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도서관에 빌리고 싶은 책 - 이번 주말에 명동예술극장에서 보기로 한 연극, 조지 버나드 쇼의 '세인트 조앤' 희곡집)이 있어서 먼 길 가는 김에 남산둘레길(약 7km?) 산책.



일요일 오전 10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회현역에서 내려 백범광장공원을 지나 남산둘레길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도서관에서 책을 발려서 후암동으로 내려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하였으나, 도서관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1시가 넘어 너무 배가 고파서 그냥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라면으로 급하게 허기를 채우고,, 빌리고 싶었던 책은 대출 중이라 다른 책만 2권 빌려왔다는.


아.. 정말 맛없게 생기지 않았나? 이렇게 맛없게 생긴 라면은 처음 보는데, 보기 보단 맛있어서, 배 고파서, 다 먹었다.




떡라면의 아쉬움을 달래러 급 검색으로 2차는 낮맥하는 브루어리 '브루어스'로^^

남산 자락 아래 후암동도 핫플이다. 요즘은 구석구석이 핫플이다. 우리가 간 브루어리에는 대낮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양 옆의 카페 3층 루프탑에는 연인들이 한가득. 우리만 맥주홀릭인가?? 알코홀릭인가??


비어캔글라스도 너무 이쁘고, 맥주도 넘나 맛나고, 그래서 각 3잔씩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예쁜 카페 있어서 아메리카노도 한 잔 사고, 후암동에도 독립서점이 있길래 그냥 갈 수 없지. 원래 독립서점 대부분이 해방촌에 몰려 있는데, 해방촌까지는 갈 수가 없었는데, 마침 스토리지북앤필름 후암점(초판서점이라고도 부르네)이 있길래 구경......은 많이 못했다. 하루 종일 끌려다닌 둘째가 서점 창밖에서 계속 빨리 나오라고 레이저를 쏘고 있어서 얼른 급하게 한 권 챙겼다(서점 입구 사진도 못 찍고;;;). 여긴 정말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는 서점이라 서귤 작가님 말고는 이름 아는 작가가 없었는데, 그나마 워크룸 프레스 시리즈 있어서 정지돈 작가님 단편 모음집 구매. 정지돈 작가님 나에겐 형이상학이라.. 소화가 될지..



도서관 대출 책은 몰리에르의 희곡집 <스카펭의 간계 / 수전노>와 <다미여> 읽기를 위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이다.


















과도한 걷기(여행도 아닌 서울에서 23000보 걷기는 처음인 듯!)와 음주로 지하철에서 졸다가 6시에 집에 도착! 2시간 넘게 뻗어 잤다.


날씨는 흐리고 미세먼지도 좀 있어서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걷기 좋은 10월이었다.

더 춥기 전에 열심히 나가 놀자 하고 10월에 일요일마다 산책 가다보니 책은 많이 읽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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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0-2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저번 주말에 ‘세인트 조앤‘ 관람하고 왔어요 ㅎㅎ
저도 다음달에 도서관에 조지 버나드 쇼 희곡집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요~~
후암동도 좋죠~~
맥주 맛나겠어요^^

햇살과함께 2022-10-27 09:43   좋아요 2 | URL
와 진짜요??
저는 어쩌다 보니(는 아니고,,, 남편이 예매하면 따라가는 수준 ㅎㅎ)
이번에도 마지막 공연이네요.
다음달 스카팽도 예매한다고 해서 그 책은 미리 대출했어요 ㅎㅎ
희곡집은 구립 도서관에는 거의 없고,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에만 있어서 대출하기가 어렵네요^^
(이거 반납하러 3주 뒤에 다시 남산 가야 하는 귀찮음이...)
맥주는 3잔 다 맛나서 성공했어요~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기대할게요~(이미 하셨나??)

페넬로페 2022-10-24 17:57   좋아요 2 | URL
세인트 조앤은 조금 지루한데 스카팽이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햇살과함께 2022-10-24 18:03   좋아요 2 | URL
스카팽이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유일한 희극이라고 해서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저희 둘만 문화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ㅎㅎ 얘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1도 관심 없네요...

