하면 저도 싫을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7-19 0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생이 읽기에는 어려운거 아닌가요? ㅋ 미래의 알라디너가 될거 같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7-19 12:30   좋아요 2 | URL
장 지글러, 곰브리치 세계사,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만 읽어도 선방할 듯요^^
알라디너를 싫어할 것 같아요 ㅋㅋㅋ

mini74 2022-07-19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년치 아닌가요 ㅎㅎㅎ 다윈의 식탁 재미있었어요.*^^*

햇살과함께 2022-07-19 12:34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ㅎㅎㅎ 중학교 오고 나서 읽은 양을 생각하면 1년치 초과할 것 같습니다^^
다윈의 식탁 저도 8월에 읽어봐야겠네요~
 

헤어질 결심 각본집 구매!

남편이 2번째 보고 와서 각본집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더니 그런 사람 많았나 보네. 벌써 각본집 예약판매! 당장 구매했다. 구매평들이 아주 다들 신났다 ㅋㅋㅋ

각본집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지난주에 마르틴 베크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라고 하고, 어제는 말러 5번을 구매하라고 하고. 영화에 나온 건 정명훈 버전인데 김혜리의 필름클럽에서 추천한 성시연 버전으로 구매.

초반 흥행 별로더니 입소문 타고 N차 관람하는 사람 많아 손익분기 넘고 꾸준하다. 나는 첫번째 볼 때 계속 서래를, 해준을, 사랑을 의심하느라 잘 몰입하지 못했는데(제가 사랑에 의심이 좀 많습니다요 ㅋㅋ) 이동진, 김혜리 평론가 설명도 듣고 기사도 보고 공부 좀 하고 두번째 보니 더 빠져들어 보았다.

남편은 3차, 나는 2차 관람했는데 남편은 이번 주말에 한번 더 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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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8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다시 보고싶어요. 남편도 그렇더라구요.
다만 영화관 말고 나중에 어딘가 뜨면 집에서 한밤에 조용히 보려구요.
전체적으로 흥행은 저조한데 한번 본 사람들이 재관람하는 비율이 많이 높으가봐요. ^^

햇살과함께 2022-07-19 12:16   좋아요 0 | URL
N차 관람하는 사람 비율이 다른 영화에 비해 높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볼 때 놓친 대사나 장면 다시 보면서 발견하는 깨알 재미가 있어요~
꼭 다시 보세요~

얄라알라 2022-07-18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야 상영관에서 봐서 그랬는지 소리가 울려서 대사 놓친 부분이 초반, 중반에 있었어요.
다른 영화라면 대사 몇 마디 쯤이야 싶은데, [헤어질 결심]은 대사 하나하나 놓치면 안 되기에
각본집 소식 아주 반갑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7-19 12:1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대사 하나 하나가 다 의미가 있고 2부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다시 보면서 그렇게 연결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얄라알라 2022-07-18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은 2번이나 보시고, 유명 평론가분들 분석도 꿰뚫어 공부하셨으니 이해하시는 정도가 다르실 것 같아요.

저는 반만 이해한 거 같기도. 그렇다고 극장에서 보려니 슬슬 내려가는 분위기네요

햇살과함께 2022-07-19 12:21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김혜리의 필름클럽 들어보세요.
저는 평소 영화 보며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남편이 2차 보기 전에 꼭 들어보라고 해서 들었는데, 듣고 가길 잘했어요~

다락방 2022-07-19 0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각본집 안 사는 사람인데 ㅋㅋㅋ 이건 살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7-19 12:2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도 각본집 처음 사봅니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띵 시리즈 7
호원숙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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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완서 작가의 음식 뿐만 아니라, 음식에 엄격하셨던 할머니, 엄격하진 않았지만 음식에 정성을 들인 외할머니의 음식과 호원숙 작가가 만드는 음식 이야기호원숙 작가의 어릴 적 음식에 대한 기억이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에 나온 글과 엮이면서 생생한 추억으로 살아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엄마보다는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해서, 아니 안해서(?) - 가게와 집안 살림과 자식 넷 때문에 요리할 시간도 정신도 없었겠지요... 엄마가 생각나는 음식 추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엄마가 해준 음식으로 기억나는 건 김치로 만든 음식 밖에. 김치찌개와 두부김치볶음, 김치볶음밥을 엄청 자주 먹었다다행히 그것들을 그때도 좋아하는 편이었고(물론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볶음과 멸치볶음 너무 자주 해줘서 짜증 낸 적도 많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외갓집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가기 전에는 방학마다 며칠 씩 지내다 왔는데, 외할머니 음식이 정말 정말 맛있었다. 내가 싫어해서 엄마가 해주면 거의 먹지 않던 된장찌개도 외할머니는 어찌나 맛있게 끓이시는지. 밑반찬들도 어찌나 정갈하고 맛있는지. 편식 심해서 집에서 투덜거리며 먹지 않던 야채 반찬도 다 맛있고. 나물무침 왜 이렇게 맛있어? 왜 엄마는 외할머니의 음식 솜씨를 닮지 않은 것인가 하는 원망과 함께(엄마 뿐만 아니라 큰 이모, 작은 이모 모두 그 솜씨를 물려받지 못한 듯). 그 시골 동네는 구멍가게도 없어서 외할아버지가 하루에 한두 번 벽장에서 꺼내주시는 땅콩카라멜 말고는 군것질거리가 없어서 더 밥이 맛있었나?


외할머니 쪽진 머리도 생각난다. 친할머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뽀글이파마를 하셨는데, 외할머니는 뽀글이파마를 본 기억이 없다. 아침마다 경대를 보며 참빗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기름을 바르고 비녀를 꽂으시는 걸 항상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쳐다보는 걸 인자하고 지긋한 웃음으로 바라보셨지.


엄마의 음식은 나에게는 한끼 한끼 살기 위한 생존의 기억이라면, 외할머니 음식이 나에게는 손자 손녀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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