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온다고 하고,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제인 오스틴 편의 상찬에 궁금하던 차에 마침 3개월 무료 이용 중인 밀리의 서재에 <사랑과 우정> 이북이 있어 읽었으나…



- 제인 오스틴이 15살에 습작으로 썼다.
- 출판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닌 집안에서 형제자매들을 즐겁게 하려고 쓴 이야기로 오스틴의 소설 수준이 아니다(물론 이후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상황들이 있다).
- 아주 짧은 서간체 소품으로, 우화나 동화라고 볼만한 황당한 내용이다.
- 이 책 번역이 엉망인 것 같다. 오타, 비문 등이 많고 대충 번역된 것 같다.


- <집 안의 천사 죽이기>의 관련 내용은 아래 참조.

우선, 필라델피아의 눈에 전혀 열두살짜리 여자애 같지않게 변덕이 심하고 가식적으로 비쳤던 새침한 어린 소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아이답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 『사랑과 우정 Love and Friendship』의 저자가 될 터였으니, 이 작품은 믿기지 않게도 열다섯 살 때 쓴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교실을 즐겁게 하려고 쓴 것으로, 같은 공책에 있는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은 짐짓 엄숙한 티를 내며 오빠에게 헌정되었고, 또 다른 것은 글머리마다 언니가 그린 깔끔한 수채화 삽화가 곁들여졌다. 가족의 전유물이었던 듯한 농담들도 있고, 급소를 찌르는 풍자들도 있다. 오스틴가의 아이들은 <탄식하며 소파에서 기절하는> 우아한 귀부인들을 웃음거리로 삼았던것 같다.
형제자매는 자기들이 모두 혐오해 마지않는 악덕들에 대해 제인이 최근에 쓴 것을 소리 내어 읽어 주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나는 오거스터스를 잃은 슬픔에 순교자로 죽는다. 단 한 번 치명적인 기절이 내 목숨을 앗았으니. 기절을 조심하라, 친애하는 로라여. 되도록 자주 미쳐도 좋지만, 기절은 하지 말라.> 이런 식으로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맞춤법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써나간다. 로라와 소피아에 대해, 필랜더와 구스타버스에 대해, 에든버러와 스털링 사이를 하루 걸러씩 마차로 달리는 신사에 대해, 테이블 서랍에 간직해 둔 보물의 도난에 대해, 맥베스를 연기하는 굶주린 모자(母子)들에 대해, 믿기 어려운 모험담을 써나간다. 의심할 바 없이 그 이야기는 교실을 웃음으로 떠나가게 했을 터이다. 하지만 이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거실 한구석에 앉아 글을 쓴 것이 단순히 형제자매로부터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서나 가내 소비용으로가 아니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녀는 딱히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썼고, 자신의 시대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위해서도 썼다. 다시 말해, 그렇게 이른 나이부터 제인 오스틴이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문장의 리듬과 균형감과 엄격성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성격이 좋고 예의 바르고 친절한 젊은 여성일 뿐이었으며, 그 점에서 우리는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런 문장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나서도 기억에 남게 된다. 활기차고, 평이하되 흥미롭고, 자유자재로 허튼소리를 넘나드는 정신 -『사랑과 우정』에는 이미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다른 것과 결코 섞이지 않는 작품 전체에 걸쳐 분명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웃음소리이다. 열다섯살 소녀는, 자신의 구석에서,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것이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123~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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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1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5살에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은 대단하군요 ^^ 황당하다니 더 궁금하네요~!!

햇살과함께 2022-09-15 16:30   좋아요 3 | URL
15살에 이런 글을 쓰다니, 제인 오스틴은 천재인 것입니다만,,
이 책의 번역은 구글 번역기로 돌린 것 같다는 생각이..
궁금하시면 이 책 말고 다른 번역이 있는지 찾아 읽어보세요~ 아님 원서?!
 

다음으로, 밋퍼드양이 이름을 전하지 않는 한 친구는 그녀를 방문한 후 이렇게 썼다. 〈그녀는 일찍이 존재했던 《독신의 축복》의 가장 뺏뻣하고, 까다롭고, 과묵한 본보기로 굳어져 버려서, 『오만과 - P122

편견』이 그 불굴의 갑(匣) 안에 어떤 보석이 숨겨져 있었는지 보여 주기 전까지는 부지깽이나 난로 앞 철망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아주 달라져서, 여전히 부지깽이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가 되었다. 위트 있는 인물 묘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정말이지 무섭다.> - P123