Falstaff 2022-10-24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만 3천 보! 아이고, 좋습니닷! 저는 오늘 만3천7백보. ㅎㅎㅎ 무슨 부처님 전 절하는 거 같습니다. 아, 그건 ‘보‘가 아니고 ‘배‘지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0-24 17:58   좋아요 1 | URL
와 대단하십니다!!!!
집 나갈 때 잠깐 등산화를 신고 갈까 고민하다 너무 오버인가 싶어서
스니커즈 신고 갔다 발바닥 아파서 죽는 줄 알았네요 ㅎㅎ

새파랑 2022-10-24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면이 겉보기에도 좀 그렇긴 하네요 ㅋ 그래도 배고프면 다 맛있다는 ㅋ 맥주가 특히 시원해 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4 19:19   좋아요 1 | URL
msg 약한 순한 맛? 칼칼함이 더 필요했습니다 맥주는 굿굿!!

책읽는나무 2022-10-24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걸으셨네요??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저도 요즘 엄청 걷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달 책 읽기 권수는 형편없네요ㅋㅋㅋ
라면은 면발이 쫄깃쫄깃허니 맛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물 많고 싱거운 라면 좋아해서 좀 제 스타일 라면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더러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ㅋㅋㅋ
정지돈 작가님 단편집이 저 빨간 표지 책인가요?
정지돈 작가님은 에세이를 읽었는데, 좀 점잖은 괴짜같아서 살짝 팬입니다!!!ㅋㅋㅋ 살짝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소설도 읽어보고 싶군요^^

햇살과함께 2022-10-24 22:2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는 추위 많이 타고 추운 거 싫어해서 더 춥기 전에 많이 걸으려고요~
나무님은 싱거운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래도 나무님이 가끔 올리시는 라면은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가 맛있어 보였어요!
저 라면은 너무 밋밋해서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넣어서 먹으니 좀 낫더군요 ㅋㅋ
정지돈 작가님 젊은작가상 수상한 ‘건축이냐 혁명이냐’만 읽었는데 아주 독특하시더군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경계도 모호하고요 ㅎㅎ
요즘 책 많이 내시던데요^^

라로 2022-10-25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떡라면 넘 맛없어 보이는데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ㅎ 역시 시장이 반찬이죠,, 많이 걸으셨어요! 제가 일주일 걷는 숫자군요! 👍👍👍

햇살과함께 2022-10-25 10: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라면, 그나마 라면이니 언제나 맛있게 ㅎㅎ
그 여파가 월요일까지.. 어제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졸았네요. ㅎㅎ
일요일은 적당히 걷는 것으로요~!
 

몽테뉴(-29p), 에세
디포(-44p), 몰 플랜더스, 록사나
디킨슨(-52p), 데이비드 코퍼필드

하지만 자기 기분에 따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기영혼의 무게와 빛깔과 둘레를 그 혼돈과 다양성과 불완전함 가운데 전부 펼쳐 보이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며, 그 기술을 온전히 구사하는 이는 오직 한 사람 몽테뉴뿐이다.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 그 그림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깊이를 응시하고 그 안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알아보며, 보면 볼수록 자신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잘라 말할 수 없게 된다. - P12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친숙함 가운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몽테뉴는 이렇게 말한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예로는 고대인 두어 사람에 대해서밖에 들어 보지 못했다. 그 후로는 아무도 그 길을 걷지 않았다. 그것은 거친 길이고, 보기보다 더욱 그러하다. 영혼의제멋대로 쏘다니는 걸음을 뒤따라가며, 그 복잡한 속내의 깊은 어둠을 뚫고 들어가, 그 무수히 자잘한 움직임을 골라 포착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새롭고 독특한 작업으로, 우리를 세상의 공통관심사에서 멀어지게 한다.

