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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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예약 기다려 거의 한 달 만에 읽은 마르틴 베크 8권 <잠긴 방>


전편에서 총을 맞아 수술 및 회복 후 15개월만에 첫 출근한 베크에게 맡겨진 잠긴 방에서 죽은 한 남자의 자살(?)사건 그리고 콜베리, 라르손, 뢴이 맡은 은행 강도 사건이라는 2개의 서로 다른 사건이 진행된다.


총격 사건 이후 매일 밤 악몽을 꾸며 혼자 사는 집에 갇힌 듯한 시간을 보내는 베크와 잠긴 방에서 죽은 남자는 묘하게 겹쳐 보이고, 콜베리의 배려로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그 사건을 혼자 맡으며 천천히 업무에 적응하며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가는 베크.


그 동안 서로 데면데면하던 콜베리와 라르손이 공공의 적(?)을 맞아 함께 일하는 모습은 깨알 재미.


경찰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듯 우당탕탕 어이없는 촌극이 벌어지고, 허를 찔리고,

스웨덴 정부나 경찰,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권을 더할수록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진다.


이로써 마르틴 베크 2권에서 8권까지 읽었다. 1권 <로제나>만 읽으면 번역된 책은 완독.

시리즈 중 나의 최애는 <사라진 소방차>, 그리고 <웃는 경관>

다락방님이 <로제나>는 별로 라고 했으니 최애는 바뀌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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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0-1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도 <웃는경관>입니다ㅎㅎ전 아직 4권밖에 안읽었습니다만^^;;

햇살과함께 2022-10-15 17:57   좋아요 1 | URL
다른 책에 자꾸 순위가 밀리죠?! ㅎㅎ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반납 압박에^^
남편은 이번 권은 좀 지루하다고 읽다 중단했어요;;

바람돌이 2022-10-15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잭 리처 시리즈 끝나면 읽으려고 킵해둡니다. ^^

햇살과함께 2022-10-15 22:4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리즈 끝나면 잭 리처 읽어볼까요 ㅎㅎ
 

10장 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 197페이지

외모 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선언은 쿨한 멘트에 그렇지 못한 태도에서 불안과 공허함 따위가 발견되기도 한다. - P183

어린 여자들의 안전은 꽁꽁 싸매진 몸이 아니라 안전한 거리로부터 나온다. 나는 더 이상 고통으로 위협당하며 얼마나 꾸밀지를 허락받기 싫다. 꾸밀 권리는 나의 것이고, 고통 없는 세계를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정말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나의 민소매 차림을 지적한 엄마는 밖으로 드러난 살결이 두려웠는지, 팔에 쏟아지는 시선 폭력이 두려웠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 두려움을 우리가 떠안지 않고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말이다. - P194

나는 서울로, 수도권으로 ‘망명‘을 가지 않고 대구에 남아 청소년 페미니즘 활동을 한다. 나는 계속해서 지금 여기의 여성 퀴어 청소년으로서 자유를 찾아 나설 것이고, 그와 함께 나와 내 친구들은 아마 영영 외모를 가지고 아파할 것 같다. "제일 외모 통증이 덜한 때는 언제야?"라는 나의 질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라고 답한 친구가 기억난다. 그 친구를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사후 묘비에나마 ‘이제 외모에 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들 지금 편안하길 바란다. 다들 자기 살을 잘 붙이고 덜렁덜렁 터덜터덜 삐질빼질 쿵쾅쿵쾅 다니길 바란다. 동네에서 뻥 뚫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간간이 외모 통증을 언어화하며 살아가길. 이상할 만큼 정말로 괜찮은 어떤 날에 우리는 모두 덩어리진 생명일 뿐이었으니까.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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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김현주 [비누거품 아래, 죄와 부채] - 178페이지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19세기 독일 출신의 헝가리 의사. 그의 이름은 비록 생소하나 생전의 주장은 오늘까지 혁혁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것은 손을 씻자는 것. 산모 4명 중 1명이 산욕열로 숨질 만큼 출산 자체가 위험인 시절, 염소액에 손을 씻고 산모를 돌봐야 한다는 주장은 발표 당시 미친 주장 취급을 받았다.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자로 몰려 병원에 감금됐다가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만다. - P165

니체는 지혜의 이름으로 주는 선물의 역설적인 의미를 설파하면서 선물을 주는 행위가 진정한 결실을 얻으려면 이는 예술이어야 한다는 우회로를 남겨 놓았다. "제대로 주는 것이 제대로 받는 것보다 얼마나 더 - P172

어려운 것인지 배웠겠지. 그리고 근사하게 베푸는 것, 그것이 일종의 비결(art), 그것도 선의의 마지막, 더없이 교활한 장인의 비결이라는 것을."이처럼 선물을줄 때의 관대함이 받는 이에게 부채감으로 남는 것을막으려면 대단한 고려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가장교활히 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예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은 무해해 보이는 외양에 허를 찌를 교활한 기술을 감추고 세상에 나온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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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난하게 늙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오랫동안 활동적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존엄과 정체성을 잃고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버려지고 소외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 P120

마르틴 베크는 집을 둘러보면서 한없는 슬픔을 무지근하게 느꼈다. 서랍과 수납장을 다 열어보았다. 기본적인 가재도구 외에는 별것 없었다. - P128

사크리손은 풀이 죽었지만 기어이 염세적인 한마디를 보태고야 말았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는 법입니다." - P204