〈그녀는 성격이 좋고 예의 바르고 친절한 젊은 여성일 뿐이었으며, 그 점에서 우리는 그녀를 싫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런 문장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나서도 기억에 남게 된다. 활기차고, 평이하되 흥미롭고, 자유자재로 허튼소리를 넘나드는 정신―[사랑과 우정』에는 이미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다른 것과 결코 섞이지 않는, 작품 전체에 걸쳐 분명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웃음소리이다. 열다섯살 소녀는 자신의 구석에서, 세상을 향해 웃고 있는 것이다. 열다섯 살 난 소녀들은 항상 웃고 있기 마련이다. - P125

그녀가 친절함과 진실과 성실성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 주는 것은 틀림없는 감수성과 한결같은 좋은 취향, 거의 엄격한 도덕성을 배경으로 해서이며, 이런 가치들이야말로 영문학에서 가장 즐거운 것들이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메리 크로퍼드를 선악이 뒤섞인 모습으로 그려 낸다. 그녀는 메리가 성직자들을 비난하거나 준남작의 지위와 연수 1만 파운드에 대해 호의적으로 재잘대도록 더없이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만, 이따금 아주 조용하고도 완벽한 조화 가운데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러면 대번에 메리크로퍼드의 수다는, 여전히 재미있는데도, 김이 빠져 버린다. 거기에 오스틴이 그려 내는 장면들의 깊이와 아름다움과 복잡함이 있다. - P134

『설득』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 있다. 그 지루함은 다른 두 시기 사이의 과도기에 종종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는 다소 싫증이 나 있다. 그녀는 자기가 그려 내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너무 친숙해져서, 더 이상 그것이 참신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코미디에 나타나는 신랄함은 그녀가 더 이상 월터 경의 허영이나 엘리엇 양의속물주의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풍자는 가혹하며 코미디는 거칠다. 그녀는 더 이상 일상생활의 재미를 신선하게 의식하지 못하며,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제인 오스틴이 전에도 이런 일을 했고 더 잘했었다고 느끼는 한편, 그녀가 전에 시도해 본 적 없는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설득』에는 새로운 요소가, 아마도 휴웰 박사를 흥분시키고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주장하게 했던 무엇인가가 있다. 그녀는 세상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더 신비로우며 더 로맨틱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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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 해리엇 테일러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 월리엄 고드윈

길은 일찍부터 나 있었지요. 패니 버니, 애프라 벤, 해리엇 마티노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같은 많은 유명한 여성들과 이름 없이 잊혀 간 훨씬 더많은 여성들이 나보다 오래전에 그 길을 평탄하게 닦아 내 걸음을 순조롭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내가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내 앞길에 실질적인 장애물은 별로 없었습니다. 글쓰기는 점잖고 무해한 일거리지요. 펜을 긁적인다고 해서 집안의 평화가 깨지지도 않고, 가계에 부담이 되지도 않으니까요. 10실링 6펜스어치 종이만 사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전부 쓰기에 충분합니다.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지요. 작가에게는 피아노도, 모델도, 파리, 빈, 베를린으로의 유학도, 스승도 필요치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종잇값이 싸다는 것이 여성이 다른 어떤 직업에서보다 먼저 작가로서 성공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P12

잡지에 글을 쓰고 그렇게 번 돈으로 페르시아고양이를 사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 있을까요? 하지만, 잠깐만요. 그런 글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라야 하지요. 그때 내가 쓴 글은 어느 유명한 남성의 소설에 대한 것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서평을 쓰던 중에, 나는 만일 계속해서 서평을 쓰고자 한다면 모종의 유령과 싸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유령은 여자였고, 그녀를 좀 더 알게 되었을 때 나 - P13

는 그녀에게 — 유명한 시의 여주인공을 따라ㅡ<집 안의 천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내가 서평을 쓰고 있었을 때 나와 종이 사이에 끼어들곤 하던 것이 바로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나를 귀찮게 하고 내 시간을 허비하고 나를 하도 괴롭혔으므로, 마침내 나는 그녀를 죽여 버렸습니다. - P14

말하자면 내가 어느 유명한 남자의 소설을 평하려고 손에 펜을 들라치면, 그녀가 내 등 뒤에 살며시 나타나 소곤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봐요, 당신은 젊은 여성이에요. 그런데 지금 당신은 남자가 쓴 책에 대해 글을 쓰려 하는군요. 다정하고 상냥하게 굴어요. 아첨하고 적당히 비위를 맞추는 거예요. 우리 여성의 모든 술수와 책략을 쓰도록 해요. 당신에게 당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해요. 무엇보다도, 정숙하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 펜을 인도할 태세였습니다. 나는 여기서 스스로 공치사를 해도 좋을만한 행위 하나를 기록해 둡니다(물론 그 공은 내게 얼마간의 돈을 ㅡ 연수 5백 파운드라고 해둘까요? ㅡ 물려준 몇몇 훌륭한 선조들에게 돌리는 것이 옳겠지만요. 그 돈 덕분에 나는 생계를 위해 매력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녀를 죽였습니다. 만일 내가 법정에 서게 된다면, 나는 그것이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할 것입니다. 만일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죽였을 테니까요. - P15