우선 표현의 어려움이 있다. 우리 모두는 생각하기라는 이상하고도 재미난 과정에 즐겨 빠져들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은편 사람에게 말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 - P13

자신을 전달한다는 어려움 너머에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더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이 영혼 내지 생명은 결코 우리 바깥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다. 영혼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감히 물으면, 항상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한다. - P14

자신을 아는 사람은 한층 독립적이 되며 결코 따분해하지 않는다. 삶이 너무나 짧을 뿐, 그는 깊고 차분한 행복에 속속들이 젖어든다. 그만이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은 의례의 노예가 된 채 삶이 꿈처럼 덧없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일단 순응하여 남들이 하는 것을 그저 그들이 - P16

한다는 이유로 따라 하기 시작하면, 모든 섬세한 신경들과 영혼의 능력들이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다. 영혼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된 채 내적으로는 공허해진다. 둔하고 무감각하고 무심해진다. - P17

몽테뉴는 인간 본성의 비참과 나약함과 허영에 대한 경멸을 그치지 않는다. 아마도 종교에 의탁하여 인도를 구해봐도 좋지 않을까? <아마도>라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이다. <아마도>와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지에서 나오는 경솔한 단정을 완화하는 말들을 그는 좋아한다. - P21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없다. 단지 질문이 한 가지 더 있을 뿐이다.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 P29

<여성의 교육에 관한 그의 에세이에 드러난 증거들로 볼 때, 우리는 그가 깊이 생각했고 자기 시대보다 앞서 여성의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했으며,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대접을 가혹하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종종 우리가 여성들에게 교육의 유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문명국이요 그리스도교 국가임을감안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야만적인 관습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는 여성이 어리석고 주제넘다고 날마다 비난하는데, 만일 여성도 우리와 대등한 교육의 유익을 누린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잘못을 덜 저지르리라고 확신한다. - P40

디포는 그녀들의 실패에 대해 지나는 말로밖에는 심판 하지않았다. 오히려 그녀들의 용기와 재치와 강인함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그녀들에게서 유쾌한 이야기와 상호 신뢰, 그리고 자연스럽고 소박한 도덕성을 발견했다. 그녀들의 운명에는 그가 감탄하고 즐기고 자신의 삶 가운데서 경이롭게 바라본 무한한 다양성이 있었다. 이 남녀 인물들은 태초부터 인간 남녀를 움직여 온 정열과 욕망들에 대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말했으며, 지금도 그들의 활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숨김없이 바라다본 모든 것에는 위엄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이라는 지저분한 주제조차도, 안락과 권세가 아니라 명예와 정직성과 인생 그자체를 위한 것일 때는 지저분하기보다 비장한 것이 된다. 디포가 따분하다고 불평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하찮은 것들에 골몰해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 P43

디킨스에 관한 오늘날의 세평은 이렇다. 그의 감성은 역겹고 그의 문체는 진부하며 그를 읽는 동안에는 일체의 교양을 감추고 감수성은 유리장 안에 넣어 두어야 하지만, 이렇게 경계하고 거리를 두더라도 그는 역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며 스콧처럼 타고난 창조자요 발자크처럼 엄청난 다작가라는 것이다. 하지 - P46

만 세평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도 읽고 스콧도 읽지만, 디킨스를 읽기에 마침맞은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 P47

그러므로 디킨스의 소설은 느슨하게, 대개는 극히 자의적인 방식으로 한데 묶인 개별적인 인물들의 집적이되어 버리기 쉽다.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우리의 주의를 사방팔방 흩어 놓기 때문에 우리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책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는 이런 위험이 극복되었다. 거기서는 비록 수많은 인물들이 모여들고 삶이 온갖 구석과 틈바구니로 흘러들지만, 젊음과 유쾌함과 희망이라는 일관된 감정이 그 소란을 감싸고 흩어진 부분들을 그러모으며, 디킨스의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에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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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의 악령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병균, 세균(84페이지)이라는 말 <다락방의 미친 여자>(148페이지)에도 언급되었는데,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자기만의 방은 다 읽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 P10

그 사람은 교구 관리였고 나는 여자였습니다. 이곳은 잔디밭이었고 인도는 저편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대학의 특별 연구원이나 학자들에게만 허용된 장소였으며 내게 적합한 곳은 저 자갈길이었습니다. - P14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돌아가라고 손짓하며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 한다고 유감스럽다는 듯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 P16