에이나르 뢴의 방은 쿵스홀름스가탄의 경찰 본부 건물 뒤편에 있었다. 그 방 창문으로 바깥의 땅에 난 거대한 구멍이 내다보였다. 머지않아 그곳에서 국가경찰위원회의 거인 같고 번지르르한 건물이 솟아나서 시야를 가릴 터였다. 경찰은 스톡홀름 중심부의 초현대적 거대 건물에서 사방팔방으로 촉수를 뻗어 실의에 빠진 스웨덴 국민들을, 적어도 국민들 중 일부를 철통같이 붙잡을 터였다. 좌우간 온 국민이 이민을 가거나 자살을 할수는 없을 테니까. - P240

마르틴 베크는 1971년 4월 운명의 날에 벌어졌던 일을 찬찬히 분석해볼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진작 그때 자신이 도덕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잘못 행동했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자신이 이 결론에 다다르기 한참 전에 똑같이 생각했던 동료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신은 바보처럼 굴다가 총에 맞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더 높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될 판이었다. 마르틴 베크는 화요일 저녁에 자신의 상황을 숙고했다. 하지만 다시 베스트베리아의 사무실에 앉자마자 그 생각은 그만두었다. 대신 수요일 내내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무심하되 냉정하리만치 체계적인 태도로 스베르드 사건에 집중했다. - P262

어느 순간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앞으로 일에서 최대한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상태, 즉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서 타당한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 P262

콜베리는 새 손목시계를 보았다. 세탁기에 넣고 돌렸던 것과 같은 메이커에 같은 모델이었다. 콜베리는 두어 시간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허기가 지기 시작한 차였다. 어디서 읽었는데, 살을 빼려는 사람은 덜 먹되 자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언의 뒷부분만큼은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P300

삼 년 동안 모니타는 스톡홀름 남부 교외에 있는 화학 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혼하고 딸과 둘만 남자 근무시간이 더 짧고 급료도 낮은 교대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절망한 나머지 모니타는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지 않은 채 충동적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 P322

가끔 밤중에 책을 읽기에는 너무 피곤하고 잠들기에는 너무 초조해서 거실과 부엌을 무작정 오락가락할 때면 금방 미칠 것만 같았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광기가터져 나올 것 같았다.
모니타는 자주 자살을 생각했다. 절망과 불안이 너무 날카로울 때 오직 아이를 위해 자살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325

토요일과 일요일이 못 견디게 공허하게 느껴진 것은 전날의 근거 없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초조했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갇힌 기분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에는 심지어 증기선을 타고 마리에프레드까지갔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밖에서도 여전히 갇힌 기분이었다. 자신의 삶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았고 왠지 이 사실을 예전처럼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니 다수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 P389

문득 승진에 관한 끈질긴 소문이 떠오르자, 그는 전에 없이 심란해졌다.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 십오 개월 전 그 순간까지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그것, 즉 책상에 매여 있어야 하는 업무를 받는 것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좋았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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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쓰는 일에서 싫은 점은 아무것도 누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문에서는 그저 애를 태울 수 있을 뿐이다. 독자에게 ‘당신은 이제 멋진 여행을 즐길 것입니다, 멋진 인물들과 멋진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왜그런지는 말하면 안 된다. 따라서 서문은 ‘나를 한번 믿어보세요‘ 하는 명제나 다름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말한다. "만약 이 이야기를 읽어볼 생각이라면, 당신은 멋진 여행을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나를 한번 믿어보세요." - P7

셰발과 발뢰를 생각하면, 뛰어난 작가인 리처드 프라이스가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 프라이스에게 범죄와 수사의 영역을 거듭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한 때였다. 프라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탐정 이야기를 즐겨 쓰는 것은, 하나의 살인 사건 주변을 오래 맴돌다 보면 그 도시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 P9

"다이어트는 어떻게 되어가?"
"괜찮아. 오늘 아침에 0.5킬로그램 빠졌어. 104킬로그램에서 103.5킬로그램이 됐지."
"그러면 시작한 뒤로 10킬로그램밖에 안 찐 거네."
"8.5킬로그램이야." 콜베리는 자존심이 상한 말투였다.
콜베리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 투덜거렸다.
"아주 끔찍해. 이 프로젝트 자체가 자연에 어긋나는 거야. 군은 웃기만 하지. 보딜도 그렇고, 그나저나 자네는 어때?"
"좋아." - P41

경찰관으로 스물여덟 해를 산 덕에 익힌 기술 중 하나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반복과 사소한 세부 사항을 재빨리 걸러내는 능력이었다. 그 속에 어떤 패턴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알아차리는 능력도. - P48

두 순경도 대번에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크바스트모는 그것이 꼭 부취 같더라고 보고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썩은 고기에서 나는 악취와 똑 닮았더라고 했다. 냄새를 찬찬히 추적한 결과-이 또한 크바스트모의 표현이었다―두 순경이 다다른 곳은 한 층 위의 집 문앞이었다.

초보적인 실수가 저질러졌다. 당연히 부검은 경찰로부터 아무런 단서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했다. 법의학 전문가에게 추정 사망 원인을 알려주는 것은 의무 위반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처럼 법의학자가 젊고 미숙할 때는 더 그랬다. - P58

마르틴 베크가 말했다. "태만이 제일 나쁜 죈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용서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당신은 부검의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릇된 선입견에 기초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두 순경에게 이것이 간단한 사건이라는 착각을 심어주었죠. 당신이 안에 들어가서 쓱 둘러보기만 하면 충분한 것처럼. 당신은 범죄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뒤, 사진 한장 찍어두지 않고 시신을 옮겼습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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