이상과 같은 두 가지는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입니다. 내직업 생활에 있었던 두 가지 모험이지요. 나는 그 첫 번째 -<집 안의 천사> 죽이기는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ㅡ 육체로서의 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는 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어떤 여성도 해결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여전히 막강하고, 그러면서도 분명히 파악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겉보기에는, 책을 쓰는 것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겉보기에는, 글을 쓰는 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장애가 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그녀는 여전히 많은 유령과 싸워야 하고, 많은 편견을 극복해야 합니다. 여성이 죽여 버려야 할 유령이나 깨뜨려 버려야 할 암초를 만나지않고 그저 앉아서 글을 쓰기까지는, 정말이지 앞으로도 오랜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성에게 가장 개방된 직업인 문학에서 이러하다면, 여러분이 처음으로 진입하려 하는 새로운 직업들에서는 어떻겠습니까? - P20

우리 모두 동의하리라 생각되는 사실은, 아주 이른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 인구 전체를 낳은 것은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일은 많은 시간과 수고를 요구합니다. 또한 이 일이야말로 여성을 남성에게 - P39

종속시켜 왔고, 그러면서 그녀들 안에 인류의 가장 사랑스럽고 훌륭한 자질을 함양해 왔습니다. 나와 <상냥한 매>가 다른 것은 그가 현재 남녀의 지적 평등성을 부정한다는 점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가 베넷 씨와 더불어 여성의 정신은 교육이나 자유를 누려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여성의 정신은 최고의 성취를 이룩할 수 없다고, 여성의 정신은 지금과 같은 처지에 영원히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 P40

하지만 필요한 것은 교육만이 아닙니다. 여성들은 경험의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들과 다를 때(나는 여성과 남성이 사실상 같다는 <상냥한매>의 주장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차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의 모든 활동이 장려되어, 남성들만큼이나 자유롭게 그리고 조롱당하거나 얕보일 우려 없이 생각하고 발명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는 여성들의 핵심적인 활동이 항상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대단히 중요한 이런 조건들이 <상냥한 매>나 베넷 씨 같은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저해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존중받 - P40

기가 훨씬 더 쉬우니까요. 만일 장래에도 그런 견해가 횡행한다면, 우리는 반쯤 문명화된 야만 가운데 남게 되리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편의 영원한 지배와 다른 한편의 영원한 예속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정의합니다. 왜냐하면 노예 상태로의 타락과 맞먹는 것은 주인 노릇으로의 타락밖에 없으니까요. - P41

사실상 여성의 욕망,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려 하고 이제껏 부과되던 행동의 제약들을 극복하려는 욕망은 그녀의 삶이 가사 노동에 덜 매이게 되는 순간 태어났다. 한두세대 전만 해도 그런 노동이 항시 그녀의 주의를 사로잡고 온 힘을 소모시켰던 것이다. 물레바퀴와 바늘과 방추, 잼과 피클을 만드는 것,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여성들을 묶어 두지 못한다. 해묵은 가사 노동이 사라지자, 장차 신여성이 될 여성은 자기 안에서 보고 생각하고 판단할 여유가, 자신과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 레오니 빌라르 - P47

〈내게는 여자의 느낌들이 있어요. 하지만 남자의 언어밖에 없어요〉라고 [성난 무리를 멀리 떠나]의 밧세바는 말한다. 그 딜레마로부터 무한한 혼돈과 착종이 생겨난다. 에너지는 해방되었지만, 어떤 형식으로 흘러들어 갈 것인가? 기존 형식들을 시도해보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고, 좀 더 잘 맞는 다른 것을 창조하는 것은 자유와 성취의 선결 조건이다. 나아가, 여성이라는 존재가 1860년에 처음으로 창조되지 않았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그녀의 에너지의 대부분은 이미 충분히 사용되고 고도로 개발되어 있다. 그런 여분의 에너지를 한 방울도 허투루 흘리지 말고 새로운 형식에 쏟아붓는 것은 남성들의 동시적 발전과 해방으로써만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이다. - P48

비범한 여성은 평범한 여성을 기반으로 한다. 평균적인 여성의 삶의 여건들이 어떠했는지 - 자녀를 몇이나 두었는지, 자기 몫의 돈이 있었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가족을 돌보는 데 도와주는 이가 있었는지, 하인들이 있었는지, 가사 노동의 일부를 담당했는지 ㅡ 를 알 때, 평범한 여성에게 가능한 생활 방식과 삶의 경험을 측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작가가 된 비범한 여성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51