이번에는 교회당 안내인이 나타나 나를 멈춰 세우고 아마 세례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사제장의 소개장을 보여달라고 하겠지요. - P17

다만 시턴 부인과 그녀의 부류들이 열다섯 살의 나이에 실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더라면 아마―이것이 논의에서 뜻하지 않은 난관입니다만—메리는 태어나지 못했겠지요. 나는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 P36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혀 무익한 일입니다. 당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더욱이 시턴 부인과 그녀 - P37

의 어머니와 그 이전의 어머니들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대학과 도서관의 초석 아래 재산을 기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도 무익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들이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으며,둘째 돈 버는 일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번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턴 부인이 자기 자신의 돈을 한 푼이라도 가질 수 있게 허용된 지 이제 겨우 사십팔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의 수백 년 동안 그것은 남편의 재산이었습니다. - P38

교회당에서 울리던 오르간과 도서관의 닫힌 문을 생각했습니다. 잠긴 문밖에 있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를 생각했고, 어쩌면 잠긴 문 안에 있는 것이 더욱 나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성(性)의 안정과 번영, 다른 성의가난과 불안정을 생각했고, 작가의 마음에 전통이 미치는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마침내그날의 논의와 인상들, 분노와 웃음과 함께 그날의 구겨진껍질을 말아서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 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푸르고 광막한 하늘에는 수천 개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불가사의한 사회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든 채 수평으로 엎드려 아무 말이 없었지요. 옥스브리지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호텔 문조차 보이지 않는 손이 닿기라도 한 듯 갑자기 열렸으며, 나를 잠자리로 인도하기 위해 불을 비춰주려고 일어나 앉아 있는사람도 없었습니다. 너무 늦었지요. - P40

옥스브리지에서의 오찬과 펀엄에서의 만찬에 대한 불가피한 귀결점은 불행히도 대영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 P41

그것은 그저 상처 입은 허영심의 외침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침해당한 데 항의한 것이지요.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 마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마 지금도 늪과 정글뿐일지도 모르지요. - P56

내 지갑에는 10실링짜리 지폐가 한 장 더 있었지요. 나는 그것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내 지갑에서 10실링짜리 지폐가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숨을 멎게 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갑을 열면 그곳엔 지폐가 있지요. 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한 숙모님이 물려준 유산에서 나오는 몇 장의 종잇조각에 대한 대가로 사회는 닭고기와 커피 침대와 숙소를 제공해 줍니다. - P58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지금도 여겨지는 것은 그 당시 내마음속에서 싹튼 두려움과 쓰라림의 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하지 않는 일을 늘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항상 부득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고 또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노예처럼 아부하고 아양을 떨며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단 하나의 재능―작은 것이지만 소유자에게는 소중한―이 소멸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나 자신, 나의 영혼도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들이 나무의 생명을 고갈시키며 봄날의 개화를 잠식하는 녹과 같았습니다. - P59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요.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 P60

진정 숙모님의 유산은 내게 하늘의 베일을 벗겨주었고, 밀턴이 우리에게 영원히 숭배하라고 천거한 신사의 크고 위압적인 모습 대신 훤히 트인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 P61

누군가가 어느 순간에 어떤 재능의 가치를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가치들은 변화할 것입니다. 백 년이 지나면 이 가치들은 완전히 변하겠지요. 더욱이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집 문 앞에 이르러 생각하건대,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둘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한때 자신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모든 활동과 힘든 작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아이 보는 여자는 석탄을 운반할 것이고 가게 주인 여자는 기관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여성이 보호받는 성이었을 때 관찰된 사실에 근거를 둔 모든 가설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 P63

픽션은 상상력에 의한 작업이긴 하지만 조약돌처럼 땅 위에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은 그러할지모르지만요. 픽션은 거미집과 같아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구석구석 현실의 삶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종종 그 부착된 상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요. - P65

그리하여 아주 기묘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생겨납니다. 상상에 있어서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시에서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여성의 존재가 고루 퍼져 있지만, 역사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을 줄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 P68