그러므로 19세기 초 영국에서 비범한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법과 관습과 풍속에서 무수한 작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말해 준다. 19세기 여성은 약간의 여가와 교육을 누렸다. 중류층과 상류층 여성이 자기 의사로 남편을 택하는 것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네 명의 위대한 여성작가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 중에서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았고, 두 명은 아예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 P53

19세기에도 여성은 거의 전적으로 집에서, 자신의 감정속에서만 살았다. 19세기 소설들은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쓴 여성들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어떤 종류의 경험들에서는 배제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가령 콘래드의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만일 그가 선원이 될 수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는 톨스토이에게서 그가 군인으로서 전쟁에 대해 아는 것, 부유한 청년으로서 교육을 받고 온갖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덕분에 인생과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을 제거한다면, 『전쟁과 평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해질 것이다. - P54

하지만 여기서도 여성들은 통념으로부터 점차 독립하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의 가치 감각을 존중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여성 소설은 주제에서 모종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해지는 대신, 다른 여성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는다. 19세기 초의 여성 소설은 대개 자전적이었다. 여성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한 동기 중 하나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자기 입장을 항변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욕망이 더 이상 긴박하지 않게 되자, 여성들은 자신들의 성을 탐사하고 전에 묘사된 적이 없는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문학에서 여성들은 남성 작가의 창조물이었으니 말이다. - P59

예언하건대, 여성은 장차 소설은 덜 쓰되 더 훌륭한 소설을 쓸 것이고, 소설뿐 아니라 시와 비평과 역사를 쓸 것이다. 하지만 물론 이것도, 여성이 자신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거부되었던 것, 즉 여가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는 황금시대, 저 전설적인 시대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 P63

11 10대의 울스턴크래프트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어머니를 지키기위해 종종 어머니의 침실 앞 층계참에서 잤다고 한다. - P97

그러니까 프랑스 혁명은 그녀의 외부에서 일어난 일개 사건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핏속에 있는 활성제였다. 그녀는 평생 항거했다 - 폭정에 대해, 법에 대해, 인습에 대해. 그녀의 내부에는 개혁가다운 인류애가 끓어올랐으며, 그것은 사랑만큼이나 증오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발발은 그녀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있는 이론과 신념이 일부 표출된 것이었으니, 그녀는 그 특별한 순간의 열기 속에서 두권의 웅변적이고 과감한 책 『버크에 대한 답변』과 『여성의 권리 옹호』를 내놓았다. 이 책들은 너무나 지당한 내용이라 지금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그 독창성은 우리의 상식이 되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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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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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 양극단의 갈등을 대표하는 천안함과 세월호 참사의 교차를 통해, 비극의 피해자 관점에서 천안함 생존장병들의 PTSD에 대해 말한다. 진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보수는 되지 말자는 1인으로 부끄럽게도 세월호에 비해 천안함 생존장병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천안함 음모론에 기울어진 진영논리에 빠져 확증편향을 가졌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그동안 몰랐던 최원일 함장 및 생존장병의 이야기와 인터뷰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김승섭 교수님 이런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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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2-09-12 2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안함사건에 자기검열 기제가 심하게 작동했던 1인이었는데, 알릴레오북스에서 이 책 방송 듣고 좋아서 사두고 기대만 하고 있네요!ㅎ 저자의 아픔이 길이되려면도 참 좋더라구요!ㅎ
연휴 후 시작되는 한주 즐겁고 행복하시구요!ㅎ

햇살과함께 2022-09-13 08:31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이 책 사두셨군요! 저는 <오롯한 당신> 좋아서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렸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 사두었네요. 계속 읽어야겠습니다. 한주 시작 화이팅입니다!

기억의집 2022-09-12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천안함에 타고 있던 분들 대부분이 이십대 초반일텐데.. 다 같은 어린 학생, 청년이었는데 그걸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그래도 천안함 참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언제나 가셨던 거 기억 합니다… 저도 반성하게 되네요!

햇살과함께 2022-09-13 08:36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보기 전에 생존장병 생각을 전혀 안했다는.. 내가 가진 생각에 동조하는, 보고 싶은 기사, 정보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억의집 2022-09-13 08:40   좋아요 2 | URL
참 씁쓸한 게 제가 햇살님 글 읽고 인스타와 유튭에 천안함 검색해서 찾아보니… 정치 성향이 극우시더라고요. 지난 십년간 그들을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거겠죠….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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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개인적 질병 서사를 관통하는 사유를 통해 질환과 질병, 통증과 상실, 의료진과 돌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아파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 느끼는 것, 알게되는 것.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우리는 언젠가 아프다. 표지 그림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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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2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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