그동안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의 누이는 집에 남아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녀도 셰익스피어만큼이나 모험심이 강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세계를 알고 싶은 열망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요. 그녀에게는 호라티우스와 베르길리우스를 읽을 기회는커녕 문법과 논리학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때때로 책을, 아마도 오빠의 책이었겠지만, 집어 들고 몇쪽을 읽었지요. 그러면 그녀의 부모님이 들어와서 양말을 꿰매거나 국을 끓이는 데 신경을 쓰라고, 책이나 논문 따위를 붙들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호되게 나무랐지만 그것은 선의에서 나온 꾸지람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자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었으며, 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 P73

그러나 내가 지어낸 셰익스피어 누이의 이야기를 검토하면서 생각하건대 그 이야기에서 사실이라 할 수 있는 점은, 16세기에 태어난 위대한 재능을 가진 여성은 틀림없이 미치거나 총으로 자살하거나 또는 마을 변두리의 외딴 오두막에서 절반은 마녀, 절반은 요술쟁이로공포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일생을 끝마쳤을 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적 재능을 발휘해 보려고 시도한 천부적 재능을 지닌 여성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해받고 저지되었으며 자기 내면에서 상충하는 충동들로 고통받고 갈가리찢겨서 틀림없이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잃었을 거라고,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77

커러 벨, 조지 엘리엇, 조르주 상드, 이들의 작품이 입증하듯이 이 내면적 투쟁의 희생자들은 남성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비효과적으로나마 자신을 베일로 가리려 애썼습니다. - P78

우선 조용한 방이나 방음장치가 된 방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갖는 것은 그녀의 부모가 보기 드문 부자이거나 대단한 귀족이 아니라면 19세기 초까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 P81

19세기에도 여성은 예술가가 되도록 고무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요. 오히려 여성은 냉대받고 얻어맞으며 설교와 훈계를 들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이런 사실에 항의하고 저런 사실에 논박할 필요성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되었고 생명력은 위축되었을 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우리는 여성운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아주 흥미롭고도 불명료한 남성의복합적인 심리에 근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성이 열등하기보다는 남성이 우월하기를 바라는 뿌리 깊은 욕망으로서, 남성을 예술의 전면뿐 아니라 도처에 서 있게 함으로써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도록 합니다. - P85

18세기 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드러난 지극히 활발한 마음의 행위―대화와 모임, 셰익스피어에 관한 에세이 쓰기, 고전 번역 등―는 여성이글을 씀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기초하고있습니다. 대가가 지불되지 않을 때에는 경박했던 일이 돈으로 위엄을 갖추게 됩니다. "끼적거리려는 참을 수 없는욕망을 가진 블루스타킹"을 비웃는 것은 여전히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들이 지갑 안에 돈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지요. 그리하여 18세기 말 무렵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데, 내가 만일 역사를 다시 쓴다면 십자군이나 장미전쟁보다 그것을 더 충실하게 묘사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즉 중산층 여성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만약 『오만과 편견』이 중요하다면 그리고『미들마치』와『빌렛』, 『폭풍의 언덕』이 중요한 작품들이라면, 35) 시골 저택에서 아첨꾼들과 사절판 책 속에 파묻혀 - P100

던 외로운 귀족들만이 아니라 일반 여성들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은 내가 한 시간의 강연에서 피력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훨씬 중요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선두주자가 없었다면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은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 P101

제인 오스틴은 생애 마지막 날까지 그런 환경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녀의 조카는 회상록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숙모님이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따름이다. 왜냐하면 숙모님에게는 종종 찾아갈 만한 독립된 서재가 없었고, 또 숙모님이 쓴 작품의 대부분은 공동의 거실에서 온갖 종류의 일상적인 방해를 받으며 쓰여야했기 때문이다. 숙모님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하인들이나 방문객, 또는 가족의 범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하여 제인 오스틴은 원고를 숨기거나 압지 한 장을 덮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시생각해 보면, 19세기 초에 여성이 받을 수 있는 문학 훈련이라고는 성격 관찰과 감정 분석 훈련이 고작이었지요. 그녀의 감수성은 몇 세기 동안 공동 거실의 영향을 받아 훈련되어 왔습니다. 사람들의 감정이 그녀에게 인상을 남겼고, 개인들의 관계가 항상 그녀의 눈앞에 있었지요. 그러므로 중산층 여성이 글을 쓰게 되었을 때, 그녀는 당연히소설을 썼습니다. - P103

그러나 그녀들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조금도 움직이지않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순전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그런 비판에 직면하여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이본 그대로의 사물을 고집하는 일은 대단한 재능과 성실성을 요구했겠지요. 그 일을 해낸 것은 오직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뿐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또 다른, 어쩌면 가장 훌륭한 미덕입니다. 그들은 남성처럼 쓰지 않고 여성이 쓰듯이 썼습니다. 그 당시 소설을 썼던 수천 명의 여성들 가운데 그들만이 영원한 현학자들의 끊임없는 충고ㅡ이렇게 써라,저렇게 생각하라를 완전히 무시했지요. - P114

하지만 그들도 문학을 매수할 수는 없어. 문학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니까. 나는 비록 당신이 교구 관리라 해도 나를 잔디밭에서 쫓아내도록 용인치겠어. 그러고 싶다면 당신의 도서관을 잠그라고. 그러나당신은 내 자유로운 마음에 문이나 자물쇠, 빗장 따위를 달 수는 없어. - P116

그녀는 픽션이나 시를 쓰려면 일 년에 500파운드의 돈과 문에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방이 필요하다는 결론(평범한 결론이지요.)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여러분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으로 하여금 이런 결론을 끌어내도록 만든 생각과 인상들을 털어놓으려고 노력했지요. - P158

어느 누구도 이 점에 대해 이보다 명료하게 표현할 수없을 겁니다. "요즈음뿐 아니라 과거 이백 년 동안에도 가난한 시인들은 아주 작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영국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위대한 작품들을 산출하는 지적 자유로 해방될 희망이 아테네 노예의 아들만큼이나 없는 것이다." 바로 그것입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그리고 여성은 그저 이백 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여성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과거 무명 여성들의 노고 덕분에, 그리고 신기하게도 두 차례의 전쟁 덕택으로, 즉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거실에서 뛰쳐나오게 했던크림 전쟁과 약 육십 년 후 평범한 여성들에게도 문을 열어준 유럽 전쟁으로 인해 이러한 해악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여러분은 오늘 밤 여기 모일 수 없었을 것이며, 여러분이 연간 500파운드를 벌 수 있는 기회는, 유감스럽게도 지금도 불확실하긴 하지만, 극히 적었을 것입니다. - P163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나는 - P164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백 년 정도 살게 되고 (우리가 개인으로 살아가는 각자의 짧은 인생이 아니라 진정한 삶이라 말할 수있는 공동의 생활을 언급하는 겁니다.)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가 공동의 거실에서 조금 탈출하여 인간을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관련하여 본다면, 그리고 하늘이건 나무이건 그 밖의 무엇이건간에 사물을 그 자체로 보게 된다면, 아무도 시야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므로 밀턴의 악귀를 넘어서서 볼 수 있다면,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 하고 남자와 여 - P171

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그것이 사실이므로ㅡ을 직시한다면, 그때에그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칠 것입니다. 그녀의 오빠가 그러했듯이, 그녀는 선구자들이었던 무명 시인들의 삶에서 자기 생명을 이끌어내며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한 준비 작업 없이, 우리 편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녀가 다시 태어날 때 그녀가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의 시를 쓸 수 있다고 느끼게끔 만들겠다는 결단 없이, 그녀가 출현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그녀를 위해 일한다면 그녀가 출현하리라는 것과, 비록 가난한 무명인의 처지에서라도 그것을 위해 일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합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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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블룸
줄리엣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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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알라딘 구매

남편의 구매 요청에 <오래된 서울> 사면서 샬럿 브론테의 <교수> 구매. 개인적으로 열린책들 판형, 조판 스타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사는데 <교수>는 이것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이(지하철 서서 독서자로 하드커버는 매우 불편합니다..).
<교수> 먼저 읽고 <제인 에어>도 다시 읽어야겠고(읽은 지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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